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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트 -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력들
나다브 이얄 지음, 최이현 옮김 / 까치 / 2021년 2월
평점 :
간혹 이런 책을 만나곤 합니다.
읽는 동안에 활자를 눈으로 짚어나가면서 그 의미를 떠올리고 새기고 생각의 가지를 늘려나다가 그것도 부족해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옆에서 공부하는 아이에게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블라블라 이야기하게 되는 그런 책 말이죠.
이 책 <리볼트>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챕터 하나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들을 흡수시키느라 책을 읽고서 다시 앞으로 갑니다. 나는 과연 이 책에서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본래 책의 모든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므로 이틀쯤 지나서 멈춰 서면 다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리볼트>에 붙은 소제목은 이렇습니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력들'.
읽다 보면 그래서 그 세력은 누구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 세력이 때로는 어떤 단체 일 수도 있고, 국가 일 수도 있으며 개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력'이라고 하기에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저항은 하지만 '세력'은 없는 작은 반항일 때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 책에서는 세계화와 그것에 대한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이들이 세계는 하나다라는 이름으로 글로벌함을 주장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며 세계가 커다란 하나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 과장하자면 부스러지는 사람 혹은 동식물이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스라엘의 기자 나다브 이얄이 10여 년 동안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 우리에게 자신 의견을 보태어 낸 르포르타주가 바로 <리볼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상당히 다양한 부분의 이야기를 합니다.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전체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거대함이라는 것이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폭력의 방향은 나다브 이얄에게 직접적으로 향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세계 속에 있었습니다만 마치 종군기자처럼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기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종교적 이유를 대며 배척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세계화는 서계의 극빈곤층을 그곳에서 끌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종종 약소국가의 붕괴라거나 절대 을로의 위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노예 해방으로 신분제는 폐지되었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계층의 차별을 낳았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는 세계를 흔듭니다. 한 나라의 문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위태로움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싼 노동력을 위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나라는 중국과 동남아 같은 곳의 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여 다시 세계로 수출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문제는 중국과 동남아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돈 많은 나라가 오염물질 규제를 위한다며 그들을 압박합니다. 돈은 미국 같은 커다란 나라에서 벌어가면서 책임은 그들에게 전가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미국 내의 사정이 그로 인해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많은 공장이 아시아 쪽으로 이동함으로써 미국 내엔 많은 실업자가 생겼으며 재취업의 기회도 쉽게 얻을 수 없게 되고 만 겁니다. 한 쪽에서는 저렴하게 들여온 물건들을 신나게 소비하고, 또 한쪽에서는 점점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져갑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극빈국이 아닙니다. 세계화의 주범이 미국인 것처럼 이야기하게 되었지만 산업에 관한 일부만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리볼트>에서는 산업에 관한 부분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척 다양한 부분을 다루는데, 이를테면 요즘 많은 생각이 들고 있는 저출산 문제도 다룹니다. 일본에서의 취재를 통해서 일본의 여성이 왜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을 포기하였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들의 상황보다 조금 낫긴 하지만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비단 아시아권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큰 문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세계화의 문제와는 달리 범 지구적인 문제로 보면 또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포함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참 묘합니다. 무척 방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고, 세계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그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동의하고 이 부분은 반대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메모하다 보면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런 게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니지 않은가 합니다.
뉴스를 접한다고 기자의 이야기를 모두 수용하지는 않는 것처럼 이 르포르타주를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펴 나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리볼트>는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책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 분께서는 책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면서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필 수도 있으니까요.
가독력도 좋은 책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한 달 정도 시간을 들여가며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