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이야기 - 최초의 한문 소설 룰루랄라 우리고전 우리역사 7
김시습 원작, 김민석 글 / 청년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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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귀신>을 읽고 나니 금오신화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어른용으로 나온 것을 보아야겠지만, 지금 당장 읽고 싶은데, 지금 당장 읽을 수 있는 금오신화는 리틀포니의 어린이용 금오신화뿐.

어쩌지.. 싶었지만, 어짜피 '한문'으로 된 소설은 읽을 수 없을 것이고 하니.. 일단 이것을 읽어보아야겠구나.. 싶어 냉큼 읽어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번역자의 솜씨도 있었겠지만, 내용 자체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오신화는 요샛말로 하면, 김시습 단편집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타이틀이 붙었겠지요.

 

[세종께 오세 신동이라 불리며 장래를 촉망받던 신동, 새로운 세상에서 소설가로 데뷔. 그의 처녀작. 그의 최초 단편집. 금오신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인 이야기. 당신의 심금을 울립니다.]

 

... 유치하지만,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ㅎㅎ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이 들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책이었지만, 내용은 김시습의 마음이 꼭꼭 숨겨져 있어서 어쩐지 짠.. 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승의 사람 양생과 저승의 처녀의 사랑 이야기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같아서 김시습의 단종 사랑이 느껴져 애달프고 애달 팠습니다.

 

특히 남염부주지에서는 김시습이 세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을 핑계로 서슴없이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는데요.

저세상의 임금 염마는 박생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하늘은 그대로 하늘이오. 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은 있을 수 없소. 땅 밖에 땅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 그런데 또 다른 하늘과 빵이 어찌 있을 수 있겠소?마찬가지로 왕은 모든 백성들의 단 한사람 우두머리요. 인간 세상에는 왕의 권위가 약해 나라마다 부족마다 왕을 세울 수 있고 그래서 많은 왕이 존재하지만, 신의 세계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란 있을 수 없소. 하늘에 해가 두개 있을 수 없듯이 나라에는 두 사람의 왕이 있을 수 없소. 그러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마치 여러 곳에 여러 왕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세조의 왕위찬탈을 꾸짖는 부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면 과할까요?

 

 

금오신화는 그냥 읽어서도 재미있지만, 김시습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을 생각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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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귀신 - 김시습과 금오신화 창비청소년문고 7
설흔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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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의 왕위찬탈. 거열형(車裂刑)에 쳐해진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산천을 유람하던 선비 김시습. 세조 9년 가을, 서울에 책을 구하러 갔다가 효령대군의 권유로 세조의 불경언해사업에 참가하여 열흘간 내불당에 거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조 11년 원각사 낙성식에 다시 불려지자 일부러 뒷간에 빠져 다시 세조 앞에 불려가는 일을 피할 수 있었지요.

그 뒤 금오산에 들어가 금오산실을 짓고 그안에 거하며 마음 둘 곳 없어 그의 영혼이 방황하는 듯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때의 김시습의 이야기입니다.

 

한 17세 청년이 쫓깁니다. 한 때는 귀히 자란 몸 인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원수가 그를 핍박하고 쫓습니다. 비내리는 어느 날, 김생(김시습)은 혼례복을 입은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산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지만, 어찌하다보니 그자를 둘러메고 상아의 집으로 옵니다. 상아의 어미 파주댁에게 떠넘기겠다는 속셈이었지만, 무당겸업중인 파주댁은 집에 없고, 낯선 남자를 15세의 상아에게 - 남녀칠세부동석이거늘- 떠 넘기고 이경준을 만나러 갑니다.

 

소설의 한 챕터 한 챕터는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각 챕터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한번은 김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진행이요. 한 번은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 그 혼례복을 입고 쓰러진 덩치큰 남자의 이야기로 집행되지요.

 

이 남자는 자신이 왜 그 곳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름도, 이름중에 '홍'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기억합니다. 다만, 북두칠성이 그려진, 기와에 사금파리가 박힌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 안으로 들어가야만한다는 것만을 기억합니다. 그 외에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 불확실한 기억만으로 그 집에 돌아가려합니다. 돌아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김생과 상아를 끌어들입니다. 아니, 정중하게 도와주십사 청하였습니다

김생은 짜증이 납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만 같습니다. 세종에게서 오세신동이란 말을 들었던 자신이 과거에도 떨어지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로 인해 이런 꼴이 되었으니, 세상이 밉고, 자신이 밉습니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서도 홍을 따라다니며 그 집을 찾아 헤맵니다. 그 집은 이세상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이 책 <살아있는 귀신>은 어째서 김생이 살아있는 귀신인지 말해주고 있지요.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있어도 산 사람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는 '홍'이었고, 살아서도 죽은 이 처럼 산 사람이 '김시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시습도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이 책은 설흔이라는 작가의 상상과 역사, 그리고 금오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읽다보면 실제같아서, 아.. 이래서 금오신화가 나왔구나하는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무척 생생하고 재미있어서 책에 푹 빠지게 합니다. 게다가 '홍'의 기억과 정체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미스테리를 읽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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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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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소설을 읽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렸지요. 저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책 뒤에 보니까

"다시는 이런 블랙 유머 소설을 쓰지 않겠다. 짧지만 장편을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라고 되어있었거든요.

작가가 힘겨워했기 때문일까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떤면이 재미있었느냐하면은,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들(보통은 그렇다고 특징지어지는)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흑소소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블랙 유머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단편집이었는데요. 규에이샤라는 출판사와 관계된 몇 개의 소설은 묘하게 서로 관련이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는 최종심사인데요. 문학상을 받고 싶어하는 사무카와라는 이름의 작가는 마치 기대하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 그러니까 상에 연연하지 않는 체하며 출판사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 때 각각의 편집자, 잡지사 사람들의 속내와 표면상의 모습은 무척 다릅니다. 말을 하는 내용들이 우습다기 보다는 너무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쓴 웃음을 짓게 되지요.

역시 '일본인들은 저렇다니까'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라고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상을 기대하는 분께 '당신은 글러먹었으니 이제 작가따위 때려치우세요.'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것도 출판, 잡지사에 계신분이라면 말이죠. 그래서 다시 한번 씁씁해지지요. 나에게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소심해집니다. 물론, 다른 문제입니다만.

 

이 책은 대체로 그렇습니다. 여러가지 코드의 블랙유머. 읽고나면 헛헛헛하고 웃음을 웃게하는 그런 책입니다. 헛웃음이랄까요. 신데렐라 백야행, 임계가족에서는 씁쓸함을 넘어서 이것좀 무서운데?하는 생각까지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사랑가득 스프레이는 웃기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더군요.

 

이 흑소소설은 웃음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이 있다고 하네요.

나머지 두권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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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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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책입니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쳤다고 생각됩니다. 어째서냐하면, 이 책에선 과거 여러가지 심리학 서적에서 다룬 내용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재미있게 서술이 되었다면 같은 내용을 여러번 읽더라도 실망스럽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저자인 실뱅 들루베의 서술방식과 제가 맞지 않아서였을까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어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기 쉽게 친절한 말투도 아닌 무언가 어중간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중도는 집중도대로 떨어지고, 내용은 산만했습니다.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삽화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구요.

 

이렇게 말하니 이 책이 좋지 않은 책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사례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언가 딱 마무리가 되지 않는 기분이 들 수는 있겠지요.

 

가볍게 읽기에는 진지하고, 진지하게 읽기에는 가벼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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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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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이 처음으로 출판된 것은 1960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푸른눈, 갈색눈>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진작에 읽었어야 할 책이었는데 말입니다.

 

상대방의 모카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봐야 상대를 이해 할 수 있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기도문처럼, 그리핀은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 흑인의 세계란 어떤 것인가 진짜로 알아보기 위해 흑인이 되기로 합니다. 당시는 1959년. 흑인에게는 투표권조차 없었던 그런 시절입니다. 어쩌면 흑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 였지요.

그리핀은 백반증 치료제를 먹고 자외선을 쬐어 피부색을 검게 만들고, 염색약을 칠하고, 머리를 삭발합니다. 언뜻 보아서는 흑인. 아니 자세히 보아도 흑인입니다. 분장이 어설퍼서 들키면 어쩌지.. 하는 염려도 잠시. 아무도 그를 백인일거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선 미국 남부 이곳 저곳을 다니며 직접 백인들과 접촉해보고, 일자리도 구해보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단지 피부색뿐. 그는 평소 자신의 말투로 말했으며, 자신의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였고, 지적 능력이랄까.. 과거 경력까지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누가 물어보아도 모두 사실대로 말했지요. 그냥. 달라진 것은 피부색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피부색으로 판단했습니다. 그가 '검둥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박해했습니다.  '검둥이'전용이 아니면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물을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버스에서 내려주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세상은 암흑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좌절감, 상실감, 두려움. 감히 백인 여자를 쳐다보아서도 안되고, 심지어 영화 포스터 속의 여자도 봐서는 안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런 취급을 받고, 편견속에 갇히자 자기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열등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그리핀은 용감한 사람입니다. 홀로코스트에 끌려갈 유태인을 구하는 일도 했었고, 2차대전에 참전도 했었습니다. 그때의 부상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기적적으로 10년만에 시력을 되찾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몇주간의 흑인체험 기간이 끝나 잡지며, 책에 체험담을 쓰게 되면 백인들에게서 어떤 일을 당할지도 잘 알면서 이런 일을 시작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그도 두려웠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잡아 먹을 것 같았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두려움 속에 갇혀있어야만 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더러운 흑인이라는 이유뿐이었습니다. .

 

내용은 무겁습니다. 흑인의 인권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읽기 쉽게- 일부러 그런 것 처럼 - 씌여있었습니다. 마치 그리핀의 일기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와 함께 웃고 울고 했나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져있지요. 투표권도 보장받지 못하던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있는 그런 시대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편견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에게도요. 어쩐지 흑인은 모두 농구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추고, 랩을 잘 할 것 같은 기분. 이것도 편견일진데.. 머리속에서 잘 안떠나주네요.

편견이 싫다. 선입견이 싫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도 이런 편견이 존재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특히 미국 백인들요. 아.. 그러고보면 미국의 백인들이 인종차별을 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도 백인에 대한 차별이겠군요.

역시 편견을 없애는 건 힘드네요.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다큐나 영화를 보면서 잠시 생각 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제 머리속에서 편견이나 오해가 조금씩 옅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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