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 현명한 방관맘의 잔소리 끊기 기술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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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두 아들을 키우니 내 목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다. 주로 하는 말은 안돼.”, “기다려.” 내가 생각해도 갑갑한 말들이다. 잔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체력도 안되어 오늘 읽은 책의 제목처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 누가 소리 지르고 혼내며 자책하는 엄마가 되고 싶겠는가. 저자는 우아하게 방관하며 종종거리지 않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수한다. 더 똑똑하게 방관하도록 도울 수 있는 마음과 말의 비법. 함께 살펴보자!

 

지난 봄 벚꽃이 활짝 핀 동네 내천에서 솜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그것을 사먹었었다. 물티슈가 없어서 솜사탕을 든 손은 이내 찐득해졌다. 아이는 그 뒤로 솜사탕이나 과자같은 걸 먹을 때면 꼭 물티슈를 준비했는지 물어보고 먹는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 싶어도 참는걸 보았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편한 상황에 대한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으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대화가 된다는걸 알게 되었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부부의 대화가 콩이라면 아이들은 콩처럼 대화한다. 수많은 육아서적을 뒤적이며 자녀와의 대화법을 공부해도 부부의 대화가 그렇지 못하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가족을 위해 나만 변화해보려고 노력했던 시기엔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나를 챙기고 나를 돌본 다음 엄마로서의 역할을 찾으려 했더니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나를 바꾸고 나와 가까운 남편과의 대화를 바꾸며 내 환경과 마음을 조금씩 바꿔가니 모든 것이 괜찮아지기 시작했으며 내 행복과 안정이 우선되자 배우자로서, 엄마로서 잘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이 대목에서 나는 긍정의 고개를 매우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랑받고 자란 아이로 키우는 부부의 말부터 개선해나가야함을 깨달았다.

 

방관은 방치가 아니었다.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 안에서 자발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엄마의 노하우가 이 책에 들어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만 끊어도 서로가 편한, 슬기로운 가정생활이 이룩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말하지 않을 궁리, 정말 배워야하는 기술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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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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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벌써 내 나이가 마흔이 되었다.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내 안에 화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살면서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밑바닥까지 발견하면서 스스로 놀라고 자괴감이 들었었다. 오늘 읽게 된 책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는 이런 나에게 최적화된 내용의 책이었다. 이미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성희님의 책이어서 이 대화체로 건네는 말들이 위로가 되었다.

 

마흔은 온갖 책임과 역할이 쏟아지는 나이다. 그에 따라 억울함, 분노, 화 같은 감정도 물밀 듯이 몰려오지.’라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합가하며 살고 있는 지금의 난 때때로 억울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쌓여 화병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신체화증상이 심해 수술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저자는 평소 분노 관리를 잘하는 방법을 조언해주고 있었다. 화난다고 무조건 참지 말고 함부로 지르지도 말고 원하는 것을 똑똑하게 얻어낼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마흔의 나이의 기혼자라면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책에는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부모와 아이가 나이 들어서까지 잘 지내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했다. 바로 부모는 자기 삶을, 아이는 아이 삶을 살아가면 된다. 모든 교육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답답하고 불안해도 아이 스스로 부딪쳐서 길을 찾아가게 하는 경험을 늘리라는 조언에 나도 아이를 바라볼 때 조바심을 내지 않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관계를 푸는 마법의 열쇠는 이미 내 안에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는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나쁜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으며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양면적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주었다. 내 눈에 씐 색안경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며 내 안에 처리하지 못한 감정과 욕구를 상대의 탓으로 돌려 미워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보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의 글이라 심리학적인 면에서 여자인 에게 전하는 말들이 애틋하고도 진심으로 와닿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 자신부터 가장 먼저 챙기고 살기로 결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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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 - 혼돈의 시대,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전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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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

 

오늘 점심을 먹다가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새로 오신 우리 학교 시설기사님이 미화여사님께 한 말과 행동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학교에 개가 싼 똥을 치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사님이 개똥 좀 치우자고 하니까 내가 여기 개똥 치우러 왔냐면서 화를 내더라는 것이었다. 경찰 출신이었던 그분은 지난 삼십평생 직장생활하면서도 이렇게 치욕스러운(?) 적은 없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단다. 여사님은 당황하고 황당해하셨고.

 

오늘 읽은 <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을 보면서 사람의 내면이 겸손해야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적어도 이 사건을 통해 이분이 젊은 시절 사회생활을 하셨을 때 사회적 신분이나 직함, 학위를 엄청 따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셨을까? 개똥 치우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논어에 경사이신란 말이 있다. ‘모든 일에 경외심을 가지다란 뜻이다. 책은 일본 대기업 창업주인 가기야마 히데사부로가 쓴 <머리 청소 마음 청소>를 소개하며 연간 매출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의 창업주가 전국의 학교와 공원 등의 화장실을 청소한 일이 알려져 더 유명해진 책이라 말했다. 청소와 같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경외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인생은 분명 발전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 중 많은 경우 자신이 하는 일에 경외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때론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논어의 경외심을 생각한다면 그 마음가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군자불기>도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그릇은 쉽게 깨지는 형질로 그릇 같은 군자란 변화를 모르고 옛것을 답습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경영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며 서로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은 평범한 사원이라도 훗날 경영자가 될 수도 있다. 타인의 삶을 풍부하게 상상하고 스스로 삶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깨지기 쉬운 그릇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불확실성의 이 시대에는 자신과 타인을 어느 특정 분야의 사람이라 단정짓는 생각이 위험할 수 있다. 전방위로 발전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해선 안된다.

 

2천 년을 뛰어 넘은 인문주의의 원형 공자의 <논어>를 통해 인생의 조언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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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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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간혹 아이가 밤 늦도록 안자고 울어재낄때면 저기서 도깨비 아저씨가 나타나서 잡아간다!” 고 으름장을 놓는다. 금세 방안은 고요해졌지만 이게 언제까지 먹힐지는 미지수다. 언젠가 아이와 슈퍼마켓 놀이를 하다가 그건 얼마에요?” 라고 묻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엉터리 숫자인 이백사천오백원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었다. 오늘 읽은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보니 자꾸 아이가 생각난다.

 

지난달에 심하게 앓았던 감기(라고 쓰고 독감이라고 읽는다) 증상이 이어진시인의 <독감>에 묘사되어 있었다. ‘너는 바다의 목소리로 기침 소리를 내고 있다’,‘너는 폭설을 끓여 차를 마시고 있다’,‘나는 감기 기운의 기침 소리를 이불 안에 넣고 푹 잤다와 같은 구절이 몹시 와닿았다. 29줄이나 되는 한문단으로 엮인 이 산문시가 그때의 내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는 감기 기운의 단어들을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 실감나게 묘사한 이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어진시인의 시에선 구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주인 없는 양떼>를 보면 구름이 구름을 사육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난한 구름의 호수에선 한껏 피어나지 못한 구름의 입에서 저녁놀에 물든 호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어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구름의 형상은 시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따 퇴근길에 저녁놀에 물든 구름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도 남겨놓고 싶어졌다. 호수같은 하늘에서 저녁놀의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걸 보고 자신의 구름을 지키기에 분주한 물고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지 곱씹어본다. 시를 읽으면 상상력이 풍부해지는걸 느낀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시를 읽으면, 마음에서 당신은 물고기가 되어 어느새 역시 물고기로 변해 있는 내게로 다가온다다고 말했다. 시집 제목처럼 시의 세계는 초현실주의자들의 과잉현실을 내포하는 것일까? 지난 여름 서*랜드에서 아이가 너무 재밌어서 두 번이나 들어갔던 어트랙션 앨리스원더하우스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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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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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집을 꺼내 제일 첫 페이지에 수록된 <식탁 위의 풀밭>을 보고 제목이 비슷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캔버스에 유채물감으로 그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 시를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수채화에 가까워보인다. ‘깊은 눈매로 바람을 긁어모으는 손가락이라든지 꽃 멀미가 이는지 두 눈에 꽃물 든다는 표현이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진 시인의 시집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를 읽으며 든 생각은 수사법이 탁월한 시인이라는 점이다. 에세이를 즐겨 읽는 나는 이어진 시인의 산문시가 마음에 든다. 시집이라는 점에서 언어의 자유분방한 유연성을 잘 살려 섬세한 미학으로 완성시켰다는 문학평론가 김춘식님의 의견에 도 동조한다. 시는 짧고 압축적이어야 한다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길지만 자유로운 수사와 언어적 유희가 드러나는 감각적인 시들이 가득했다.

 

아이 둘을 출산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입덧>이라는 시가 유독 와닿았다. ‘나의 꽃은 가장 작고 신비한 방 꿈에 꽃술을 섞어 놓아 누군가 걸어다니는 방’, ‘너는 쌔근쌔근 내 눈 안에 손을 넣고 숨을 뱉는다와 같은 표현이 너무 좋았다. 어딘가 많이 본 느낌이라 2년마다 응모하고 있는 동서문학상 당선작을 살펴보았더니 역시 11회 동상수상작이다.(여기선 본명으로 수상하셔서 이어진시인인줄 몰랐다.)

 

시집 곳곳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과였다. 난 시집의 표제시보다 <사과의 시간>이 더욱 마음에 들었는데, ‘붉은 혀가 나뭇잎을 헤엄치는 사과’, ‘저녁이 둥근 머리를 쓰다듬는 사과’, ‘네가 수줍게 웃어서 나는 붉게 물들었다의 시구를 보면서 나도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의인화를 해보거나 다르게, 낯설게 보는 방법을 시도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3년 전엔 에세이로 수상했지만 1년 전에는 시로 응모해 탈락한 공모전이 있다. 올해도 도전하겠지만 이어진시인의 시집을 읽으니 막연했던 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시편들을 필사하고 싶은 작품이 많아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보니 시집에 형형색색 지네발이 달려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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