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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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

 

몇 년 전 호주의 동물원 타롱가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코알라와 캥거루, 왈라비는 물론이고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게다가 시드니 하버 풍경과 탁 트인 스카이라인은 뷰 맛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졌다. 특히 거대한 독수리 같은 새가 수신호에 맞춰 날아다녔던 버드쇼도 인상 깊었다. 동물원은 처음부터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것이 동물에게도 좋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경제적 지원으로 고상한 지식의 사원을 건설한다는 부르주아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주기 적합한 것이기도 했다. 먼 이국땅에 사는 동물들을 보존한다는 역할을 내세우는 것도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고대의 동물원은 돈과 계급을 갖춘 개인이 수집해 기르는 소규모 수준의 공간이었다면 근대에는 대중에게 공개하며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소유자의 부나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창경궁을 개조하여 창경원의 동물원을 처음 만들었고, 창경궁 복원사업으로 인해 그곳에 있던 129, 880마리의 동물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오늘 읽은 책은 세상의 온갖 것들 중 인간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의 처음을 파헤쳤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담겨있다. 제목대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최초의 것들이다. 인간이 족보를 만들며 조상의 뿌리를 찾듯 역사적으로 의식주에 관한 것의 처음을 찾는 건 본능과도 같다. 고래수염에서 탄생한 브래지어, 악취가 탄생시킨 향수 등 우리 몸에 걸치는 것들의 유래와 에피소드가 에 관한 것이라면 황태자의 낙마로 생겨난 햄이나 게르만족이 문어, 오징어를 먹지 않는 이유, 로마 시대에 봉급으로 주었던 소금 등 주식과 먹거리에 얽힌 이야기는 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생활하고 일하는 곳, 문화공간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는 처음 언급한, 제국주의 식민지가 만들어준 동물원, 열강들의 잔치였던 만국박람회,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던 아파트 등을 다룬다.

 

동양에서는 지혜가 뛰어나고 인간에게 호의적인 동물로 여겨진 문어와 오징어가 왜 게르만족에겐 기피 대상이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종교적인 배경에 있었다. 유대교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한 음식에 대한 금기가 있었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수중 동물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어패류는 모두 금기 대상이었다. 때문에 문어, 오징어뿐만 아니라 새우, , 조개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새우, , 조개 등은 그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구실을 붙여 금기 대상에 제외되었다. 그로테스크한 생김새 때문에 여전히 오징어와 문어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것 같다. 이미지도 호색한, 난폭한 동물이라고 부각되었고 노르웨이에선 크라켄이라고 하여 대형 문어의 모습을 한 괴물을 전설에 등장시키기도 하였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흥미롭다.

 

요즘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출근할 때도 스킨, 로션 외에 색조화장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과거의 화장과 멋내기는 모두 종교의식과 전투의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대의 기록을 보면 그리스인들을 제외하고 모든 민족이 파우더, 향료, 안료로 열심히 몸을 치장했단다. 특히 눈은 마음의 창이란 말대로 정성스럽게 화장하기로 유명했다. 이집트의 상류층은 눈 주위를 반짝거리게 하는 아이 글리터를 붙였고, 이집트 여성들은 눈썹을 밀고 코르를 사용해 떨어져 있는 눈썹을 하나로 이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조금씩 들어온 화장술은 고급 창녀에 의해 정착했으며 그녀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몸에 향료를 바르며 입의 구취를 없애기 위해 방향유를 입에 머금고 혀로 굴리다 뱉어내어 좋은 냄새를 풍겼다고 한다. 최초의 구취 방지제인 셈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인 듯하다.

 

간략하면서도 재밌게 설명해주어 읽는 독자들의 눈을 이끌어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삽입된 250여 개의 도판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알아두면 좋을 의식주의 처음들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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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7주년 기념 양장 에디션) - 쉽게 상처받고 주눅 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회복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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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오랜만에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들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로 시작하는 가사는 마치 시와 같이 느껴졌다. 계속 곱씹어보니 내 속엔 나도 모르는 내면의 비판자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를 갉아먹고 위축시켰다. 남의 인정을 갈구하는 가 비판자로 인해 진실된 로 대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며칠 전 부부싸움을 하고 배우자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날 거부하고 비판한다고 생각했다. 자존감이 낮아졌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갑자기 소화가 안 되고 심장이 크게 뛰었다. 고혈압과 위장 장애, 심혈관 장애 등 자존감이 낮아질 때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몇 년간 준비하던 시험에 결국 합격하지 못하면서 그 실패와 좌절이 나를 더욱 낮아지게 만들었다. 어린아이는 부모가 과하게 제지하거나 과잉보호를 할 경우 모두 약하고 무력하며 열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후자인, 부정적인 상황을 아예 차단해주는 과잉보호는 실패라는 좌절과 실망은 겪지 않았지만 성공 경험도 없으므로 건강한 자신감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러 경험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 책에서 제시한 자기존중, 내면의 비판자를 다루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우린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그랬듯 나 스스로를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 여기고 대한다면, 즉 조건 없이 받아주며 사랑한다면 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스스로를 가장 좋은 친구로 대하며 좋아하는 것. 나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는다면 실패와 좌절, 또는 상대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책은 나 자신과 진정으로 화해하는 방법으로써 내면의 비판자를 길들이는 26가지 연습을 자세히 제시해주었다. 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중단시키고, 존중하되 무시하는 방법, 나의 부정적인 면과 화해하고 장점을 발견하는 법 등을 알려주었다. 비판자는 이식된 존재라는 것, 어린 시절 내 안에 눌러앉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 안에 들려오는 비판자의 목소리에 대꾸하지 말고 설득하려고도 하지 말자. 때로 나의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더라도 이런 특성이 언제나, 어디서나 나타남이 아님을 주의하자. 비판자는 늘 나의 결점과 실수를 질타할 테니 나 스스로 약점과 실수를 용서한다면 비판자의 권력은 줄어들 것이다. 여러 가지 연습 중에 나의 강점과 긍정적인 면을 의식하는 것, 두 세 살적 내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찾아 그 꼬마가 내 안에 있음을 깨닫고 연대감을 느끼는 것, 마음에 들고 입었을 때 기분 좋은 옷을 입으며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등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난 불완전하지만 사랑받을 만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쉽게 주눅 들고 상처받지 않도록 내면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자. 무엇보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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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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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막연히 작가를 동경해왔다. 어릴 때도 가만 보면 가장 많이 받은 상장이 독서, 또는 글쓰기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어린이신문에 나오는 독후감 대회, 백일장에도 수두룩하게 참가했고, 꽤 기억에 남는 건 6학년 졸업 직전 국회의사당에서 받았던 전국 편지쓰기 대회 예절상이었다. 그때 난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아주머니에게 드릴 편지를 썼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국문학과나 문창과 출신도 아니고 지금도 작가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날 행복하게 한다.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15년간 100권의 책을 출간한 정명섭 작가는 오늘의 제목대로 계약서를 쓰기까지의 여정과 방법을 가감 없이 알려주었다. 읽으면서 내가 몰랐거나 궁금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간혹 책의 저자가 직접 자필로 쓴 메모를 발견하거나 출판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의 안내연락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그 인연의 끈을 놓기 싫어 연락처를 잘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언젠가 나도 혹시 투고를 하게 될 거란 생각에.

 

무작정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본 경험은 없고, 그 대신 여러 공모전을 통해 나의 글을 확인받곤 했다. 그런데 몇 번의 서평 도서에선 저자가 직접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던 경험을 에세이로 펴낸 책도 읽은 기억이 난다. 국밥집을 운영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도 신춘문예에 계속 도전하고 있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으로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최근 알게 되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엔 시나리오 작법이나 각종 공모전, 집필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고민과 질문을 갖고 있었다. 오늘 읽은 책도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놉시스 제출을 요청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결말까지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든지, 투고 원고는 워드 대신 아래 한글로 작성하라든지, 투고하는 해당 출판사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출간일 순과 판매량 순을 보라든지 말이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선 소재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정확한 자료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인터뷰라든지 부정확한 인터넷 자료보단 다른 루트로도 자료를 찾아 교차검증을 꼭 하라는 당부도 와닿았다. 자료를 조사하며 쾌감을 느낄 정도로 대박 날 것 같은 소재를 발견하면 그것을 설명하고 싶은 요구가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길어지면 독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자료 조사를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높이려는 목적을 전도하지 않기를. 조사의 보상심리가 커지면 설정병과 본전병에 걸린다고, 저자는 귀띔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계약서를 쓰는 방법이다.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들을 소개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저작권. 출판사가 갖는 저작재산권 중 배포권은 독점적으로 넘겨주는 대신 작가는 인세를 받는다. 물론 배포권은 영구적이 아니기에 기간을 설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작가는 원고를 계약 기간 내에 출판사에 넘겨주어야 한다.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출판사의 수정 요구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문구도 대개 들어가 있다. 어느 업계에서도 이렇게 헌신적으로 작가를 도와줄 스태프를 찾긴 쉽지 않을 터. 편집자, 마케터 등의 출판사 직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을 잘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출판사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겠다. 투고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므로 작가는 책을 내기 위해 계약서를 쓰는 법을 잘 알아두어야겠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은, 작법서를 찾아보는 노력만큼 출판사와의 협업인 계약도 중요하게 생각하길 바라 마지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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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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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자는 우리 아이가 요즘 부럽다. 똥만 잘 싸도 칭찬받던 나의 이 시절이 그립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해 그 괴리감에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책임질 일이 많아지면서 그 무게감에 압도되어 힘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그렇다. 내 안엔 아직도 어린아이가 남아있는데, 어쩌다 어른이 된 어른이인 내 모습을 마주하며 방황하는 중이다.

 

오늘 읽은 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대변했다.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맞다. 나아가 놀고 싶은 의욕도 안 들 때가 많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번아웃인가? 요즘 체력이 딸리니 마음까지 지치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완전한 나의 존재를 들여다보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라는 첫 글에서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어느 날의 내 모습과 오버랩된 것 같아서. 백수일 때 커피숍에서 제일 싼 음료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체크카드에 얼마가 있는지 몰라 잔액 부족으로 뜰까봐 식은땀이 났던 그녀의 경험은 나 또한 동전 한 푼이 아쉬웠던 그날의 사건이 떠올라 울컥했다. 생산적인 벌이 없이 부모님의 피만 빨아먹는 뱀파이어같았던 그 때. 물론 지금 밥벌이는 하고 살지만 쓴 커피처럼 마음 또한 쓰라렸던 지난날이 있었다.

 

마음이 가난해질 때 서점에 간다는 그녀는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 때가 취준생 시절이었다고 한다. 나도 대리만족을 할 듯이 방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었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그 활자들이, 작가의 경험들이 내 것이 되는 것마냥 읽고 또 읽어 공허함을 메우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도 난 마음이 가난하다. 정확히 말하면 아프다. 이럴 땐 건강한 글을 읽고 체하지 않게 꼭꼭 싶어야 하리라. 글은 힘이 있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칼처럼 찌르고 베기도 한다.

 

인간은 모두 별로입니다란 제목의 글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인간이고 똑같이 별로이다. 사실 착한 줄 알았던 내 자신도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땐 못된 사람 못지않았다. 자만은 착각을 동반하며 상대에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기에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어제 신랑과 말싸움을 하며 인신공격을 하길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비꼬듯이 반박하지 말라고 말이다. 마음을 차분히 다잡고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의 지적에 난 인정하기보다 합리화시키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대화는 상대에게 아니꼬운 변명과 대꾸로 들렸으리라. 아직 풀리지 않은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내가 참 별로다. 열을 받을 대로 받아 뜨겁게 올라간 마음을 차갑게 진정시키는 나만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비법을 발견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은 감정의 온도가 뜨거워 나조차 데었으니까.

 

부담 없이 책을 넘겨 읽어가면서 나와 같은 저자의 마음에 위로도 되고 반성하게 되는 면도 있었다. 오타투성이지만 백지보다는 낫다. 인간은 실수투성이며 그것을 통해 성장한다. 다만 반복을 줄이고 내게 주어진 한정된 인생이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날 사랑하는 성의 있는 태도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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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요괴 보랏빛소 그림동화 16
김명희 지음, 간장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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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요괴

 

내가 제일 가기 싫은 병원은 치과다. 치과에 들어가면 나는 특유의 냄새와 입을 벌리면 입 속으로 들이닥치는 윙 소리 나는 기구들은 너무 싫다. 어른이 되었고 아이를 낳았지만 산부인과보다 치과가 더 무섭다. 그렇기에 아이와 치과 가는 것도 꺼려져 양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직 유치지만 빠질 이라고 해서 썩게 놔두면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요즘 고래밥이랑 짱구 등 과자 먹는 걸 좋아해서 단 음식을 먹은 뒤엔 이를 더 꼼꼼하게 닦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양치질을 매우 싫어한다. 뽀로로가 양치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를 닦아보기도 하고, 강제로 눕혀놓고 팔을 잡으며 울고불고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이를 닦이기도 했다. 도무지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직 가장 늦게 나는 어금니 4개가 나지 않아서 이가 나려고 양치만 하면 더 아픈가? 라는 생각도 하지만 애초부터 아이는 양치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이를 콕콕 찌르는 콕콕벌레를 잡는다는 콘셉트로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처음엔 충치요괴의 등장에 겁을 먹는 듯 보였다. 등장인물인 주안이의 잇속에서 발견된 하나였던 충치요괴가 점점 늘어나더니 앞니와 어금니를 파먹고 커다란 구멍을 내었기 때문이다. 주안이처럼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지만 이 닦는 것은 싫어하는 우리 아이의 이도 이럴까 봐 오히려 내가 겁이 났다. 주안이의 볼이 크게 부을 정도로 치통이 심해져 결국 치과에 가는 장면에선 한숨이 나왔다.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이의 양치습관을 제대로 길들여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에선 의사선생님이 구멍 난 이를 깨끗이 메워주고 이 튼튼 삼총사를 선물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칫솔, 치약, 치실이다. 이 든든한 삼총사가 주안이와 함께 하니 충치요괴들은 흥! 하면서 터덜터덜 주안이를 떠나갔다. 특히 치실의 중요성은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어 요즘 애용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어릴 땐 칫솔질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칫솔로도 안되는 입안의 찌꺼기를 치실이 해결해주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에게도 올바른 치아 관리법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줄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올바르게 양치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함께 양치질을 시도해봐야겠다. 주안이의 깨끗해진 잇속처럼 우리 아이의 입안에도 충치요괴가 떠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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