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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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생소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저자의 의도가 느껴져 감사했다. ‘왜 결혼했는가, 어떻게 이혼절차를 끌고가야 하는가라는 두 질문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글인 <결혼진술서>는 저자의 처절한 반성문이라고도 서술했다. 저자의 경험에 관한 성찰의 기록인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떤 갈등이 시작되었으며 어쩌다 파탄에 이르게 됐는지 제3자인 타인도 알아보도록 일목요연하게 써야 하는 설명문일 수도 있다. 마치 약 100여년 전 공개된 나혜석의 이혼고백장이 비슷하다면 비슷할까?

 

저자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결혼진술서를 쓰는 일보다 고통스러운 글쓰기는 없었다고 고백했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이혼예능(이를테면 결혼과 이혼사이, 우리 이혼했어요 등)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혼이 우리네 곁에 아주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문제라는 반증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정직하고도 이성적으로 써야 하는 곤혹스러운 글, 결혼진술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결혼생활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이혼을 겪고 나서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붙은 이 책을 펴냈다. 마치 한꺼번에 몰아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결혼진술서는 저자의 사생활이 드러날 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결혼진술서를 공개하며 작성 방법, 내용 등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무조건 이혼을 권유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결혼생활의 유지와 이별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울지 가늠해보고 비교해보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서 그들이 받을 상처와 아픔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거리두기로 자신을 바라보기를 시작으로 진술서를 쓰기 위한 기초훈련, 즉 문장력과 근육, 담력, 상상력 등의 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진술서 쓰기의 난점, 이혼재판의 오해들, 결혼이라는 현실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서술했다. 씁쓸하고 삭막한 기분도 지울 수 없다. 이 에세이를 통해 이혼 과정을 진행하게 되면 써야 하는 결혼진술서라는 존재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 문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헤어지려면 자신과 먼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알려주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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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걷는사람 시인선 79
최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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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일상의 언어로 먹먹한 삶의 슬픔을 그려낸 시인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병일 시인의 해설대로 마치 저공비행을 하며 마주친 삶의 얼굴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시인이 버린 다 쓴 비닐팩 물티슈 뭉치들을 하나둘 거두어 다시 개켜 놓는 엄마의 모습, 일회용 접시들을 씻어 서늘하게 말리고 있진 않는지 <그게 얼마나 한다고>라는 제목의 시를 읽는 순간 파리해진 손이 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허리 한 번 펴기 힘든 파출이모들에 대한 단상 또한 여느 흔한 주방의 아주머니들이 생각났다. 그릇들을 닦고 쟁이면서 ‘그냥 한번씩 버는 재미죠’ 라는 대답이 왠지 슬픔이 유쾌하게 오버랩되는 기분이 들었다.


시집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에서는 최명진 시인이 등단 후 오랫동안 공백을 거쳐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발간한 시의 언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배치된 <첫눈>은 아내 몰래 50만원을 드려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시인의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환각을 주의 깊게 포착해내고 있’다고 진단한 이병일 시인은 이 세상의 가장 한심한 것들이 시를 이루게 하는 힘임을 이야기하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에 흠뻑 취해볼 것을 독자에게 권했다.


난 시들 중에서도 <비빔밥>이라는 시가 가장 와닿았다. 화가 난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가 입안 가득 비빔밥을 밀어 넣으시고 목멘 입으로 뭐라고 뭐라고 하신다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일상에서 한번쯤은(혹은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진 않은지 자조했다.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걸까. 그 말을 비빔밥으로 집어 삼키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게 한 편의 비극같이 느껴진다. 


시를 통해 역시 시인의 시선은,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것을 지극한 마음에 담아 담백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드릴 만하다. 함께 시인이 부르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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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말들 - 불안이 익숙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시게타 지음, maru(마루) 옮김 / 스테이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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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나 자신에게 먼저 자기돌봄의 말들을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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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말들 - 불안이 익숙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시게타 지음, maru(마루) 옮김 / 스테이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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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말들

 

한때 프리허그가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자신이 길거리에서 스스로 프리허그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한 사람을 안아주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의미를 지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우리가 우리를, 또는 상대를 안아주는 방법은 로도 가능하다. 상냥하고 따뜻한 말들을 통해 자기를 돌보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독자를 다독이고 안아주고 있었다.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펼쳐도 무방했다. 괴로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지금의 고민을 시간에 맡기는 것, 나에게 상냥해지는 것, 어울리고 기대고 받아들이는 것,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는 것,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으로 주제를 나눠 불안이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말들이 포진되어 있다.

 

저자가 초등학생이었던 막내아들과 겪었던 태산나무 묘목 에피소드는 절망의 끝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온 사람을 대입하여 고유의 빛이 나는, 단단함이 특징인 사람을 잘 그려냈다. 매년 꺾였다가 자라고 또 꺾였다가 자라기를 반복하는 태산나무의 성장을 마치 자식처럼 지켜본 저자는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내온 사람보다 고난을 겪고 차례로 극복하며 필사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알찬 인생을 극찬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졌을 때는 반드시 상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문제가 해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급함 때문에 관계를 그르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용서하는 사람은 용서받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습니다>의 제목의 글엔 타인의 사소한 단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마음속으로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남에게 매우 엄격하고 비판적이라면 장기적으로 자신이 더 괴로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향해 내뱉은 비난의 말이 자신까지 가두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관계는 매한가지. 사람에게 다정하면 상대도 다정하게 대해주며, 용서하는 사람은 용서받는다.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 밖에도 <감정을 문장으로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됩니다> <긍정적인 혼잣말로 자기암시를 하면 상황은 분명히 달라집니다>가 눈에 띄었다. 긍정확언 영상을 일부러 보면서 따라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일맥상통하는 행위같다. 긍정적 생각과 나의 소망을 끊임없이 상상한다면 자기암시의 역할을 통해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에너지가 된단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에게 먼저 자기돌봄의 말들을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타인을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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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만 - 고민 속에서 헤매는 당신을 위해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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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만

 

요새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한숨을 내쉬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고민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서평 도서로 고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만을 만났다. 길을 잃고 헤매는 내 모습의 본질이 무엇인지 실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은 총 6장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었다.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고민한다는 1장부터 고민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고민 속에 비밀스러운 바람이 담겨 있다, 고민을 위한 고민이 되풀이될 뿐이다,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야 고민에서 벗어난다를 비롯해 마음이 성장해 온 역사를 이해한다는 6장까지. 고민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고민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면 고민의존증에 해당하는데 이는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무의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축적된 분노와 증오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고민은 치유에 해당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나 또한 고민이라는 행위를 통해 무의식에 내재된 그러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말했다. 분노는 정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정당성이 없을수록 분노는 과장되고 피해는 강조된다. 피해 의식 또한 공격성이 변장을 한 심리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억압된 분노와 적대감이 질병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고 이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네들의 모습이다.

 

한편 타인에 대한 험담과 불평은 감추어진 분노가 뇌의 편도체에 쌓여있음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과거에 표현할 수 없었던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노의 감정이 형태를 바꾸어 발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힘들다고 하면서도 희생적인 역할에 매달리는, 일종의 현대판 아틀라스라 불리는 이들은 불행 의존증을 가지고 있는데, 도움이 되었을 때만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끼기에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느끼는 불행한 사고방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감추어진 분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는 것이라 했다. 원인을 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이 고유의 존재라는 자각과 통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되면 인생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과 상대를 복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상대를 올바르게 이해하여 상대에게 너그러워지기를 바라본다.

 

고민의 이면에 우리의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는지, 본질에 대해 살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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