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둘로 갈라진 날 책고래마을 45
이은선 지음 / 책고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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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둘로 갈라진 날



 

아름다운 숲에 살던 동물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화산이 불덩이를 토해낸 후 산이 무너지고 물이 거꾸로 솟았다. 땅은 둘로 갈라졌고 서로 점점 멀어졌다. 차갑게 얼어붙은 서쪽의 땅에 있던 동물은 추위를 막기 위해 점점 온몸에 털이 수북해졌고 열이 식지 않도록 눈,,귀가 작아졌다. 뜨겁고 건조한 동쪽의 땅에 있던 동물은 먹을 것을 잘 찾도록 눈이 커지고 열을 식히기 위해 귀도 커졌다. 모두들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둘로 둘로 갈라진 땅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동물들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리곤 새로운 땅에서 예전처럼 다시 함께 살았다.

40페이지에 달하는 양장본 <땅이 둘로 갈라진 날>4~6세용 우리나라 그림책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참 심오했다. 헤어진 동물들이 다시 만나는 단순한 구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된 자연환경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생명력을 지닌 동물들의 모습을 대비해 그려내고 있다. 동물들의 변화된 모습을 비교할 수 있도록 트레싱지에 동물들의 모습을 인쇄하여 일러스트에 직접 대입해볼 수 있어서 시각적인 효과도 두드러졌다. 이은선 작가님의 그림 색감이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밝고 깨끗한 색을 입혀 따스함과 희망을 추구했다. 둘로 갈라진 땅은 비단 자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의 인공적인 이별을 떠올리게도 만들었다.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다시 만난 동물들처럼 이전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의 그림책을 통해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환경 파괴의 절망스럽고 자괴감을 갖게 만드는 여느 책들보다 더욱 경종을 울리며 임펙트있게 다가온 것 같아 인상깊다. 더불어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명력이 인간을 반성하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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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글 좀 쓰고 올게 - 블로그를 통해 나를 찾고 꿈을 키우는 엄마들의 성장기
권인선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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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글 좀 쓰고 올게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쩌다 엄마가 된 나는 이전보다 더 전투적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육아 때문인지 새로 결집된 가족때문인지 매일 처음 겪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다보니 몸과 마음도 예민해져만 갔다. 블로그에 끄적인 글을 보아도 간절히 치유를 바라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나만의 심리적 안전지대에서 뱀이 허물을 벗듯 나를 내놓고 쓰기 시작한 글은 기쁨도 아픔도 함께 존재했다.

 

오늘 읽은 책 <엄마 글 좀 쓰고 올게>는 블로그를 통해 나를 찾고 꿈을 키우는 엄마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라는 공통점과 해결되지 않은 결핍을 가진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원앤원에서 같은 마음을 담고 서로의 성장에 발판이 되고자 했다. 8명의 저자가 공저한 책이라 다양하지만 모두 공감되는 글들로 읽는 이로 하여금 위로를 주었다. 나도 대나무숲처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깊은 고민과 아픔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베껴 쓰듯 써내려간 공간 블로그가 있기에 저자들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아이를 둘 낳아 기르며 지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은 보이지 않는 구멍을 가진 고무장갑이었다는 이,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볼 수 있게 시야를 넓히게 해준 존재는 바로 아이라는 고백을 하는 이, 머릿속 생각을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고 무거운 것들을 비워내고 있는 이, 인생에 뜻하지 않은 소나기가 퍼부었던 날, 그녀들이 열어놓은 큰 원 원앤원에서 가끔은 찌그러진 원으로, 가끔은 덜 닫힌 원으로 소리 없이 울고 웃던 이 등등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엄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그동안 무수히 찍었던 점들의 빈틈을 메꾸어, 두껍고 튼튼한 선이 그려지도록 돌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라는 윤소진님의 글이었다. 그 돌봄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며 자신을 만난다면 더없이 행운이겠지. 나 또한 스스로를 돌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나보단 타인을 먼저 생각했던 지금까지의 모습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혼자 숨죽이며 우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소리 내어 울어도 돼라는 제목의 황주미님 글은 나의 고통을 이제는 토해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나부터 소중히 대하라는 아이의 말에 앞만 보고 달리느라 보살피지 못한 내 몸 구석구석에 따스한 기우니 감돌았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돈다.

 

블로그 글쓰기는 (비공개든 아니든) 강력한 치유와 성장의 힘이 있음을 믿는다. 나를 마주하며 나의 두려움과 직면하는게 글쓰기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는 누군가의 글이 와닿는다. 서평을 끝내고 당장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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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꿰뚫는 일상의 심리학 - 한 권으로 통달하는 심리의 세계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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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꿰뚫는 일상의 심리학

 

서문에서와 같이 이 책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온갖 기괴한 심리 현상을 소개한다. 단지 단편적인 심리 법칙 몇 가지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 심리와 관련된 최신 연구 결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64가지를 망라했다. 여기서 알게 된 쿨레쇼프 효과, 오컴의 면도날, 말피리 효과, 굿맨 효과, 레이니어 효과, 디드로 효과 등 다양한 심리학 용어가 등장해 지적인 욕구도 충족되었고 흥미롭게 읽었다.

 

구소련의 영화감독인 쿨레쇼프는 소련의 배우 모주힌의 무표정한 표정을 클로즈업해 촬영하고 영화 속 컷과 편집하여 세 개의 장면을 만들었다. 촬영 내내 모주힌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영화 속 컷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달라졌다. 즉 같은 컷을 두고도 그 전후에 어떤 이미지를 보여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므로 관객이 보는 것은 컷 속의 장면이 아닌 자신의 연상된 심리가 스스로에게 투사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쿨레쇼프 효과인데, 결국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다. 사람은 본래 이성적이지 않고 수많은 감정 요인이 사람의 인지 결과에 영향을 미침을 깨달았다. 책은 이렇듯 각 효과를 설명하며 페이지 말미마다 별난 심리연구소라는 꾸러미로 요약을 해주고 있다.

 

또 인상적이었던 심리효과는 바로 굿맨 효과였는데 부제는 침묵할 줄 알아야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다였다. 침묵을 아는 사람은 의사소통 중 조용히 브레이크를 걸 수 있고 자신의 진짜 생각과 의도를 숨김으로써 시기가 무르익을 때 한 번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어디서든 누구와 소통하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침묵이라 말할 수 있다. 침묵은 경청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경청할 줄 모르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고 침묵할 줄 모르면 타인의 말을 효과적으로 경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침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알 수 없었던 괴상한 심리들이 사실은 마음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었다. 스스로 어딘가 모자란 행동을 하고 있다면, 또는 과하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리 법칙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라.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심리의 세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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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등이 피었습니다 - 제45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샘터어린이문고 74
강난희.제스 혜영.오서하 지음, 전미영 그림 / 샘터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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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등이 피었습니다

 



45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이 3편 실려있는 오늘의 동화책 <특등이 피었습니다> 은 등이 튀어나온 할아버지와 손자 준이의 이야기를 비롯해초록이와 광명이라는 남한, 북한 아이의 만남, 연두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과 그를 손자로 여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세 주제 중에 제일 마지막 <연두색 마음>을 제일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할머니의 손자가 된 로봇이라니. 왠지 생경했지만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반품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다시 상자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전원을 꺼야만 한다는 연두의 독백이 새삼 슬퍼졌다. 웃음을 통해 전해지는 할머니의 행복한 마음을 입력하고 배우며 마음이 자라나는 연두. 웃음소리를 분석해 서로에게 맞장구 치는 웃음이라 친밀감이라고 입력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진돗개 호야와 대화하면서 기분 나쁜 감정도 새로운 감정이라 입력하긴 했으나 배우고 싶지 않았다는 솔직한 심정의 연두. 호야 말대로 할머니가 호야 할아버지랑 호야랑 함께 산다면 쓸모없어진 자신을 반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 빗물이 고이는 것처럼 슬픔이 모여들었다는 문장이 마치 로봇이 사람과 똑같아보여 이상하고도 복잡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의 미래가 이 동화책의 내용과도 같을 것이라 예상되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앞서 장애를 가진 할아버지의 사랑과 편견 없이 광명이를 대하는 아이를 보면서 동화책에 담긴 결핍과 힘듦이 그 자체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희망과 치유를 발견하고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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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과 나누고 싶은 질문 25가지
정한욱 지음 / 정은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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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과 나누고 싶은 질문 25가지란 부제답게 수준높은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함께 주일학교를 다녔지만 성인이 되고 이내 교회를 떠난 내 친구에게 들었던 의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는 여기 적혀 있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다. 딸이 질문하고 아빠가 답변하는 다정한 형식의 이 책은 성경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양한 기독교 교양과 지성을 대입해놓고 있었다. 서문에 저자는 자신의 대답이 기존 기독교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꽤 발칙하게 여겨질 것이라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읽었던 책들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아 각 장 말미에 주제의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놓기도 했다.

 

나도 모태신앙이지만 딸의 질문과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저자가 어떤 대답을 해주는지. 예를 들어 하나님아버지라고 하는 말에 대해 어떤 이단은 하나님어머니라는 말을 쓰기도 해서 왠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했다. 굳이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을 안 쓰면 논란도 없을텐데 하나님의 성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로 하나님에 대해 올바로 말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저자의 답변은 신학 언어의 본질인 유비로 해석해 풀어주고 있었따. 하나님과 아버지는 의미있는 존재적 연속성을 공유하고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고대 근동 사회에 한해서지만. 한편 또 다른 신학의 언어론 오히려 은유의 언어가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피력한다. 아버지, 아들, 성령의 삼위일체를 어머니, 연인, 친구로 바꾸자는 어느 의견은 누군가의 느낌처럼 나 또한 이해는 하지만 불편하고 어색했다.

 

또한 교회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교회와 다른 생각을 펼친다면 단호하게 그것은 진리가 아닐뿐더러 기독교의 진리란 토론이나 논쟁을 할 수 없으며 선포될 수 있을 뿐이라는 내용에 대해 딸은 진리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독선과 아집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했다. 저자는 수사학을 설명하며 그동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수사학에 대한 비난의 대열에 동참해왔음을 이야기했다. 수사학이 궤변이나 거짓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바울 역시 수사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독교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는 우신예찬을 포함해 엄청난 명성을 얻은 인물이었는데 그는 무력이나 도그마 강요가 아닌 관용과 대화를 통해 인문학과 성서를 융합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가 살았던 종교개혁 시대에 그는 어떤 진영에 서기를 거부하며 방관자로 생을 마감했는데 저자는 그를 언급하며 우리의 미래가 에라스뮈스의 후예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저자 자신도 지도자가 누구든 단 하나의 진리만이 모든 사람에게 강요되는 나라엔 살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게는 열정보다 지성, 확신보다 회의, 순수한 신앙보다 폭넓은 신앙이 지향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전과 철학을 아우르는 책들로 밀도있는 대답을 선사한 아빠인 저자에게 우선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모든 의견 중 동조할 수 없거나 불편한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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