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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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회복을 말하는 시대적 텍스트

 

법상 스님의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단순한 위로의 산문집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시간의 감각을 매개로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더 깊게는 현대 사회가 놓친 가치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만드는 철학적 텍스트에 가깝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성과 중심적 시간관을 매우 강하게 요구한다. 학교·직장·가정뿐 아니라 자기계발의 영역까지, 삶의 모든 순간이 미래의 효율·결과·가치로 환산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재는 종종 통과해야 할 시간또는 더 나은 결실을 위해 마땅히 희생되어야 할 시간으로 격하되고, 개인의 내면은 만성적인 피로와 압박, 불안에 의해 잠식된다. 법상 스님은 바로 이 지점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책에서 가장 일관되게 강조되는 메시지는 현재는 업신여김당하는 시간이라는 통찰이다. 저자는 우리의 시선이 늘 미래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더 나은 조건과 더 나은 나를 위해 지금을 소비하는 구조를 경계한다.

 

이 점은 현대 심리학과 사회학의 담론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미래 지향적 효율 중심의 자기 서사’ ‘성과 우선주의’ ‘비교 문화의 내면화이 세 요소가 결합되면 개인은 지금 여기에서의 안정과 만족을 상실하게 된다. 저자는 불교적 관조의 언어로 이를 설명하지만, 그 메시지의 본질은 심플하다. 바로 현재를 잃은 사람은 미래에서도 안정과 행복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현대적 의의는 바로 이 지점, 현재 회복이야말로 심리적·정서적 번아웃의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는 주장에 있다.

 

저자는 성장·성취·계획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다림의 방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다음 결과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현재의 고통을 정당화하고 자기 학대를 정상화하며 성취 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를 낳는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전환이 바로 기다림의 놓음전략이다. 이는 방기나 포기가 아니라,

과열된 삶을 제 온도로 되돌리는 일이다.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현재 중심적 주의전환을 통해 불안을 낮추는 기법과 유사하다.

 

, 이 책은 단순한 마음 수련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 구조 속에서 망가진 시간 감각을 재조직하는 실천을 제안하는 셈이다.

 

책의 여러 장은 현대인들이 겪는 긴장 상태를 매우 정밀하게 포착한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쉬면 뒤처진다는 공포,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목표 달성 중심의 자기 가치 판단, 이 모든 감정은 현재를 잠식하는 대표적인 불안 요소다. 저자는 이를 몸과 마음이 늘 경계 태세로 살아가는 상태로 규정하며, 그 원인을 지금과의 단절에서 찾는다.

 

이 시각은 노동·교육·가정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책이 지닌 현대적 시사점은, 단순히 개인에게 멈추라고 권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속도와 효율의 규범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책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사랑자비는 불교적 가르침이지만, 현대의 고립된 인간관계 구조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관계의 소모화, 정서의 과잉 소비, SNS 중심의 얕은 연결, 돌봄의 개인화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스님은 나 아닌 존재를 돌보는 행위가 결국 나를 구원한다고 말한다. 이 진술은 윤리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타인을 돌보는 행위는 자아를 안정시키고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연구들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전통적 가치인 자비를 현대의 고립 구조 속에서 새로운 치유 전략으로 재해석한다.

 

회복멈춤은 최근 몇 년간 여러 분야에서 주요한 화두가 되었다. 팬데믹을 거치며 일상의 속도가 재정의되었고, 많은 이들이 번아웃과 탈진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 사회는 다시 과속을 요구하고 있다.

 

법상 스님의 이 책은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이라는 시간의 회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적 가치가 크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왜 항상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삭제하는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나를 희생하는 방식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사랑과 자비, 자족과 현재의 감각은 어떻게 현대인의 삶을 다시 구성할 수 있는가?

 

책은 구체적 처방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하지만 단단한 결론을 건넨다. 지금을 되찾을 때, 비로소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바로 그 결론이다.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특정 종교의 교리를 넘어, 현대인의 시간 감각·관계 구조·삶의 속도를 진단하는 매우 현대적인 성찰의 기록이다. 이 책은 개인적 위로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시점에서 새롭게 비추는 사유의 텍스트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 질문과 마주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살아야 할 미래만을 좇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남긴 울림이, 바로 이 책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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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근력 - 기적의 저속노화 근력운동 프로그램
이금호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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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저속노화 근력운동 프로그램 100세 근력

 

이금호 트레이너의 기적의 저속노화 근력운동 프로그램 100세 근력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근력 관리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단순히 운동 동작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근육 감소의 생리학적 근거·생활습관의 문제·자기 몸을 관리하는 전략적 사고까지 아우르는 책이라 한국 독자의 현실에 특히 밀착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근손실은 이미 20대 후반부터 시작된다는 기본 전제를 제시한다. 이는 세계 보건기구(WHO)와 여러 의학 논문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사실이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노화라는 단어를 60대 이후의 문제로 오해하는 것과 달리, 책은 노화의 실제 출발점이 훨씬 빠르며, 근력은 소모품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펼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근력의 개념을 평생 자산으로 재정의한다는 점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의지와 습관을 통해 적정 근육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단지 건강 유지 차원을 넘어 일상·직업·감정 안정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특히 40대 이후 근육량 감소 속도가 급격해지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면서도,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를 잃지 않고 있다.

 

책은 크게 첫째 근육과 노화의 상관관계, 둘째 자세 바로잡기, 셋째 통증 안녕 스트레칭, 넷째 집·공원·헬스장 등 장소별 운동법, 다섯째 실천 계획과 루틴화 전략으로 나뉜다. 특히 운동 별로 따라하기 쉽게 삽입된 QR 코드 운동 영상이 큰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독자가 혼자 따라 하기 어렵다는 기존 운동서의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로, 동작의 정확성을 확보하고 부상 위험을 줄인다. 책이 제안하는 동작 대부분이 초보자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전문 강사의 지도 없이도 접근성이 높다.

 

저자는 운동을 의지력의 산물이 아니라 기술적·기계적 방식으로 자동화해야 할 생활 루틴으로 규정한다. 책 곳곳에서 어렵게 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하게 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는데, 이는 최근 행동경제학·습관 과학에서 강조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현대 한국인의 노동 형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오래 앉아 있는 직장군, 다른 하나는 오래 서 있거나 반복적 동작을 수행하는 서비스·교육·육체 노동군이다. 이 두 부류 모두에서 통증·부종·자세 불균형·근력 약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과 사무직 노동의 확대와 함께 거북목, 허리 디스크 전조, 손목·팔꿈치 및 손가락의 염증, 발목 무릎의 기능 저하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통증요소가 되었다. 책은 만성부종을 포함하여 현대인의 고질적 통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이를 단순 통증이 아니라 근육의 구조적 붕괴가 시작된 신호로 해석한다.

 

책은 통증을 단순히 해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이 통증이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원인 규명 및 해결책 제시를 망라하는 총제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손목 통증의 배경에 각 근육의 용도에 따르지 않은 사용이 여타 근육에 무리를 준다는 식의 설명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점은 기존의 홈트 서적이나 통증 가이드가 개별 증상만 조각처럼 다루던 방식과는 구별된다.

 

책 제목만 보면 중장년·노년 독자가 대상 같지만, 내용의 중심은 실제로는 30대 후반~40대 독자다. 20대 후반 이후 근손실이 시작되고, 40대 이후 가속화된다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이미 시작된 늙음을 미리 다루는 전략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책이 가지는 현대적 의의가 또렷해진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이다. 과로와 피로를 훈장삼아 일하는 우리나라에서 Z세대도 통증과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 노동 환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장시간 노동, 과로, 돌봄 부담, 앉아 있는 시간이 급증한 IT 기반 업무 패턴 등 이 모든 조건이 겹치면서 조기 근손실 세대(sarcopenia generation)”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 책은 그 흐름을 정확히 타겟팅한다.

 

그러므로 100세 근력은 노년을 위한 책이 아니라 현대인의 중·조기 노화 대응 전략서로 읽는 편이 더 적합해 보였다.

 

책은 전반적으로 운동 초심자인 내게는 매우 활용도가 좋았으나, 균형을 위해 몇 가지 객관적 한계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운동 난이도 스펙트럼은 초보자 중심에 맞춰져 있어 중급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QR 코드와 기본 스트레칭은 초보에게 최적화되어 있으나, 중급 이상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또 영양·수면·회복 등 근력 관리의 다른 축이 부록으로만 다뤄져 있어서, 운동 외적 요인에 대한 설명이 다소 단편적이다. 마지막으로 근육 수치 변화에 대한 계량적 기준이나 근거 자료가 제한적이다. 실천 방법은 구체적이지만 측정·평가의 과학적 기준은 매우 간단한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대상 독자층이 운동 초보자임을 고려할 때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기적의 저속노화 근력운동 프로그램 100세 근력은 단순한 운동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맞이한 중·조기 노화 현상에 대한 실천적 답안지이며, 운동을 노화 방지 기술이자 생존 전략으로 재정의하는 안내서다. 통증과 피곤을 나이 탓으로 돌리던 관점을 버리고, 근육을 체력·정신 건강·업무 지속력·돌봄 능력의 토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30~50대 독자에게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공한다.

 

현대인의 과로, 돌봄, 불규칙한 노동 환경 속에서 근육은 더 이상 여분의 선택지가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임을 일깨워준다는 측면에서 100세 근력은 단순 운동서의 범주를 넘어 미래 건강을 위한 행동 매뉴얼로 읽힐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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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최신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조인혜.주예지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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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수필·비문학

: 미래 학습자로서의 독서, 구조로 사고하는 힘

 

 

창비의 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수필·비문학은 단순히 청소년을 위한 읽기 자료집을 넘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독해 능력이 무엇인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이지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텍스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교과서는 학습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점검선이며, 학생들이 세상을 어떻게 읽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장치다. 그렇기에 교과서에 실린 글을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수험생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점이었다. 수능 국어는 감정이 아닌 구조로 읽는 시험이다. 그러려면 문단의 목적, 전개 방식, 주제 연결, 논리 구조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 실린 수필·비문학 제재들은 분량은 짧지만 구조적으로 매우 정교하다. 주제 제시, 사례, 전개, 전환, 결론이라는 흐름이 명료해, 독해의 기본골격을 연습하기 매우 적합했다.

 

책은 자아 탐구, 소통, 사회 참여,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네 갈래로 구성돼 있다. 특히 마지막 파트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수험생의 사고 확장에 좋은 제재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야구 선수들이 눈 밑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는 이유」 「국수가 잔치 음식이 된 까닭」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대한민국에서 사과가 사라진다이런 주제들은 과학·문화·사회 현상을 간결하게 구조화해 보여준다. 이는 수능 독서 영역에서 요구되는 정보 통합 능력과 거의 동일한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셉테드(CPTED), 못생긴 농산물의 재활용, 기자들의 서술어 선택 방법과 같은 제재는 사회적 관점을 확장시키면서도 문단 구조가 분명해, 독해의 감을 잃은 수험생들이 재정비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깊게 다가온 글은 1부의 수필 아무도 특별하지 않습니다였다. 이 글은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기 자비를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늘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외부 기준 속에 살아왔다.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나 자신을 꾸짖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면화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는 말은,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고통받고 있다는 뜻인 것처럼 내게 다가왔다. 글은 내게 칼날처럼 와 닿았지만, 동시에 해방감에 가까운 위로였다. 우리는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각자의 속도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자기 자비는 선택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는 단순히 교과서의 확장판이 아니다. 이 책은 다음 세대 학습자에게 다음과 같은 독서 능력을 훈련시킨다. 첫째 주제-전개-결론의 구조적 사고력, 둘째 비판적이고도 유용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 셋째, 사회를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 넷째 짧은 글 속에서 핵심을 추출하는 능력, 다섯째 자기감정과 사고를 재정비하는 메타인지, 이는 모두 수능 국어뿐 아니라, 앞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결국 이 책은 청소년에게는 교과서의 확장, 성인에게는 현대의 독해를 다시 배우는 작은 훈련장이 되어주고 있으며 수험생에게는 독해 감각을 되찾는 재부팅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과도한 일상 속에서 짧은 글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혹은 수험 국어의 구조적 독해를 재정비할 때, 이 책은 그 어떤 문제집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 근력을 길러준다.

 

교과서는 무거운 책이 아니다. 교과서는 모든 공부의 시작이며 끝이기에, 너무 어렵고 힘들어 피하고 싶은 책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 책은 교과서 속의 글들에 대해 다시 읽기의 기쁨을 알려주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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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 AI부터 우주까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과학기술 트렌드 5
전승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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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를 읽고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다가오는 변화의 구조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미래 기술서이다. 이 책은 앞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분야를 인공지능, 반도체, 화학 석유 등 에너지 전환, 바이오, 우주 산업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 소개서가 아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였듯, 이 책을 통해 독자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로서 대한민국과 개인으로서의 나는 어디에 서있으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질문에 극히 현실적인 답을 제시한다. 분명 그것은 희망적이기도 하나, 동시에 매우 냉정하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가 놓여 있는 현재를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변화의 서곡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이 변화 앞에서 어떻게 해야 승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분석을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가 다양한 기술적 발전과 기업의 행보를 통해서 보여주었듯 한국은 반도체와 정밀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능력과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분야가 국가 산업 구조를 떠받치고 있다. 배터리와 에너지 전환도, 세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에 이어 빠르게 발전중이고, 극심한 출산율과 세계 유래 없는 고령화 속도로 인하여 로봇 AI의 도입과 자동화가 자연스러운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같은 이유로 노동력 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 문제는 기술을 다룰 인재의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 역시 안고 있다. 또한 AI 헬스케어와 바이오 기술의 상용화로 고령화 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한국의 교육체제는 철저하게 입시형으로,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방해가 되고 있다. 또한 과도한 규제 문화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여, 속도전인 딥테크와 바이오,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로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위치는 애매하다.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소수의 나라보다는 기술적으로도, 인재풀의 측면에도 밀리고 있으며, 물량 수주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노동력을 자랑하는 나라들에게 쫒기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기술에 뒤처지면 국가 단위로 몰락할 수 있음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국가적 측면에서의 거시적인 시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전략서로도 느껴졌다. 책이 다루고 있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사회는 인간의 역할을 재편하고 있다. 더 이상 인간은 노동력만으로는 살아 갈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식 축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 추론력, 변화하는 미래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밀공학과 반도체의 미래를 통해 알 수 있듯 미래의 우리나라는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조정밀 기술 사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기에, 기초 과학 역량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도태되지 않는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특히 인류의 모든 기술은 최종적으로 의료와 바이오 산업으로 전환된다는 표현처럼 생명과학과 의학의 가치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전통 사업이라고 느낀 에너지 화학 분야는 국가 시스템 유지의 핵심 인프라이며, 우리의 삶의 상당부분을 석유 화학 분야가 연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 산업 분야도 발전 속도로 미루어본다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며, 관련한 기술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기술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다.” 이라는 전제 아래 집필했음을 분명히 해두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기술 변화는 더 이상 전문가나 기업, 혹은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다루는 다섯 가지 핵심 영역에서의 변화들은 개인의 생존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인공지능이 확산되고, 자동화가 사회에 정작되면, 사람의 역할은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지금보다 더 작아지고, 더 빨라질 것이며, 지구의 정치지형은 산업의 발달에 발맞추어 바뀔 것이고, 바이오의 발전은 더 이상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식량, 환경, 소재 분야 전체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 분야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다시 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주 산업 분야는 개개의 민간 기업의 프로젝트가 아닌 수많은 나라와 기관, 기업들이 동참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이 되었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듯, 이 다섯 가지 변화와 무관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내게 이 책은 지식 획득이 아니라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보았다. 첫째 AI 활용 능력은 추후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든 필수적 생존 기술이 되었다. 더 이상 기술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대한 민국처럼 자동화가 빠르게 뿌리 내리고 있는 사회에서 기술과 친근하지 못한 사람은 연령 불문하고 도태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또한 기술 변화를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파도로 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저자가 다루는 변화들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바이오 발전, 우주 산업은 기본이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사회구조적인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나만의 초개인 브랜드가 필수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이 글, 그림, 영상 등을 만드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더 빨리, 더 대량으로 비슷한 결과물을 산출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기계와 차별화된 개성과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인공지능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도가 높으며 활용 능력이 출중하되, 인간적인 윤리 감각, 감정통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합적 판단 능력이 가미된, 자동화가 어려운 업무가 될 것이다. 기술이 모든 영역을 동력으로 삼는, 구조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결국 기계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끊임없이 학습하는 머리와 가장 인간다운 마인드를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어떤 기술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미래 전략 필독서였다.

 

#세종서적 #2026테크놀로지시프트 #미래기술 #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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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 지금 시작하는 목표 설계의 비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장원철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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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Success) 실패의 구조를 해부하고, 장기 목표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학적 지도를 얻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좌절과 번아웃의 해였다. 그러나 실패의 순간은 언제나 자기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석세스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이 책은 단순 동기부여 지침을 넘어, 목표 설정·실행·지속의 전 과정에서 인간이 흔히 범하는 인지 오류와 심리적 함정을 구조적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실패가 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학술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패턴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본래 추상적 사고에 치우친 사람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구체적 시나리오를 그리기보다는, 상징·이미지·미래 비전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고, 감정적 동력, 즉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강하게 의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 기반 동기화(Affect-driven motivation)’라고 부른다. 긍정적인 감정은 단기적으로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속성·정확성·오류 교정 과정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 쉽다.

 

책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나는 다음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다.과도한 낙관주의적 편향(Optimism bias):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근거를 압도해 버리는 경향과 간극 인지(Gap Perception)의 약화: ‘이상적 나현실의 나사이의 현실적 거리 측정 실패, 그리고 평가형 목표(Evaluation goal) 선호: "합격"이라는 이분법적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 정확성보다 속도 중시: 빠른 진도, 빠른 성취, 빠른 변화에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장기 플랜, 특히 1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 학습 목표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성공 심리학은 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초기 기대치의 현실화간극의 정확한 측정을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을 사실상 무시한 채 감정적 낙관의 에너지로 장기전을 수행하려 했다.이는 결국 필연적으로 과로 통제력 붕괴 미루기 자기혐오 번아웃이라는 악순환 회로를 촉발했다.이 책의 학술적 강점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패턴을 인지과학적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이론 중 하나는 자기적합적 목표(Self-concordant goals)’이다., 목표 자체가 사회적 기준이나 평가받기 위한 기준 기반 목표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가치·능력 구조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나는 올해 수의대 준비를 하면서합격이라는 성과를 통해 무가치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형태의 평가 기반 목표(Evaluation goal)를 설정했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평가 기반 목표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크다. 압박감 증대에 따른 자기통제력 감소, 스트레스 반응 활성화에 따른 목표 수행 지속력 저하, 단기 보상에 의존함으로써 장기적인 동기 붕괴, 마지막은 자기 비난 루프 강화이다.

 

반면 성장 기반 목표(Growth goal)어제보다 문제 하나 더 깊게 이해하는 것”“매일 작은 학습 루틴을 완성하는 것처럼 행동 기반으로 세분화된 목표이다.나는 성장형 목표를 설정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평가형 목표의 포장된 형태에 불과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여기서 이 책은 매우 학술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행동 실패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실패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심리학적 이론과 뇌과학과 행동과학에 기반하여 설득력이 높게 느껴졌다. 내 수험 실패를 불러온 다음 요인들, 피로 누적,감정 변동성,즉각적 보상에 대한 의존, 추상적 계획의 반복,에너지 저하에 따른 자기통제력 붕괴, 이 모든 것은 인지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장기 목표의 실패는 대부분이시동동기(Initiation)’가 아닌지속동기(Maintenance)’에서 발생한다는 심리학적 통찰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시동동기는 강하다.새 계획을 세우고, 야심적 목표를 만드는 데에는 뛰어나다.하지만 지속 단계에서 감정 기복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흐름을 잃곤 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이 제안한 해결책은 매우 실용적이었다. if-then 실행 계획(Implementation intention), 상황 단서 기반 습관 설계,에너지 관리 기반 행동경제학적 방법,장기 플랜의 인지적 재보정이 부분은 실제로 수의대 준비라는 장기전에서 결정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장기전에서는 누구나 다음과 같은 오류에 쉽게 빠지곤 한다. 지금의 나를 미래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예상하는 오류(선형성 착각), 과대기대 후 좌절하는 진폭 모델, 초기 의욕이 지속될 것이라는 감정적 착각, 미래의고난을 과소평가하는 낙관적 편향. 하나 같이 내가 겪은 문제점들이었다. 특히 나는 속도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장기전에서는 이 성향이 오히려 번아웃을 가속화하는 독으로 작용했다.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를 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성공의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렌즈로 내가 겪은 실패를 객관적·구조적·인지과학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고,너무 빠른 속도를 요구했고,내 성향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의 힘으로만 달렸다. 그러나 장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설계·현실적 목표·심리적 기술이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내년은 단순히 더 열심히 하는 해가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더 정확하게, 더 자기 이해 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석세스는 그 설계를 위한 학술적 지도를 제공해 준 책이다.올해의 실패를 뼈아프게 돌아보던 내게, 이 책은 인지구조를 짜는 데 필요한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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