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대한 저의 감상은 몇 개의 "어?"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첫번째 "어?" : <가슴을 찌르면 알라뷰가 나온다>얼핏 보면 마치 19금 야설 같아서 흥미를 팍 떨어뜨리는 제목이죠. 하지만 과감하게 책장을 펼친 독자들은 곧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남주와 여주는 모두 황폐한 어린 시절 때문에 결핍되었고 자존감이 낮죠. 타인과 진실된 관계를 맺는데 서툴기만한 두 사람이 어찌어찌 만나 사고를 친(?) 후 그저 그런 섹파로만 관계를 지속하는데요. 그러나 이 둘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을 애써 숨기고 감정에 초연한 척 합니다. 사실 두 사람은 너무나 상대방에게서 진심의 <알라뷰>를 듣고 싶은 거고 너무나 상대방의 마음을 갖고 싶은 거죠. "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의아한 제목은 이렇게 두 주인공의 결핍과 열망을 동시에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인 것입니다.두번째 "어?" : 여주의 직업로설에서 남주와 여주의 계층 차이를 강조하여 관계성에 흥미를 주기 위해 흔히 택하는 여주의 직업은 남주의 비서죠.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여주의 직업을 여기에서 더욱더 열악하게 만듭니다. 남주 회사의 청소부로요. 그 결과 여주가 남주에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리감, 열등감, 그리고 피해의식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으며 로맨스는 더더욱 절망적이고 안타깝고 애절해지는 거죠.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매운 맛에 청양고추를 더 첨가한 레시피라고나 할까요.세번째 "어?" : 빌런이 이야기에서는 섭남이나 섭녀의 역할이 미미합니다. 대신 역대급 빌런이 등장하죠. 찐사이코패스로요. 대체로 로맨스물에서는 빌런들의 악행이 좀 순화되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 이야기의 빌런은 그야말로 마음껏 온갖 악행을 저지릅니다. 특히 여주에게 저지른 짓은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로설 중 역대급 악행이었네요. (부들부들부들…)역시나 믿보 함초롱님의 작품답게 완전 잼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 독자의 편견을 여러모로 멋지게 깨부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우선 <황제의 애인이 살해당했다>라는 제목만 봤을 때 그저 그런 중세 탐정물인 줄 알고 기대를 접었었죠. 하지만 정체는 제국의 경무부와 황실 정보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격 수사물! 여주가 제국의 수도에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떠오른 건 '탐정 보좌?'였죠. 홈즈와 왓슨이 생각나서요. 그런데 여주의 직업은 현대의 법의학자와 같은 시신 검안 수사관... 황제의 살해당한 애인이 남자라고 했을 때 '황제의 취향이…?'라고 의아해했지만 황제는 여성이었… 저도 젠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네요. 그리고 과연 수사물에서 로맨스가 가능한지 의문이었지만 사건 추리와 함께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로맨스도 얼마든지 가능한 거였네요. 결국 필력의 문제였어요!!! 편견에 찌든 독자에게 뒷통수 맞는 재미를 준 이 이야기는 여주의 관점에서 1인칭으로 서술됩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주의 감정 변화가 약간 급발진인 것처럼 보이네요. 하지만 외전에서 이런 아쉬움이 좀 해소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여주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덕분에 미스테리가 더 은밀하고 흥미진진해진 것 같습니다. 진짜 잼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