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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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최초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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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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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는 흔히 알려져 있듯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이야기은 옛날 것 같지 않은 남다른 세련됨을 과시한다. 이 것은 일종의 신화이지만,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스 로마 신화로 따진다면 신들의 탄생 설화보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보는 듯 하다.

 이 이야기는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야생에서 자라난 엔키두와 제국의 왕인 길가메시의 대립을 자연 대 문명의 대립으로 보는 해석도 있지만(편자인 N.K 샌다즈는 이러한 해석을 해설에서 언급했다), 내가 보기에 이 대립은 인간과 짐승의 대립, 인간의 존재론에 관한 것 같다. 여기서 엔키두는 창녀와의 성관계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로 변화하는데, 성관계가 새로운 생명(삶)을 탄생하게 하는 창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장면의 의중이 드러난다. 즉 이 작품은 인간의 경계를 '살고 죽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후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완전한 짐승인 훔바바와 대립한다. 그러나 훔바바가 있는 땅은 샤마시의 땅이며,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찬 땅이다. 훔바바는 길가메시와 엔키두에 의해 죽임을 당할 뿐, 자연적으로 죽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길가메시와 엔키두, 즉 인간은 짐승(훔바바)과 신(샤마시) 사이에 있는 존재일 텐데, 양 끝의 두 존재들은 영원한 삶을 살지만 그 사이에 있는 인간은 죽는 존재인 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죽음은 인간만의 특성이며, 따라서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 되는 것이다.

 또한 죽음은 급작스럽게 고개를 내밀며, 인간은 그것을 예측하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는 오직 인간들만이 꿈을 꾼다. 인간들은 그것을 해몽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다르게 말해서 인간은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직 꿈의 해몽을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엔키두는 갑작스레 여신의 저주와 신들의 심판을 받아 죽게 된다. 여기서 엔키두는 자신을 인간으로 만든 창녀를 저주한다. 그러나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창녀를 축복한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엔키두는 인간으로써의 숙명에 괴로워하지만, 죽음의 직전 그 숙명을 기뻐하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죽음에 가서야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친구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만이라도 죽음을 피하고자 한다. 그는 인간의 숙명을 뛰어넘으려고 한다. 영원한 삶을 향한 그의 여정은 후반부에 매우 장엄하게 그려진다.

 그는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인간을 찾는다. 그는 성경의 '노아'에 해당하는 인물로, 인류를 멸망시킨 거대한 대홍수를 방주를 만들어 피한 인물이다. 그는 신들의 축복을 받아 영생을 얻는다. 그러나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일반적인 지상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죽음의 강' 너머에 살고 있다. 그는 태양신이 움직이는 곳에 살고 있다. 그렇다. 그는 일종의 신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이 되지 않는 한, 영생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길가메시는 이것을 깨닫지만, 신이 되기 위해 잠을 버텨보려 한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여기서 잠은 잠시 동안의 죽음이다. 잠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인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처참히 실패한 그는 완전히 비참한 마음이 되어 고향에 돌아가 죽음을 맞는다. 젊음의 약초를 얻어 그것으로 젊을을 되찾으려고도 하였지만, 그것 또한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는 인간의 특성으로 인해 뱀에게 도둑맞는다.

 이 작품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가장 원초적인 문제를 죽음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골똘히 들여다 본다. 그 성찰의 논리는 깊지 않지만, 이 장엄한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이 질문에 마음을 담글 수 밖에 없다. 이 전승을 전하며 수메르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작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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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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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타일의 가출 또한 지금은 환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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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7
이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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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주제를 아동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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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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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지만 방향을 모르겠는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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