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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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그렇게 내몰린 존재인 그리핀은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분리시켜 버린다. 그러나 투명인간이든 아니든 그는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일 뿐이다. 그를 향한 끝없는 몰아세움은 결코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에 분노하고 그 분노는 그의 욕망을 일깨운다. 사실 투명인간이 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욕망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난에 그쳤었다. 그의 욕망을 표출하도록 한 결정적인 주범은 '자유'가 아닌 '분노'였다. 작품의 모든 장면에서 그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는 분노했을 때이다.

 그리하여 그는 보이는 존재들과의 전쟁을 개시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수의 공격에 눌려 패배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투명인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장면은 상당히 씁쓸하게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존재, 즉 소외된 존재들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 후 모습이 돌아오고, 보이게 된다. 웰즈는 이 장면을 통해 소외된 자들이나 소외되지 않은 자들이나 결국 같은 인간이라고 역설한다.

 에필로그를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리핀과 마찬가지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인 마블은 그리핀과 마찬가지로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투명인간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소외된 자들은 여전히 세상 끝으로 몰리며,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분리시키려고 한다. 이 순환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인가.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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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전집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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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색 연구(1887)>와 마찬가지로 <공포의 계곡(1915)>은 2부 구성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2부 구성은 주홍색 연구처럼 단순하지 않다. 주홍색 연구에서 사용된 2부 구성의 경우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긴 배경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물론 공포의 계곡도 그렇긴 하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두 챕터가 서로 닮아있다. 두 챕터가 모두 더글러스(맥머도, 혹은 에드워즈)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버미샤 계곡에서 더글러스가 맥머도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연극은 일당을 체포하며 끝난 줄 알았으나 영국에서의 살인사건을 통해 그 연극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쩌면 더글러스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공포의 계곡'은 이러한 가면, 페르소나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면에서 '벗어나려' 하는 자가 더글러스라면, '벗기려'하는 자가 바로 홈즈이다. 이 둘은 그런 가면, 즉 알을 깨기 위해 안과 바깥에서 노력한다. 이는 <데미안(1919)>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포지션, 즉 줄탁동시()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코난 도일은 모리어티를 통해 더글러스를 죽임으로써, 헤르만 헤세와 정반대로 그런 노력을 조롱한다. 모리어티가 마지막에 홈즈에게 보낸 메시지는 탐정으로서 홈즈가 해왔던 일들 전체를 조롱하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의미심장한 이유는 '셜록 홈즈 시리즈' 자체가 코난 도일에게 연극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을 걸쳐 홈즈를 죽이고 싶어했다. 사실 모리어티는 그런 연극을 끝내기 위해 기용된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끝나지 않는 '공포의 계곡'이었다. 다시 셜록홈즈를 되살리며 코난 도일은 그런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설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포의 계곡>은 셜록 홈즈 시리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그 전에 등장했던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리어티 교수(마지막 사건), 2부 구성(주홍색 연구), 암호 풀이(춤추는 인형), 불가능한 범죄(얼룩 끈), 도입부에서 물건을 통한 추리(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등등.



이런 세상에, 홈즈 선생님, 이런 세상에!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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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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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추리과정은 완벽하다. 수학의 연역법과 귀류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으며 허점이 거의 없다. 직관을 통해 반전을 꿰뚫어보아도 논리적 연결성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한다. 이러한 절대 이성과 대비되는 것이 해터 가문의 광기다. 이 괴상한 가문은 앨리스의 모자 장수만큼의 광기를 풍긴다. 순수 이성의 탐정 드루리 레인은 이 광기와 맞닥뜨리게 되고, 이를 냉철하게 풀어나간다. 그러나 그럴 수록 레인은 점점 우울과 고뇌 속으로 빠져든다. 이성과 광기의 만남에서 피어난 고뇌, 그것은 정의에 관한 고뇌였다. 이런 정의에 관한 고뇌가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 것인가. 일찍이 광기와 맞닥뜨리고 고뇌에 빠져든 것은 요크 해터, 즉 Y였다. 그리고 그 고뇌는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소설의 끝부분, 레인의 결과는 매우 모호하며 잘 드러나지 않는다. 레인의 결과, 아니 우리의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정의에 대한 고뇌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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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르루, 노란 방의 미스터리 세계추리베스트 10
가스통 르루 지음, 오준호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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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막스가 나오기 전까지 이 소설은 추리문학이 아니다. 여인을 쟁탈하기 위한 기사(Knight)들의 싸움이며 헬레네를 차지하기 위한 구혼자들의 이야기다. 이성(조셉 룰르타비유)와 감각(프레드릭 라르상)이 그 사이에 걸터있는 존재(마틸드)를 두고 싸우지만 결과는 그 사이에 걸터 있는 또다른 존재(로베르 다르작)로 향한다. 사이에 걸터 있는 존재들은 평소에는 이성이 지배하나 사건이 시작되자 감각에 무릎을 꿇는다. 이성과 감각으로 모두 파악할 수 없었던 초자연적인 사건과 범인의 정체는 감각, 즉 라르상이었고 보호처럼 보였던 감각은 쟁취를 위한 것이다.

 클라이막스가 드러나고 소설이 추리문학으로 바뀌며 룰르타비유는 그 감각을 이성의 수레바퀴에 집어넣고 말지만, 결국 감각을 놓아주고 감각(검은 옷의 향기)을 그리워한다.

 감각, 혹은 감정을 이성의 하위에 놓지만 결국 감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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