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한글깨치고리뷰쓰기 (한깨짱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프리카인.</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12 Aug 2026 11:16:09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한깨짱</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07.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한깨짱</description></image><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신약의 전쟁 - [신약의 전쟁 -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권 경쟁과 K-바이오의 생존 전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40375</link><pubDate>Sun, 09 Aug 2026 1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403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014&TPaperId=174403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3/61/coveroff/k90213701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014&TPaperId=174403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약의 전쟁 -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권 경쟁과 K-바이오의 생존 전략</a><br/>윤태진 지음 / 바다출판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바이오하면 개잡주 냄새가 심하지만 대한민국의 두 번째 성장 동력은 제약일 가능성이 높다. 신약 개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생산이다. 삼성이 바이오로직스를 시작한 건 수십 년 간 웨이퍼를 갈고닦아 만든 초미세공정 기술 덕분이다. 분자의 크기가 대충 0.1~1nm쯤 하니 트랜지스터를 3nm 간격으로 배치하는 삼성전자의 기술은 가히 분자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분자를 조립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건 제약이니, 안 할 수가 없는 거지.<br>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제약의 경계를 넓혔다.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던 비만은 이제 질병으로 인정된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사람에게 "그러게 자가 면역 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라고 말하지 않듯 이제 비만인에게 보내던 비난의 눈초리는 세심한 진단으로 변했다. 살 빼는 약은 비만 '치료제'가 됐다. 전자는 식단과 운동을 견딜 의지가 없는 사람이 선택하는 꼼수지만 후자는 정당한 처방이 된다. 약을 먹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암을 이길 의지가 없어서 항암제를 처방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br>제약 BD라면 이점을 반드시 파고들어야 한다. 이미 있는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민망할 정도로 정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더 좋은 건 질병을 창조하는 것이다. 긴장과 소화불량, 게릴라성 똥마려움은 불안장애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10년 안에 질병이 될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언컨대 '노화'다. 노화를 치료하겠다는 야심만만한 회사를 눈여겨보라. 당신에게 부와 영생을 가져다줄 테니까.<br>&lt;신약의 전쟁&gt;은 제약 BD가(Business Developer) 쓴 책이다. 단순히 제약 산업을 소개하는 걸 넘어 약의 기전과 무려 무려 BD 실무지침서까지 담았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약의 기전이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데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어떤 회사가 생산에 강하고 또 어떤 회사가 신약 개발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건 덤이다. 회사명이 그대로 나온다.<br>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알파고의 창조주 데미스 하사비스였다. 구글의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하며 남는 시간에 취미 삼아 연구하던 결과물이 이뤄낸 성과였다. 그의 연구는 제약 업계를 송두리째 뒤집어놨는데 수년에 걸치던 단백질의 구조 규명을 몇 분 만에 밝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약의 기전은 단백질의 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데미스 하사비스의 도움을 받아 치료제의 후보 물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사비스는 2억 개에 달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모두 밝혀 무료로 배포했다.<br>그러니 여러분이 AI에 투자하겠다며 팔란티어나 앤트로픽, 스페이스X만 보고 있다면 이 쪽으로도 눈을 돌려보기 바란다. 제약과 AI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 회사와 그런 제약사에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원래 이런 얘기를 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이런 쪽으로 빠지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3/61/cover150/k90213701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36119</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글 - [보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27884</link><pubDate>Sun, 02 Aug 2026 09: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278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4278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off/89374774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4278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글</a><br/>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세상에는 집어삼켜야 할 게 너무 많다. 살려면 많은 걸 삼켜야 한다. 음식 얘기가 아니다. 분노, 시기, 질투, 나를 싫어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숨기고 싶은 것들, 없애고 싶은 것들. 먹다 보면 체할 때도 있다. 체하다 보면 삼켰던 게 다시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나온 것들은 들어갈 때보다 더 끔찍해 보인다. 그러니 뭔가를 삼킬 땐 각오해야 한다. 다시는 꺼내지 않으리라. 끝까지 소화시켜 없애리라.<br>이 일이 생각처럼 잘 된다면 사는 데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대로 들고 갈 수도 있고 같이 선 사람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대부분 고통을 불러일으키지만 가끔, 아주 가끔 마음에 쌓인 눈을 녹일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br>&lt;보글&gt;의 두 자매는 삼키는 걸 아주 잘했다. 둘이 뺨을 맞대고 무언가를 삼키기로 마음먹으면 두 입이 합쳐져 엄청나게 커졌고 많은 걸 삼킬 수 있었다. 때로는 엄청나게 큰 걸 삼키기도 했는데 그럴 땐 입이 찢어지지 않도록 주변에 바셀린을 발랐다. 먹고 나면 이상한 것들이 나올 때도 있었다. 온몸 여기저기에 수포 같은 게 생기고, 터지면 무언가가 나왔고, 심으면 악취가 심한 열매를 맺었다. 언니는 이런 게 나올 때마다 전부 갈아서 없애버렸다.<br>자매는 엄마가 죽고 고아가 될 뻔했지만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할머니에게는 안정적인 직장과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집안 여기저기 똥을 싸고, 자매를 못 알아보기 시작하고, 그래서(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다) 죽여버렸다. 집에 돌아온 언니가 봤고, 언니에게는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자매는 오한과 경련, 메스꺼움을 견디며 생각했다.<br>다시는,다시는,먹지 말자,인간을,인간은.(p.77)<br>사람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순한 고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뒤에 나오는 게 문제였다. 동생의 물집이 터지면서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사람이 나왔다. 사람은 쭉쭉 커서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사람은 점점 자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럼 별 수 있나. 다시 삼키는 수밖에. 다시는, 다시는, 인간을 먹지 말자 다짐했으면서도.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합쳐서 크게 벌어지던 입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br>어른이 되면 알아야 한다. 세상은 나 혼자고, 모든 걸 내 힘으로 해야 한다는 걸. 이것이 성장이고, 철이 든다는 것이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쩌면 인간의 외로움은 성장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온 게 아닐까? 꾸역꾸역 슬픔을 삼키고, 눈물을 가두고, 어깨에 메고, 등에 지고, 침묵하는 것. 어른이라면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들. 이 모든 게 우리의 오해는 아니었을까?<br>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지를 깨닫는 것이다.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도움을 청하는 것, 함께 해결할 사람을 찾는 것. 그러니 이제 무작정 삼키는 일은 하지 말자.<br>우리는 어른이니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150/89374774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229225</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후의 마지막 잔디 - [오후의 마지막 잔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12091</link><pubDate>Sun, 26 Jul 2026 07: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120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3&TPaperId=174120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5/37/coveroff/k4421387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3&TPaperId=174120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후의 마지막 잔디</a><br/>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하루키는 영원히 현재에 머물러 있다. 1949년 생 작가에게 이것은 힘일까 독일까. 하루키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현재로 느껴질까? 그럴 거라고 믿는다. 그의 소설이 전하는 상실, 인과 없는 미끄러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허물을 벗고 변태 하는 경험. 이것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흉터이기 때문이다.<br>하루키가 좋은 점은 이 흉터를 요란하지 않게 여겨서다. 아, 이거 얼마 전에 좀 다쳤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 뒤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내리꽂는 태양에 구름은 잔잔히 흐르고 침묵은 길어지지만 어색함이 끼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의 영혼은 어딘가 틀어져 있다. 원래 향하던 방향에서 조금 어긋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여전히 똑같이 흘러간다. 하루키는 기본적으로 그 똑같이 흘러가는 세계를 기술한다. 벌어진 영혼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미묘한 감정을 그 위에 섬세하게 내려놓는다.<br>나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그의 이야기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한 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그림이 비어있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lt;오후의 마지막 잔디&gt;와 함께 가기에는 너무 거칠다. 이 소설은 이렇게 뾰족하지 않다. 대충 그린 것처럼 보이는 멋있음이 아니다. 깎아넣은 정교함이다. 하루키 단편의 맛은 거기서 나온다. 까다롭지 않아 보이지만 지은 사람은 대단히 까다롭게 단어를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 붙인 것이다. 이음새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게, 마음을 하나도 거스르지 않게, 그래서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어울리는 건 하루키의 에세이다. 그의 에세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담지 않으니까.<br>&lt;오후의 마지막 잔디&gt;는 1982년에 나온 소설이다.하루키는 영원히 현재에 머물러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5/37/cover150/k4421387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453714</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동기의 해부 - [동기의 해부 - 이상한 자들의 이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99505</link><pubDate>Sun, 19 Jul 2026 0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995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034764&TPaperId=173995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7/61/coveroff/k8820347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034764&TPaperId=173995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동기의 해부 - 이상한 자들의 이유</a><br/>존 E.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김현우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12월<br/></td></tr></table><br/>&lt;동기의 해부&gt;는 &lt;마인드 헌터&gt;의 존 E. 더글라스가 지은 책이다. &lt;마인드 헌터&gt;보다는 내용이 훨씬 풍부하다.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로 아주 좋고 범죄 소설을 준비 중이라면 여러모로 참고할 부분이 많다. 여기에 몇 가지 유용한 내용을 정리해 둔다.<br>피살자의 시체가 담요로 덮여있거나 얼굴이 가려져 있다면 범인은 죄책감을 느낀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는 범죄자라면 성격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용의자를 면식범으로 한정해 지인이나 이웃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소심한 성격일 수 있고 인간관계에 미숙한 외톨이, 주변에선 수줍은 사람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높다.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했거나 범인을 당황하게 만들어 벌어진 우발적 살인도 가정해야 한다.<br>범죄 수단도 아주 중요한 단서다. 총, 칼, 교살, 독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총, 칼, 교살은 범인이 피해자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저격 총이 아니라면). 반면 독살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죽이려는 사람의 눈을 바라볼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인의 성격과 동기에 큰 차이를 만든다. 살인범들은 피해자를 완벽히 통제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나아가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독살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br>독살은 좀 더 정교할 필요도 있다. 누군가의 음식에 독을 타거나 주사를 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접근했다 빠져나와야 한다.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관찰 가능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를 제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독살의 큰 장점이다. 독살은 여러모로 여성 살인범이 택하기 쉬운 수단이다.<br>범죄 현장을 묘사해 보자. 탁자 위에는 다 마신 오렌지 주스 병과 케이크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접시가 있다. 냉장고에는 정확히 한 조각이 반듯하게 잘린 홀케이크가 있다. 주스 병과 포크에서 피해자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걸 범인이 먹었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범인이 이 장소를 아주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범인은 아주 대범한 놈일 수도, 이게 첫 번째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쉽게는 이 집을 자주 방문했던 사람, 피해자가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br>도망자들은 자기에게 친숙한 장소를 은신처로 삼는 경향이 있다. 온 가족을 살해하고 도망친 가장은 자기가 어릴 때 살았던 지역,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했던 나라, 대학 시절을 보낸 곳, 아내를 처음 만난 도시, 군복무를 했던 지방 등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다시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아마도 망상이겠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면 범인은 아주 홀가분한 상태일 것이다. 살인으로 인해 범죄자의 삶은 다시 살아갈 에너지로 충만해진다.<br>살인에는 분명 트리거가 존재한다. 직장을 다니며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 모두가 동료를 살해하는 건 아니다. 삶에는 붕괴를 막는 여러 기둥이 존재한다. 피해망상에 낮은 고과 평가, 실직, 파산, 이혼, 공개 모욕, 묻지마 살인을 보도하는 뉴스, 그것을 주제로 한 영화 등이 겹쳤을 때 툭, 하고 끊어지며 와르르 무너진다. 안톤 쉬거처럼 순수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당신은 코맥 매카시가 아니다. 쌈마이가 되지 않으려면 얘는 그냥 싸패야라고 말하는 대신 인물을 다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lt;동기의 해부&gt;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7/61/cover150/k8820347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676195</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말뚝들 -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86924</link><pubDate>Sun, 12 Jul 2026 0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869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030327&TPaperId=173869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15/28/coveroff/k2620303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030327&TPaperId=173869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a><br/>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08월<br/></td></tr></table><br/>&lt;프라이스 킹&gt;의 농담 30%에 시의성을 70% 섞어 &lt;말뚝들&gt;을 만들어냈고 한겨레가 골랐다. 적절하다는 말은 참으로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다. 김홍 바모스!<br>나는 &lt;프라이스 킹&gt; 같은 소설을 좋아했다. 뼈대를 생각하기보다는 펀치 라인에 집중하는 이야기. 모르긴 몰라도 김홍 소설의 상당수는 단 1개의 문장에서 시작된 것들이 꽤 있을 것이다. 문장이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문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 이런 류의 소설은 확실히 장편에 취약하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미학자가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 '예술은 없어져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사라지는 것이다.'<br>펀치 라인이 너무 많으면 라인이 더 이상 펀치의 역할을 못한다. 농담은 길면 지루해진다. 그럼에도 이걸로 장편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던 사람과 작품을 언급해 보겠다. &lt;넛셀&gt;의 이언 매큐언, &lt;하이 피델리티&gt;의 닉 혼비, &lt;고래&gt;의 천명관, &lt;지구 영웅 전설&gt;의 박민규. 이 중에 작품으로 보면 첫 손에 꼽는 게 &lt;넛셀&gt;이냐 &lt;고래&gt;냐... 솔직히 &lt;고래&gt;는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레전드 오브 전설인데 작가가 물색없이 영화판을 기웃거리는 데다(그럴 거면 성공이라도 좀 하든가) 나의 &lt;뜨거운 피&gt;를 개망작으로 만든 죄까지 지었으니 &lt;넛셀&gt; 우승! 하지만 작가로 보면 고민할 거 없이 박민규다.<br>박민규가 &lt;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gt;을 표절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문학계는 좀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읽기 위해 편혜영이나 김애란만 찾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예전에는 정세랑도 있었는데 이 쪽은 거의 탑 텐처럼 돼서(나 탑 텐 진짜 좋아한다. 매년 텐텐 데이만 기다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탑 텐을 가지는 않잖냐) 맛이 좀 슴슴하다.<br>어쩌면 김홍이 박민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lt;프라이스 킹&gt;은 이런 류의 소설을 진지하게 사랑했던 사람이 읽기에도 좀 지나친 면이 있었다. &lt;말뚝들&gt;은 그 지나침을 70% 도려낸 소설이다. 그래서 뭔가가 보이고, 재미있게 읽었다. 중간에 지루한 부분들은 단첫문(단락의 첫 문장만 읽기) 신공으로 건너뛰었음을 고백한다. 그중에는 김홍이 벼르고 깎아 넣은 금쪽같은 펀치 라인도 있었을 것이다. 뭐, 미안.<br>&lt;말뚝들&gt;은 내가 아니라 우리 집주인(세대주)이 골랐다. 김홍 소설인지는 몰랐다. 마침 서점을 못 가 책이 떨어져 책상 가장 위에 있던 놈을 읽은 것이다. &lt;프라이스 킹&gt;을 읽은 내가 &lt;말뚝들&gt; 아래에 적힌 김홍을 봤다면 절대로 서점에서 데리고 오지 않았을 책이다. 인연이란 참 신기할 때가 많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15/28/cover150/k2620303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0152807</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불빛 없는 밤의 도시 - [불빛 없는 밤의 도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74420</link><pubDate>Sun, 05 Jul 2026 0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744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7189&TPaperId=173744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5/72/coveroff/k5321371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7189&TPaperId=173744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빛 없는 밤의 도시</a><br/>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편차가 심해 솔직히 좀 화가 난다. 첫 문장은 괜찮았는데 갈수록 이야기의 비약이 도드라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문제가 되는 놈들이 갑자기 죽거나 죽이면 다 마무리되고 뭔가 아쉽다 생각하면 에필로그까지 등장하는데, 이러면 좀 당황스럽다. 에필로그가 꼭 필요했다면 이야기 안에 녹이면 됐을 텐데...<br>정해연 작가의 책은 세 번째고 세 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lt;홍학의 자리&gt;가 99.99999999%의 지분을 차지한다. 셋 중 가장 짜임새가 있다. 아니 가장이라는 말보다는 유일하다는 말이 더 맞다.<br>&lt;불빛 없는 밤의 도시&gt;는 단편선이다. 1.6만 자로 제단 한 단편들이 아니었다는 점은 좋았다. 근데 실린 작품이 4개에 머물다 보니 조마조마한 마음이랄까, 다음 것도 이러면 2개밖에 안 남는데... 원인이 다른 초조함은 과연 스릴러를 읽는 새로운 이유가 될 수 있을까?<br>인생이 다 그렇듯 작가에게도 모든 작품은 펜을 놓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과정에 불과하다. 이번 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네, 다음엔 좀 더 잘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백지를 펼치는 태도를 존경한다. 지구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걸 제일 잘하는 것 같다. 꿋꿋이 이어지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지속 때문에 존경받을만하다.<br>정해연 작가의 이번 책은 새로 쓴 게 아니라 과거에 내놓았던 것들을 다듬어 재출간한 것이다. 아마 여기저기 이렇게 낳아 놓은 것들이 엄청나게 많겠지? 그것들이 힘이 되어 때로는 &lt;홍학의 자리&gt;로 피어나는 거니까, 나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사서 읽어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5/72/cover150/k5321371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157244</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고통 없는 사회 - [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59379</link><pubDate>Sun, 28 Jun 2026 08: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593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88355&TPaperId=173593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940/21/coveroff/89349883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88355&TPaperId=173593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a><br/>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04월<br/></td></tr></table><br/>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고통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이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lt;매트릭스&gt;의 아키텍처가 처음 만든 버전에는 고통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세상이 잘 돌아갈 거라 생각했지만 어쩐 일인지 인간은 모두 죽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의 디버깅을 거쳐 아키텍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완전히 똑같은 세계를 만들었다. 아키텍처는 네오에게 말한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현실을 인지한다'라고.<br>인간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줄곧 고통을 지배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중세 시대에 성행했던 고문은 고통을 야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는 전근대, 대한민국에서는 현대에도 널리 사용됐다. 군부독재 시기 이들은 고문기술자 혹은 고문전문가로 불리며 일종의 장인으로 대우받았다.<br>한국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고통을 구사하는 방식은 육체적 폭력에서 규율이라는 간접적 폭력으로 대체됐다. 이제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고문이 아니라 분위기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직감. 규율은 명문화된 지침으로 존재하지만 더 넓게는 불문율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정신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br>성과사회에 이르러 규율은 완전히 내면화한다. 외부에서 강요된 게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모든 게 가능한 사회에서 실패는 오롯이 자기 것이 된다. 내가 뚱뚱한 이유는 입맛을 조종하는 식품회사의 전략 때문이 아니라 자기 관리가 부족한 나의 게으름 때문이고 내가 가난한 이유는 구조적 불평등이 아니라 노력의 부족이다.<br>우리는 모두 자기 착취를 내면화했지만 거기에 고통이 없는 건 아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는 이 현실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우리의 행동을 바꿀 때가 왔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자각은 현재를 유지하려는 권력에게 치명적 위협이다.<br>고통은 혁명의 씨앗이기 때문에 부정하고 억압해야 한다. 의학과 심리학은 완벽한 부역자였다. 아픈 걸 왜 참아야 하나? 고통을 부정하라는 명령에 의학은 완벽한 해답을 내놓았다. 미국은 질릴 정도로 마약에 고통받아왔지만 최근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건 병원에서, 완전히 합법적으로 처방한 마약계 '진통제'였다. Painkillers kill people.<br>의학이 외과적 처방이라면 심리학은 정신적 처방이라 부를만하다. 오늘날 온 세상을 뒤덮은 위로와 긍정의 심리학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위로는 고통이 드러낸 현실의 결함을 가리고 그것이 분노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다. 긍정은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을 위한 처방이다. 긍정은 아주 교묘하다. 고통을 긍정함으로써 부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난은 기회다. 성공은 절박함에서 잉태된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꽃을 피우고 진주는 고통을 먹고 자란다.<br>여기까지가 내가 읽고 이해한 &lt;고통 없는 사회&gt;의 일부다. 이 책은 선언으로 가득하기에 전부를 이해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한병철의 문장은 자기가 깨달은 진리에 취해 듣는 사람이 이해를 하든 말든 쏟아내는 방언 같다.<br>오늘날 우리는 탈서사적 시대에 살고 있다. 이야기가 아니라 계산이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서사는 몸의 우연성을 극복하는 정신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이야기가 모든 병을 치유할 수도 있다는 벤야민의 생각은 일리가 있다.(p. 39)<br>고통 없는 사회에 왜 갑자기 서사가 나오고 발터 벤야민이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나도 엄청 애를 먹었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진단하는 제목에 깊이 깊이 깊이 깊이 깊이 깊이 깊이 공감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완독 하지 못했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940/21/cover150/89349883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9402113</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술사가 너무 많다 - [마술사가 너무 많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46334</link><pubDate>Sun, 21 Jun 2026 07: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463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222&TPaperId=17346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02/4/coveroff/k8221372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222&TPaperId=173463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술사가 너무 많다</a><br/>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04월<br/></td></tr></table><br/>마법을 쓰는 셜록 홈즈 이야기다. 물론 홈즈가 쓰는 건 아니다. 영원한 그의 조수 왓슨이 마술사로 등장한다. 로드 다아시와 마스터 숀 오로클린. 셜록과 왓슨을 빼다 박은 콤비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br>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방법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작가의 수만큼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 같다. 영화 &lt;스타 워즈&gt;는 제목부터 구린내가 진동하고 연출 수준이 심형래와 자웅을 겨룰 정도지만 그 세계관의 크기와 매력은 D-War가 넘볼 수 없다. 캐릭터는 죽고 에피소드는 망할 수 있어도 세계는 영원하다. 기다리면 &lt;만달로리안&gt;과 &lt;아소카&gt; 같은 게 나오는 것이다.<br>아가사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것도 세계다. 포와로나 홈즈의 무게를 이기고 고개를 돌리면 그 아래 놓인 땅이 보인다. 두 작가는 그런 살인과 그런 살인을 해결하는 탐정이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했다. 다른 말로는 '장르'를 만들었다고도 한다.<br>장르가 있기에 &lt;마술사가 너무 많다&gt;도 탄생할 수 있었다. 랜들 개릿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장르는 OS고 개별 소설은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잘 만드는 사람은 OS를 완벽히 이해한다. 이 소설에는 장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득하다.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그 마음까지 다가오니 뭐랄까, 친밀한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아는 이야기를 조곤 조곤 나누는 느낌이다.<br>나는 원래 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번 얘기했는데, 단어 하나하나에 부스러기처럼 흩어 놓은 단서를 꼼꼼히 따져가며 읽는 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탐정 소설의 살인 사건은 오직 그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만 해결할 수 있게끔 조작되어 있다. 장르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리겠지만.<br>460페이지가 순삭 된 이유는 '마술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장르에 첨가한 이 조미료 한 줌이 완전히 다른 맛을 냈다. 마스터 숀 오로클린은 오직 홈즈에게 조롱당하기 위해 창조된 것 같은 왓슨과 달리 명확한 역할을 갖는다. 심지어 그는 홈즈에게 월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킨다. 마술사의 힘이다.<br>매리언 짐버 브래들리는(나도 모르는 작가다) &lt;마술사가 너무 많다&gt;를 "판타지와 탐정소설의 가장 좋은 점만을 결합한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새로운 장르는 서로 다른 장르를 영리하게 결합하는 것으로도 탄생한다. 랜들 개릿은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소설로 OS를 만들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02/4/cover150/k8221372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020476</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종교란 무엇인가 - [종교란 무엇인가 - 종교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33546</link><pubDate>Sun, 14 Jun 2026 08: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335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121&TPaperId=173335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90/46/coveroff/k35213712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121&TPaperId=173335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종교란 무엇인가 - 종교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a><br/>오강남 지음 / 김영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오강남 교수의 책을 처음 읽은 건 20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골수 감리교인으로 매우 열심히 교회를 나가는 건 당연하고 청년부 활동까지 수행하던 신앙인이었다. 그렇게 신실한 사람이 비교종교학자의 책을, 그것도 &lt;예수는 없다&gt;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의 교양 수업이었다.<br>'세계 종교와 철학'. 이 과목에서 우리 조는 '악마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맡았다. 때마침 개인 미디어 붐이 일어 촬영 장비가 꽤 흔했던 탓에 나는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으로 쳐들어갔다. 그들의 민낯을 샅샅이 밝힐 포부를 가득 담고. 그 성전의 결과를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개신교의 종교 교육에 완전히 실망했다. 아니, 수치심이 들었다. 그때의 경험은 야훼가 알라와 같은 신인줄도 모르고 신실하다 믿었던 내 신앙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br>이후로 종교란 무엇인가에 깊이 빠져들었다. 종교의 종류를 수집하는 단순한 정보 섭렵에서부터 교리의 논리적 탐구, 철학적 검증, 역사 되짚기까지, 믿음이 충만한 이들이 흔히 무시하듯 마음이 아닌 머리로 보았고 그 때문에 다행히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는 않았다. 나는 신을 믿을 수는 있어도 종교를 믿을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종교를 질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혼자서는 신과 대화할 수 없는 구제불능의 의존형 인간이 스스로 구속과 착취를 선택하는 게 종교를 갖는 것이라 생각했다.<br>오강남 교수는 "종교란 본질적으로 '궁극 실재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자각과 변화의 체험'"(p. 105)이라고 말한다. 종교인에게 궁극 실재란 대부분 자기의 신이다. 자기 신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자각이란 내가 딛고 선 이 세상이 결코 실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그 자체가 변화이면서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어렵다면 중간을 몽땅 떼어낸 뒤 이렇게 읽어도 좋다. 종교란 궁극 실재를 통한 변화의 체험이다.<br>문제는 궁극 실재다. 기독교인에게 이는 하나님이고 이슬람교도에게는 알라, 불교도에게는 부처, 힌두교도에게는 브라만, 비슈누, 시바, JMS 교도에게는 정명석, 신천지 교도에게는 이만희다. 열거한 사례를 보면 명쾌하게만 보였던 종교의 정의가 쓰레기 가득한 똥통에 빠져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걸 느낄 것이다.<br>모든 종교는 변화의 체험보다는 궁극 실재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변화의 체험은 '실재를 통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재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으면 그것을 통해 변화를 체험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야훼는 나 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했다. 야훼는 질투가 많은 신이고 다른 신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야훼를 통한 변화의 체험은 모스크를 볼 때 분노에 치를 떠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br>오강남 교수는 종교가 궁극 실재를 정의하는 말이나 글이 아닌 궁극 실재 그 자체를 보고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낸 사람을 여럿 안다. 정명석과 이만희, 문선명, 아사하라 쇼코, L. 로널드 하버드, 제임스 워런 존스, 죠셉 스미스. 이들은 기존의 종교가 정의하는 궁극 실재를 훌쩍 뛰어넘어 자신만의 실재를 만들어냈다.<br>궁극 실재를 객관적으로 정의하려 들면 우리는 끝나지 않는 피의 성전을 보게 되고 그것을 주관적 체험의 영역에 놔두면 사이비 종교의 늪에 빠지게 된다. 앞뒤를 포위한 적을 뚫는 정의는 한 가지뿐이다.<br>종교란 무엇인가?<br>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90/46/cover150/k35213712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904621</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유원 - [유원 (양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21175</link><pubDate>Sun, 07 Jun 2026 08: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211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42X&TPaperId=17321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319/41/coveroff/893643442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42X&TPaperId=173211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유원 (양장)</a><br/>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06월<br/></td></tr></table><br/>백온유의 쇠맛을 보고 싶어 골랐는데 몽글몽글 따뜻하다. &lt;유원&gt;은 2019년에 제1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수준이 참 높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섬세한 소설을 이해하고 즐겼다는 얘기니까.<br>유원이라는 여고생이 주인공이고 그녀의 학창 생활이 주무대다. 유원은 특별한 아이인데, 그 언니가 아주 특별했기 때문이다. 유원의 이름도 언니가 지었다. 원할 원, 외자. 빨리 나오기를 너무 원해서 그렇게 지었다. 두 사람은 터울이 컸다.<br>윗 층의 할아버지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그 재가 유원의 집에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원이 언니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고 베란다에 한 가득이었다. 무식한 담뱃재는 그 교양을 씹어 삼키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집에는 언니와 둘 뿐. 여기는 아파트 11층. 언니는 똑똑한 사람. 자기는 살 수 없을 거라 판단. 원이는 아직 어리고 가벼우니까. 이불을 적신다. 그 안에 원이를 싼다. 꽁꽁. 창문을 열고 원이를 던진다. 원이는 살았다. 언니는 죽었다.<br>덤으로 얻은 삶. 원이는 좀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그 삶은 늙지도 않고 실수할 일도 없고 나쁜 짓을 저지를 수도 없는 영원히 빛나는 존재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영혼은 너무 눈부셔 원이의 삶을 가린다. 산 자가 죽은 자의 영광을 이기기란 불가능하다. 원이를 아는 모든 이들은 원이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원이가 아니라 그녀에게 삶을 주고 떠난 언니를 본다.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유아적 환상을 찰나로 스친 뒤 어른으로 멸렬하는 것이 인생인데, 그 짧은 순간조차 누리지 못한 고등학생의 영혼은 얼마나 약하고 불안한가.<br>소설은 안 그래도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이 무너지고 일어나고 무너지고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눈빛만 닿아도 부러질 것 같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쌓아 지은 이야기. &lt;유원&gt;은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아슬아슬한 소설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319/41/cover150/893643442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194140</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07235</link><pubDate>Sun, 31 May 2026 09: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0723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7404&TPaperId=173072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off/k8821374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7404&TPaperId=1730723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a><br/>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lt;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gt;는 무지무지 어려운 책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장을 두세 번 반복해서 읽을 만큼 흥미롭다. 작가는 냉소적이고 지적으로 대단히 날카롭다. 이런 류의 인간은 비아냥과 조롱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싸가지가 없다고 말하고 개인적으로는 유머러스하다고 평가한다. 인식론, 인지 심리, 뇌과학, 신경망, 카오스 이론, 창발, 양자역학, 심지어 부의 불평등과 능력주의 신화까지 꺼내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다는 것이다.<br>내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게 내 자유의지가 아니라는 말인가?<br>그렇다. 나는 뇌과학, 카오스 이론, 양자역학 따위를 좋아한다. 이 학문들은 전반적으로 보통의 인간이 상식이라 믿어온 것에 철퇴를 가하기 때문이다. 나는 싸가지가 없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데 그 이유는 대개 누군가가 하는 말을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 법이 없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강하게 믿을수록 내 마음은 반대로 간다. 이 태도는 본능적이다. 타고났다는 말. 그렇다면 누구로부터 타고 왔을까? 나는 나와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한 명 안다. 그것은 바로 내 아버지다.<br>이 책을 고른 결정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방목 자생을 강조하며 울타리 안에 가두기를 싫어했던 엄마 아빠의 양육 태도, 우연한 인스타그램 광고 노출과 서점 방문이 총체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다. 이 사이에 자유의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납득하기 어렵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 떠올린 뒤 이렇게 써보라.<br>나는 자유의지로 성천 막국수를 좋아하기로 결정했다.<br>왜 성천 막국수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는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도 느끼겠지만 그건 사후에 구성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사랑은 이유를 동반하지 않는다. 첫 젓가락을 뜨는 순간 그냥 알 수 있다. 나는 이 음식을 사랑하는구나. 그럼 그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이 음식을 좋아하기로 결정한 나의 자유의지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br>그럼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집었을 때, 내가 나의 지적 편향을 비판하며 이런 류의 책을 그만 보겠다고 결정했다면, 이것을 자유의지라 부를 수 있을까? 확실히 자유의지는 무언가를 하려고 결정할 때 보다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에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유전자의 힘을 인지하고 거부할 정도면 생물학 체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실체, 즉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br>나는 인간을 자극을 투입하면 행동을 내놓는 생물학 기계로 정의한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저자의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오직 나의 생각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자극을 처리하는 알고리즘은 앞서 얘기했든 유전자, 문화, 교육, 각종 경험과 우연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구성된다. 우리가 동일한 자극에도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첫째, 알고리즘이 확률을 기술하기 때문이고 둘째, 자극이 알고리즘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br>알고리즘이 확률을 기술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나에게 A라는 자극을 투입하면 C라는 행동이 나올 확률이 60%, D는 25%, E는 15%라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 행동이 일관성을 보이는 이유는 특정 자극에 대한 주된 행동이 높은 확률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 확률이 여러 개의 행동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변덕스럽다', '예측할 수 없다' 또는 '우유부단'하다고 부른다.<br>자극에 따른 행동의 피드백은 알고리즘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이 세상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존재인데 그 대상이 쉴 새 없이 변하므로 우리의 특정 행동이 항상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점심 메뉴로 평양냉면을 고를 확률이 99%인 내가 그걸 먹고 심하게 체했다면 당분간 이 확률은 0%에 가깝게 떨어질 것이다. 이는 결코 나의 의지가 아니다. 경험에 맞춰 행동 양식을 바꾸는 건 아주 유용한 생존기제기 때문에 진화가 이걸 놓쳤을 리가 없다.<br>다시 이 책을 읽지 않기로 결정한 가정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서점을 방문하기 전 나의 싸가지 때문에 누군가와 심한 갈등을 겪었고 이런 삶에 염증을 느꼈다면 책을 선택하는 알고리즘도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을 거부한 순간에는 그것이 마치 나의 자유의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선택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했는지 곰곰이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생물학과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초월적 의지란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br>인생을 돌이켜보면 변하기로 결심한 것보다 그냥 변한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모든 것들, 목숨을 바칠 정도로 좋아했던 니체와 다자이 오사무는 지금 내 마음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언제부터 그들을 좀 덜 좋아하기로 결정한 걸까? 혹시,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접해야겠다는 내 자유의지의 힘일까? 살다 보면 매일 똑같이 하던 행동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은 여러 번을 읽어야 겨우 겨우 이해되고, 가까운 글자가 흐릿해지고, 분당 천타를 넘게 치던 손가락이 삼백타에 머문다. 우리의 신체는(특히 호르몬이) 변한다. 주변의 사람도, 환경도, 마음도.<br>자유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시험을 제시한다. 이 시험에 통과하면 여러분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br>1. 나는 이 책을 읽고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명이다.2.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젊음을 되찾기로 결심한 뒤 실제로 노화를 늦추는 결과를 얻고 있다. 이것은 브라이언 존슨의 자유의지인가?3.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일란성쌍둥이 중 하나는 변호사가 됐고 다른 한 명은 범죄자가 됐다. 유전자와 환경의 힘을 뛰어넘는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150/k8821374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79495</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기서 나가 - [여기서 나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294060</link><pubDate>Sun, 24 May 2026 0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2940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311&TPaperId=172940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5/93/coveroff/k2221353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311&TPaperId=172940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기서 나가</a><br/>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01월<br/></td></tr></table><br/>&lt;여기서 나가&gt;는 장재현이 좋아할 것 같지만 그가 영화로 만들지는 않을 소설이다. 이야기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일제'라는 소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lt;파묘&gt;를 만들고도 반일 종족주의자 취급을 받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연달아 내놓으면 친일극우주의자들과의 전쟁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br>전 세계를 통틀어 샤머니즘이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좀 달라 보인다. 물론 미디어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건 인정한다. 아베노 세이메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lt;음양사&gt;라든가 클램프의 &lt;X&gt;, &lt;도쿄 바빌론&gt;, 주술을 모에화 한 &lt;카드캡터 사쿠라&gt;, 아쿠타미 게게의 &lt;주술회전&gt; 등등. 하지만 이런 창작물이 큰 인기를 얻는다는 건 그 땅을 지배하는 주술의 정서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여우가 뱀의 허리를 물었다'는 대사는 그래서 더 귀에 꽂힌다.<br>원혼은 어떤 한가? &lt;링&gt;, &lt;주혼&gt;, &lt;착신아리&gt;. 강렬한 이미지가 눈을 채운다. 일본의 원한은 그들이 가진 주술의 정서로 더 강화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원귀들은 축축한 가시를 몸 깊이 박아 넣은 것처럼 음침하고 서늘한 느낌이 있다. 한국의 처녀 귀신과는 대화할 의사가 있지만 사다코라면 글쎄, 도망가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br>그런 일본 귀신이 군산 땅에 뿌리를 박았다. 이순신 때문에 발도 딛지 못했던 한을 풀듯 일제는 군산을 통해 전라도에서 생산한 미곡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군산은 착취의 본거지였고 군산에서 돈을 번 일본인들은 근사한 집을 짓고 살았다. 해방 후 적산가옥으로 남겨진 이 건축물은 아직도 그 땅에 남아있다. 착취의 유산이 이제는 관광 자원이 됐다.<br>&lt;여기서 나가&gt;는 착취를 관광으로 바꾸는 조선인의 욕망을 씨앗 삼아 다시 이 땅에 뿌리를 내리려는 일본 귀신과의 싸움을 그린다. 그들은 원혼이 추동하는 욕망을 쫓아 서로를 물어뜯다가 마침내 누가 원흉인지를 깨닫고는 퇴마를 거행한다. 너무 늦었나 싶지만, 모든 시작에 너무 늦은 건 없는 법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5/93/cover150/k2221353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59322</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일본 광고 카피 도감 - [일본 광고 카피 도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281245</link><pubDate>Sun, 17 May 2026 07: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2812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5461&TPaperId=172812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84/33/coveroff/k5721354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5461&TPaperId=172812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일본 광고 카피 도감</a><br/>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01월<br/></td></tr></table><br/>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이 광고의 매력이다. 사실은 상업 자본주의의 천박한 선동꾼에 불과하지만, 역시 돈만큼 사람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것은 없다. 광고는 마음을 흔드는 걸 넘어 전율을 강타할 때가 종종 있다. 완벽한 카피 하나가 완전한 문학 하나를 뛰어넘기도 한다.<br>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살면서 착실히 모아 온 카피가 이 책에 실렸다. 일본. 하이쿠의 전통을 이어가는 나라답게 촌철에 담긴 기지가 눈부시다. 나는 소설의 첫 문장을 만드는 취미가 있는데 이 카피를 읽으며 몇 개나 썼는지 모르겠다. 일상에 절여진 뇌를 깨끗이 닦아 돌려놨다. 자극은 언제나 옳다. 이런 식이라면, 중독으로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다.<br>카피 하나에 작가의 이야기 하나. 뒤쪽은 사족에 가까워 과감히 건너뛰어도 괜찮다. 애쓴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가끔 괜찮은 알맹이가 나오기도 하니 이걸 놓치고 싶지 않다면 꼼꼼히 읽어도 좋다.<br>인상 깊었던 카피를 몇 개 적는다.<br>사랑이라든지, 용기라든지,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타고 있다.- JR큐슈(p. 36)<br>습관이 된 노력을, 실력이라 부른다.- 입시 전문 학원 가와이(p.44)<br>별이 되어도, 달을 걷고 있을 거야.- 마이클 잭슨 유품 전시회(p. 70)<br>사랑에 피의 연결이 필요없다는 것은 부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특별양자제도(p. 96)<br>쉬지 않으면, 쉬게 된다.- 라쿠텐 트래블(p. 108)<br>우리들은 훌륭한 과거가 될 수 있을까?- 산토리(p. 120)<br>등을 밀어준 것은, 그때 도망가지 않았던 자신이었다.- 칼로리메이트(p. 284)<br>어려운 문제를 사랑하자.- 혼다(p. 296)]]></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84/33/cover150/k5721354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84338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