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한글깨치고리뷰쓰기 (한깨짱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프리카인.</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14 Oct 2026 02:48:04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한깨짱</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07.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한깨짱</description></image><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신을 죽인 남자 - [자신을 죽인 남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65450</link><pubDate>Sun, 11 Oct 2026 09: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654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629&TPaperId=175654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60/0/coveroff/k2721306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629&TPaperId=175654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신을 죽인 남자</a><br/>줄리안 시먼스 지음, 정향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08월<br/></td></tr></table><br/>당신은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자다. 결심은 섰고 총도 있다. 그러니 죽이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당신은 그녀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br>수사가 종결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범인이 잡히거나, 사라지거나, 죽거나. 따라서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지 않는 방법은 누명을 씌우는 것, 신분을 바꾸는 것,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br>많은 이야기들이 앞의 두 가지를 다루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누명을 씌우려면 살해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피해자가 적이 많은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겠지만 이것도 용의 선상에 올리는 것까지다. 후보들의 알리바이를 모조리 깨부숴야 하고 대량의 증거 조작도 필요하다.<br>살인자들이 신분을 바꿔 새 삶을 사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다. 사례를 살피다 보면 그렇게 똑똑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내가 유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선택지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내의 금고에 현금이 넘쳐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br>셋 중에 가장 쉬운 건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물론 이 방법도 두 번째에 제시한 '사라지기'만큼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범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세 번째가 가장 확실하다. 사라지는 건 미결이고, 죽는 건 종결이니까. 이 책의 주인공 아서 브라운 존도 이 생각에 분명히 동의했을 것이다.<br>어떻게 나 자신을 죽일 수 있을지 잠깐 생각해 보자.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죽이되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맛이다. 보통의 이야기들은 이 맛을 내기 위해 온갖 재료를 들이붓고 튀기고 지지고 끓이고 요란한 조리법을 동원한다. 모르겠다. 그 정도로 치밀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누군가를 죽여야 할 상황도 만들지 않았을 텐데. 살인이 취미가 아닌 이상에야.<br>아서 브라운 존의 선택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내가 아내를 죽이고 행방을 감춘 뒤 진짜 내가 울면서 나타나 아내의 유산을 차지한다. 전략은 좋았지만 전술이 어설펐다. 하지만 이 어설픔은 저자 줄리언 시먼스의 의도된 연출이다. 이 소설가는 나와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이 꺼내놓는 해괴한 요리를 혐오하는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멋진 제목으로 이렇게 심심한 소설을 써낸 걸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이거 뭐 제목만 봐서는, 거의 존 르 카레 아닌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60/0/cover150/k2721306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600054</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53417</link><pubDate>Sun, 04 Oct 2026 08: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534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12&TPaperId=175534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8/14/coveroff/k9721307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12&TPaperId=175534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a><br/>스티브 라미레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6년 07월<br/></td></tr></table><br/>기억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다 보면 생각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 경험. 초콜릿 향이 은은한 스콘을 먹고 캐모마일 차를 삼킨 기억은 그 기억을 만든 현실만큼 분명한 흔적을 머릿속 어딘가에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콘이 브라우니가 되고 캐모마일이 루이보스로 변해 함께했던 누군가의 기억과 명백한 차이를 보일 때면, 기억이란 물리적 실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br>100년 전 독일의 동물학자 리하르트 제몬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몬은 기억이란 뇌 속에 남겨진 일종의 물리적인 각인이라고 주장했다(p. 11). 경험은 뇌의 어딘가에 고랑을 남긴다. 경험은 기억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셈이다.<br>기억이 물리적 결과물이라면 어디에 저장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초창기 과학자들은 해마를 지목했다. 해마에 손상이 생긴 사람들이 기억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면서 기억은 단지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일군의 데이터 덩어리가 하드디스크에 조각조각 저장되는 것처럼 기억은 뇌의 다양한 부위에 흔적을 남긴다. 해마는 일종의 인덱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뇌의 어떤 분위를 어느 순서로 활성화시켜야 하는지 그 방법이 적혀 있을 뿐 기억 자체가 저장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br>그렇다면 해마 없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뇌에 칩을 이식해 모든 경험이 뇌에 각인될 때 발화한 신경망의 패턴과 변화를 기록하고 그 경험에 관여한 감각 정보를 요약해 날짜와 제목을 붙여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그럼 스마트폰을 열어 특정 기억을 검색해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기억과 경험을 분리할 수도 있다. 중독이란 쾌감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만약 그 쾌감의 기억을 원하는 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면 중독 치료에 혁신적인 길이 열릴 것이다.<br>경험에서 기억을 떼어냈다면 기억에서 감정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할까? 트라우마는 기억 그 자체보다는 그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원인이다. 트라우마에서 불안과 공포를 떼어내면 경험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일부로 더 쉽게 내면화할 수 있다. 그런 조작이 인간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온 생을 공황과 우울 속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8/14/cover150/k9721307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281406</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돋아나다 - [돋아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38988</link><pubDate>Sun, 27 Sep 2026 10: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389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9416&TPaperId=175389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3/84/coveroff/k6821394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9416&TPaperId=175389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돋아나다</a><br/>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6월<br/></td></tr></table><br/>사람들의 머리가 빠졌다.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았다. 전염병처럼 번진 탈모가 세상 대부분의 머리카락을 삼켜버렸다. 살아남은 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뿐.<br>못 생겨도 돼, 가난해도 돼, 하지만 대머리는 안 돼.<br>무분별한 대머리 혐오를 멈추는 방법은 모든 사람을 대머리로 만드는 것이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민머리를 대놓고 다니는 사람도 나타났다. 맨들맨들 번쩍이는 민머리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산업도 등장했다. 가발, 문신, 기타 등등. 대머리는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었다. 대머리가 수치스럽다면, 인간이 수치스러운 거니까.<br>장님 세상에선 외눈박이가 신이다. 하지만 외눈박이 세상에서도 과연 두 눈 박이가 신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대머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맹렬히 자라 숲을 이룬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br>나는 왜 대머리가 아니지?<br>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혼란에 빠졌다. 자기만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졌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 사회가 '다름'을 다루는 방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br>탈모에 관한 이 놀라운 생각이 &lt;돋아나다&gt;의 줄거리를 이룬다. 하지만 소설은 이토록 흥미로운 소재를 간도 맞추지 않고 산만하게 버무린다. 170 페이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 사이를 단단히 여미지도 않는다. 대사건을 맞은 개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뤘다는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이야기의 폭발력이 억제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파이더맨이 뉴욕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하나도 없이 그저 친절한 이웃과 암흑의 거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피터 파커의 일상만 나오는 셈이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아마 대다수는 아닐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3/84/cover150/k6821394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38463</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헤이세이는 왜 실패했는가 - [헤이세이는 왜 실패했는가 -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대분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26690</link><pubDate>Sun, 20 Sep 2026 08: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266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397&TPaperId=175266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80/83/coveroff/k6521303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397&TPaperId=175266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헤이세이는 왜 실패했는가 -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대분석</a><br/>노구치 유키오 지음, 김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6년 06월<br/></td></tr></table><br/>잃어버린 10년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어봤다. 한국인이라면 그 몰락에 야릇한 쾌감을 느껴 더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실패를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플라자 합의와 엔고, 공포스러운 자산 가격의 상승, 도쿄 땅을 모두 팔면 미국을 몇 번이나 살 수 있었다는 꿈같은 이야기들. 잃어버린 10년은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겪게 될 미래일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미쳤다고 했던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을 뚫어버린 지 오래고 박스피라 조롱받던 주가지수가 6,000을 넘어선 게 잃어버린 10년이 겪은 버블의 전조는 아닐까?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히 일본을 따라 했기 때문에 병폐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헤이세이의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br>작가가 말하는 제1 원인은 산업 구조 개편의 실패다. 영국과 미국, 세계를 지배했던 초 강대국의 흥망성쇠는 제조업이 주인공이었다. 제조업으로 흥했던 그들은 결국 제조업으로 망했다. 높아진 임금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본 같은 신흥 산업국에게 기술면에서도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때 영국은 금융이라는 해답을 찾았고 미국은 금융에 IT 서비스를 더해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냉전이 끝나고 Made in China가 폭격을 시작하자 제조업의 저주가 일본을 덮쳐왔다. 긴급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매뉴얼을 먼저 찾아보는 일본인들은 정말 어울리게도 끝까지 제조업에 국운을 걸었다.<br>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한 일은 환율 개입을 통한 엔저와 초저금리 정책이다. 엔저는 외국 사람들로 하여금 일본의 공산품을 가성비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엔저는 두 가지 문제를 끌고 들어온다. 하나는 매출 증가가 상품 경쟁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 노력을 안 해도 매출이 증가한다면 연구 개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이 가난해진다는 점이다. 엔화로 살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가 낮아진 엔화의 가치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 저하를 불러일으켜 경제에 장기적인 악순환을 만들어낸다.<br>초저금리 정책은 보통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조달 비용이 싸지니 과감하게 돈을 빌려 자산을 매입하거나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일을 벌일 의욕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면 문턱이 낮아진다 한들 넘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br>사실 제조업 샌드위치 론은 90년대부터 대한민국에도 제기되던 문제였다. 중국에는 따라 잡히는데 선진국을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것. 이 문제가 30년 넘게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조선은 멸망 직전까지 갔다 부활의 시동을 걸었고 메모리 반도체는 전 우주에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디스플레이는 중국에 넘겨줬지만 대신 2차 전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유래없는 전쟁의 도래로 방산 또한 새로운 기둥이 되고 있다.<br>일본이 여전히 반도체 일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튼튼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역량과 함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첨단 제조업의 위치를 구축했을 것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ASML이 한 나라에 존재하는 건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영국은 금융으로 성공했음에도 세계 경제의 주도권에서 멀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미국은 자신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제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br>문제의 원인을 단순화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br>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좀 아쉽다. 대해부니 뭐니 부재를 달았지만 분석의 심도가 깊진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위기는 한 두 개가 원인일 수 없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제조업의 붕괴, 늦은 IT 혁신, 고령화, 고착화된 정치 등등. 변화가 쉽게 받아들여지고 그 보상이 충분하다면 사람들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다양한 행위를 하게 된다. 80년대 일본은 자신이 세계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야망이 좌절됐을 때 그들은 새로운 꿈을 찾았어야 했다. 현실이 언제나 진창이라면, 나에게 지금 꿈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br>한국이 경계해야 할 점이 바로 여기다. 뭘 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쌓여 신념이 되는 것.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기로를 넘어 이미 방향을 정했는지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80/83/cover150/k6521303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808356</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디트랜지션, 베이비 - [디트랜지션, 베이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13021</link><pubDate>Sun, 13 Sep 2026 1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5130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037676&TPaperId=17513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870/77/coveroff/k852037676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037676&TPaperId=175130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디트랜지션, 베이비</a><br/>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04월<br/></td></tr></table><br/>&lt;디트랜지션, 베이비&gt;가 나에게 맞는 소설인지 알아보려면 등장인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다. 세 명은 확실히 전부 '여자'다. 이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용어를 정리해 보겠다.<br>시스 젠더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성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시스 젠더를 갖고 산다. 고민할 것도, 고통받을 것도 없는 성별이다.<br>반면 생물학적 성별을 자신이 인지하는 정체성에 따라 트랜스 한 것을 트랜스 젠더라 한다. 남녀, 여남의 구분은 없다. 트랜스에는 내, 외과적 방법이 존재한다. 내과적 방법은 원하는 성별의 특징을 발현시키는 호르몬을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외과적 방법은, 말 그대로다.<br>디트랜지션은 트랜스를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가 다시 여자로 돌아가거나 여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가 다시 남자로 돌아간다. 트랜스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디트랜지션은 치유, 회복, 나아가 회개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그들은 '정상인들'의 세상에서 트랜스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 힘들어,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br>이 소설에는 세 명의 여자, 정확하게 말하면 1명의 시스 젠더 여성, 1명의 트랜스 여성, 1명의 디트랜스 남성이다. 그중 핵심 인물은 디트랜스 남성 에임스. 그는 제임스였다 에이미가 된 뒤 지금은 다시 에임스로 살아가는 디트랜스 남성이다. 카트리나라는 아시아계 시스 젠더 여성과 연애 중인데 오랜 시간 호르몬 치료로 불임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적이 일어나 그녀를 임신시켰다.<br>이 축복을 알리는 자리에서 에임스는 자신이 한 때 트랜스 젠더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여러분은 카트리나가 받았을 충격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비난의 창끝은 대부분 에임스에게 향할 확률이 높다. 트랜스 젠더라는 사실을 숨기고 연애를 한 것도 모자라 피임을 소홀히 하다니. 도대체 한 시스 젠더 여성의 인생을 어디까지 망칠 셈인가? 하지만 만약 그가 책임을 지겠다면, 남편이 되어 평생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겠다면 당신은 에임스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 에임스라는 '남자'가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시스 젠더 남성이 갖는 흔해빠진 부담과 혼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자신이 평생 아버지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에임스가 아빠로 시작해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카트리나는 이런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br>내가 왜 그때 저 새끼를 죽이지 않았을까?<br>이야기는 혼란에 빠진 에임스가 전 트랜스 여자 친구 리즈를 만나 숨이 막힐 정도로 야심적인 제안을 던지면서 대막장의 이야기로 나아간다.<br>"난 너에게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걸 고려해 달라고 말하는 거야."(p. 60)<br>리즈가 늘 어머니가 되고 싶어 했던 건 맞다. 문제는 에임스가 리즈의&nbsp; 전 '여자' 친구이자 시스 젠더 여성을 임신시킨 디트랜스 남성이라는 것이다. 리즈는 말한다.<br>"너 완전히 맛이 갔구나."(p. 63)<br>누군가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면 세 명의 엄마는 어떤가? 에임스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창조하려 한다. 과연 세 여성은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870/77/cover150/k852037676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8707759</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다른 방식으로 보기 - [다른 방식으로 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97213</link><pubDate>Sun, 06 Sep 2026 0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9721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0104274&TPaperId=1749721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75/91/coveroff/893010427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0104274&TPaperId=1749721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다른 방식으로 보기</a><br/>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08월<br/></td></tr></table><br/>&lt;다른 방식으로 보기&gt;는 미술, 문화 비평이다. 제목만 보면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을 가르쳐 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가 이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메타적으로 해석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긴장을 놓고 있으면 그저 그 해설을 감탄하며 따라가게 된다.<br>이 책은 7개의 비평을 실었다. 저자는 에세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단어가 의미하는 무게를 떠올려볼 때 전혀 합당치 않다. 심지어 번역이 굉장히 어색하다. 쓴 지는 50년이 넘었다. 여러모로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니 단단히 경고해 둔다. 나는 7개의 비평 중 제7번, 광고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기에 여기에 그 해설을 옮겨둔다.<br>광고가 온 힘을 다해 전하려는 이야기는 딱 하나다. 당신의 현재가 '불충분'하다는 것. 광고는 소비를 통해 우리가 더 아름답고, 더 편한 삶을 얻거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광고는 우리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기를 촉구한다. 그 끝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불만족이다. 이 우울한 현재는 광고가 제시하는 대상, 우리가 아직 갖지 못했고, 소비를 수락했을 때 얻게 될 것이라 속삭이는 환상을 확고한 미래로 만들어준다.<br>광고가 실제로 제공하는 것과 광고가 약속하는 미래 사이의 간극은,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느끼는 현재의 처지와 그가 되고 싶은 처지 사이에 벌어진 간극과 일치한다.(p. 172)<br>문제는 소비가 이 간극을 채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 순간의 만족감은 사실 환상일 뿐이다. 환상은 쉽게 무너지고 폐허 속에서 간극은 더 깊어진다. 그 허망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소비를 준비한다. 그런 관점에서 광고는 멈춰 선 안 된다. 우리가 이동을 하든, 멈춰 있든, 일을 하든, 휴식을 하든 눈앞으로 이미지를 쏟아내야 한다. 무너진 환상의 폐허 속에서 허무의 근원을 찾아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br>이 영구적인 소비의 사슬을 통해 자본가는 이중의 이득을 얻는다.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독점하는 잉여가치는 생산에서 한 번, 소비에서 한 번 창출된다. 흔히 주님이라 불리는 그들이 광고에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br>노동하는 자아는 소비하는 자아가 되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소비하는 자아가 획득하려는 욕망은 우리를 노동하는 자아에 가둬두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소비를 위해선 노동이 필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광고주에게 더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가 소비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다면 노동의 기회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들과의 협상에서 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말이다. 소비와 예속, 이 정교한 전략이 지속될수록 우리의 분노는 거세되고 정치적 투쟁의 가능성은 사라진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75/91/cover150/893010427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759111</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코디언 - [아코디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79988</link><pubDate>Sun, 30 Aug 2026 08: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799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60&TPaperId=174799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53/98/coveroff/89364399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60&TPaperId=174799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코디언</a><br/>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06월<br/></td></tr></table><br/>탕자가 돌아왔다. 당당한 발걸음은 아니었다. 다소 수줍은 듯도 보였다. 따라온 이들은 그의 이름을 깔끔하게 닦아 눈이 부시는 은쟁반에 담아왔다. 혹시 모를 걱정이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났으니까. 스물한 살에 그를 읽은 사람은 서른 하나가 되었고, 서른 하나에 만난 사람은 마흔한 살이 되었다. 스물 하나와 서른 하나, 서른 하나와 마른 하나는 다르다. 10년은, 한 인간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새로 세워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마음의 변화에 비하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겉모습의 변화는 오히려 느린 편에 속한다. 변한 몸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어도 변한 마음은 다르게 읽을 수밖에 없다.<br>이 말은 같은 힘으로 밀어도 상대의 마음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물며 더 약한 힘이라면? 대안은 힘의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탕자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br>&lt;아코디언&gt;은 그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었을까? &lt;고래&gt;는 그랬다. 물론 &lt;고래&gt;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소설이라는 건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소설을 살아생전에 다시 읽을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lt;아코디언&gt;이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는 나태하다. 성의가 없다. 소설을 읽고 난 뒤 그들이 가져온 은쟁반을 다시 쳐다보면 쓸쓸하게 숨이 죽은 이름만 보인다.<br>천명관.<br>1950년대, 전후 앵벌이들의 삶에서 그가 어떤 이야기를 본 건지 헤아려본다. 모르겠다. 소설은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고 표면을 겉돈다. 유일한 장점은 겉돌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천명관의 이름을 마음이 새긴 사람 중에 &lt;아코디언&gt;을 기대한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53/98/cover150/89364399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539828</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머니 내게 오시네 - [어머니 내게 오시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66677</link><pubDate>Sun, 23 Aug 2026 11: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6667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7849&TPaperId=174666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1/48/coveroff/k9221378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7849&TPaperId=1746667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머니 내게 오시네</a><br/>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마더 메리는 아룬다티 로이의 어머니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아삼 지방의 외딴 차농장에서 부관리인으로 일하던 남자와 결혼했다. 메리는 늘 교사가 되고 싶어 했고 자격증도 갖고 있었다. 그 꿈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사그라들었지만 그녀의 남편이 외딴 차농장의 다른 남자들처럼 알코올중독자가 되자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br>메리는 이혼 후 영국 식민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로 일하던 아버지의 별장을 무단으로 점거해 살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별거했고 자식들과도 수년간 연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 아룬다티 로이가 태어난 해에 세상을 떠났다. 식민정부의 고위 공직자는 자식과 아내를 학대하던 남자였다. 아내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외국의 전문가가 당신 아내의 실력은 대형 음악회를 단독으로 열 정도라고 진지하게 얘기하자 아내를 구타하고 바이올린을 박살 냈다. 아이들에게 하던 행동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br>마더 메리의 자녀 학대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 분명하다. 메리는 무일푼의 이혼녀로 시작해 지역에서 제일가는 학교를 세웠다. 그녀의 제자들은 버스에서의 강간을 티타임쯤으로 여기는 인도인과는 차원이 다른 교양과 격식, 품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났다. 메리는 사상의 자유를 가르쳤고 불의에 저항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녀는 로즈 장학생 출신으로 옥스퍼드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식품회사를 운영하던 자신의 오빠보다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트라반코르 기독교 사회와 싸워 여자도 부모의 유산을 동등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상속법을 고쳐 썼다.<br>인도라는 곳에서, 여자의 몸으로.<br>아룬다티 로이의 비극은 이런 것이었다. 어린아이의 유일한 사랑이자 전부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부터 체계적인 학대, 지독한 사악함, 지옥의 온갖 변주를 경험했음에도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한 사람, 그러니까 정부의 폭력에 저항하고, 소설을 써 부커상을 받고, 카스트를 혁파하고, 인도의 영원 불멸한 구태와 싸우는 용기와 재능이 바로 그녀로부터 온 것임을 안다는 것.<br>메리가 죽었을 때 로이의 심장은 산산조각 났다. 로이는 자신의 반응이 그렇게까지 격렬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고, 적잖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녀의 오빠는 로이의 아픈 곳을 날카롭게 찔렀다.<br>난 네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 엄마는 누구보다도 너에게 제일 모질었잖아.(p. 13)<br>어떤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고, 미워하고,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모순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오는 것 같다. &lt;어머니 내게 오시네&gt;는 평생 그 모순을 부수고 갈고 녹여온 삶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 처절한 이야기를 유머와 드라마를 섞어 노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1/48/cover150/k9221378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314837</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숨은 난제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53255</link><pubDate>Sun, 16 Aug 2026 08: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532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9280&TPaperId=174532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7/42/coveroff/89255692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9280&TPaperId=174532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숨은 난제들</a><br/>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06월<br/></td></tr></table><br/>앤디 위어가 환장할만하다. 이 한 권만 있으면 우주 장편 드라마 한 편은 후다닥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lt;프로젝트 헤일메리&gt;까지 가기에는 좀 멀지만, 우주 정착 소설을 과학에 근거해 쓰고 싶다면 이 책은 가히 꺼지지 않는 등대가 돼줄 것이다.<br>일론 머스크는 향후 20년 안에 100만 명 규모의 도시를 화성에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뭘 해왔는지 알고, 스타쉽이 인류의 무지를 비웃듯 화염을 쏟아내며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허풍이 아니구나 싶지만, 그래도 우주에서 산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미디어, 특히 영화가 그리는 우주는 이미 정착지가 대규모로 건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에서 철근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어 건물을 짓듯 우주에서도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br>이 책의 저자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고, 인간의 우주 진출을 두 손 들어 찬성하는 쪽이지만, 자기 생애에 그 일이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우선 태양계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거주 후보는 사실상 달과 화성뿐이다. 문제는 두 행성 모두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 말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물질을 주기적으로 뱉어대는 태양풍을 막아줄 보호막이 없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초기 정착민의 주거지로 용암 동굴을 지목한다. 태양풍 방어에서 보온, 보습까지 얻는 이득이 많으니까. 그럼 동굴을 찾아 무작정 들어가 살면 될까? 다들 알겠지만 인간은 쉴 새 없이 먹고 디스거스팅한 물질을 배출하는 단백질 기계다. 식물처럼 이산화탄소와 광자를 흡수해 산소를 뿜어내는 우아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br>상하수도 시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어디에서 올까? 그나마 달은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니 머스크의 스타쉽이 하루에 수백 번 떠올라 자재를 퍼 나를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달은 물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이다. 그 근처에 용암 돌굴이 없으면 똑똑한 로마인처럼 긴 수도교를 지어야 할 것이다. 그 수도교는 대기가 없어 직격으로 떨어지는 운석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중력이 없어 흐르지 않는 물을 이동시키기 위해 펌프를 돌려야 할 것이다. 그 펌프는 얼마나 힘이 세야 하며 전기는 얼마나 먹어치울까?<br>아, 맞다 전기!<br>달은 한 달의 반을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365일 내내 해가 내리쬐는 곳은 극지방의 아주 작은 지역뿐이다. 태양광 발전이 아무리 우주에서 유리한다 한들 해 자체가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br>화성은 물이 꽤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도 어느 정도는 존재하고(대부분 이산화탄소지만) 특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양의 존재가 거의 신의 선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그 토양에서 맹독성 과염소산을 제거할 필요는 있다. 기억이 안 나는데 마크 와트니가 이 작업을 했던가? 동료들의 똥으로 거름을 줬던 건 기억나는데.<br>화성의 하루는 지구와 거의 비슷하다. 주기적으로 어둠에 숨어들어 장기간 칩거하는 달만큼 내향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태양의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화성은 샤이하지 않은데 거기선 태양이 샤이 하다. 게다가 툭하면 불어오는 전 화성 규모의 모래폭풍 때문에 하늘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화성의 모래가 거의 유리처럼 날카로워 부딪히는 물건을 심하게 할퀸다는 사실과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모래를 누군가 계속 쓸어줘야 한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br>그래도 이런 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는 머스크처럼 미친 천재들이 많다. 게다가 그들은 클로드 미소스 정도는 갓 태어난 병아리의 옹아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AI 기술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LLM이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금융보안의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용 코드를 작성하는 세상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br>저자들은(부부다) 우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그걸 문제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부분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주에서 차지한 영토는 어디에 속하는 것이며 누구의 법으로 지배하는가? 우주적 분쟁은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UN? NATO? 미국-러시아-인도-중국-일본 연합? 우주에서 각축을 벌이는 주요 국가들은 무한에 가까운 핵탄두를 보유한 데다 그걸 우주 어디든 정교하게 꽂아 넣을 수 있는 로켓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 인류가 지구에서 망나니였다면 우주에서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게 논리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우주로 나가기만 하면 인간이 피스를 외치며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합을 맞출 거라 생각한다.<br>미국은 고작 이란 하나와도 의견 일치를 못해 전쟁을 벌인다. 러시아도, 중국도, 인도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이 한데 모여 평화적이고 인류애가 넘치는 합의를 이뤄 다 함께 우주로 날아간다고? 나는 내가 죽기 전에 분명히 인류 최초의 우주 정착지가 건설될 거라 확신한다. 그전에 지구가 멸망하지만 않으면 말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7/42/cover150/89255692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174298</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신약의 전쟁 - [신약의 전쟁 -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권 경쟁과 K-바이오의 생존 전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40375</link><pubDate>Sun, 09 Aug 2026 1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403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014&TPaperId=174403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3/61/coveroff/k90213701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014&TPaperId=174403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약의 전쟁 -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권 경쟁과 K-바이오의 생존 전략</a><br/>윤태진 지음 / 바다출판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바이오하면 개잡주 냄새가 심하지만 대한민국의 두 번째 성장 동력은 제약일 가능성이 높다. 신약 개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생산이다. 삼성이 바이오로직스를 시작한 건 수십 년 간 웨이퍼를 갈고닦아 만든 초미세공정 기술 덕분이다. 분자의 크기가 대충 0.1~1nm쯤 하니 트랜지스터를 3nm 간격으로 배치하는 삼성전자의 기술은 가히 분자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분자를 조립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건 제약이니, 안 할 수가 없는 거지.<br>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제약의 경계를 넓혔다.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던 비만은 이제 질병으로 인정된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사람에게 "그러게 자가 면역 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라고 말하지 않듯 이제 비만인에게 보내던 비난의 눈초리는 세심한 진단으로 변했다. 살 빼는 약은 비만 '치료제'가 됐다. 전자는 식단과 운동을 견딜 의지가 없는 사람이 선택하는 꼼수지만 후자는 정당한 처방이 된다. 약을 먹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암을 이길 의지가 없어서 항암제를 처방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br>제약 BD라면 이점을 반드시 파고들어야 한다. 이미 있는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민망할 정도로 정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더 좋은 건 질병을 창조하는 것이다. 긴장과 소화불량, 게릴라성 똥마려움은 불안장애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10년 안에 질병이 될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언컨대 '노화'다. 노화를 치료하겠다는 야심만만한 회사를 눈여겨보라. 당신에게 부와 영생을 가져다줄 테니까.<br>&lt;신약의 전쟁&gt;은 제약 BD가(Business Developer) 쓴 책이다. 단순히 제약 산업을 소개하는 걸 넘어 약의 기전과 무려 무려 BD 실무지침서까지 담았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약의 기전이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데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어떤 회사가 생산에 강하고 또 어떤 회사가 신약 개발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건 덤이다. 회사명이 그대로 나온다.<br>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알파고의 창조주 데미스 하사비스였다. 구글의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하며 남는 시간에 취미 삼아 연구하던 결과물이 이뤄낸 성과였다. 그의 연구는 제약 업계를 송두리째 뒤집어놨는데 수년에 걸치던 단백질의 구조 규명을 몇 분 만에 밝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약의 기전은 단백질의 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데미스 하사비스의 도움을 받아 치료제의 후보 물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사비스는 2억 개에 달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모두 밝혀 무료로 배포했다.<br>그러니 여러분이 AI에 투자하겠다며 팔란티어나 앤트로픽, 스페이스X만 보고 있다면 이 쪽으로도 눈을 돌려보기 바란다. 제약과 AI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 회사와 그런 제약사에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원래 이런 얘기를 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이런 쪽으로 빠지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3/61/cover150/k90213701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36119</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글 - [보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27884</link><pubDate>Sun, 02 Aug 2026 09: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278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4278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off/89374774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4278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글</a><br/>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세상에는 집어삼켜야 할 게 너무 많다. 살려면 많은 걸 삼켜야 한다. 음식 얘기가 아니다. 분노, 시기, 질투, 나를 싫어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숨기고 싶은 것들, 없애고 싶은 것들. 먹다 보면 체할 때도 있다. 체하다 보면 삼켰던 게 다시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나온 것들은 들어갈 때보다 더 끔찍해 보인다. 그러니 뭔가를 삼킬 땐 각오해야 한다. 다시는 꺼내지 않으리라. 끝까지 소화시켜 없애리라.<br>이 일이 생각처럼 잘 된다면 사는 데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대로 들고 갈 수도 있고 같이 선 사람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대부분 고통을 불러일으키지만 가끔, 아주 가끔 마음에 쌓인 눈을 녹일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br>&lt;보글&gt;의 두 자매는 삼키는 걸 아주 잘했다. 둘이 뺨을 맞대고 무언가를 삼키기로 마음먹으면 두 입이 합쳐져 엄청나게 커졌고 많은 걸 삼킬 수 있었다. 때로는 엄청나게 큰 걸 삼키기도 했는데 그럴 땐 입이 찢어지지 않도록 주변에 바셀린을 발랐다. 먹고 나면 이상한 것들이 나올 때도 있었다. 온몸 여기저기에 수포 같은 게 생기고, 터지면 무언가가 나왔고, 심으면 악취가 심한 열매를 맺었다. 언니는 이런 게 나올 때마다 전부 갈아서 없애버렸다.<br>자매는 엄마가 죽고 고아가 될 뻔했지만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할머니에게는 안정적인 직장과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집안 여기저기 똥을 싸고, 자매를 못 알아보기 시작하고, 그래서(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다) 죽여버렸다. 집에 돌아온 언니가 봤고, 언니에게는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자매는 오한과 경련, 메스꺼움을 견디며 생각했다.<br>다시는,다시는,먹지 말자,인간을,인간은.(p.77)<br>사람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순한 고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뒤에 나오는 게 문제였다. 동생의 물집이 터지면서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사람이 나왔다. 사람은 쭉쭉 커서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사람은 점점 자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럼 별 수 있나. 다시 삼키는 수밖에. 다시는, 다시는, 인간을 먹지 말자 다짐했으면서도.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합쳐서 크게 벌어지던 입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br>어른이 되면 알아야 한다. 세상은 나 혼자고, 모든 걸 내 힘으로 해야 한다는 걸. 이것이 성장이고, 철이 든다는 것이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쩌면 인간의 외로움은 성장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온 게 아닐까? 꾸역꾸역 슬픔을 삼키고, 눈물을 가두고, 어깨에 메고, 등에 지고, 침묵하는 것. 어른이라면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들. 이 모든 게 우리의 오해는 아니었을까?<br>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지를 깨닫는 것이다.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도움을 청하는 것, 함께 해결할 사람을 찾는 것. 그러니 이제 무작정 삼키는 일은 하지 말자.<br>우리는 어른이니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150/89374774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229225</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후의 마지막 잔디 - [오후의 마지막 잔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12091</link><pubDate>Sun, 26 Jul 2026 07: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4120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3&TPaperId=174120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5/37/coveroff/k4421387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3&TPaperId=174120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후의 마지막 잔디</a><br/>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하루키는 영원히 현재에 머물러 있다. 1949년 생 작가에게 이것은 힘일까 독일까. 하루키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현재로 느껴질까? 그럴 거라고 믿는다. 그의 소설이 전하는 상실, 인과 없는 미끄러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허물을 벗고 변태 하는 경험. 이것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흉터이기 때문이다.<br>하루키가 좋은 점은 이 흉터를 요란하지 않게 여겨서다. 아, 이거 얼마 전에 좀 다쳤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 뒤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내리꽂는 태양에 구름은 잔잔히 흐르고 침묵은 길어지지만 어색함이 끼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의 영혼은 어딘가 틀어져 있다. 원래 향하던 방향에서 조금 어긋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여전히 똑같이 흘러간다. 하루키는 기본적으로 그 똑같이 흘러가는 세계를 기술한다. 벌어진 영혼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미묘한 감정을 그 위에 섬세하게 내려놓는다.<br>나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그의 이야기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한 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그림이 비어있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lt;오후의 마지막 잔디&gt;와 함께 가기에는 너무 거칠다. 이 소설은 이렇게 뾰족하지 않다. 대충 그린 것처럼 보이는 멋있음이 아니다. 깎아넣은 정교함이다. 하루키 단편의 맛은 거기서 나온다. 까다롭지 않아 보이지만 지은 사람은 대단히 까다롭게 단어를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 붙인 것이다. 이음새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게, 마음을 하나도 거스르지 않게, 그래서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어울리는 건 하루키의 에세이다. 그의 에세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담지 않으니까.<br>&lt;오후의 마지막 잔디&gt;는 1982년에 나온 소설이다.하루키는 영원히 현재에 머물러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5/37/cover150/k4421387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453714</link></image></item><item><author>한깨짱</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동기의 해부 - [동기의 해부 - 이상한 자들의 이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99505</link><pubDate>Sun, 19 Jul 2026 0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3372146/173995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034764&TPaperId=173995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7/61/coveroff/k8820347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034764&TPaperId=173995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동기의 해부 - 이상한 자들의 이유</a><br/>존 E.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김현우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12월<br/></td></tr></table><br/>&lt;동기의 해부&gt;는 &lt;마인드 헌터&gt;의 존 E. 더글라스가 지은 책이다. &lt;마인드 헌터&gt;보다는 내용이 훨씬 풍부하다.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로 아주 좋고 범죄 소설을 준비 중이라면 여러모로 참고할 부분이 많다. 여기에 몇 가지 유용한 내용을 정리해 둔다.<br>피살자의 시체가 담요로 덮여있거나 얼굴이 가려져 있다면 범인은 죄책감을 느낀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는 범죄자라면 성격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용의자를 면식범으로 한정해 지인이나 이웃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소심한 성격일 수 있고 인간관계에 미숙한 외톨이, 주변에선 수줍은 사람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높다.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했거나 범인을 당황하게 만들어 벌어진 우발적 살인도 가정해야 한다.<br>범죄 수단도 아주 중요한 단서다. 총, 칼, 교살, 독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총, 칼, 교살은 범인이 피해자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저격 총이 아니라면). 반면 독살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죽이려는 사람의 눈을 바라볼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인의 성격과 동기에 큰 차이를 만든다. 살인범들은 피해자를 완벽히 통제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나아가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독살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br>독살은 좀 더 정교할 필요도 있다. 누군가의 음식에 독을 타거나 주사를 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접근했다 빠져나와야 한다.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관찰 가능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를 제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독살의 큰 장점이다. 독살은 여러모로 여성 살인범이 택하기 쉬운 수단이다.<br>범죄 현장을 묘사해 보자. 탁자 위에는 다 마신 오렌지 주스 병과 케이크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접시가 있다. 냉장고에는 정확히 한 조각이 반듯하게 잘린 홀케이크가 있다. 주스 병과 포크에서 피해자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걸 범인이 먹었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범인이 이 장소를 아주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범인은 아주 대범한 놈일 수도, 이게 첫 번째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쉽게는 이 집을 자주 방문했던 사람, 피해자가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br>도망자들은 자기에게 친숙한 장소를 은신처로 삼는 경향이 있다. 온 가족을 살해하고 도망친 가장은 자기가 어릴 때 살았던 지역,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했던 나라, 대학 시절을 보낸 곳, 아내를 처음 만난 도시, 군복무를 했던 지방 등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다시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아마도 망상이겠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면 범인은 아주 홀가분한 상태일 것이다. 살인으로 인해 범죄자의 삶은 다시 살아갈 에너지로 충만해진다.<br>살인에는 분명 트리거가 존재한다. 직장을 다니며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 모두가 동료를 살해하는 건 아니다. 삶에는 붕괴를 막는 여러 기둥이 존재한다. 피해망상에 낮은 고과 평가, 실직, 파산, 이혼, 공개 모욕, 묻지마 살인을 보도하는 뉴스, 그것을 주제로 한 영화 등이 겹쳤을 때 툭, 하고 끊어지며 와르르 무너진다. 안톤 쉬거처럼 순수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당신은 코맥 매카시가 아니다. 쌈마이가 되지 않으려면 얘는 그냥 싸패야라고 말하는 대신 인물을 다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lt;동기의 해부&gt;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7/61/cover150/k8820347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67619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