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의 재발견 -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
장 뤽 엔니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엉덩이', 경상도에서는 사투리로 흔히 ‘궁디’라고 하며, 궁뎅이, 엉뎅이, 방탱이 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직 내가 한참 어렸을 때, 그러니까 5~6세 정도때 엄마 엉덩이를 베개삼아 베고 누워 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 엄마의 엉덩이는 정말 폭신폭신하고 몰랑몰랑해서 그야말로 물침대는 저리 멀리 가라였던 것 같다. 물론 그때는 물침대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을 테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 후로 커서 보게되는 젊은 여성의 엉덩이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 하기사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본인을 알아보시는 분은 없겠지만 - 본인은 동성애자가 아닌 관계로 남성의 엉덩이에는 당근하게도 관심이 없다.) 자연 관능적인 상상으로 끈적하게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엉덩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통통한 엉덩이 속에서 숨겨진 구멍에 대한 호기심과 그 구멍을 채워야겠다는 자연적이고 본능적 의무감에 실행 가능성이 전무한 온갖 공상으로 허기진 욕구를 달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도 나오듯이 샤르트르에 의하면 모든 구멍들은 채워지기를 은밀히 갈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레의 늘름한 아들로 태어난 남성 독자제위 여러분들께옵서는 이 말을 유명한 서양 철학자의 말이라고 글자 그대로 찰떡같이 믿고 아무 구멍이나 채울려고 달려들다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들이밀기전에는 반드시 깊이 숙고심사하시길 바라는 바이다. 물론 무모한 용기가 큰 성과를 이루어낼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 한심한 몸뚱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떨어져 나려 끝내는 닭똥같은 눈물을 철철흘리게 되는 것이다. )

이 책은 엉덩이의 A~Z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할 만하고 부제에 명시된 대로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라고도 할 만하다. 제목에서 당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책의 내용은 대부분 성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것이다. 엉덩이에 대하여 이렇게 관심이 많고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참 할일도 억수로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책 쓴 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로 무식하고 한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러한 생각도 든다. 인류의 역사을 돌이켜보건대, 경제적으로 삐까번쩍할 때 문화도 아름답게 꽃펴서 창달했던 것이니, 우리도 이제는 먹고 살만 해져 방귀도 제법 뀌고 하니 남의 엉덩이에 관심을 조금 가진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시답잖은 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눈 밝으신 장정일 선생께옵서는 우리가 아직 먹고 싸고 살기에 바쁜 90년대 초에 이미 엉덩이가 예쁜 여자에 관심을 집중하였고, 그에 부응하여 돼지코의 모모한 변태 감독이 엉덩이보다는 얼굴이 예뻤던 여우 정선경을 발탁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포르노 영화를 찍기도 했던 것이니 선생의 그 선경지명에 감탄식을 금할 길이 없기는 하나, 목하 작금에 이르러 선생께옵서 모방송의 독서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본인은 깜짝 놀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독야청청하신던 선생께서 와저카시지?....

각설하고, 엉덩이의 재발견이라고 하니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어떤 귀중한 물건이 엉덩이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엉덩이는 냄새나는 똥구멍을 숨기고 있고 성기와 연결되어 있을 뿐 뭐 별나라에서나 나는 무슨 보물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거시기와 머시기를 보물로 여긴다면 그건 별문제이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이 동성애(특히 남성들간의 항문성교)라든지, 엉덩이가 어떻게 욕망을 자극하는지, 터부시 되고 금기시 되는 것들에 대한 은밀하고도 관능적인 이야기들, 가학적이고 피학적이고 엽기적이기도 한 이야기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봤고 또 뒤에서 수군수군 거리기도 했던 그런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다. 조르주 바타이유나 또 이런 문제에서는 결코 빠지지 않은 프로이트가 중간중간에 등장하고 또 유명한 그림들이 상호협조하여 형이하학적인 주제를 형이상학적으로 변환시키기도 하고 그렇다.

프로이트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프로이트가 모나리자의 미소에서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을 볼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대목을 읽다가 문득 프로이트라는 사람은 참 기발하고도 기괴해괴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아들들이 아버지를 연적으로 생각하여 아버지를 찔러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고자하는 욕망을 무의식속에 갈무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지 무슨 자기 눈알을 찔러 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서양 코쟁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털 수북실한 짐승 비슷한 넘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서양 코쟁이들은 코가 커서 그런지 성에 있어서도 참 관대하구나(코 큰거 하고 그거하고 무슨 상관인고?)....이 책의 작가가 법국넘이어서 역시나 틀리구나...똘레랑스하구나 하는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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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베이다
 

학수고대....닭의 모가지를 비뜰든 학의 모가지를 쥐어 짜든 어쨌든 참고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오는 법이다. 질기게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오는 것이다. (인생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눈물로 기둘리고 기둘리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개봉이 목하 안전에 목전에 박두했다.


소설로 치자면... 발단 전개 절정 사정 결말 (음....이게 맞나?) 중 절정 부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아니킨의 전락과 변신, 아미달라의 고통과 절망, 그 전락과 고통사이에서 운명적으로 잉태되고야 마는 전우주적 희망(어리벙하게 생긴 루크 스카이워커와 별로 공주같지도 않은 레아 공주 되겠다), 제다이 기사단의 수난과 붕괴, 은하연방의회 의장 펠퍼틴의 발호와 모든 제다이들의 은사인 요다의 패배와 망명도생, 공화국의 멸망과 제국의 건설.....아직 보지도 못한 에피소드3의 장면들이 디지털 파노라마로 아날로그 주마등으로 마구 좌르륵 펼쳐지고...아! 빨리 보고싶으다. 수년을 참고 기다렸는데 며칠을 버티지 못해 골로 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화장실에 앉기도 전에 바지에 떵싸는 것은 아닌지......포스가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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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제출 기한을 4.30일까지로 본인 혼자 꿀떡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4.20일까지다. 호구에 너무 전념한 때문인가 이벤트를 주최한 측에 송구스럽고 한편으로는 약속을 어겼으니 블랙리스트에 올라 혹시 다른 서평단 모집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사실 미안한 마음보다는 걱정스런 마음이 더 많다. 어쩌다 공짜를 이리도 밝히게 되었을까 세월을 한탄해 본다.
 
과학분야에 대하여는 완전 문외한이자 더 나아가 무뢰한일지도 모르는 본인이 책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일단 무조건적으로 서평단 모집에 신청을 했던 것인데, 신청과정에서 여차한 사정의 곡절이 다소 있었으나 로드무비님의 배려와 호의에 힘입어 책을 받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군대시절부터 선착순 순위에 든 적이 없었고 선착순 얼차려를 받을 때는 아예 순위에 드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뛰어 다음에 또 뛰고, 그 다음에 또 뛰고 하며 세월대로 헐떡헐떡 했던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로드무비님 덕분에 용케 순위에 진입하게 되었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오랜 옛날, 대입 학력고사에서 수학점수를 간신히 20여점(55점이 만점인가?)을 획득한 - 도대체 고딩 3년동안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 본인으로서는 비록 책 읽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과학분야로는 관심이 촉수가 뻗어 자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당연하게도 과학분야의 책은 아마도 중고딩시절의 교과서외에는 별다른 독서경력이 없는 것 같다. 다만, “파인만씨 농담 좀 작작하시죠(?)”는 제목이 그럴 듯 해서 읽어 본 적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 책은 어떤 과학분야를 소개해주는 소개서류가 아니라 인물전기내지는 수필 비슷한 종류라 하겠다.

계속적으로 당연하게도 이 책을 통해 전혀 새롭고 재미난 사실을 너무나 많이 알게 되었다. 편식을 하게되면 마누라한테 야단을 맞고 편독을 하게되면 균형잡히고 튼튼한 사상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콩도 열심히 먹고 책도 골고루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실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짐하는 것은 쉽다. 일단 쉬운 것부터 해보자.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라는 것에 이렇게 많은 사연들이 얽히고 설켜 관계되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내가 전혀 관심가지지 않는 분야라고 하더라도,그곳에서도 극적이고 치열한 싸움이 불꽃을 튀기며 벌어지고 있고, 대단한 사람들이 대단한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세상이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닌 것이다.

제도권의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수학에 딸린 페러데이가 끈질긴 실험을 통해 밝혀낸 자신의 연구성과를 고차원 방정식으로 풀어 설명해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의 통찰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대입 학력고사에서 수학점수를 20점 받았다고 과학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수학실력도 중요하지만 집념과 끈기 그리고 통찰이 결국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서평 마감시간이 넘었으니 마음이 급해져 페러데이까지 읽고 서평이랄 것도 없고 변죽만 울리는 시답잖은 글을 올리니 심히 부끄럽다. 몇몇분들의 주옥같은 서평을 읽어보니 부끄러운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레이더에 관련된 이야기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뒤로 갈수록 더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이기(利器)가 악용된 사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다. 과학이라는 것이 나쁜 쪽으로 이용되면 엄청난 비극을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고 또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다.

원폭연구에 참여했던 학자들 중에 많은 이들이 나중에 평화주의 투사로 전향하게 되는데, 우리같이 약소국에다 원폭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살고있는 나라에서 보기에는 이 무슨 병주고 약주는 얄미운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국열강들은 지구를 수백 수천번도 넘게 날려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핵폭탄을 수천기 수만기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이 콩알탄만한 핵폭탄 하나 가지려 하자 무슨 큰 난리가 곧 터지는 것처럼 지랄을 떨고 지랄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고, 인생사가 그런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나의 서평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이 책은 읽어볼 만 하다. 종이의 질도 매끌매끌 부드러운 것이 느낌도 좋더라.  찌리릭~ 전기가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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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쓰신 것만 해도 존경스러워요.
전 뻔뻔하게 읽어보지도 않았다죠.
<사색기행>은 꼭 쓰려고요.^^

붉은돼지 2005-04-2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덕분에 책 잘 받았습니다. 서평단 신청할 때를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솔솔한 편입니다. 한 번 읽어 보시죠...
 
명화로 보는 인간의 고통 -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그림 속 아픔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8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본인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 많은 걸 알게 되고 배우게 된다.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재삼 삼삼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미 읽어보신 독자제위들께옵서는 당근지사로 아시겠지만 문국진 박사는 1925년생으로 올해로 꼭 만80세이다. 그 연세에 아직까지 글을 쓰신다니 존경스럽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취미나 개인적 관심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로 전문가 못지 않은 일가를 이루었으며 여러권의 저서를 내고 하다니 실로 본인이 본 받아 따르고자 하는 바 사표 비슷하다. 사표는 그저 사표일 뿐이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표를 쓰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다. 사표 이야기를 하다보니 뜬금없이 사표가 쓰고 싶어진다. 사표 던지고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읽고 잠오면 자고 그러고 살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어디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하던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런 이야기 되겠다.

신체 추형장애라는 것이 있단다.(요즘같이 복잡 다단한 어지러운 세상에 뭔들 없겠나)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들의 동경이나 원망을 모르는 바 아니니 그런 정신장애가 생긴다고 별 이상할 것은 없다. 누구나 조금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고(본인은 돌출형 구강구조 - 튀어나온 입 - 로 수년간 남몰래 고민해 왔고, 유년에는 놀림도 당하고 했던 것이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그 고민에서 벗어났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남들에게 좀 더 예쁘게 보일려고 노력한다. 미에 대한 선망은 인지상정을 떠나 인간의 본능이다는 생각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무엇이든지 도를 넘어서는 것이 문제다. 물론 콤플렉스가 자기개발의 동력이 되는 수도 있겠지만, 근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선풍기 아줌마나 마이클 잭슨의 예에서 보듯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수도 있다. 불현 듯 어느 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로부터 발생한 에너지가 자기발전의 동력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자기파괴의 마력으로 전환되어 버린 것이리라. 이름하여 주화입마!!!

대학교 땐가 언젠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성형수술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100분 토론 비슷한 난상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술자리 토론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시끄럽기는 엄청 시끄러워 호떡집에 불난듯이 와자지끌 소란하지만 대개는 결론없이 흐지부지 지리멸렬, 잘하면 싸우기 일쑤고 나중에는 술에 취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누가 떵을 싸 발랐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고...... 한마디로 한심하게 그리 되는 그런 것인데....어렴풋이 기억나는 그날의 성형수술에 대한 토론에서는 아마도 ‘신체발부 수지부모형’의 보수주의자들이 득세하였던 것 같고, (물론 기형에 대한 성형에는 모두 찬성이었다) 미용내지는 외모 컴플렉스의 극복방안으로서의 성형수술을 지지하는 일부 성형옹호론자들의 반론도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인데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나아가 삼사도 있을 법 했던 것이다. 성형을 통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보람찬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우리 근본주의자들의 생각은 올바른 가치관과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외모의 변화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행정진을 통한 정신의 고양에서 발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본인의 이러한 생각은 과거 단발령에 반발하여 상투를 붙잡고 눈물을 철철 흘리며 내 목을 쳐라 의연히 외치던 구한말 양반들의 고루한 사상과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왠지 그 먼지먹은 외침에 자꾸만 애정이 간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램브란트의 ‘눈먼 삼손(p200)’을 꼽겠다. 사랑과 배신(이 두 단어는 서로 이웃하고 사는 경우가 많아 어울리는 면도 있다. 사랑과 야망, 사랑과 영혼 등도 자주 쓰이고는 있지만 사랑이란 단어는 배신과 이웃할 때 극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다.)으로 점철된 성서속 영웅의 비극적 말로를 그린 그림은 그 치명적인 배신의 정신적 고통이 눈알이 뽑히는 육체적 고통으로 표현된 듯 하기도 하다. 눈알이 찔리며 고통에 몸을 뒤틀고 얼굴을 오만상 찡그리고 있는 삼손의 얼굴을 보며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해봤다. 연이나 마음의 상처 어쩌고 하면서 센티하게 주절거리고 있지만 여하튼 눈알이 찔리는 고통은 정말 엄청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저자의 말처럼 쇼크사를 일으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알이 안 찔릴려면 여자를 사귈 때 조심해야 한다. 데릴라 같은 나쁜 여자를 사귀게 되면 인생이 비극적으로 된다.

흔히 빛과 영혼의 화가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램브란트의 그림을 볼 때 마다 느끼지만 그의 그림속에는 빛이 있다. 눈이 부신 그런 환한 빛이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하며 은은한 빛. 영화 <퐁네프의 연인>에서 줄리에트 비노쉬(실명의 위기에 처한 인생 막가는 처녀화가로 나온다. 물론 아시겠지만)가 그렇게도 램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멋대로 짐작해 본다. 자신의 실명이 램브란트의 그림을 통해 회복될 수도 있다는 희망과 소원을 가져본 것이리라. 삼손의 고통스런 얼굴과 대조적으로 데릴라는 한 손에는 커다란 엿장수 가위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삼손의 머리에서 짜른 머리터레기를 휘날리며 비웃는지 조금 바보스런 얼굴로 동굴을 빠져나가고 있다.(자고로 여자 때문에 망한 영웅호걸들이 수다하거니와 큰일을 할려면 김유신처럼 말목아지를 단칼에 베어야만 하겠지만, 독자나 관객은 김유신보다는 사랑의 배신으로 피 흘리며 쓰러지는 영웅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그 슬픈이야기에서 독자나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그런 말이다..) 삼손의 팔을 잡고 있는 병사나 창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의 겁먹은 듯한 표정도 재미있다. 독자제위들의 집중적인 감상을 권하는 바이 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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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로 뽑히신 거군요.
축하드립니다.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붉은돼지 2005-04-2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쓴 리뷰를 다시 읽어 보니 "ㄴ"운운한 것이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도 찜찜합니다.

본원향 2015-01-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 생각하는 그림들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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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일단 그림이 커서 마음에 든다. 얼마전 예경에서 나온 <천년의 그림여행>의 경우 일부 독자들로부터 소개된 그림의 도판이 너무 작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작은 그림을 좀 자세히 볼려고 책에 코를 박고 눈알이 빠져라 보다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림이 작은 것도 문제이지만 그림이 너무 커서 양페이지에 걸쳐 있을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양페이지에 걸쳐 인쇄된 그림의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볼려고 책을 무리하게 펼치다 보면 책이 무슨 수박도 아니고, 모세의 홍해바다도 아닌것이 양쪽으로 똑 따갈라지면서 설상가상 밥상위에 엎어지는 격으로 책이 두권으로 세포분열하는 그러한 난감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인 생각에는 큰 그림도 좋지만 될 수 있으면 한 페이지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2. 그림관련 책일 경우 문제가 되는 중요한 것은 그림크기와 아울러 도판의 선명도 내지는 인쇄상태가 될 것이다. 학고재에서 출간된 소위 기념비적 저작이자 전세계적 기획 출판물인 "중국회화사 삼천년"의 경우 판권 소유자인 예일대학 출판부가 한국어판을 기획하면서 한국의 인쇄술이 못미더워 전량 홍콩에서 인쇄하는 조건으로 출판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본 바 있지만 거금을 들여 이 책을 구입한 본인이 목도한 이 책의 인쇄상태란 것이 생각하는 그림들에 나오는 그림의 인쇄상태나 별 반 차이가 없더라나.

3. 책에서 시종 사용되고 있는 경어체 문장(작가소개까지 경어체로 되어 있더라)은 마치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다소 부담스러웠고, 또 그림에 대한 설명이 너무 도덕적이고 원론적인 것 같아 지루한 느낌이었다. 188페이지의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부그로, 밀레, 보갱, 르누아르, 샤르뎅, 마티스 등은 두 번씩 언급되었으며, 윤석남은 생각하는 그림 오늘에도 소개되었던 화가이다. 얇은 책에 한 화가의 그림을 두 번씩 소개하는 것보다는 다른 화가를 한 명 더 소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화가인명사전이 뒤에 붙어 있어 - 처음에는 화가 소개가 없는 줄 알고 투덜거리다가 나중에야 뒤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책을 읽다가 보면 한 페이지 읽고 뒤에 가서 찾아보고 다시 두페이지 읽고 또 뒤쪽을 뒤적여야 하니 오뉴월 개보다 게으른 본인에게는 고역이랄 것 까지는 없지만 다소 귀찮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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