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 - 할인행사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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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9일 일요일 DVD 평점 3.5점



호기심 많은 둘째가 어느 날 방에 찾아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영화를 아냐고 물어봤다. 아울러 디비디의 보유 여부도 함께 질문했는데 알기도 하고 마침 DVD도 가지고 있었다. 2000년 개봉 당시 나름 상당한 히트를 했던 일종의 청춘 호러무비로 기억하는 영화다. 대충 기억하기로 비행기를 타기 전 뭔가 불길함을 느껴 내리게 된 고등학생과 일부 일행들이 살아남아 겪게 되는 그런 줄거리였는데...


다시 보니 대충 그런 스토리로 흘러가는게 맞았다.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가 기억에 남는걸로 봐서 영화의 임팩트가 제법 있었던 영화로 생각된다. 거의 이십년이 다 되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별로 촌스럽지 않고 괜찮았다. 엑스 파일로 이름을 알렸던 제임스 왕이 북 치고 장구 친 영화였는데 이후 후속작이 조금 아쉬운 감독이다. 궁금해서 그의 경력을 잠깐 찾아봤다.


˝전 세계를 미스터리로 흥분케 한 TV시리즈 < X-파일 >의 각본, 감독, 프로듀서를 맡았고, 신선하고 충격적인 메가히트 호러무비 <데스티네이션>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밀레니엄> 등 여러 편의 TV 시리즈 작업도 맡았다. 항상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화려한 영상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제임스 웡은 초자연 스릴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고, 늘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는 등 여전히 의욕적인 활동을 진행중이다.


함께 각본을 쓰고 프로듀서를 맡은 글렌 모건과는 샌디에고 고등학교시절부터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며 현재까지 13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를 공동 작업했다. 2001년엔 이연걸의 화려한 액션이 돋보였던 SF액션 <더 원>을 연출했고, 니콜 키드만 주연의 호러 <디 아더스>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및 <데스티네이션>의 제작진들과 또 다시 뭉쳐 1974년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공포영화인 <블랙 크리스마스>의 리메이크작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네이버 발췌)˝


2009년 박준형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대망작 [드래곤 볼 : 에볼루션] 이후로 더 이상 연출작이 없는걸로 봐서 경력은 단절된듯 싶다. 아무튼 아쉬운 감독이다. 남자 주연배우인 데본 사와도 이 작품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고, 여주인 알리 라터는 꾸준하게 활동했고 레지던트 이블에서도 클레어로 솔찮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여배우였는데 근황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 세월의 화살은...


디비디 케이스를 보니 하이비라는 잡지의 부록으로 제공됐던데 이제 더 이상 영화 타이틀을 부록으로 제공하는 잡지는 없으려나? 아무튼 상당한 팬덤을 불러일으켰던 영화였고 다시 봐도 괜찮은 공포영화다. 혹시 안 보셨다면 가볍게 감상하실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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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3(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샤니 스미스 외, 대런 린 보우즈만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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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9일 일요일 DVD 평점 3.5점



중고 DVD 구입을 계기로 뒤는게 쏘우 시리즈를 보게 됐다. 명성에 비해 1편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고 2편은 살짝 평범했는데 혹평을 받은 3편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누가 누구를 벌하냐며 토드 벨이 분하는 직쏘에 대해 불편감을 토로하는 글을 읽었다. 단지 영화일뿐인데 그렇게 어그로를 끄는걸 보면 직쏘의 캐릭터는 분명해 보인다. 3편에서는 그의 제자격인 아만다가 좀더 뚜렷하게 부각되는 느낌이다.


영화 초반부의 고문도구와 중반부를 넘어서 사지를 비트는 장치는 생각보다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크린 상으로 볼 수 있는 역대급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줄거리라고 할게 없어서 네이버의 글을 살짝 빌려보자면,


˝유능한 뇌 전문 박사 린은 병원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오던 어느 날 밤,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다. 정체 불명의 밀실에서 눈을 뜬 린 박사가 마주 친 것은 병상에 누워 있는 죽기 직전의 직쏘! 직쏘는 심판이라는 명분으로 여러 명을 죽음의 게임에 끌어들였던 지능적 살인마이다. 직쏘의 새로운 게임 대상이 된 린은 다른 방에 잡혀있는 또 다른 인질이 미션을 모두 마칠 동안 직쏘를 살려야 한 다는 말을 듣게 된다.



  같은 시각, 나무 상자 안에서 깨어난 제프. 그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휩싸여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주어진 게임은 아들의 사고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 직쏘가 정한 규칙대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는 게임을 풀 수 있는 단 두 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같은 시간, 각기 다른 방에서 동시에 시작된 미션. 둘 중 한명만 성공 해서는 목숨을 보장 받지 못하며, 미션 중 하나는 스스로 풀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린의 목에 걸려 있는 폭탄장치는 직쏘의 심장 모니터와 연결이 되어 있어 직쏘의 심장이 멎거나 그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폭발해 버리게 된다. 린과 제프는 서로의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방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직쏘가 세워놓은 치밀한 계획 중 하나일 뿐, 이미 또 다른 게임은 시작되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평범한 남자가 사건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만나며 주어진 미션에서 갈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나에게 저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했을까 살짝 고민해보기도 했다.


토드 벨의 무심한듯한 연기는 역시나 인상적이었고 아만다 역의 쇼니 스미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4편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것 같은데 과연 어떨런지 살짝 궁금하다. 3편은 기대보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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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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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허브로 교보문고를 이용하다가 알라딘으로 이동중이다. 리더기 크레마를 선물받은것도 있지만 알라딘이 미비했던 전자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알찬 기획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쿠폰과 행사도 베이트 프로덕트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양질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게 가장 핵심이다.


천원으로 세계의 유명 장르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을 서비스하는 럭키팩도 좋았지만 올해부터 교양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0권의 교양서를 묶음으로 3천원에 한달간 대여를 해준다. 허접한 책들이 않은 꽤 괜찮은 책들이 묶여서 나오는데 올해만 벌써 두 개의 패키지를 출시했다. 다만, 한 달안에 10권을 읽어야 되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다운 받은 후 한달내에 읽는게 기본 조건이다. 2월쯤 구입했지만 바쁜 시기가 지나고 5월 1일에 교양팩 vol.1 을 다운 받았다. 그 첫번째 책으로 이 책을 읽어줬다. 책의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알찼던지라 기쁨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출판사가 신뢰의 사계절이니까 뭐...ㅎ


1급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서울대 출신의 김원영 변호사가 본인이 성장하면서 겪은 생생한 경험을 필두로 약간 시니컬하면서 어떻게 보면 유쾌하게 세상에 맞서서 살아왔는가에 대한 기록이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단지 집안 형편이 어려운 1급 장애자가 역경을 이뤄내고 입지전적인 위치를 이뤄낸 감동적인 수기가 절대 아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삶을 겪는 방식, 그리고 다른 소수자들에게 주어지는 인간실격의 부당성등을 이론적으로 날카롭게 풀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인문학적인 소양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등을 토대로 다방면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기도 하다.


동정인 아닌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동행인으로써의 장애인에 대한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이 괜찮아서 전문을 올려보니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일독하기를 권해드린다. 좋은 책은 널리 많이 읽혀져야 한다.!!


한 인간의 결핍과 차이와 비참이
개인적인 체험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법과 제도 속으로,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는 사회적 무대로 확장되어가는 한 편의 긴 변론서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은 지난 2010년 불굴의 의지와 희망의 상징인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야한’ 장애인, ‘나쁜’ 장애인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책을 썼다. 열다섯 살까지 방 안에만 있던 자신이 장애인학교를 거쳐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하기까지의 개인적 서사를 바탕으로, 자신과 같은 소수자들이 세상에 등장할 수 있게 해준 용기 있는 사람들의 자유와 연대의 힘을 증언했다. 당시 스물아홉의 청년이었던 그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언젠가는 증언이 아니라 변론을 할 수 있는 삶, 조금은 더 당당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삶, 다가오는 내 삼십대에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삼십대가 된 그는 연구자이자 법률가로서, 자신의 분노와 욕망을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삶’, ‘실격당한 인생’이라 낙인찍힌 이들의 삶을 변론하기로 했다. 그들이 자신의 출생 자체를 부정하거나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특질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 속에 살지 않도록, 모든 존재가 존엄하고 매력적일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해 한 편의 긴 변론서를 작성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발견되고 구축되는가

저자는 소수자들이 삶에서 만나는 연극적인 순간들, 즉 차별과 배제, 수치와 모욕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노련하게 맞받아치고 우아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놓인 딜레마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이런 마음의 태도는 삶의 모든 순간을 일종의 공연(퍼포먼스)으로 만든다. 뜻밖에도 이는 자신을 모욕했던 이들, 의전을 기획하고 장애인을 동원하는 이들의 연극적인 삶과 어딘가 닮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거짓된 연극을 집어치우라고 하기보다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과 인류학자 김현경의 논의를 빌려와,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연극적인 상호작용이 인간의 존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무더운 여름날 모든 아이가 계곡으로 달려갈 때 “나 피부 관리해야 돼”라며 장애가 있는 친구 곁에 남는 한 아이와 그 연기를 이해하고 적당한 말로 친구를 보내주는 또 다른 아이가 연출하는 한 편의 무대. 저자는 이와 같은 ‘존엄을 구성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홀로 고통을 감내하던 개인이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존엄한 인간으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내 친구가 “피부 관리해야 돼”라고 말할 때, 나는 그가 나를 존중하기에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맞장구를 쳐준다. 나의 맞장구에 그는 내가 자신을 존중함을 알고, 더더욱 나를 존중한다. 그가 나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나 역시 스스로를 존중한다. 결국 나는 그가 실제로는 가고 싶어 했던 계곡으로 그를 마음 편히 보내주고, 그는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며 만화책을 건네고 떠난다. 우리는 서로가 욕망과 자존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깊이 인정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고, 이런 퍼포먼스는 우리의 존재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어준다. (중략)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극명하게 빛나는 순간은 서로가 서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는 때이다. 품격이 상대방을 적절하게 접대하는 연기에 의해 구성된다면, 존엄은 상대를 환대하고 그 환대를 다시 환대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가 본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대우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서로를 대우할 때 비로소 존엄이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_ 69~71쪽

부모, 형제자매, 친구, 연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이 존엄한 인간임을 확인한 소수자들은 이제 세상으로 나아간다. 변호사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법의 문지기로서 차별당하는 이들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가 보호와 치료, 복지라는 이름으로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적 전제인 개개인의 고유한 서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복잡하고 고유한 삶의 이야기, 배경, 몸의 경험이 무엇이든 오로지 법은 (효과적이고 강제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정신질환자로 스스로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법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바로 그 보호가 필요한 이유인 ‘속성’ 또는 ‘배경’ 안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온전히 구겨 넣으라는, 즉 지체장애와 발달장애 그 자체로만 존재를 쪼그라트리라는 요청이다. (중략)
헌법은 개인이 고유한 저자성을 갖기 때문에 존엄하고, 그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유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그 권리 보호의 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존엄의 핵심인 저자성을 침탈당해야 하는 셈이다. _ 189쪽

나아가 저자는 그러한 고유성, 자기 삶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저자성authorship을 보장받기 위해 ‘이동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를 발명해나간 장애인들, 소수자들의 오랜 투쟁의 역사를 서술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확인하고, 그것을 법과 제도에 진입시키려 노력해온 소수자들은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아름다움의 문제, ‘나는 법과 도덕, 교양, 인권 의식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저자는 ‘초상화 그리기’라는 개념을 통해 한 사람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온전히 지닌 채 써온 인생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지켜봐줄 수 있는 시선이 있다면, 그런 무대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실격당한’ 존재들도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피터 딘클리지는 연골무형성증을 가진 장애인이다. (중략)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은 티리온의 삶 전체를 따라가며 스냅사진 같은 한순간이 아니라 그의 연기가 만들어낸 오랜 시간을 캐릭터의 외모에 통합한다. 그는 이제 극 전체에서 누구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인되고 있다. 물론 그런 연기 자체가 피터 딘클리지라는 배우가 자기 삶에서 구축한 ‘서사’가 구현된 결과일 것이다. 티리온의 매력은 피터 딘클리지라는 배우의 매력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중략)
이 모든 실천은 자기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화가’들 앞에 자기 초상화를 맡길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렇게 그려진 초상화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와 신념, 성향, 몸의 질량과 부피, 비율과 신체의 곡선, 색깔과 향기, 목소리를 모두 종합할 것이다. 아름다울 기회의 평등이 있다면 적어도 당신과 나의 신체도 얼마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 _ 276~285쪽

정체성을 수용한다는 것: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로스쿨 1학년 민법 수업 시간, 저자는 수강생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에 앉아 ‘잘못된 삶 소송’ 이야기를 접했다. 자신의 질병 또한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미리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는 부모가 자신의 출생이 손해라며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성장기 내내 붙들고 있던 ‘나는 추하고 무가치하고 열등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질문이 ‘잘못된 삶’이라는 개념으로 수렴되는 느낌이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삶이 손해나 잘못은 아닌지, 아니라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자신처럼 차이와 결핍을 가진 존재가 그것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과 태도가 필요한지를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분투하는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모은 법적, 사회적, 철학적, 경험적 근거들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001년 미국에서 한 청각장애인 레즈비언 커플이 5대째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남성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 고뱅을 낳았다. 아이에게 고의로 장애를 물려준 이들의 선택은 엄청난 윤리적 논쟁을 일으켰다. 저자는 묻는다. 나에게 골형성부전증은, 그리고 고뱅에게 청각장애는 손해일까? 골형성부전증이 없는 채로 태어난 아이는 김원영이 아닐 테고, 부모가 청각장애를 고의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고뱅은 존재할 수 없었을 텐데, 세상에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손해란 말인가? 그는 장애든, 추한 외모든, 다른 성정체성이든 내 몸에 완전히 부착되어 내 존재의 일부가 된 조건은 결코 손해나 잘못이 될 수 없으며,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잘못’이나 ‘실격’이라는 사회적 낙인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수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특수학교에서 다양한 휠체어 사용 기술을 연마하고, 휠체어의 색깔과 디자인까지 신경 쓰는 선배들과 어울리며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나의 장애를 치료하거나 나를 ‘정상’에 가깝게 만들어주려는 부모 세대와는 결코 나눌 수 없는 ‘수평적 정체성horizontal identity’을 공유하며, 자신을 비정상이나 결여된 존재가 아니라 개별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다. 고뱅의 부모는 청각장애인으로서 수화언어를 사용하며 형성해온 자신들의 문화, 삶의 양식을 온전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아이와 공유하려 했다. 장애를 물려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세계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즉 정체성을 수용한다는 것은 그러한 속성을 지닌 채 살아온 사람들이 삶의 여러 도전에 맞서 써온 이야기, 공통의 경험을 내 자아의 중대한 부분으로 삼겠다는 의지이자 내 삶의 전체적인 기획을 그에 맞추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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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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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교양팩에서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제목만 놓고 볼때는 페미니즘을 통해 대화를 해보자는건줄 알았는데 상당히 강경한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서술한 책이다. 서두부터 내가 말하는게 불편하면 끝까지 읽지 말고 책을 덮으라고 한다.


아울러 남자들이 남녀차별과 군대를 가지고 동일시하며 징징댈거면 니들이 헌법소원을 내서 대응하던지 말던지 나는 알바 아니라고 말한다. 똑같이 말해주고 싶더라는...남녀차별 가지고 징징댈거면 헌법소원으로 대응하시던지요....저도 제가 먹고 살기 바빠서 페미니즘이고 뭐고 관심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것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연유됐다고 한다. 단지 살인사건이 아닌 남녀차별에 의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맞서 싸우자는 식의 논조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강남역 살인사건은 사이코 같은 쉐키가 힘 없는 여성을 습격해서 살해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살인자가 여성을 혐오해서 살인한것과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게 솔직이 왜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를 애도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맞서 일베로 보이는 찌질한 남성들이 징징대고 그에 맞서서 싸우는 여성들을 보자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자리는 피해 여성을 애도하는 자리가 아닌가? 피해자는 안중에 없고 자기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자리로 변질되는 모습을 볼때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중권씨가 나도 메갈이라는 당당하게 일갈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양반이 아직도 메갈이라고 외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니까 여성도 남성을 혐오한다. 우리는 대차게 싸워야 된다. 뭐 그렇게 하는게 자유다. 말릴 이유가 없다.


저자는 남자들을 가부장제도의 수혜자라고 수도 없이 말하는데 나는 내가 뭘 수혜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 엄한 아버님과 대화도 거의 못 나누고 암묵적으로 지워지는 장남의 책임감등등이 짜증났다. 남자로써의 특권 의식은 전혀 없었다. 줄기차게 주장하는 가부장제도의 문제점과 남자가 누리는 특권을 명쾌하게 서술하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우기는 느낌? 하여간 그랬다.


살짝 두서없이 말하는것 같은데 저자의 말대로 불편한 책이 맞다. 그리고 동조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고 소위 말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이런 자세를 견지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냥 나 살기 바쁠뿐이다. 


혹시 제 글이 불편하시다면 그냥 패스해주세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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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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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각 개인 본인의 개성을 확립하고 정체성을 찾아가자는말로 보인다. 저자는 마케터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로 전작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것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직장인과 직업인을 규정짓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장인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직장에 머무는 사람을 뜻하고 직업인은 업을 찾아 전력투구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나의 경우도 직장은 세 번 옮겼지만 본질적인 업은 바꾸지 않았고 지금 내가 하는 분야에서는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 분야에 30년을 투자해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건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최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기만의 색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것은 후회없는 삶을 사는데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다.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퇴근 후의 삶에 치중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를것이라고 조언한다. 그 말에 백프로 동감한다. 워커홀릭이나 일이 전부라는게 결코 아니다. 시류에 휩쓸려 본말이 전도되는 포스트를 취한다면 그 피해는 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브랜드라 함은 사람에서 출발해 인간다움을 향해 나아간다는 명제를 뜻하며 휴머니즘적인 시선으로 일상을 살아가자고 말한다. 아울러 ‘아는것보다 중요한것은 생각하는것이다‘라고 화두를 던지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지식적으로 뭔가를 아는것만으로 그치지 말고 좀더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고 브랜드화 시킬때 삶이 윤택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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