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갈등 도시 -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서울 선언 2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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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인 김시덕 교수의 대서울답사 시리즈 2편에 ​해당되는 탐사리포트다. 전작인 [서울선언]에 이어 좀더 밀도있게 대서울이 어떻게 탄행되어가고있는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밀도있게 그려나가고 있다. 교보샘 패키지를 통해 시리즈 3권을 모두 읽게되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인 부천답사를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생길것 같다.

책의 성격을 좀더 좁혀서 규정해보자면,

​"좁은 의미의 [서울시]와 확장된 서울로서의 [대서울Greater Seoul] 개념을 구분한다. [서울시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주변 도시들로 확산되고 서울시와 주변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실에서, 서울의 범위를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해서는 서울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울 답사기가 아니다. 부평과 부천, 1·2기 신도시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수가 많은 경기도 도시들까지 답사 범위를 아우르는 [대서울 답사기]다.(소개글 발췌)"

​전작에 이어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확장해 재개발 지역과 근대 유적들 그리고 건물의 머릿돌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더음어 나간다. 저자는 자신의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탐사한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이다.

저자는 전작에 이어 일관되게 일제시대의 흔적과 재개발을 위한 도시철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현대적인 구조물이 도시의 성격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인간적인 정취를 점점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현재 서울시장의 성향으로 고려해볼때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시덕 교수는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지속적으로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대서울을 답사하며 책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도시의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일히 직접 답사를 하며 자신만의 기록을 소중히 담아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대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리포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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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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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함의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 다른 사람한테 쉽게 존경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선에서 모 후보님이 형식적으로 존경하는 누구 누구라고 서두를 던질때 약간 불편했다. 존중은 하겠지만 과연 속 마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하고 있는걸까 몹시 의문스러웠다. 너무 형식적인 수사법으로 보여 좋지 못한 습관이 아닌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인 신영복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분이다. 교수님의 책을 접하며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인품과 사고의 깊이, 나아가 실제 삶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임종을 대하는 교수님의 의연한 모습에서도 감동과 아울러 조금이라도 그 분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강의]는 2004년 돌베개에서 동양고전에 관한 시리즈중 한 편으로 출간됐으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인문교양서다. 사실 오래전에 구입했는데, 우선 순위에 밀려 책장에 고이 모셔놨다. 얼마 전 돌베개에서 출판한 [귀곡자]를 읽으며 불현듯 책장의 이 책이 생각났고 부랴부랴 서가에서 꺼내 한 문단씩 곰씹어가며 천천히 읽어줬다.


신영복 교수님은 사실 경제학을 전공하셨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해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하시며 동양고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게 된다. 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나 그의 다른 저서에서도 공공연하게 언급된다. 하지만 동양고전을 감옥에서 처음 시작하셨다기 보다 어렸을때부터 한학자였던 조부에게 가르침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봐야될것 같다.


교수님은 60년대에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서구문명이 앞다투어 소개되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침몰하는 순간, 바로 동양고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씀하신다.  무기징역이라는 엄청난 선고를 받으시고 감옥에서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이후 소개글을 통해 이 책의 집필의도를 좀더 깊게 살펴보자면,


비전공자를 위한 강의, 중요한 것은 성찰의 관점


"책에서 함께 읽게 될 고전의 예시 문안들은 동양고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우 초보적인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양고전을 섭렵한다는 것은 평생 걸려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입니다.

이 고전 강의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고전에서 문안을 선정했습니다. 책 속의 강의는 고전의 원문을 함께 읽고 해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한자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고전 강독에서 중요한 것은 고전으로부터 당대 사회의 과제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모색이 담론의 중심이 됩니다. 고전 원문은 그러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의미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아마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한자나 한문 때문에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에 담겨 있는 내용에 주목하면 충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고전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전에 대한 우리의 관점입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고전 강독의 화두, 관계론關係論


우리가 함께할 고전 강독의 전 과정은 화두話頭를 걸어놓고 진행하게 됩니다. 이 화두는 물론 21세기의 새로운 문명과 사회 구성 원리에 관한 것이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서보다는 오히려 현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두라고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걸어놓는 화두는 관계론입니다.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입니다. 근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본의 운동 원리가 관철되는 체계입니다. 근대사회의 사회론이란 이러한 존재론적 세계 인식을 전제한 다음 개별 존재들 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관계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는 세계관을 승인합니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배타적 독립성이나 개별적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하는 것이 관계론적 구성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강독하게 될 예시 문안은 대체로 이러한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한 것입니다.


고전 강독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우리의 당면 과제를 재조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로 가는 길은 오히려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초국적 자본의 일방적 질주 시대, 새로운 문명론의 개화를 위해


현대 자본주의가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부국강병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는 무한 경쟁 체제라는 점에서 춘추전국시대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패권 국가의 일방주의적 세계 전략, 초국적 금융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전략은 대립면을 상실한 질주입니다. 자기 증식을 운동 원리로 하는 존재론의 필연적 귀결이자 자기의 목표를 부단히 허물어버리는 모순 운동 그 자체입니다.

오늘날의 주류 담론인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세계화 논리는 한마디로 거대 축적 자본의 사활적 공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전개 과정이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자본 축적 과정의 전형적 형태입니다. 본질적으로는 대립면을 상실한 일방적 질주에 다름 아니지요.

21세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미래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에 대한 객관적 전망이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소망이 전망의 형식을 띠고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 담론은 대부분이 20세기의 지배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저의를 내면에 감추고 있습니다. 나는 21세기 담론이 진정한 새로운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근대사회의 기본적 구조를 새로운 구성 원리로 바꾸어내고자 하는 담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한 그것이 아무리 새로운 가치를 천명하고 있다 하더라도 조금도 새로운 담론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지속적으로 화동 논의和同論議의 의미를 심화시켜갈 것입니다. 동同은 지배와 억압의 논리이며 흡수와 합병의 논리입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근대사회의 일관된 논리이며 존재론의 논리이자 강철의 논리입니다. 이러한 동同의 논리를 화和의 논리, 즉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20세기를 성찰하고 21세기를 전망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민족 문제를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양고전의 재조명, 우리 현실에 대해 관심 갖는 계기 되기를


 동양에서는 자연이 최고의 질서입니다. 자연이란 본디부터 있는 것이며 어떠한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self-so)입니다. 글자 그대로 자연自然이며 그런 점에서 최고의 질서입니다. 또한 동양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성이란 개별 인간의 내부에 쌓아가는 어떤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망의 의미입니다. 요컨대 동양적 인간주의는 철저하게 관계론적 개념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동양 사상은 과거의 사상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사상입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역사에는 과학과 종교의 모순이 없으며, 동양 사회의 도덕적 구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문주의적인 가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동양학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이와 같은 성찰적 동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신대륙에 대한 콜럼버스의 관심입니다. 과도하게 축적된 초국적 자본이 자본주의 시장권에서 분리되어 있던 동구권과 러시아 대륙에 이어서 다시 광범한 중국 시장에 쏟는 관심입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이러한 열망을 사회화하기 위한 거대 담론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상황입니다. 우리는 고전 담론을 통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자 미래와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책이 고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고전 독법이 진정한 의미에서 고전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것이 되리라고 여깁니다.(소개글 발췌)"


본문에서 밝히듯이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씌여졌기때문에 난해한편은 아니다. 하지만 고전의 깊은 뜻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정독을 하는쪽이 바람직할것 같다. 아울러 책에 소개된 고전서적을 읽기전에 예습차원의 가이드북으로 참조해도 정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신영복 선생님의 텍스트를 만나며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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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2-07-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은 관계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이 시대의 진정한 고전인것 같습니다!
 
미스테리아 39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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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39호의 메인 테마는 건축물이다. 1920년대 모던 도쿄의 건축물부터 1980년대 한국의 비좁은 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까지 다양한 건물이 등장한다. 아울러 애거사 크리스티가 거대한 인형의 집처럼 다뤘던 시골 대저택의 도면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간까지 장르소설과 건축물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 특집으로는 2021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리스트를 올렸다. 어떤 작가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는지, 또 어떤 새로운 이름들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호명되었는지, 한국의 미스터리 소설의 최신 동향까지 살펴볼 수 있다. 몇 권의 책들은 이미 장바구니에 담궈놓은 상황이다.


이번 호에는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비평글이 올라왔다. 마침 CGV에서 감상했던 독특한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디마르 요한손의 영화 <램>이었는데 글을 읽고 난해한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됐다. 


이외의 코너들을 살펴보자면,


"정은지 작가는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에서 버터로 대표되는 관능과 욕망의 음식, 올리브유로 대표되는 건강과 금욕의 음식을 살피며 오늘날의 지방 독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이야기한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호텔 욕조에서 숨진 어린이의 부검 결과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을 끌어냈던 사건을 회상하며 감정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NONFICTION)


이은의 변호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속 복제인간의 폭력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해설한다.(OBJECTION) 곽재식 작가는 조선 시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둑 일지매와, 1960년 부산의 한 은행을 유유히 털었던 도둑 해당화의 공통점을 꼽아본다.(PULP)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루이즈 페니의 [빛이 드는 법], 아시자와 요의 [나의 신],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디파 아나파라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요 네스뵈의 [킹덤], 김영미의 [환혼전]등을 다뤘다."


이번 호에도 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개인적으로는 전건우 작가의 소설이 가장 재미있었다.


"전건우의 [군대, 보초, 괴담]은 전역을 몇 시간 앞둔 병장과 예민한 이등병이 새벽 근무를 서던 중 맞닥뜨린 불길한 사건을 그린다. 익숙한 군대 괴담처럼 출발하다가 합리적인 추론을 압도하는 광기의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미스터리 소설 속 건축물을 다루는 특집에 발맞춰 소개하는 해외 단편은 로런스 블록의 버니 로덴바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 [엘비스 집에 들어간 도둑]과 [한밤의 도둑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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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 - 공정한 경제는 불가능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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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책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불평등에 관한 세 권의 책중 가장 최근작인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까지 클리어했다. 전작들과 비슷한 기조하에 부의 편중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상황을 더욱 더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 시대는 너무 많은 이들이 다른 이의 몫을 빼앗음으로써 부를 쌓고 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미국식 시장 경제는 실패했다고 말하며 금융화, 세계화, 기업의 독점화(스티글리츠의 3가지 핵심 연구 주제가 거대한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금융 산업과 몇몇 기업이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케인주주의의 부활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개입만이 불평등의 가속화를 멈출 수 있다고 논거를 제시한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주요한 상황을 살펴보자면,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오늘날처럼 불평등의 규모가 컸던 적도 없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미국 하위 90퍼센트의 평균 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치솟고 있다. 스무 명 남짓의 부자들이 전 세계 하위 50퍼센트 전체의 부와 맞먹는 부를 차지하고 있고(2017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미국 인구 하위 절반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각종 기관들이 저소득 계층은 빨리 죽고, 더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더 낮은 임금에 열악한 직업을 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스티글리츠의 말마따나 〈이제 기회의 평등이라는 꿈은 미신이 되어 버렸다.〉 이런 불공정과 불만에 응답할 수 없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애초에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길밖에 없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소개글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국부의 원천

스티글리츠는 불평등 문제의 밑바탕에는 성장에 대한 우리의 착각도 한몫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인의 부와 국부(국가 전체의 부)를 구분해서 볼 것을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익은 부의 창조뿐만이 아니라 착취를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개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부를 벌어들인다면(좋은 방법이다!) 개인과 국가의 부 모두가 늘어난다. 반면 누군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나 근로자의 몫을 빼앗거나 지대를 통해 부를 늘린다면, 이는 소득 재분배에 불과하며 국가 전체의 부도 증가하지 않는다.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파이에 비유해 보자.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파이의 크기를 실제로 키우는 것은 국민의 창조적 활동과 생산성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부의 창조〉가 일어난다(스티글리츠가 세금의 더 큰 몫을 사회 기반 시설과 기초 연구,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반면 누군가 독점력과 지대 추구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는다면 이는 〈부의 추출〉에 불과하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소수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의 자본주의는 〈부의 추출〉을 성장으로 착각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소득이 증가해서(나머지 대다수의 소득은 정체된 채로) 미국의 GDP가 성장한 것이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스티글리츠는 시장 경제의 목적은 〈개인의 부〉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결실을 향유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공정한 정부

스티글리츠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공재 중 하나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정부〉라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공정한 정부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 제도(퇴직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는 개인의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위험에 맞설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시장이 독점력을 통해 가격을 올리거나, 오염을 발생시키면서도 비용은 사회화한다면 정부가 강력한 규제나 세금 부과를 통해 개입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시장은 정부가 나서기 전까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시장에게 막대한 자유를 안겨 준 레이건식의 공급 중시 정책(규제 철폐가 경제를 자유롭게 만들고, 감세가 동기를 부여하여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실패한 이유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지난 40년간 이런저런 정부 혜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트리클다운 효과(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없었고, 파이도 키우지 못했다(미국의 성장 속도는 레이건 이전 30년간 연평균 3.7퍼센트에서, 이후 28년간 연평균 2.7퍼센트로 1퍼센트나 하락했다). 거꾸로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혁신과 연구 개발에 투입하기보다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쏟아부었다.

스티글리츠는 이제 미국이 자신들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오만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사실상 세계의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미 〈빠른 경제 성장과 풍족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높은 세금(계층 간 부와 소득의 재분배의 핵심이다)을 거둬들여 사회 기반 시설, 교육, 기술, 안보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제 규칙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지금의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시장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사회 번영이라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본주의는 자유시장을 강박적으로 맹신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능하는 〈진보적 자본주의〉라고 강조한다.

진보적 자본주의

스티글리츠는 오늘날 미국의 경제 시스템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더 이상 점진적인 해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 책이 진보적(또는 급진적) 자본주의progressive capitalism를 표방하는 이유이다(이 책의 원제는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이다).

그럼 기운 운동장을 바로세울 방안은 무엇일까? 스티글리츠는 우선 부의 진정한 원천(생산성, 창조성, 사람들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진보적 의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불평등을 줄이고 공정한 룰만 제대로 세워도 경제는 성장한다. 그는 이민자를 비롯해 여성과, 노인 등 노동 참여를 확대하고, 그들의 생활수준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세금이 중요하다. 스티글리츠는 우리의 세법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좋은 세금은 경제에 도움을 주고, 경제를 자극한다. 가령 탄소세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환경에도 이롭고, 세수도 늘리며, 장기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기업과 부유한 개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투자도 안 하고 일자리로 안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늘어난 세수를 고등 교육 기관과 과학 기술, 사회 기반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과세와 관련해 주장하는 또 다른 핵심은 〈사전 분배〉이다. 스티글리츠는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궁핍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사후의 〈재분배〉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시장 소득의 분배를 보다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정부가 기업이 착취하는 방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도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기업을 관리하는 의제로서, 〈기업 지배 구조를 개혁하고, 개선된 노동법을 통과시키고, 차별 금지법과 경쟁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불평등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의 동력을 끊고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 책은 비록 미국의 경제 체제를 중심에 두지만, 거의 비슷한 불평등 문제를 경험하는 한국 사회도 참조할 이야기가 많다. 우리 사회 역시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와 불평등한 임금 구조, 과도한 지대 추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공정한 규칙을 세우기 위해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만과 경제적 분열은 또 다른 정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하는 경제적 해법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제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놀랄정도로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미국을 숭배하고 있을뿐더러 분단에 따른 보수주의 강화가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아무튼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수록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저자는 계속해서 일관되게 주장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야!!! 대통령 선거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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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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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에 대해 잘 모르고 많이 읽는편도 아니지만 이 책의 저자인 정호승 시인은 알고 있다. 아울러 그의 대표시중 하나인 봄길도 얼핏 싯구가 기억난다. 1972년 등당한 작가는 50주년을 맞아, 주로 시를 써왔지만 동시, 동화, 에세이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했고 이를 결산하는 의미로 우화소설집을 펴냈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은 우화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진다.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을 때 시가 소설로 재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과 사물과 인간이 지니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우화소설의 그릇에 담을 때 보다 자유스러운 창작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주어졌다. _「작가의 말」에서"

본래 우화, fabla의 어원이 말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fan-do에서 기원된것처럼 동식물을 비롯한 사물들이 자신의 말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로, 누구나 어렸을때 접해봤을 [이솝 이야기]가 생각나는 장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 볼품 없는 불상, 참나무, 걸레, 숫돌, 오래된 해우소(절간의 화장실)의 받침돌 등 다양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총 17편의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주제는 왜 나는 살아가야 되는가에 대한 의문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화집의 제목인 [산산조각]은 연작소설중 [룸비니 부처님]에 나오는 불상의 말에서 기인한다. 삶이 망가지고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자포자기 하지말고 이겨내라는 메세지를 뭉클하게 전달한다. 조금만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룸비니 부처님은 부처님의 고향 룸비니에서 만들어진 순례기념품이다. 룸비니 부처님의 외형은 갈비뼈가 다 드러난 고행상(苦行像)을 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일년이 지나도록 진열만 되었다가 다행히 한국인 중년 남자 순례객에게 팔리게 된다. 서울에서 장애를 가진 스무살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 이남자는 룸비니 기념품 부처님을 진짜 부처님처럼 소중하게 모시며 믿고 의지한다. 과거 산산조각의 기억에서 제대로 벗어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산산조각의 절망적 상황에 부딪친다.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지하 단칸방을 거쳐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기에 이른다. 남자는 삶의 의욕마저 잃고 실의와자포자기에 빠진다. 이때 룸비니 부처님이 앞에서 소개한 산산조각" 철학을 설파한다. 이를테면 "깨어진 종을 치면 깨어진 종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파편 하나하나가 "제각기 하나의 종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산조각이 나면 새로운 산산조각의 삶을 얻게 된다. 남자는 이제 자포자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고통의 파편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점차 새로운 재활의 길에 나선다."

갖가지 현실의 어려움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과,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우화집은 지금의 나 자신과 내가 머물러 있는 삶을 보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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