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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혐오 -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말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
파스칼 키냐르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오프라인 서점은 주로 교보문고를 간다. 하지만 간혹 영풍문고를 갈때도 있는데 신간이 어떤게 나왔나 둘러볼때 가주곤 한다. 이 책도 영풍문고를 갔을때 골랐던 책이다. 살짝 꺼칠꺼칠한 겉 표면과 띠지에 음악의 시원과 본질, 그리고 ˝철학과 소설, 그 독특한 공간을 떠도는 신비롭고 시적인 비행˝이라는 알렉스 로스의 말에 이끌렸다.
매대에 서서 책장을 살펴보고 앞쪽에 글을 잠시 읽었다. 완독하는데 만만치 않을것 같다는 느낌이 왔으나 오랜만에 도전정신으로 책을 구입했다. 두께에 비해 거의 2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꼭 읽을거라는 판단도 살짝 들었다. 일년이 지나서 책을 펼쳐봤는데 역시나 힘든 독서였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사변과 철학적인 접근, 아울러 수 많은 등장인물까지 한장 한장 읽는데 만만치 않았다.
아울러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선상에 놓인 단절된 글에도 익숙치 않아 더욱 난해함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완독을 하고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살짝 뿌듯함도 있었지만 어떤걸 읽은건지 뇌리에 구체적으로 남는게 별로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책을 볼것 같다.
저자인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으며 음악가의 집안에서 자랐지만 자폐증과 실어증을 겪으며 받았던 고통을 이겨내고 콩쿠르상 수상 작가로 우뚝 선 경력의 소유자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첫장부터 역사와 철학, 신학, 예술등을 넘나들며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로 시작된다. 제목은 음악혐오이지만 어떤점에서 혐오인지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7장 음악혐오에 가면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음악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게 되면서 작가가 어떤말을 하려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7장에 이것이 인간인가의 저자인 프레모 레비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음악가의 이야기에서 음악이 가져다줄 수 있는 피동적인 공포감에 수긍이 갔다. 우리가 어떤 소리를 들을때 그걸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귀에는 귀꺼풀이 없기 때문에 최초의 소리에는 그냥 노출될 수 밖에 없고 오디세우스처럼 세이렌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면 온몸을 칭칭감거나 밀랍으로 귀를 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7장외에 루이 11세와 돼지로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내기를 한 수도원장의 에피소드와 마지막장의 위험한 관계에 등장한 메르퇴유 후작 부인이 소설처럼 몰락하지 않고 살아남아 제인 오스틴 자매를 만나고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는 상상은 재미있었다.
아울러 이제는 음악을 듣고 싶을때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고대부터 내려오는 신비로운 음악의 본질이 사라졌다.
˝음악이 드문 것이었 때, 음악의 소환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유혹같은 것이었다.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게 되자 그것은 혐오스러운 것이 되었다.˝ 237쪽
음악에 대한 키냐르의 증오는 본질적인 송성이 아닌 음악의 왜곡 혹은 변형에 대한 것이고, 귀한것이 사리지는 세계에 대한 환멸될것이라는 역자의 말에 동감한다. 하여간 조금 어려운 책 읽기였다. 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고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