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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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빈칸이 있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____ 있습니다> 비워 둔 공간에 어떤 단어가 들어갈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모두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함께

 

함께라는 단어는 많은 이미지들을 포함한다. 사람, 공간, 기억...

영화 감독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종관 작가의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는 편안한 에세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의 기억을 따라 나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소환된다.

 

  

 

  

그가 오랫동안 살았다는 이문동의 기억이 영화 속 회상장면처럼 외대 스페인어 학과 언니 오빠들을 떠올렸다. 빙봉(영화 인사이드아웃주인공의 어릴 적 상상 속 친구)과 함께 사라진 내 장기기억저장소 그 어딘가에 묻혀있던 기억들이다. 그들에게 배웠던 플라멩고 춤. 반장이었던 나는 외대 스페인어과 동아리 방을 무턱대고 찾아갔었다. 축제에서 다른 반보다 화려한 춤을 선보여야겠다며 대학생 언니 오빠들에게 부탁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직접 찾아가서 춤을 배워왔다. 몸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도록 순서를 메모했다. 다음 날 우리반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화려한 의상을 동대문에서 직접 골라서 맞춰입고 축제 날 우리는 플라멩고 춤을 공연했다. 잔디가 없었던 운동장은 격한 춤사위로 흙먼지가 일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 스페인 음악과 함께 마지막 멋진 동작을 마친 내 열다섯살의 심장도 쿵쾅거렸다.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지금 생각해보니 십수 년 전 그 때 그 시절이 아득하다. 당돌하고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었던 나의 모습도.

 

 

저자가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영화감독이다 보니 그가 직접 찍었을 법한 사진들과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기억들이 마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 음악을 들었다. 마치 영화음악을 선정하는 음악감독처럼.

    

 

https://youtu.be/icx4yV6TJkM

<출처 : 7JWM7

https://youtu.be/icx4yV6TJkM

    

 

그런데... 제목의 빈칸을 보며 내가 떠올렸던 단어와는 정반대의 제목과 가사다. ‘Alone again’ㅎㅎ

~ 정반대가 원래 잘 통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 때문일까? 이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

    

 

다음은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시의 고단함을 이겼던 힘은, 가지지 못한 그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지지 못한 위로야말로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으로 둔갑하곤 하니까. -마다가스카르_64p

 

 

사람은 어떤 낯선 공간에서도 자기의 기억 속 무언가를 꺼내어 일치시킨다... 그리고 그 공간이 익숙해지면 다시 그 그리운 냄새들은 사라진다. 그러면 다시 가방을 둘러메고, 낯익은 얼굴과 익숙한 냄새가 있는 새로운 세계로, 발끝이 짓무를 때까지 걷는다. -Holding on to Yesterday_78~79p

 

 

어느 공간이든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과의 관계에 따른 공간의 고유한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루모이로 가는 길_97p

 

 

내가 서 있는 장소와 계절에 애정을 느낀다는 것, 단지 그 작은 이유만으로도 영화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 작은 영화들을 만들며 내가 배운 소중함이다. -남는 것, 남는 곳_110~111p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끄러운 음악 소리, 소음의 와중에 눈은 마주치지 않아도 몸을 비스듬히 세워 귀를 기울이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친구들. -관객_132p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일루셔니스트_136p

 

 

청춘열차는 내가 탄 전철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철로 사이가 멀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지는 사이 생각해보니, 청춘이란 단어는 청춘을 지나고 있는 이들의 것이 아니라는 그런 생각. -청춘의 속도_163p

 

 

후회하며 엉망진창으로 살든, 고민하며 살든, 우리는 어제가 만들어낸 길들을 밟고 오늘이라는 길 위를 걷는다는 걸 생각한다. -길 위의 시간_175p

  

  

 

=> 이 글은 아르테 책수집가4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서 읽고 썼습니다. 서평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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