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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인데. 라는 아이의 계속되는 혼잣말이 가슴 아팠다. 발목을 부여잡고 끌어내리는 늪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선택의 문제에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든지 글렀든지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의 것이다. 명작 동화처럼 ‘그이후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 ‘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두 가지 결과였기에 마무리도 좋았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기에.
오랜만에 읽어본 청소년도서. 지금은 아동문학에서 흔한 소재인 마법의 상점들. 빵집, 문방구, 약국에 떡집까지 참 다양하게도 있다. 10년전에 나온 책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인간의 욕망에 따라 만들어지는 흑마법의 빵들이 참신했고, 청소년소설로서 스토리도 단순하고 탄탄해서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 단 아동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자살 등 어두운 현실이 중요한 배경이 되므로 감정적 무리없이 읽으려면 최소 중학생이상이 좋겠다.
p. 120 <체인 월넛 프레첼과 마지막 부두인형> 의지와 무관하게 누군가는 탄생하고 누군가는 흙으로 돌아가 분해되는 것처럼, 자신이 아무리 숙명을 거부해도 어느새 그것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만 있다면 그럼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들어올 일이 없었을 터다. 늘 강조했듯이 나는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인데. 단지 거기 있었을 따름인 내게, 배 선생은 왜.
"숙명과 현상의 관계는 닭과 달걀 같아. 약간 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건은 이유를 갖고 거기 있는 거라고들 해.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라.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의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p. 131 첫눈에 마음에 든 상대에게 체인 월넛 프레첼을 선물 한 뒤 접근에 성공. 그 감정의 유통기한은 삼 개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사람의 감정.
p. 134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p. 163 <몽마의 습격>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
p.197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 그의 실수는...... 바로 그 ‘사소한 인간‘이라는게 존재한다고 믿었다는데 있었겠지. 자신감 때문에 기본 중의 기본을 잊어버린 거였어. 사소한 생명이란 게 있을 수 있다는, 마법사로서 가장 큰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생각이 잠깐이라도 들었다는 것은.
p. 185 <타임 리와인더> ......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p. 251 <작가의 말>중 — 도대체가, 지금을 부정하는 인간이 이런 걸로 조금 도움을 얻어보았자 무얼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거지? 기억해 둬,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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