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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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콸콸콸 쏟아져나오는 눈물로 시작한 주말 아침. 어린 새야. 따뜻하게 꽃 핀 쪽으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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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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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젊었을 땐 외출을 하려면 최소 2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셑으로 코디 및 장착을 해야했으므로. 지금은 화장포함 15분이면 외출 가능. 이젠 어떻게 보이던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있으므로...

 

엊그제 홈쇼핑에서 젤네일세트를 샀다. 손가락이라도 좀 예뻐보일까 싶어서.ㅋ

p.89
젊을 때는 중요한 게 몸의 외부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중요한 건 내부야.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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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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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고 순한 말로 이 세상에 말 걸고 싶으시다 하셨는데.. ‘라면’이라는 낱말에 끌려 주제도 모르고 너무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 탓인가보다. 에세이로는 처음 만난 김훈님은 역시 높은 곳에 계셨다. 날카로운 지성으로 세상사 하나하나 꿰뚫는 강하고 수려한 문체는 여전히 엄지척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문장들이 파도가 몰아치듯 더욱 세차게 다가오는 것 같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여성에 대한 그의 관음적인 묘사는 아직도 역시나 불편하고, 이 시대의 대표 소설가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의 글솜씨를 하찮게 여기는 부분은(물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만) 나처럼 뭐 좀 쓸라치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만 널어놓는 무식쟁이 범인은 감히 공감할래야 할 수가 없음이고, 오히려 너무 유려한 문체에 중간중간 멀미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김훈의 역사와 일상의 세상을 잠시 둘러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심심한 내 입맛에 라면은 넘 짜고 매워서 별로 즐기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먹을 때면 항상 맛있다. 그렇게 먹고나면 항상 몇주는 좀 쉬어줘야 한다.

 이제 잠시 쉬어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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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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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에 관하여.. 가까운 이들에게서 떠남, 가족으로부터의 떠남, 건강한 몸으로부터의 떠남. 생산적인 매력으로부터의 떠남, 충만함으로부터의 떠남, 건강한 의지로부터의 떠남, 자신으로부터의 떠남, 쪼그라든 육체와 정신으로부터의 떠남, 있음으로부터의 떠남.. 그 흔해빠진 죽음에 관하여.. for everyman

 

 

p.22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들이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도 않았다. 또 물론 그렇기도 했다.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례식,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져다는 점이었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는 뒤에 남았다.

p. 39
종말과의 무시무시한 만남? 나는 이제 겨우 서른넷인데! 망각을 걱정하는 일은 일흔다섯에 가서 하면 돼!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머나먼 미래에는 궁극적인 파국 때문에 괴로워할 시간이 남아돌 거야!
p. 167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점점 줄어드는 과정에 있었으며,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낸시의 어머니와 함께 만을 헤엄치던 남자는 자신이 가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꾼 적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이제 망각을 걱정해야 할 때였다. 지금이 그 먼 미래였다.

p. 171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 그들에게서 사라지는 것과 똑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떠남. 그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게 했던 바로 그 말, 주검의 포옹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구해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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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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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책. 유럽의 짧은 옛이야기 10편. 글밥의 양으로는 7-80쪽도 안될 분량에 책값은 무려 2만원. 솔직히 황선미와 이보나의 네임밸류를 알고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게 사실.
하지만 역시. 작가의 명성은 괜한게 아닌 듯. 이 나이에는 기대없이 읽을, 뻔한 전래동화가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어의 노래에 몽롱하게 취했다가 막 깨어난 듯 묘하다. 우리에게 이름은 익숙하지만 현실은 양나라간 직항노선조차 하나없는 폴란드의 옛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두근거릴 줄은 몰랐다. 이보나의 국위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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