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도와주세요! 희망을 만드는 법 2
섀논 리그스 글, 제이미 졸라스 그림, 노경실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와 있었던 어려움을 말하면 우선 자기 감정이나 기분을 확실히 말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그러나 작은아이는 선생님이 아무 말도 안한다는 거다. 1학년 1학기에 선생님께서 많이 하시는 말씀중에 하나가 일르지 말라는 것이다. 2학기 때에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시는 건지 아니면 작은아이가 많이 일르는 새침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른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한다. 전에는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말씀드리면 다 해결 될 줄 알았는데 상담 경험이나 큰아이의 말을 들어도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친구 엄마랑 조심스럽게 전화 통화를 해서 잘 해결된 일이 있었다. 작은아이가 들려준 말을 그대로 해 주며 우리 아이는 여기까지만 말하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한 것이 서로를 따뜻하게 이끌어 주었던 것 같다. 어느 강의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한 사람이 한 번만 일러 바쳐도 30번인데 할 일도 많고 바쁜 선생님이 어떻게 다 들어주겠냐고-.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선생님은 그게 내 팔자이려니-하고 들어줘야 한다고. 많은 엄마들이 이 말에 흔쾌히 박수를 보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일르지 마라, 일르면 고자질생이다 그러는데 독일에서는 선생님께 일러라, 일러라 그런다고 한다. 선생님이 알고 있어도 학교에서 많은 문제들은 해결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친구와의 관계, 서로에 대한 예절,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성실과 책임감, 자기에 대한 존중감 등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자꾸 말해주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선생님은 책 속의 선생님이지만 마냥 믿음직하다. 선생님이 정말 지금껏 도와줬던 것처럼 성폭력 문제도 잘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레지나에게 생긴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이런 선생님이 현실에는 얼마나 있을까?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며 느낌표로 끝나는 제목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내 마음에서는 ‘선생님, 정말 도와주실 거죠?’라는 표현이 꿈틀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주기 전에 아이들과 ‘아동 안전 의식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풀어 나갔다. 구체적인 상황마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이 때 엄마로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4학년 큰아이의 경우는 안전수칙과 구체적인 대처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1학년인 작은아이는 일반적인 안전수칙은 알고 있었지만 방법 면에서는 도움이 필요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할 때 처음보는 아저씨랑 단 둘이 있을때는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간다’,학원 계단에서 중학생 오빠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화장실 문 앞까지만 데려다 주고 빨리 피아노 학원으로 간다’고 했을 때는 마음이 철렁했다.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절실히 다가온다. 또한 누군가가 도움을 청할 때 꼭 도움을 줘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는 사람이나 권위있는 사람에 대해 쉽게 경계를 푸는 아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큰아이는 문제를 다 맞췄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라는 말에서 지금까지 말 못한 것을 들려준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르는 아저씨를 따라갔다고 혼낼까봐 말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 사람은 ‘바바리맨’이었다.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힘들었을까-.

이 책 덕분에 두 아이랑 많은 이야기와 마음이 오갔다. 레지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모두 말을 잃기도 했다.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책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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