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1반 구덕천
허은순 지음, 곽정우 그림 / 현암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돌림이 더욱 커지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무사안일’에 젖어있는 사고방식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 갖지 말라고 하는 듯 하다. 또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책을 읽으며 되짚어보게 된다. 심각한 따돌림의 문제를 일찍 발견하여 해결에 나서지 못한 것도 우두머리 학생의 바르고 모범적인 면이 크게 좌우 하였고 구덕천의 괴로움을 길게 끌고 간 것도 그 아이를 바보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도 사람들은 편견으로 인하여 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고 또 하나의 열풍적인 소문만 만들고 만다. 미치도록 답답한 사람들 틈에서 고함을 지르고 마는 현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 그대로이다.

편견에 둘러싸인 소문보다 더 답답한 것은 사람들의 의사소통 단절이다. 힘들어 하는 아이의 고민을 듣고 못난 엄마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마음 아프면서도 발끈하게 된다. 사는 형편이야 어떻든 당당하게 나섰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현수 엄마와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를 듣다 보면 그것만이 전부는 아님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 학교에 찾아가 학교 선생님과 상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도 기대했던 선생님, 생각했던 학교와 현실은 많이 다름을 느꼈다. 그것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 학생과 선생님 사이, 선생님과 선생님 사이, 거기에 학부모까지 한데 어울려 모두가 서로를 존중 하고 존중 받는 사회는 현실에서 얼마나 비껴나 있을까? 편견과 책임 회피에서 벗어나 올바른 가치관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갖고 살면 정말 바보가 되는 세상일까? 소중한 가치관과 처음의 마음가짐을 돌이킬 수 있었으면 하고 열망해 보지만 쉬운 일이 아님에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 몇 장을 무거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는데 구덕천의 죽음이 너무 빨리 드러나고 짧은 이야기 하나가 마무리 되어 깜짝 놀랐다. 차례로 돌아가 살펴보니 아직 두 아이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야기를 마저 읽으며 남아있는 가족과 구덕천을 죽음으로 내몰리게 한 친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커다란 돌덩어리, 그 상처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집단 폭행으로 인하여 중학생 한 명이 병원에 실려 갔지만 그만 다른 세상으로 떠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이야기도 거기까지, 나의 관심사도 거기까지였다. 구덕천의 죽음만 다루어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야기를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할 부분까지 이끌어 준다. 무관심과 편견이 구덕천을 보냈다는 죄책감과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에 대한 비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그 주변의 인물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아직 남아 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어른들이 먼저 읽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살펴보니 2008년 5월에 초판 발행, 2008년 7월에 2쇄 발행했다. 그 만큼 많은 독자를 만났다는 뜻으로 여겨져 반갑다. 넓고 깊은 사고를 가진 작가를 만나 모처럼 한 뼘 자란 느낌이다. 알게 된 것,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무게를 느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