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불안하게 곤두선 마음만이 원고를 건드렸다. 하지만 점차 단어들이 강력하게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더욱 주의 깊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빠져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되돌아갔고, 글을 따라 그의 시선이 흘러갔다. 그래, 그렇겠지. 그는 혼잣말을 했다. 그녀가 세미나 발표 때 말했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배열되어서 그 자신도 어렴풋하게 언뜻 엿보기만 했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상에. 그는 놀라움에 차서 혼잣말을 했다. 종이를 넘기는 그의 손가락이 흥분으로 가늘게 떨렸다. - P257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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