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한 편은 현재 저변으로 확대된 인터넷저널의 순기능과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결국 용도폐기 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그려냄으로서 소위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다뤘다. - P269
당선작이 된 《댓글부대》는 매우 지적인 글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저널리즘의 하나로 자리 잡은 SNS는 실시간 소통의 전파효과는 물론 새로운 연대와 참여의 순기능을 가졌으나 그것이사악한 특정의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에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역기능은 일찍이 나치독일에서 자행했던 대중조작과 흡사함을 암시했다.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로 현장감을 살린 것도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또한 해박한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하는, 4.3 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 당선작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안았다.소설 공모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당선자에게도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 P270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4.3을 겪지도 않았고 깊이 알지도 못합니다. 이 소설의 무대도 제주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귀한상을 받은 것은, 제주도민께서 4.3의 기억으로 모은 힘을 과거가아닌 미래에, 제주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쓰라고 기꺼이 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이 나라를 비판하면서 사랑하는 작가가 되어라. 그런 소설을 써라. 올해는 너를 도와준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제게 제주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 P274
팀-알렙은 악평이나 악플에 대응하는 설루션도 개발해 팔았다.호평으로 악플을 덮거나, 알바 짓이라고 반격하거나, 글쓴이를 무식하다고 매도하는 작업이었다. 악플에 시달리던 몇몇 대기업들이이런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확히는 그런 대기업과 계약한 홍보대행사가 팀-알렙을 다시 고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찻탓캇은 대기업들에 있는 사람들 역시 팀-알렙의 존재와 역할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 P11
"거기에 화를 내실 필요가 없지요. 오히려 저희들한테 유리한 점아닙니까? 팀장님이 온라인에서 너무 힘겹게 싸우시다보니 자꾸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시는 거 같은데, 이 아이들이 고집불통인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순진하고, 사회 경험이 없어서 남의 얘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이란 말입니다.제가 팀장님이 오시기 전에 여기 강연을 조금씩 몇 개 들어봤어요. ‘얼렁뚱땅 인문학 강좌‘는 정말이지 강사의 용기를 칭찬해야 할수준이더군요. ‘워킹홀리데이에서 내 꿈을 찾은 이야기‘는 꼰대도이런 꼰대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고리타분했습니다. 그런데 듣는학생들은 아주 열심이더란 말입니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연사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었어요. 왜 그랬던 것 같습니까?" - P26
그러니까 우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영화계의 현실에 분노하던 차에 가장 슬픈 약속> 제작사의 위선적인 행태에 질려서 스태프를 사칭해 글을 올렸지만 공익을 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오히려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 합포회가 시켰다는 사실만 숨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 P44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뉴스만 골라 볼 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 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 P62
하지만 밑바닥은 다 똑같은 겁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인정 투쟁모두 가슴에 단도 한 자루씩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 P85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해요. 진짜 그 짧은 글로 상처를 입어요. 여러명이 댓글로 ‘너 틀려먹었다, 저질이다. 반성해라‘ 이러고 돌아가면서 공격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버텨내질 못해요. 웃기죠? 아는 사람이 하는 말도 아니고, 앞으로 만날 일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당사자에 대해 쥐뿔 아는 것도 하나 없는데. 사실은 남자셋이서 돌려쓰는 가짜아이디인데. - P90
찻탓캇 : 아니, 기자님이 지금 왜 비웃으시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기자님도 인터넷 하시잖아요. 거기서 싸움이 어디 팩트랑 논리로 하던가요. 논리 싸움은 두 사람이 아주 좁은 화제를가지고 붙을 때,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일 때에나 가능한 거예요.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정력 많아요.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멘탈도 정말 강해요. 왜냐하면 멘탈이 없거든요. 저희랑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건 쇳덩이로 된 로봇이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쪽이 진 쪽 따귀를 때리는 게임을 하는거나 비슷한 겁니다. 가위바위보는 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저희는절대 지지 않아요. - P91
삼궁은 자신이 미지의 섬에 막 도착한 모험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나하나가 고유의 질서와 법칙을 지닌생태계다. 그 세계들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진화하고 죽는다. 어떤것들은 아름답고 어떤 것들은 위대하다. 어떤 섬의 숲은 산불에도잘 버틴다.그러나 모든 세계에는, 그 자신만의 약점이 있다. 작고 가늘지만 세계 전체를 떠받치는 중대한 고리가 별 생각 없이 풀어놓은쥐 몇 마리가 토착 동물들을 전부 굶어죽게 만들 수도 있고, 그 쥐를 잡으려고 뿌린 소독약이 섬의 나무를 몽땅 말려 죽일 수도 있다...... - P106
얼마 안 가 그들은 김가인이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회사‘가 김가인 이름으로 네이버나 다음 뉴스에댓글을 서너 개 단 것도 알게 됐다. 그런데 김가인의 주민등록번호는 진짜였다. 그 주민등록번호로 정부 사이트에서 실명 인증도 받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서류상으로는 실재하는 유령 인간이었다. 원한다면 그 번호로 휴대전화번호도 만들 수 있고 여권도 만들 수 있었다. - P120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전쟁 중이었어. 그게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일자무식의 농촌 출신 병사들이라도 말이야, 저기가 고지라고,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저걸 넘으면 넌 위대한 전사가 되는 거라고북돋워주면 다 그걸 넘어 자기들끼리 군가를 부르고 ‘조금만 참자,버티자‘고 외치면서. 그런 때 사람들은 애를 낳아. 여자들은 짧은치마를 입고 남자들을 유혹해 자기 미래를 낙관하니까.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고 돌아와도 몇 년 뒤에 보답이 더 크게 돌아올 걸확신하면 피로가 금방 가시지. 그런 흥분이 경제도 움직이는 거야.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꺾어놔. 아주 악질적인 사고방식이야. - P164
사람들이 너무 화를 내면 그 기업이 망할 때까지 조져야지. 그좋게 해서 회사가 망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그렇게 썩어 있었으니 망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앞뒤가 뒤바뀐 거야 썩어 있었기 때문에 망하는 게 아냐. 사람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썩은 걸 그냥 봐 넘기지 못하는 거야. 출생률이 높아지는 게 먼저고, 여자들 치마 짧아지는 게 먼저야.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건 그다음이야. - P167
이건 삼궁 표현인데요. 우리는 그 아이들한테 개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걸 보여준 거예요. 자칫하다가는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미래의자신의 모습, ‘비겁한 낙오자‘의 모습. 그 트라우마가 꽤 갈 거라고 삼궁은 주장했고, 저도 동의했어요. - P189
불교의 법은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곳에서 싫은상대를 만난다면 그는 원수가 아니라 나를 돌아볼 수 있게해주는 불보살, 즉 은인으로 불렀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습관에 지배받는지 살펴보아야 했다. 내가 행동을 바꿔야 한다면 누가 나를 싫어해서가 아닌 바로 나를 위해서여야 했다. ‘사람들은왜 나를 싫어하지?‘에서 ‘나는 왜 이 행동을 하고 싶지?‘로질문이 바뀌는 데는 꼬박 2년이 걸렸다. - P31
그러므로 새로운 곳에 처음부터 완전히 소속되고 싶더라도 여•유를 갖고 아비투스가 서서히 물들게 놔두기를 권한다. 관찰하라.뒤로 물러나 상황을 탐색하라. 그리고 적합한 아비투스가 저절로생길 것을 믿으라. 우리는 오랫동안 그것을 경작하기만 하면 된다.아비투스의 뒤처짐은 심지어 장점이기도 하다. 히스테리시스는 위와 아래 두 방향으로 효력을 낸다. 그러므로 위에서 다시 아래로 미끄러지더라도, 위에서 형성된 아비투스는 오랫동안 유지된다. 전형적인 예가 가난해진 귀족이다. 영토는 사라지지만 주권은남는다. 그뿐이랴. 한번 획득한 자본 유형은 아주 단단히 정박해 다음 세대까지 상속된다. - P36
최정상 리그에서는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환영받는다.전통과 관습이 소유를 보존하는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우선 위로 올라가야 한다면 상승 기류를 형성하는 성장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학습, 자기 최적화, 한계 극복을 중시한다. 그들의 자아상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다.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고 듣고 행하는 것이 내일의 우리를 만든다. - P45
상실, 질병, 스트레스 등 압박을 받을 때 필요한 능력과 인생이잘 풀릴 때 필요한 능력은 확연히 다르다. 인생의 힘겨운 구간에서는 신랄한 비판 견디기, 실수 허용하기, 허황된 소망 버리기, 좌절하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 이때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중 하나가 5-HTT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행복 호르몬세로토닌의 운송을 조정하는데,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긴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세로토닌을 전달받게 되므로 어려움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덜 튼튼한 신경 갑옷을입고 태어난 사람도 심리적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회복탄력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우리는•회복탄력성을 훈련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다. - P49
흥미롭게도 상류층과 하류층에서 주로 최고의 회복탄력성이드러난다. 상류층의 탄력성은 성공적인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를확보해야 하는 감정적 압박의 결과다. 하류층의 탄력성은 더 이상바닥을 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결과다. 중산층은 오히려 이런 역경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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