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해준 거. 춤춰준 거. 나쁜 세상과 나쁜 어른들 사이에서도 팬들을 위해 꿈을 버리지 않아준 거. 이 세상에 존재해준거그래서 나를 살게 해준거."
팬이 아닌 일반인은 어떻게 말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며조윤지가 포기한 듯 웃었다. - P82

"장선배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우리 프로그램이 진짜 범인을찾겠단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범인 찾기는 핑계고 그냥재밌으면 돼요. 인간이고 존엄성이고 사회 정의고 나발이고 재밌으면 용서란 말이에요. 노아랑 의현이처럼 출연자 간 갈등구조가 확 부각되면 스토리가 완전 살잖아요. 싸움이 나면 구경꾼이 모여드는 법이고."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반으로 자른 방울양배추, 샤넬의 홍수오후. 커피의 불면, 초콜릿의 동면.
눈동자. 기다림, 비누, 산차화(山茶花).
비. 촛불, 아몬드, 타서 눋다.
기다림, 치타, 산토끼, 치타의 피부에 눈이 내리다. 흑설(黑)." - P151

 무슨 일이 있어도 영화를 찍고싶었다. 온몸이 진흙탕에 묻힌 천산갑을 찍고 싶었다. 남자아이눈 속의 바다를 찍고 싶었다. 부모의 요란한 말다툼을 피하는 남자아이를 찍고 싶었다. 금빛 달을 찍고 싶었다. 저주와 폭력을 찍고 싶었다. - P170

임신이다. 어떻게 하나. 그녀는 꾹 참고 있다가 병원 문을 나선 후에야 통곡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어떻게 단 한 번에 임신이된단 말인가. 또 한 적이 있었던가? 또 있었는데 그녀의 멍청한 뇌근육이 지워 버린 건가? 장이판의 손가락이 이미 몇 차례 들어온적은 있었다. 그것도 영향이 있나? 그가 생각났다. 그를 만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산 위의 집에 있지 않았다. 어딜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을까. - P175

질투일 리가 없지. 그녀는 이런 자문에 확답할 수가 없었다. 함께 자라온 남자아이, 이른바 죽마고우라 불리던 남자아이, 어려서부터 변치 않는 짝이라고 여겼던 남자아이. 어렸을 때 그녀는 커서 그에게 시집갈 거라고 말한 적도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가 애당초 자신을좋아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 P188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가정과 민주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녀는 장이판과 쑤다런, 루홍밍, 장하이타오가 모두 다 같은 사람들이라는사실을 깨달았다. 고르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 같은 사람은 미래에도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끌게 된다는 걸깨닫게 되었다. 됐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장하이타오가 구혼했을 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P202

옷을 벗었고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마침내 단단해졌는지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와 위아래로 기복했다. 그녀가 자세를 바꿀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소리를 낼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게끝났다. 그렇게 임신을 했다. 그렇게 여러 아이를 낳았다.
시어머니 댁에서의 그날 밤, 그녀는 누운 채 울었다. 소리를지르고 싶었다. 바로 그때 남자아이가 벽에 붙은 포스터에서 걸어나와 그녀 옆에 누우며 일깨워 주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천산갑을 세어봐."
그제야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날카로운 소리를 누를 수있었다. 천산갑을 세기 시작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일어나서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전부 찢어 버리는 수밖에 없다.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았다. 남편이 그녀가 자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자는 척했다. - P204

210p
21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순간에 언어는 무용지물이었다.
눈물이 바로 그의 언어였다. 눈물에 자신의 문법과 구두점과 발음과 서사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눈물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읽어내지도 못했다. 그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물은 그순간 그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언어였다.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어려서부터 잠자리 친구였다. 처음 만나자마자 같이 잤다. 처음 만난 날부터 아주 달콤한 잠을 잤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잠자리 기억이 너무나감미로워서 머릿속에 거대한 사탕수수밭이 자랐다.  - P25

걱정도 없고 근심도 없는 삶이었다. 거짓말에 인이 박이다 보니 진실을 경계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건 자신을 속여 넘기는 일이었다. 자신도 믿을 수 있어야 완전한 사기극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P31

다. 그는 샤워를 할 때나 머리를 감을 때, 항상 가장 단순하고 향이없는 비누를 썼다. 데오도랑트나 향수, 스프레이, 로션 같은 건 없었다. 체취가 겸손하게 절을 했다. 그가 움직인 후에 이어지는 땀냄새는 죽림에 몸을 숨긴 그윽하고 조용한 나무 집 냄새였다. 그냄새를 맡고 또 맡은 그녀는 잠을 자고 싶어졌다. - P41

"거기 서서 그렇게 웃지만 말고 사실대로 말해 봐. 너희 집에거울이 없어서 도저히 내 모습을 볼 길이 없단 말이야. 네가 바로 내 거울이라고." - P41

매번 울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다른 몸에 들어가는 거였다. 그는 정액의 성분이 눈물이라서 분출해 내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분출하고 나면 울지 않아도 된다. - P73

거리의 누군가는 아코디언을 켜고, 또 누군가는창틀에 기대어 바이올린을 켰다. 밝고 경쾌한 음색이 가을의 맑고차가운 바람에 여과되어 들려오면 가슴에 시름이 쌓였다. 얼음이나 차가운 음료에 이별을 고하자 갑자기 위장이 소슬해지면서 뜨거운 핫초콜릿을 바라게 되었다. 레드 와인을 따서 한두 모금 입을 적시는 건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였고,  - P74

 아이는 앞에 있는 남자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이 남자아이의 냄새가 무척이나 좋았다. 새하얀 와이셔츠 밑에서 옅은흙과 풀밭의 향기가 났다. 여자아이의 눈길이 남자아이의 팔꿈치에 멈췄다. 팔꿈치 주름에 흙이 숨겨져 있었다. 마치 지도 같았다.
대륙도 있고 바다도 있고 섬들도 있었다.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을 뻗어 가볍게 남자아이의 팔꿈치를 가볍게 어루만져 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눈이 빽빽했다. 여자아이는 눈을 비비면서 "잘 자." 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남자아이의 잠은 연기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정말로 잤다. 신속하게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침대 위에서 두 아이가 자는 장면은 너무나 조용했다. 감독은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는데, 매트리스 위에서 두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다 보니 갑자기 자신도 불을 끄고 자고 싶어졌다.  - P82

"안심 매트리스를 만나면 함께 좋은 꿈을 꾸게 됩니다. 하하하.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어린애가 야한 광고를 찍었대. 남자아이와 함께 침대에 올라갔다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말이야!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여기서 말하는 꿈은 춘몽(春夢)이래. 정말창피한 거잖아! 앞으로 누가 이런 애를 데려가겠어! 크크큭."
- P102

광고 속 여자아이는 진한 황금빛 꿀처럼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광고 밖의 여자아이는 광고가 방영된 뒤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침대에 누웠다하면 학교 아이들이 놀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목에 빨간 발진이번졌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 문에 자신의 사진이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자기 얼굴에 검정 펜으로 괴상한 것을 그려놓았다. 당시 그녀는 그 어설픈 그림 속의 괴상한물체들이 남성의 성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건 왜 자신의 얼굴에만 그런 그림을 그리고 옆에 있는 남자아이의얼굴에는 아무것도 안 그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모두 그녀가 남자랑 같이 잔 게 구역질나고 변태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 P104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예쁜 여학생과 함께 자다니. 선생님이 너한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남자 선생님은 몇 달치 월급을 모아 마침내 안심 매트리스를 샀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맞선을 봤지만 여전히 외로운 잠자리를 지켜야 했고 늙을 때까지 쉬 잠들지 못했다.
그 남자아이는 지금 파리 길거리에서 주워온 매트리스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 P108

보니 적지 않은 영화의 결말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상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결말이라는 게 정말 있기는 할까. 왜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결말을 갈구할까. 사람들은 화해나 파국, 여행의 종점, 도로의 끝, 우기의 끝, 서설의 강림을 기대했다. 지금부터는 즐거움만 있거나 영원히 슬플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인생에선 원래 선명한 마침표가 없다. 종종 작별인사를 건넬 기회를 놓치고, 눈을뜨건 감건 영원히 못 보는 경우도 있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주의는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윤석열은 제도만능주의를경계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 P26

국가는 추상적인 존재다. 정부도 그렇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정부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수준은 정부의 수준이 좌우하고, 정부의 수준은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의수준이 결정한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부 수준은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자신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수준의 사람들을 정부에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석열은 정부를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도 인간 윤석열 수준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평판도 함께 녹아내린다. ‘모든 민주주의는 자기 수준에 맞는정부를 가진다. 지적 소유권이 누구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분명 옳은 말이다. - P26

아렌트는 그의 잘못이 ‘자기 머리로 사유하지 않은것‘이라고 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악을 행하는지 여부를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와 ‘자기 성찰‘을 하지 않았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아렌트는 이것을
‘전적인 무능‘이라고 했다.
윤석열도 비속하다. 주체적으로 사유하지 않는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법이 없다. 자기 객관화도 자기 성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과 욕망이 명하는 대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언어가 없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