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것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정적인 세계는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었다. - P91
"유안씨는, 어딘가 불편하신가요?" 가이드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걸었을 때 유안도떨리는 손으로 뒤늦게 술잔을 들었다. "아뇨, 저는......." 레오가 유안을 빤히 보고 있었다. 레오가 작게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기이한..... 어떤 거부할수 없는 인력이 유안에게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게 했고, 술을 한 모금 넘기게 했다. 마치 부드러운목소리가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곳을 떠나지 마. 술에서는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났다. 므레모사를계속 떠돌고 있던 그 황홀한 냄새였다. - P142
그럴 때면 한나가 나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비참함마저도 사랑한다고 믿고 싶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한나가 내게 바란 것은 완성된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강인함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어떤 나아감의 방향, 지향점이었다. - P171
움이나 강인함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어떤 나아감의 방향, 지향점이었다. 불안정한 지면 위를 위태롭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넘어질 듯 아슬아슬한춤을 지속하는, 그 춤이 지속되기만 한다면, 한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 P171
흔들림도 뒤척임도 없는 부동의 장소. 움직임이 없는 몸. 모든 것이 멈춰 선몸, 그 몸 안에서 나는 고통도 괴로움도 없이 자유로웠다. 한나는 도약하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도약을 멈추고 싶었으므로 우리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 더는 도저히 춤출 수 없다고, 더는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모든 움직임이 매 순간마다 나를고통스럽게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나는 울면서나에게 말했다. "제발, 죽지는 마 살아 있어. 어딘가에 살아 있으란 말야." - P172
그곳에서 나는놀랍고 끔찍한 것을 보았다. 움직이는 것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경배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복종했다. 이미 죽어버린 존재들을 위해. 그 관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왜 가능한지는 지금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어떤 초자연적 현상이나 믿음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듯했다. 그것은 몹시 기이한 풍경이자 종교적인 풍경이었다. 므레모사에서는 삶의 권력을 고정된 것들이 쥐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끝내 설득할 수 없었다. - P175
그 의사의 회고를 읽고서야 나는 내가 무엇을바라왔는지 비로소 알았다. 내가 바라는 건 죽음이 아니었다. 나는 삶을 원했다. 누구보다도 삶을 갈망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할 뿐이었다. - P175
유안은 거기에서살아가는 귀환자들이 자신을 이해하리라 확신한다. 이 확신은 유안이 그 누구보다 삶을 원했기에비롯된 것이었다. 유안은 "누구보다도 삶을 갈망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할 뿐이었다."(175쪽)누군가에는 사건 이후의 종결일 테지만, 사건과 더불어 실재하는 삶. 그 삶은 누군가에게는 귀환자로불리고, 누군가에는 정상성에서 멀어진 기형일 것이다. 그러나 귀환자들은 ‘목격의 대상‘이라는 맥락 밖에서도 여전히 실재한다. 이들의 실재, ‘기형의 신체들은 그 자신으로 존재해왔다. 존재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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