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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자를 말하다 - 삶의 거울이 되는 영화 속 여자들의 인생 이야기
이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시대가 흐르면 여자는 변한다. 대부분 남성은 마초에 책임감 있고 리더라는 인식이 예나 지금이나 만연한데 여자는 그렇지 않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만 떠올려 보아도 그렇다. 한 줌에도 움켜쥘 허리를 보이느라 코르셋을 죽어라 졸라 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의 스칼렛에서, 한껏 배가 부른 임산부의 몸으로도 팀장을 맡아 현장을 지휘하는 아줌마 경찰 '뺑반' 속 우계장까지.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면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과 역할이 현재를 비춘다.
저자 또한 뺑반의 우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일하는 여성이자 아이를 기르는 엄마다. 결혼 전에는 미국 유학을 다녀 온 인재로 예술/공연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였는데,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맘 먹고 딩크가 아니라면- 기혼자라면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출산과 육아의 시간에 들어 선다.
책 속에 담긴 영화 중 '인턴'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영화 속 줄스는 일하는 엄마다. 그녀는 2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회사 대표로, 포지션이 포지션이다 보니 전투적으로 (....) 일한다. 하루에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딸에 대한 케어는 줄스가 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그녀의 남편이 맡아서 하고 있다.
극 중에 그녀의 남편은 전업 주부다. 원래 직장 생활을 하였으나 줄스의 회사가 급성장하는 탓에 각자 분업을 하다 보니 집안 대소사는 오롯이 남편이 담당하게 되었다. 개봉 당시에 영화관에서 보면서도 이 가족의 역할 분담이 참으로 신박하다고 느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어딘가 찜찜하달까, 답답했다. 실버 인턴인 벤이 줄스의 집을 방문하여 줄스네 가족에 대해 처음 소개 될 때, 나는 뭔지 모를 불균형을 느꼈는데 고작 '남자가 집안일을 해서 그런가' 정도로만 여길 뿐이었다.
그 갑갑함은 책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어째서 줄스의 남편은 역차별을 당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근로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밥하고 아이 유치원 보내고 픽업하고 씻기는 등등 가사일은 오롯이 전업 주부(主夫) 몫이었다. 흔히 우리가 신문 지면을 빌려 말하던 여성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당하는 차별, 소외가 고스란히 줄스의 남편에게 그려지고 있었다. 더 억울한 건 줄스 남편에 대한 이런 부당한 처우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영화는 끝이 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영화 '인턴'은 은퇴한 노인과 젊은 장년의 캐미를 보여준 것 외에 그 이상으로 해소하진 못 하였다. 성별을 막론하고 여전히 '전업 주부'에 씌워진 프레임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