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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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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형이라고 하는 '사형'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집행한 이후로 사형선고는 내려지나
실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실상 사형제도만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어린시절(읽고 듣고 이해할 수 있었던)
TV 뉴스를 통해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사형판결이 내려졌고 집행이 됐다라는
소식을 보기도 했었고, 집행이 사실상 중단 된 이후
벌어지는 범죄들을 보며 사형을 집행하던 때보다
더 극악무도해지는 모습에 속으로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무늬뿐인 '사형선고'가
그런 범죄들을 더 키우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전 SNS에서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이 되었던
23명의 범죄자들의 죄목이 나온 걸 본 적이 있었다.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자주(?) 보게되는
그런 죄목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사형선고는 커녕 징역형만 살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조금 허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람들의 죄값은 어떻게 치뤄지는거지?' 하고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 진범이 잡히거나
사건의 진실이 새롭게 밝혀지는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점과 인권에 대한 부분,
또 '죽음' 이라는 것으로 그들의 죄값을 치뤘다고
볼 수 있겠냐는 생각들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징역형은 30년 남짓이 최고형이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하더라도 감형이 되기도 한다.
사형제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석방없는 무기징역이 도입되면
일밤범죄에까지 형량만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대법원에서도 사실 상 반대의 뜻을 표했는데

이번에 읽게된 《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는
중단되었던 사형 집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사형을 앞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와
그 마지막 하루의 이야기가 담기며
죄와 죽음에 대한 것, 정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읽기 전 떠올린 것은
미국 사진작가 재키블랙이 공개했던
사형수들이 요청한 마지막 식사의 재현 이었는데
"자신이 저지른 혹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 때문에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요청하는 것은 어떠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여준 식사와 마지막 진술은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과도 겹치기도 했다.

집권 3년차 점점 떨어지는 지지율의 반등이 필요했던
대통령과 참모진들.
중단되었던 사형 집행을 재개하며,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큰 그림을 그리는데
그 내용은 바로 이것.

사형선고는 받았지만 집행은 되지 않았던
사형수들 60여명 중 본보기(?)로 진행할
3명의 사형수를 선발한다.
사형집행 전날 저녁 마지막 식사로
원하는 메뉴를 제공하고 시민위원과 기자까지
마지막 날에 동행에 그 마지막 현장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는 요리사 X는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고, 취재요청으로부터 보호하며,
마지막식사 이틀전에는 사형수의 신상에 대해 알려줄 것,
요리는 요리사의 재량에 맡길 것,사형수의 식사 후 소감을 알려줄 것 등
조건을 밝히고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한동안 멈춰있던 사형장도 다시 돌아가고,
3명의 사형수가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들이 선택한 음식과 음식을 통해 밝혀지는
그들의 이야기들.
과연 그들은 어떤 사연과 어떤 죄를 저지르고
어떤 생각으로 마지막 식사를 선택했을까?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인권단체와
집행을 찬성하는 유가족들의 입장차이,
그리고 이를 이용해 지지율을 반등하려는 대통령.
3명의 사형수들의 집행이 가져올 결말은
무엇이 될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법정최고형으로 '죽음'으로써
죄의 값을 치룬다는 사형이라는 것이
과연 존폐위기에 있는 오늘날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사형집행을 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고,
오래도록 중단된 나라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누가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출간 소식을 보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내가 죄를 지었든 (혹은 죄를 뒤집어 썼든)
사형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하고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될 정도로 중죄를 저질렀다면
마지막 식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이조차 죄를 뒤집어 쓸 일은,
그런 오해를 겪게 될 일은 없다는 법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만약에 고를 수 있다면 "미역국"을 선택할 것 같다.
태어난 날, 생일이면 먹던 미역국을
삶의 마지막에도 똑같이 먹음으로써 제대로
마침표를 찍고싶달까.

이 글을 읽은, 혹은 이 책을 읽기 전의 당신에게도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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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하타노 도모미 지음, 임희선 옮김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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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세 이상의 독신 여성만 들어올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있다.
아파트 사이에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이 곳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2층으로 되어있고 공동 욕실과 주방, 거실을 사용하며
각자 사용하는 방의 문도 잠기지 않는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인
주인공 미치루는 우연한 소개로
이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각기 다른 와카바소의 사람들은
서로의 생활에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엮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소설의 주인공인 미치루의
앞으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남 일 같지 않기에 그녀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의 결혼계획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도 오빠내외와 조카들로 빈자리가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긴급사태가 선언되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식당에서의 수입도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특정 나이와 성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었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홀로 생활하며
외롭고 막막해하는 그 마음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 외로움은 코로나라는 전염병보다도
사람을 더욱 깊게 잠식해 나가는 것 같았다.

오랜시간 와카바소를 운영해온 70대의 도키코를 비롯해
커리어우먼 마유미, 약국 사무원 미사코,
미치루가 좋아했던 작가 치나미까지
같은 공간을 셰어하는 셰어하우스 메이트들은
각기 다른 느낌의 방만큼이나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 성격을 가졌다.

나에게만 한정된 세상과 문제에서
환경이 바뀌고 시야가 넓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보여지고, 비로소 나와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내 문제가 아닌 타인의 문제에서
좀 더 생각이 쉬워질 때도 있고 말이다.

환경이 바뀌었고, 코로나 라는 특수성으로
일하는데 있어서도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던
미치루는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제 2의 사춘기처럼 또 한번의 고민을 하는
미치루의 시간은 결코 의미없는 방황이 아닌
진지한 성장통 같아서 읽으며 나 자신에게도
'이것봐~ 마찬가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힘들어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마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부럽기도 했을 정도 였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하지 않는 매일을 차곡차곡 쌓는 미치루의 내일은
그 덕분에 더 단단하고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셰어하우스라는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는데서 안정감을 느끼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네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진하게 보였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꼭 서로의 인생에
등장하고 투입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낯설은 이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진한 연대의 기운을 충분히 가진다고 생각한다.

호흡이 긴 소설이었지만
등장인물은 생각보다 심플했고,
각 인물이 가진 이야기도 담백하게 진행되서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런 셰어하우스가 있다면,
나는 그곳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넌지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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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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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이 없다는 건 알지만
어쩐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건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일 것이다.
새로운 만남은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아무리 먹을 만큼 먹은 나이라고 해도
이별 앞에서 덤덤할 수는 없을 터.

나는 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통의 인생이라면 나이 앞에 장사없다고
가족들도 스스로도 인생의 끝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
가장 가까운 최근, 내가 알고지낸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인 외할머니와의 이별은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벼운 깜박거림인줄 알았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치매 진단을 받았던 할머니.
집에서 모시기가 힘들어져 집 근처 요양원에 모셨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난 2년간 면회도 손에 꼽고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지내다가,
야속한 코로나 때문도 아니고 갑작스런 이유로
할머니와의 이별을 하게 됐다.
마지막 가시는 날 즈음까지도 제대로 보지도
손도 잡지 못했던 게 여러모로 속상했는데
이렇게 떠나시고나니, 모두를 위한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모셨던게 정말 좋은 마무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이 면회가 가능했던 때에
그래도 아직은 우리들을 알아보고 기억하고
기다리던 할머니를 면회가서는 대화를 나눴었다.
외출하시고 싶냐고, 아직은 날이 추워서
조금 날이 풀리면 산책이라도 하자는 말에
할머니는 "여기 이렇게 있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도
모르겠다면서, 다들 이렇게 들어왔다가 죽어서야
겨우 나가는거지 뭐~" 하시는데
그 말이 그렇게 맺혔었다.

좋은 죽음, 좋은 끝이라는게 무얼까?
돌보는 사람도 당사자도 힘들지 않고 미안해하지 않으며
원하는대로 살다가는 그런 끝도 과연 가능할까?
할머니는 그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을까?
우리들을 원망했을까?
그래도 이해하셨을까? 하는
끝도없는 질문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그러다가 이 책을 운명처럼 만났다.
정말 포장 마저도 선물같았던 책이다.

10~11번째 바뀌는 이웃들의 역사를 오롯이 바라보며
한 집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85세의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
비록 지팡이를 짚고 걷고,
한번쯤 넘어져서 병원의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매일 꾸준히 수영을 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는 한가지 소망이 있으니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죽음에 대해서는
본인이 선택하고 싶다는 것!

원치않는 연명치료들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초라한 삶의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할 때 내가 정한 끝을
직접 결정해서 맞이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이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느껴졌는데, 왜 그렇게 주변과 벽을 두고
혼자서 그렇게 외롭게만 지내려 할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유도라 허니셋의 인생은 정말 순탄치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고 미루며 무엇하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없었던 그녀에게 인생을 떠나는 '죽음'이라도
나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안락사를 위한 진행을 하면서
담당자와 박사 등과도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허니셋에게 부탁했던 것은
"마지막 선택을 하기까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달라는 것,
또한 본인이 결정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 달라는 것"
허니셋은 자신만의 비밀스런 자유(?)를 준비하면서도
오랜시간 동안 외로움 속에서 혼자만의 성안에서
지냈다면, 조금씩 허물어지고 낮아지는 벽 넘어
만나게된 새로운 친구이자 끝이라고 생각했던
인생에서 구원자가 되어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옆집에 이사온 10살 소녀 로즈와
언젠가 그녀가 길에서 넘어졌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알게된 스탠리 마첨이다.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모임에 참여하고,
저녁 안부전화를 하고, 쇼핑을 하고, 파티에 가고,
회전목마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등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철저하게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던 허니셋의
빗장같은 인생도 85세에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어떤 책 중에는 그런 제목도 있다.
"죽고 싶다는 말은 간절히 살고 싶다는 뜻이었다" 라고
어쩌면 인생에서 재미나 소중한 사람을 잊고 잃고
지내온 허니셋이었기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이라는 요소가 사실은 간절히 살고싶다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없을만큼
스러져가는 이들도 있지만,
'삶'이라는 것이 애초에 원하고 선택해서
시작한 것이 아닌만큼 죽음 역시
나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이 기쁘고 슬프고 힘들고 아쉽든
사는동안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아가는게
모두에게 주어진 한번뿐인 삶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죽음에 대한 자발적인 선택"을 충분히 지지하지만,
그 선택에는 어떤 외로움이나 슬픔으로부터
피하고자 하는 도피처로서의 선택이 아닌
"더할나위가 없다"라는 마침표의 선택이길 바란다.

최근에 동생이 읽던 책에서의 구절을 소개하며
안락사를 허용하는 몇 안되는 나라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극적 안락사
(예를들면 연명치료 중단이라든가)의 허용으로
이제는 죽음을 정말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삶, 좋은 인생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그것 역시 그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의 몫이겠지만
최근에 보낸 할머니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왔었을 때
자식된 도리로써, 자식으로써의 마음도 좋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건 "할머니의 마음"이었다.

좀더 멀쩡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때
그런 얘기들을 나눴으면 좋았을걸,
분명 어떻게 하고 싶다, 나는 어떤 끝을 맞이하고 싶다
하는 그런 생각이 있으셨을텐데
'죽음', '끝'이라는 것을 어렵게만 생각하며
차마 입에 올리지 않고 넘겼던 것이 아쉽곤 했다.

지금은 이따금씩 책을 읽거나 기사 등을 보면서
또 커뮤니티 등에서 여러 사람들의 케이스를 보며
'죽음'이나 '삶의 끝' 이후의 처리에 대해서
엄마아빠와도 한번씩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얘기를 나누면서 괜시리 울컥하기도 하지만,
연명치료를 희망하는지,
한다면 어느정도까지 시도하기를 원하는지,
장례방식이라든가 수의에 대한 부분까지도
자세하게 깊숙하게는 아니어도
인터뷰처럼 Q&A처럼 간단한 질문들로
엄마아빠와 우리들의 생각들을 가족인 서로에게
알려주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게 가장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가장 원하는 결론으로 갈 수 있다는걸 모두 알기에
그런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났다가 떠난다.
정해진 끝을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후회없이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준비없이 갑작스런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허니셋의 소설같은 인생을 읽으며 다짐한다.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더라도,
주어진 하루하루가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나의 감정,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겠다고 말이다.

우리 할머니가 계시고 아직은 멀쩡 하셨을 때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면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죽음'에 대해서 무겁지만은 않고 제대로 마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힐링타임 이었다.

"이 글은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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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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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이다."
"최소 4계절은 모두 겪어보고 결혼해야지"
"결혼 3년만에 밝혀진 남편의 **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등 결혼에 대한 얘기들은 주변에서도
또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기사를 통해서도
정말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요즘은 결혼 적령기도, 노처녀/노총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워낙 다양한 형태의
결혼생활을 하는 신혼부부들이 많은데,
적지않은(?) 나이를 먹고도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신혼생활이랄까 부부생활이랄까
결혼에 대해서 '굉장히 막연하다'는게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생각이다.

38살에 만난 2살연하의 남편과
6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여기 있다.
"비밀미남"을 차지하고,
남편의 털마저도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는
신혼 3년만에 숨겨져 있던 남편의 비밀을 알게된다.
아니, 남편의 일방적인 사고라고 해야할까!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고,
그동안 내가 알던 남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해결을 해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아온 사랑의 부부 마일리지와
남편입장에서 다시금 생각하며
용서와 사랑을 더하는 부부의 분투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나 라면' 거기까지 도달하지 않았을것이라든가
'나 라면' 그런 선택을 했을거라는 생각들도
어디까지나 내가 결혼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미혼으로써 가질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 것 같았다.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끈끈함과
'미워도 다시한번' 이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생각들도 충분히 끄덕거릴 수 있고 말이다.

미리 알고 시작했다면 과연 이들의 결말이 달랐을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그 모든걸 알고도
품고 안고 넘어갈 수 있기에 여전히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혼이라는게 한 여자와 남자의 만남이 아닌
그 둘과 그 둘의 가족이 가족이 되고,
또 한 가정을 이루고
(처음은 서류 등록부터 시작이지만)
비로소 살아가면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짧으면서도 굵고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 같았다.

이르지 않은 결혼이었기에,
늦으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결혼이었기에
더 신중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신뢰하는 마음이 더 크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랬던 것 같다.
무릇 사랑은 그런거겠지
다른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하고
어떤 이유로도 설명 할 수 없는 그런 미지의 것.

이들의 신혼엔딩+진정한 가족으로의 탄생을 보며,
지금은 지긋한 부부가 된 엄마아빠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을 하곤 했다.

"엄마는 아빠의 무얼 보고..."
"아빠는 엄마의 어떤 점이..."
물음표가 들 때가 한번씩 있었는데,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는게 사랑이더라.

조금은 부족하지만 부족한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또 완벽하지 않더라도 둘이서 사랑하고 만족하는
그런 가족으로 태어나는 것.
그 모든 과정이 진정한 '결혼'이자
신혼의 끝 인것만 같다.

물론 엄마아빠가 이 책을 읽으신다면
"내 새끼 한테 이런 일이 있으면 가만 안 두지!" 라고
하시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이 된다면
누구든 같은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무얼까. 결혼이 무얼까.
모든걸 각오할 수 있는 결혼을 나는 할 수 있을까.
결혼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더 거대한 물음표가 된 느낌이었다.

번역과 요식업 근무를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작가의 필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어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매력이 있으니 남편 분도 그렇게
스며들었겠지싶다.

작가분의 또 다른 책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결혼생활 이야기들도
다른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졌다.

"이 글은 파지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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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인간관계 - 부자가 만나는 사람, 만나지 않는 사람
스가와라 게이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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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만나는 주위사람
5명의 평균이 나다."
그런 말을 본적이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라는 소리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고,
또 부자들의 곁에는 그만한 사람들이 많다.
대체 무엇일까? 결국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
인간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걸까?

특히나 부자라 일컫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인간관계의 룰이 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성공, 부와 같은 키워드 앞에서
동요되지 않기는 쉽지 않을 터.

《부자들이 죽어도 지키는 사소한 습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가와라 게이의 이번 책
《부자들의 인간관계》는 그가 오랜 시간
부와 성공을 거머진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부를 가져다주는'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비밀을 탐구해온 끝에
꾹꾹 인간관계의 비밀을 눌러담은 책이다.

성공과 행복의 키워드 속에서
인간관계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자기계발서이지만,
단순히 '부자'로 이끄는 방법이나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됩니다'가 아니라
그가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인간관계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나아가 자기자신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부자들의 습관을 총 망라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더욱이 책속에서 부자의 습관을 86가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가까이 해야 할 사람,
꼭 피해야 할 사람을 O, X로 표시하여
더욱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는데,
그동안 짧은듯 짧지 않게 지나온 나의 시간 중
스스로는 '좋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결고 좋기만은 한게 아니라는걸 새삼스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늦으면 양해를 구한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본다'는
나 역시 해오던 행동이기도 했는데,
아무리 선의가 깔려진 최선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피해가 있다면
선의나 최선이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 뿐 아니라
결국은 인간관계라 하는 것에
나와 내 자신과의 관계도 포함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했고,
혼자 있는 시간 역시 차분히 만끽하며
돈이나 물질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 부의 경지에 가까워지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좋은 사람은 많지만,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시야가 생겨야
그들에게도 내가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계산적이거나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 자기 긍정감을 가짐으로써
더욱 자신감있는 태도를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좋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대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시야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의 인연에게 내가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풍족했던 마음이었다.

86가지의 인간관계에 관한 부자들의 습관 중
가장 와닿고, 이것만큼은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자기 긍정감이 높다' 는 것이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자신의 비하인드씬과 남의 하이라이트씬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보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좀먹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자기긍정감'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것이 있는데
상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실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다.

부자들이 가지는 인간관계의 습관을 정리한 책이지만
'부' 라는 개념을 떠나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이글은 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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