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습관 자기만의 방
김키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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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인지

우리는 타인의 칭찬 앞에서 나를 유난히 낮추며

칭찬을 마다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시절 포도알을 채우는 칭찬 스티커를 받을 때는

'저 이렇게 착한 일을 했어요!' 하며

스스로를 기꺼이 칭찬하던 어린이는

자라면서 왜 이렇게 스스로에게

높은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지 의문스러워진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그래서 늘 자책과 후회, 불안과 자기혐오로

늘 '부족한 나'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괜찮은 나'를 마주하고

단단히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셀프 칭찬러이자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김키미가 쓴 〈오늘부터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이다.


칭찬 (稱讚)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

보통 '칭찬을 듣다'라고 하기에

우리는 칭찬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향하는 것,

혹은 타인에게서 나로 향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나를 칭찬한다?'

자화자찬은 어쩐지 잘난 척으로 보여서인지

우리는 누군가 칭찬을 할 때도

'아이고, 아니에요' 하면서

그 평가를 감사히 받거나 인정하지 않고

민망해하거나 겉으로 대놓고 기뻐하지 못한다.

사실은 굉장히 기쁘고 좋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기업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성공한 작가이지만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불안과 자기혐오로

늘 더 잘하지 못한 걸 후회하며 불면에 시달리는 작가는

어느 날 "아무것도 안 하고 쉰 나, 칭찬해!"라는

작은 칭찬을 스스로에게 건넨 뒤

바라던 숙면을 취하게 되고, 그 작은 씨앗이

칭찬일기로 이어지며 일상에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맞이한 이 변화를 전하며,

'칭찬일기 쓰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우리들이

단단한 일상을 맞이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실천으로서

일상에서 나를 칭찬하는 방법,

일터에서 나를 칭찬하는 방법,

타인과 칭찬을 주고받는 방법,

칭찬으로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 등

칭찬일기에 대한 총망라를 담고 있었는데,

실제 칭찬일기의 예시는 물론

자신이 칭찬일기를 쓰는 방법과 함께

칭찬일기 쓰기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느끼고 겪은 변화를 전하면서

맹목적인 조언보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실제 책을 읽으면서도 접할 수 있었던

일간, 월간, 분기 결산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보니

더욱 책의 내용이 와닿을 수 있었는데

대단한 형태나 어떤 정형화된 노트가 아닌

작은 노트에 끄적끄적 써 내려간 흔적들이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면서도

늘 자기 자신에게 각박하고 높은 기준으로

'틀렸다'라고만 말하며 자신감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는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나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정말 '별것 아닌 일'로 칭찬을 해준다.

밥을 잘 먹어서, 자고 나서 울지 않고 일어나서,

박수를 잘 쳐서, 잘 웃어서 등

사소한 포인트에서 우리는 칭찬거리를 찾아내서

온 마음을 다해 칭찬을 해준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그 '감사한 마음으로 더했던 칭찬'은

"더 잘할 수 있는 데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한 거야?"

"정말 실망이다" 등 점점 높아지는 허들을 더하며

칭찬하기보다는 개선할 점만을 지적하듯 내뱉으며

마음을 긁고 끌어 낮추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칭찬일기는 그런 평가의 허들을 낮추며

사소한 포인트에서 내가 나를 칭찬하며

외부로 향하는 기준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줍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내가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주면서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나'라고

스스로를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특히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리해 준

칭찬일기 작성 요령 열 가지는 잊지 말자고

메모장에 기록해 두고, 수시로 꺼내보려 한다.


노트에 적든, 휴대폰의 메모장에 적든

이제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나를 위한 칭찬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작가, 그리고 먼저 칭찬일기를 써본 이들이 겪은 것처럼

나도 단단해지는 내면을 바탕으로

조금 더 괜찮은 나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듣고 싶었던 얘기를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해주는 것.

그런 작은 습관에서부터

변화는 이미 시작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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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동해 - 동해 예찬론자의 동해에 사는 기쁨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2
채지형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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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본 바다!

동해는 나에게 '깊고 푸른'이라는 수식어로

책에서 보고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처음으로 경험한 짜릿한 여름을 선물한

'태초의 바다'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각기 다른 색으로 물들인 텐트들,

발이 닿지 않는 깊이에 찰싹찰싹 나를 치는 파도,

입에 들어오는 짭조름한 바닷물의 맛까지

'아! 이런 게 여름이구나! 휴가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태초의 바다인 동해는

그렇게 '여름'과 '휴가'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점점 날씨가 뜨거워지고 여름이 다가오면,

'어디로 휴가를 갈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반사적으로 동해를 떠올린다.

하늘과 연결된 듯한 그 깊고 푸른 바다와

한적하면서도 생동감이 있는 그곳 말이다.


이런 동해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다 보면

휴가 때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기분은 어떨까?'

'사람들이 파도처럼 들고나가는 이곳에서

일상을 보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물음표를 띄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여행자의 입장에서 출발해

이제는 어엿한 동해의 시민으로

묵호의 지킴이로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이가 있다.

바로 여행작가이자, 여행 책방 잔잔하게를 운영하는

a.k.a 명랑쿠키 채지형 님이다.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작은 쉼표이자,

나만의 속도로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기록을 담은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의 2번째 이야기인

〈언제라도 동해〉는 동해의 매력과 사계절을

꽉 채워 담은 책으로,

강연을 위해 이곳을 여행자의 입장으로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정착하게 된

명랑쿠키님의 동해 예찬기라고도 할 수 있다.


1장에서는 동해와의 첫 만남,

한 달 살기의 추억을 담았고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묵호에 정착을 하며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오픈하고 만나게 된

묵호의 소중한 인연들과의 이야기가 있다.

3장에서는 묵호에서 더 나아가

동해의 다양한 볼거리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들이 준 추억이 잔뜩 배어있으며,

마지막 4장에서는 책을 읽고 동해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동해를 여행하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묵호라는 한적한 동네가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따스한 정이 있고

소박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볼거리들,

그리고 그곳을 여전히 지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재작년 가을에 방문했던 묵호의 기억은

너무나 즐겁고 의미 있어서,

수시로 묵호 가는 기차표나 숙소를 검색해 보며

다시금 방문해 볼 날을 손꼽게 하는데,

〈언제라도 동해〉를 읽고 있자니

그때 묵호를 방문했던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르며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플랫폼을 걸어 나와

작은 간이역 같은 느낌의 묵호역을 벗어나면

아기자기하면서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묵호를 만날 수 있다.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킨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로움을 칠하고 있는

젊은 사장님들도 있다.

이런 전통과 새로움이 어우러지는 게

사람들을 자꾸만 이끄는 묵호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지난번 방문 시 명랑쿠키님을 따라

묵호와 동해를 둘러보며

나 역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좋은 것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마치 생선 살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발라내어

밥그릇에 올려주는 부모님의 마음처럼

묵호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는 쿠키님의 모습에서

묵호와 동해에 대한 진심과 애정,

그리고 이 좋은 것을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픈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고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는 바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있던 근심 걱정, 시름은 어느새 잊게 된다.

어디 그뿐만 일까?


전국 3대 오일장에 든다는

북평민속오일장의 규모와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는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었고

시장 속에서 어우러지는 이웃들의 모습은

자꾸만 귀를 기울이고 웃게 만들어주었다.


함께 거닐었던 추억의 장소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함께 쿠키님과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늘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는

쿠키님의 진심과 애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은

그 자체로 동해였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것을 다른 이들과 기꺼이 나누고픈

순수한 마음을 함께 만끽해 본다.

무한하다는 생각이 드는 바다, 동해처럼

또 느리고 조용한 동해처럼

언제나 그곳에 가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쿠키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조만간 다시 또 묵호에 찾아가

'저도 바다가 너무 그리웠어요,

그리고 여전히 보고 싶었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미처 몰랐던 동해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기를,

또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은 그 기쁨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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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동해 - 동해 예찬론자의 동해에 사는 기쁨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2
채지형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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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대한 로망과 추억을 가득히 채워주는 책. 묵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여행같은 일상을 읽으며 대리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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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아이러브유
스미노 요루 지음, 김현화 옮김 / 사유와공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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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유와공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만약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

누구든 인생의 끝을 미리 알지 못한 채

마침표를 찍게 되는 우리들은

'끝'이라는 것이 분명히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기에

그것을 때로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따금씩 마주하는 위기의 상황 앞에서

마지 순리처럼 돌아오는 '끝'을 새삼스럽게 체감하며

두려움에 떨고 마는 것이다.


인기가 없는, 그래서 슈퍼 챗을

채 500엔 밖에 받지 못하는 유튜버가 있다.

그는 '세계 멸망'을 예고하며 생방송을 보는 이들과

의견을 나누곤 하는데,

그녀에게는 '세계 멸망'을 알리는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있다.

그녀는 생방송을 통해 자신의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세계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그 멸망에 맞서 건배를 건넨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알 수 없다.

멸망이 오면 그대로 방송은커녕 모두 사라질 것이고,

그것을 믿고 안 믿고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그녀의 방송을 통해 멸망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마지막을 앞두고 최후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하는 코너룬 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멸망'을 예고하는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정형화되거나 공통된 모습이 아니고,

홀로 마주하기에 멸망을 앞둔 그들에게는 더욱

혼란스러우면서도 미스터리함으로 다가온다.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마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생각도

또 자신이 마주한 현실에 대해서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멸망'이 오기 전

털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 싶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멸망'을 마주한 그들에게는 두려움보다는

멸망에 대한 묘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이윽고 찾아올 모두가 맞이할 마침표 앞에서

무엇을 더 하겠다거나 변화시키겠다거나

타인에게 더 많이 알리겠다는 것보다는

마치 원래부터 정해진 마침표를 의연하게 받아들인 듯,

남아있는 버킷리스트를 해치우는 것처럼

일상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어떤 희열마저도 느껴지기도 했다.

표지에서 마주한 기쁨 가득한

소녀의 묘한 표정처럼,

또 어울리지 않는 파이프를 손에 든 것처럼

그들은 멸망을 인식하고 기다리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로가 전혀 관련 없는 듯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코너룬은

자신의 방송을 통해 '멸망'을 마주하며 느낀 감정들을

허심탄회하게 생방송 청취자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멸망이 오든 오지 않든,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며 살아가자며

이윽고 품어온 진심을 내비친다.


어쩌면 이것은 정말 '멸망'을 알리거나

소멸에 대한 예고라기보다는

'멸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간절함이나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내포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마음속 폭발의 도화선을 긋는 역할,

꼭 '멸망'이라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그런 굴곡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변화를 갖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로맨틱, 청춘물을 잘하는 작가로 인식했던

스미노 요루의 색다른 매력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전작들에서 어쩌면 조금씩 내비쳤던

그의 '놀라운' 포인트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세상의 끝에서 발견한 진심!

응집된 그 진심의 힘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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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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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최근 들어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처우나 시선, 편견은

당사자들이 체감하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장애인을 만나기 힘든 건

우리나라의 장애인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기 힘든

배경 때문이라는 것을 늘 망각한다.


울퉁불퉁한 보도, 훼손된 점자 안내판,

저상버스라고는 하지만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도 탑승하기 힘든 분위기,

지하철 역사나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양보는커녕

'몸이 불편한 게 유세냐'라던가

'한창 바쁜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라니' 하는

비뚤어진 마음들은 그들의 다름을 틀림이라 말하며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어낸다.


이런 현실 앞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의 이 '다름'을

죄스러움이나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늘 '죄송합니다' 나 '미안해'를 입에 올리며,

주어진 권리나 역할을 누리기보다는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타인에게 어설픈 도움이나

동정을 받지 않도록 자신을 더 작게 만들곤 한다.


선천적인 장애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삶을 살았던

구르님은 이렇게 늘 정체된 일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이끈다.

혼자서 해보지 않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나 부담이 더 무거워서 였을까,

용감하게 내디딘 발걸음은 그녀의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더 따스한 환대로 그녀를 받아준다.


때로는 좌절이 오는 순간도 있었고,

지치고 힘든 상황에 가장 가깝고 편한 이들과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에서 그녀가 느낀 건

그녀의 생각보다 사람들은 열려있고, 기꺼이 도움을 주며, 

자기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로소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서야,

이방인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순간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작가는 자신이 느낀

오롯이 나로 존재했던 시간들의 기록을 통해

'타인' 특히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주어지는

돌봄과 도움, 그들을 향하는 시선을 올바르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한 개인의 여행기 일 수도 있고,

여행을 통해 마음속 두려움에서 나아가는

한 인간의 평범한 성장기 일 수도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

또 여행지에서 기차와 버스와 트램을 타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 아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토록 특별한 시선이 되어야만 했을까?

기울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타인과 다르게

작가는 자신을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이 여행의 의미를 성장과 도전, 변화로 이야기한다.


진짜 다른 것은 정작 누구인지,

틀린 시선을 가진 건 누구인지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개척해 간

용기 있는 여행자의 도전기!

구르님은 그렇게 자신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을

하나씩 차분히 뛰어넘는다.

그리고 힘에 부치거나 어려울 땐

기꺼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며

도움요청아티스트가 된다.


이토록 의심 없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너와 나의 다름을 틀림으로 왜곡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붐비는 대중교통 앞에서 자신을 앞질러가는

많은 사람들의 다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두 바퀴들의 쓸쓸한 시선을 떠올린다.

울퉁불퉁하고 끊긴 노란 길 앞에서

허공을 휘젓는 하얀 지팡이를 떠올린다.


타인에게 허락되지 않아 개척되지 않은 그들의 영역을

더 크고 넓게 펼쳐내어 함께 누릴 세상을 꿈꿔본다.

그런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우리의 내일이 되기를,

이 다름이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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