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박완서 산문집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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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지루함이나 무료함을 느낄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 색다른 시간을 만끽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의

먹고 자는 일들이 여행을 떠나서는

색다른 추억의 조각이 되니,

여행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큰맘 먹고 낸 휴가, 낯선 여행지에서

똑같은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보거나 체험하는 여행이 아닌

'살아보는' 여행을 하는 이들의 여유로움을

부럽다고 느낀 적이 있다.


정해진 기간, 꼭 봐야 하는 것이나

꼭 먹어보길 추천하는 것,

여기에 가면 꼭 사야 한다는 것을

숙제하듯 하나하나 도장을 찍고

휴식을 위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어두운 밤까지

일정을 소화해 내기 바쁜 우리와는 다르게

원래부터 그곳에 살았던 것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정처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이동하며

원하는 활동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진짜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여행은 그런 것 같았다.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고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그대로 바라보면서 즐기는 것 말이다.


타계한지 벌써 14주기를 맞이한

박완서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생각도 그러했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까지도

잊어버리고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산문을 모은 산문집이

완전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는 산문 5편을 포함하여

가깝게는 당일치기로 떠난 강원도 여행부터

중국 만주, 백두산 여행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동아시아 여행 등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행을 하며 느낀 박완서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기뿐 아니라

문인으로 또 한국을 대표하여 떠난 여행에서는

여행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어떤 책임감이나

의무감에 대한 무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동료 작가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여행지의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느낀 감정들은

평범하게 즐기는 여행이 아니었고

현지인들의 삶으로 가까이 다가갔기에 볼 수 있었던

풍경과 감정들이어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저 편하고 즐기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현실을 잊고 노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박완서 작가의 글을 통해 바꾸게 되었다.


편한 호텔이나 정형화된 패키지가 아닌

자유롭게 현지를 오가며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오지 탐험이라 할 만큼 힘든 여정에

오르는 이들을 볼 때면 그 힘든 여정에 오르는

마음이 궁금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만

다니고 싶을 텐데 구태여 힘든 고생길을

여행지에서 마주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글을 보니

편하고 즐거운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즐겁다는 개념이

꼭 편하고 여유로운 것만 한정되지 않으며,

때로는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때로는 불편하고 낯설더라도

그 속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쁨이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통해

낯선 이국에서의 풍경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새로운 경험들이 있는 글들을 보며

모든 것을 잊고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기를

나 역시 그런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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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도감
묘엔 스구루.사사키 히나.마나코 지에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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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 makes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사이에서 우리는 타인들과 부딪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배려나 행동, 말로 인해 "저 사람 너무 센스 있다"라며

의외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별로인 것 같아" 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센스나 매너라는 것은 그렇다.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필수'는 아니지만, 갖추었을 때 플러스가 되는 요소.


때로는 그 사람의 센스나 배려가 설사 그 사람에게는 손해나 품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배려로 인해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편해지기도 하니

이런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아~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느끼며 그의 센스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또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물음의 답을 줄 재미난 책을 만났다.

이름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사람 도감》이다.


《좋은 사람 도감》은 일본의 젊은 크리에이티브 팀 엔타쿠가 전시했던

'너무 착하잖아展'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100명의 좋은 사람을 소개한

전시 원본을 엮은 책이다.


무심코 받고 지나온 일상 속의 배려들을 꺼내고, 사소한 순간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주변의 '좋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및 학교에서, 취미나 놀이 활동에서 또 밥 먹을 때나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100명의 좋은 사람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엇! 이거 내 얘기인데'

'나도 이런 사람 너무 좋아'라는 생각이 연신 들었다.


한눈에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에 덧붙인 설명들을 보며

사소하지만 타인에 대한 마음으로 배려 넘치는 행동을 하는 센스 있는 좋은 사람을

내가 주변에 두고 있다는 감사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절친한 잘 아는 사이거나 가족 등, 나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베풀 수 있지만

사실 낯선 타인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배려나 센스를 베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았던 좋은 사람 항목 중 하나이다.




15. 잔돈이나 영수증을 지갑에 넣을 때 "천천히 하셔도 되요" 라고 말해주는 계산대 직원

73. "세로로도 찍을게요~"라고 말해주는 사람


잘 모르는 타인에게 전해지는 친절은, 그 사람을 거쳐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고 생각한다.

내가 베푼 친절이 돌고 돌아 나에게 닿는 날도 있지 않을까.


나보다 타인을 생각한 행동이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에 의미를 더 부여해서 하는 행동 같아서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27. 여러 명이 같이 셀카를 찍을 때 셔터를 눌러주는 사람

28. 여행 때 멀티탭을 가져오는 사람


반면 도드라지거나 타인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좋은 사람도 있다.




34. 설령 돌아보지 않더라도 상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는 사람

51.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조그맣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56. 남이 좌석 앞을 지나갈 때 다리를 들어주는 사람


이 중에서도

56. 남이 좌석 앞을 지나갈 때 다리를 들어주는 사람 항목은

어쩌면 내가 타인들에게 바라는 배려여서 더 좋은 사람의 항목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워낙 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것이 짐짓

나에게 피해나 손해를 준다는 비뚤어진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 것 같다.


영화관이나 경기장, 공연장, 대중교통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참 많았다.

통로에 둔 짐을 치우거나 타인이 지나가기 쉽게 몸을 틀어주거나 다리를 들어주는 정도의 센스는

자신에게 손해나 피해가 아닌데, 요즘은 '알아서 지나가라'는 식이 많아서 아쉬웠었다.

그래서 더욱 빛나게 느껴졌던 항목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연인 사람들과 달리

일회성으로 마주하게 되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 상대방을 바라볼 때,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본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항목들은 설사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의도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이기도 하다.




42. 직원이 요리를 가지고 왔을 때 식탁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

55. 식기를 퇴식구에 넣을 때, 구멍을 통해 주방에 있는 직원에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고 가는 사람

58. 푸트코트에서 식탁에 흘린 음식물을 닦은 뒤에 자리를 떠나는 사람

59. 젓가락을 떨어트린 순간 새젓가락을 달라고 대신 부탁해주는 사람


전화나 채팅 상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서빙이나 청소를 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며 반말을 하고 막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뒤에 사람 있어요'라는 말을 늘 잊지 않는

의식적으로라도 말하고 행동하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로도 소개되었던 100명의 좋은 사람 소개를 보며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발견하고,

좋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배웠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어쩌면 서로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나 퍽퍽해진 마음에 이런 사소한 배려가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사소한 배려로 타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사람.

이들을 발견하고 또 내가 타인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선순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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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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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대상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은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이런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며

"오늘날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라는 평을 받은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대표작인

《버진 수어사이드》이다.


학교 선생님인 리즈번씨의 다섯 딸은

열세 살부터 열일곱 살까지 십 대 소녀들이다.

소설은 막내인 서실리아의 자살로부터 시작한다.

이렇다 할 이유나 유서도 없었던

서실리아의 자살 이후, 13개월 만에

리즈번가의 모든 딸이 자살을 하며

그들이 머물렀던 집도 처분되고 부부도 동네를 떠나며

모두에게 잊힌 듯싶은데,

리즈번가의 소녀들을 지켜봤던

당시 동네의 소년들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주변인들과 자신들이 수집해온 증거를 바탕으로

그들의 잊힌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그들의 회상과 당시의 시간을 묘사하며 펼쳐지는 작품은

베이비붐 세대인 소녀들이 겪은 기성세대와의 갈등,

그들이 느끼는 여러 답답함을 비롯해

막냇동생의 자살 이후 타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픔 등 십 대 소녀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당시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다.


최근 들어 유명인들을 비롯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사연이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자살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말미에

의무적으로 등장하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메시지를 볼 때면 매크로처럼 느껴질 뿐

실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어떤 감정이고

그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한참 예민한 시기,

또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기에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 이후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날카로운 시선,

배려가 없는 동정이 섞인 말과 눈빛,

자유로움을 꿈꾸지만 통제만 할 뿐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자매들이

어쩌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웠던 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일상을 보내고픈

소녀들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고,

단순히 1970년대라는 배경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아이들도 충분히 처한 상황에서는

그때와 비슷한 답답한 통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비뚤어지는 일상 속에서 망가져가는 소녀들처럼,

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 또한

점차 망가져가고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게 변하는 것을 보며 이 소설의 결말을

사실은 처음부터 작가는 그려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단편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한 집안의 십 대 자매들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비극적인 요소들만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기 전까지

보여준 모습들과 소년들이 창문을 통해 바라본

그녀들의 모습은 그렇게 우울하기만 하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일탈을 즐기기도 하고

위트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유제니디스만의 문체를 통해 리듬감 있게 펼쳐졌다.


딸들만 있는 강압적인 분위기 특성상

가부장적인 분위기로 아버지가 통제의 주 대상일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매들의 엄마가

주로 그 역할을 맡았고,

딸들을 위해 해주고 싶지만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는 리즈번씨의 모습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중심을 잃으며 표류하는 모습으로

방관이라는 공범으로 거듭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돌봐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무관심 아래에서 소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챙기고 아끼며 사랑했다.

여느 소녀들처럼 많은 것을 알고 싶었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었으며

세상에 나가 즐기고 싶어 했다.


그들이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세상과 단절되고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반대를

스스로의 목숨을 저버리는 것으로 표현한

비극적인 사건.

우리는 리즈번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안타까운 현실과 세대 간의 갈등을

비로소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는 죽음에 얽힌 '집안의 문제'로 접근하다가

점점 시야를 넓혀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어

상처받은 소녀들의 목소리로 확장했다.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

그들의 추억을 꺼내어본 소설 속 '우리들'은

관찰자이자 어쩌면 그녀들을 구하지 못한 방관자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부채감을 이렇게 갚는다.


비극적이면서도 십 대들의 호기심 가득한 묘사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지극히 감정적인 진행은

미숙한 10대 아이들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소녀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준 이 작품은 유제니디스만의 진정한

애도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성장 소설이었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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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스토리 - 잘 팔리는 콘텐츠에 숨은 4가지 스토리텔링 법칙
캐런 에버 지음, 윤효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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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진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나의 의도가,

듣는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중요한 미팅이나 발표,

여러 사람 앞에서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끌어가야 하는 경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봤을 때

나의 콘텐츠를 제대로 의도에 맞게

전달했느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는 각인되고, 파생되기도 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브랜드나 회사에서 대중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더욱이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주가 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서 쏟아지는 이야기 속에서

확실하게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만났다. 《이기는 스토리》이다.


같은 일 혹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이야기는 청중의 이목조차 끌지 못하고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곤 한다.

우리는 이 '강렬함'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하는데,

바로 이 포인트를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인 캐런 에버는

스토리텔링 전문가이자 글로벌 컨설턴트로

현재까지 3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과 강연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TED 강연을 통해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특별한 자신의 눈동자 색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 법칙을 소개하고

콘텐츠 전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녀가 얘기한 스토리텔링의 법칙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맥락, 갈등, 성과, 핵심 메시지로

저자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단계

(아이디어 수집)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듣는 청중에게 집중한 다음

디테일을 더하고 순서를 조정하며

완성도를 극대화하면서

데이터를 압도하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나 리더십과 조직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이 책은 스토리텔링 초보뿐 아니라

노련한 스토리텔러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말하기 뿐 아니라 글쓰기 등을 혁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직접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가 있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시간을 끌고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완벽한 데이터적인 부분도 좋지만,

그것을 보고 듣는 이들에게 얼마나 닿고 있느냐

청중과 소통이 되느냐도 정말 중요한데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포인트들을 다양한 예시와 인터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고, 특히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하는 체크리스트 들은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현실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유난히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마음에 남는 이야기에 감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 이야기가 그토록 마음에 남았는지

그 스토리텔링의 비법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미처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타인에게 오롯이 잘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집중되고

핵심 메시지와 성과가 있는 이야기를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상황이 닥쳤을 때 급하게 만들어내는

스크립트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미리 아이디어를 수집해 놓고

사람과 스토리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담아

보다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는 스킬을

적립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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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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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 자체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작가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힘이 느껴지는 대표적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하는데,

워낙 탄탄한 팬층을 가질뿐더러

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철저하게 지켜온 작가가 가진 힘과

그의 필체에서도 느껴지는 힘은

나 혼자만이 느끼는

단편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나

산문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나온 글들을 읽었었는데,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소설만을 만났을 뿐

그의 개인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아닌

40대가 되어서 도전한 스노보드 분투기로

《월간 제이노블》을 통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여기에 스노보더를 다룬 단편소설 3편까지 더해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

스노보드를 즐기는 아저씨 스노보더 히가시노의

모습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책으로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나의 상상 속 이미지를 지우고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

한 번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그의 성격은 스노보드에서도 여지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스노보더》라는 잡지의

편집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에게 스노보드에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이야기하다가 잡은 약속은

구체화된 계획으로 변경되어

스노보드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다.


수없이 타고 넘어지기 멈춰 서기를 반복하며

눈 범벅이 되었지만 히가시노는 여기서 재미를 느끼고

스노보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옛말처럼

뒤늦게 시작된 그의 스노보드 사랑은

마감에 쫓기고 글을 쓰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몇 시간을 운전으로 달려

스노보드를 타는데 이르게 했고,

스노보드 연대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인연' 뿐 아니라

소설 쓰기의 새로운 소재로 그에게 다가왔고,

이 책 속에서 급기야 스노보드를 다룬

3개의 단편소설까지 나타나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쩐지 정적이거나

조용한 취미를 가질 것이라고만 여겼다.

달리기를 하며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취향은 너무나 잘 알았지만

스노보드에 빠져서 실시간 영상으로 눈 상태를 체크하며

스키장을 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어쩐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향한

의심과 추리를 이어가게 하는 그의 소설과 달리

그는 누가 보기에도 '너무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었고,

무언가에 대한 이토록 순수한 재미를 아는 그가

자신의 일(소설 쓰기)에서도 열심일 수 있는 건

이런 충전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만들고 짬을 내서

즐기는 그런 취미가 있는데,

스노보드에 대한 그의 애정을 나의 취미와 겹쳐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토록 재미있고 끈기 있으며,

또 일에도 도움이 되는 취미가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더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가 가만히 앉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설정하는 소설가가 아닌

즐길 때는 즐기고 순수한 재미를 아는 소설가라서

정말 건강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설산을 배경으로 한, 혹은 스노보드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소설 취재를 핑계 삼아 자신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을

모습이 상상이 가서 너무 웃길 것 같다.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서

발견한 이런 위트함이라니!

그의 소설만큼이나 반전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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