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가 제목과 참 잘 어울린다. 선물 포장지를 풀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포장지를 푸는 대신 책 장을 펼친다. 나는 이런 짧은 호흡의 단편 소설을 좋아한다. 짧게 읽고 끝나니 여운이 많이 남고, 읽기 편하고,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나만의 뒷 이야기를 이어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며 벙어리 장갑 아니, 손모아 장갑을 주는 대신, 따뜻한 이야기 선물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간식 꾸러미에서 간식을 하나씩, 하나씩 아껴서 꺼내 먹듯 이야기 꾸러미에서 이야기를 한 편씩 한 편씩 아껴서 읽었다.



총 17편의 단편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고르라면, <선물이 있어>, <싱글 대디>,<크리스마스 선물>, <딘킈횡담면 갸갸둘둘됴>를 꼽고 싶다.

각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봤다.

*<선물이 있어>- 언젠가는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싱글 대디>-두 개의 눈사람이 꼭 붙어서 나란히 서 있었다. 둘이라는 숫자가 지친 인구의 몸을 감싸 안는 듯했다. 그나저나 우리 섭이, 장갑은 끼고 만들었을까. 인구는 눈을 네 덩이나 꼭꼭 뭉쳤을 아들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그 말을 들은 제은은 새삼 한 가지 사실을 실감했다. 바로 캐시미어 머플러의 촉감처럼 부드러운 심성을 지닌 이 사람과 내년에도 변함없이 함께 살아갈 거라는 사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었다. 

*<딘킈횡담면 갸갸둘둘됴>- 현존하는 조선 전기의 한글 금속 활자인 딘킈횡담면 갸갸둘둘됴. 비상한 기억력에 손뼉 치는 진행자에게 딩키는 감탄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단지 활자 중독에 책 덕후 기질이 있었고, 어른들에게 칭찬 받는게 좋아서 책에서 본 어려운 말을 외운 것 뿐이라면서.

이 겨울, 옆구리도 시리고 왠지 울적하고 선물을 받고 싶다면 이 책 <선물이 있어>를 읽어보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