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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실, 레옹? 1~3 세트- 전3권
이정숙(릴케) 지음 / 플레이블(예원북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 키워드 >
: 현대물, 전문직, 저장강박증(PTSD), 정리강박증, 교통사고, 계약, 갑을관계, 직진남, 상처남
< 등장인물 >
◆ 그 남자 : 서강운 - IT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천재프로그래머
- 차갑고, 도시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는 하버드 출신의 천재프로그램 개발자이자 성공한 IT 사업가. 권위적인 분위기를 극도로 꺼려해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정식미팅도, 회의자리도 잘 갖지 않는다. 최첨단 장비와 인테리어가 구현된 개방된 넓은 회사를 놀이터로 만들어 놓는 남자인 그는 PT는 쇼파에 누워서 받기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짧은 브리핑을 듣고 속전속결로 내리기도 하는 편이였다. 아침에 먹은 음식이 맛있었으면 '승인', 그렇지 않으면 '캔슬'로 이어지는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혹자는 기행이라고 하기도 하고, 괴짜라고 칭하기도 했고, 천재의 특별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벤처라고는 하지만 수익이나 영향력 규모는 대기업 수준이었고, 수조원 이상의 가치, 그 이상 브레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하게 앓아 꾸준히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점차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 무언가를 채워넣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불안정한 면이 있으며,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 그 여자 : 마이솔(27) - 청소 전문업체 '싹싹 마틸다'의 사장
- 깨끗하고 청순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하얀 얼굴에 똑 자른 단발머리가 잘 어울려 어릴 때부터 별명이 '마틸다', 17세 때부터 직접 청소업체에서 알바를 하며 현장 감각을 익혀왔고, 작고하신 아버지의 용역 회사로 창업한 가게를 물려받아 청소 전문업체로 전환해 회사를 키워왔다. 어릴 때부터 몸이 많이 냉해 손이 차갑다는 소릴 들어왔으며, 잔병치레가 심하여 입원신세를 많이 졌으나, 한약을 꾸준히 챙겨 먹게 되면서 병원 찾는 일이 많이 줄어든다. 사업에는 첫번째도 서비스, 두번째도 서비스임을 알고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삭혀야 함도 알고 있지만 무엇을 해도 욕먹을 일이라면 세게 나갈 땐 세게 나가는게 차라리 더 낫다는 것도 사회 경험으로 터득했다. 이모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뻔뻔한 면모가 있었고, 아줌마처럼 구시렁 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열심히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번듯한 건물에 이사가려고 하였으나 쌍둥이오빠가 주식에 빠져 돈을 모조리 갖고 튀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
< 감상평 >
이정숙 작가님의 < 청소하실, 레옹? >. 제목이 독특해서 눈이 갔고, 어떤 작품일지 묘한 호기심에 이끌려 접하게 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주변에 물건을 채워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장 강박증이 있는 남자와 지저분한 것을 절대 참지 못하는 정리 강박증 여자가 만나 만들어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물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작품이다보니 내심 기대도 많이 되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들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전혀 그러한 생각은 들지 않았고, 왜 이제서야 작가님을 알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감만 들었었다.
어릴 때부터 눈만 감았다 하면 주변이 불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을 참고 견뎌왔을 강윤이 많이 애처로웠다.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화마에 집어삼켜지는 것 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그의 모습이 보여질 때마다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고, 강윤이의 그 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는 없는걸까 싶기도 했다. 이솔이의 서늘한 손이 닿을 때마다 청량감을 느끼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시원한 숲 속 나무 그늘 밑에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떠한 불리한 일이 있어도 참고, 인내해야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처음 계약 조건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며 진상의 모습을 보이는 고객에겐 얄짤없이 참지 않고 강하게 나가는 이솔이의 모습이 참 강단있었고, 고객보단 함께 일하는 이모님들의 건강을 더 우선시 하는 섬세함과 포용력이 돋보였다. 일하는 사람들을 그저 고용인으로서만 취급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주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우해주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었고, 어떠한 일이 생기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좋았다.
편안한 생활을 위해 얼마가 들든 상관하지 않고 이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는 강운이의 욕심이 대단했다. 사람과 협상할 때 절대 밀려본 적도, 거절 당했던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이솔 역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수용하여 쉽게 일이 해결될 줄 알고 있었으나 그녀가 거절하면서 계산 착오가 벌어지자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는게 마치 지금 내가 가장 먹고 싶은게 뭘까 하고 고민하는 것 같아서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반기지 않고, 단호하게 내쫓아버리는 강운이의 행동을 보면서 어머니와 무언가 안좋은 일이 있었나 싶은 짐작이 들었다.
사람을 상대할 때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자세하고도 명확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오해할만한 단어들을 사용하며 부탁하는 강운이의 태도가 웃기기도 했지만, 부탁할 땐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라고 제대로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강운이의 부탁같지 않은 부탁에 이모님으로 빙의하여 찰지게 욕설을 날려주는 이솔이의 모습이 무척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솔이를 어떻게서든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일과마저 뒷조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이는 모습을 보며 많이 절박하긴 했구나 싶었다.
사람은 자신이 급하거나 절박한 상황이 되면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사람을 버리거나 이용해먹는 게 다반사인데 이솔이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나만 믿고 따라와준 이모님들을 버릴 수 없다며 어떻게서든 이모님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솔이가 참 좋았다. 갑을관계에서 본인이 우위점을 차지하여 유리하게 이끌고 갈 생각이였으나 생각처럼 쉽게 따라와주지 않는 이솔이가 얄미우면서도 그녀의 입장을 배려하여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게 있는 사람의 여유 또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을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금씩 망가지는 강운이의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그에게도 이런 부분들이 숨겨져 있었구나 싶었고, '서강운'이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된 것 같았다. 이솔은 어떤 상황에서든 뭐든 악착같이 열심히 하고자 했고, 하나뿐인 오빠가 사고를 쳤음에도 원망하지 않고, 용서할 빌미를 찾으려 애쓰는 여자였다. 세상에 단 둘뿐인 가족이었기에 더욱 미워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욱 그를 용서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주저앉기보다 오뚜기 같이 일어서는 근성을 가졌고,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였다.
서로가 필요해서 맺은 계약에 불과했지만 체온을 함께 나누고,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이끌림을 느끼는 두 사람의 사이는 점차 계약이 아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또한 서로 정반대 되는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의 조합이었기에 사소한 다툼도 존재하긴 했다. 다투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마냥 풋풋해서 좋았다.
풋풋하게 시작했던 두 사람의 연애였기에 꽁냥꽁냥 거리는 모습들도 귀여웠고, 작은 일로 다투다가 금세 달달해지는 모습은 사랑스러웠고. 그저 그들의 달달함을 쭉 볼 수 있었으면 했지만, 그들에게도 하나의 시련이 찾아온다. 그 시련을 잘 이겨내느냐, 이겨내지 못하느냐가 두 사람의 사랑의 결말을 말해주기에 부디 그들이 이 시련을 잘 이겨내어 그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길 내심 바랐다.
보다 더 단단해진 두 사람의 사랑은 보면서 뿌듯했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자면,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찾아온 시원함' 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어느 누구하나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사람이 전혀 없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하나하나 개성있는 캐릭터였기에 더욱 작품이 돋보였고, 작가님의 흡입력 좋은 필력 덕분에 가독성이 더 좋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망스러운 구석은 전혀 없었고, 백퍼센트의 만족감만 있었다. 좋은 작가님을 알게 되어서 좋았고, 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알게되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태를 가장 좋아하는 정리강박증, 마이솔.
자신의 주변에 무언가가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저장강박증, 서강운.
그들의 달콤쌉싸르한 로맨스 < 청소하실, 레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