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그림책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이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몇 단어가 꽤 정겹게 다가온다.

할머니, 실과 바늘, 주머니, 보따리, 조각보이불, 자수, 색동, 저고리 등

할머니 그 단어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는 정겨운 대상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보여주는 보따리 속에는 특별한 보물들이 들어있다.

이 그림책은 슬이가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의 장에 있는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지금은 그리 흔하지 않은 물건들이 정말 보물처럼 나온다. 그 물건들 속에 깃든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책 이야기보다도 재미있다. 지금은 마음대로 살 수 있던 이불, 우리네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에는 물건 하나조차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을 때이니 옷을 만들고 남은 천을 이리 덧대로 저리 덧대어 하나의 이불도 만들어내는 지혜를 가졌다. 그러나 그 조각보이불이 참 곱다. 할머니의 손은 이처럼 마술지팡이처럼 거쳤다 하면 무엇인가 뚝딱 만들어내는 비밀이 있다. 슬이가 기억하는 것들도 할머니의 솜씨이다.

손녀를 위해 한 땀 한 땀 지었을 옷이랑 소품들이지만 그 어떤 새물건보다 참하고, 참하다. 무엇이든 흔히 구할 수 있고, 귀함을 덜 여기는 요즘이지만 이런 책을 통해 전통의 멋과 느끼는 맛을 느끼지만 더불어 물건을 소중함도 함께 알게 한다.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이 책 속에는 손녀와 할머니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퍽이나 정겹다. 시간이 이리 오래 지내오도록 물건 하나, 하나를 소중히 다루고, 보존하여 손녀에게 보여주시는 할머니, 그리고 그 물건들 속에서 한 가족의 애틋한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느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권해서 함께 보아도 좋을 책이라 여길 만큼 제법 괜찮은 면을 많이 지녔다.

불량토끼 길들이기 대작전

불량 토끼 길들이기 대작전 ㅣ 라임 어린이 문학 3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이형진 그림 / 라임 / 2014년 8월

책의 제목에서부터 ‘불량’이라는 말이 붙여져 있으니 당연히 파란만장한 토끼의 활동(?)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부터 하게 된다. 세상에 무엇하나를 바르게 하거나, 새롭게 습관을 길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토끼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주어진 것에만 만족하고 늘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토끼,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꿈꾸기를 바라는 토끼이다. 집토끼와 산토끼!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이다. 이 할머니는 집토끼들이 즉 불량토끼들의 운명을 바꿔주고자 한다. 산토끼 모모는 할머니의 말을 지켜내고자 한다. 늘 그렇게 주는 먹이만 먹고 살만 찌우고 살던 흰토끼들에게 모모라는 산토끼는 반가울리 없다. 흰토끼는 이백칠십육마리의 토끼들을 모두 구해 달라는 할머니의 말을 지키고자 아무리 힘든 시간도 견뎌내면서 그들의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한다.

이 동화에서 할머니가 보여주는 행동은 세상에 어느 존재에도 그 귀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산토끼 모모가 할머니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의 그 애절한 행동이 있었기에 양토장에서의 힘든 삶에서도 할머니의 뜻을 절대 거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다. 탈출을 위한 비밀통로를 몇 번에 걸쳐 뚫어내면서도 모모는 그들의 변화에만 노력했다. 살을 빼어야 하는 이유를 뚱보에게 일러주면서 끝까지 그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했다.

동화의 끝은 역시 희망이다.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할머니, 그리고 모모의 행동이 보여주는 것에의 독자들은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꿈꾸는 카멜레온

꿈꾸는 카멜레온 ㅣ 세계 작가 그림책 7
아너미 판달러 글, 에스터 뢰우릭 그림, 유동익 옮김 / 다림 / 2014년 8월

카멜레온은 많은 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몸의 색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것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또는 몸을 숨기거나 등등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등장인물이 카멜레온이고, 그 카멜레온이 꿈을 가지는 것으로 내용은 이루어졌다. 묘하게도 이 두 단어의 의미는 일관성이 있다.

아이들의 꿈은 경험하거나 본 것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그때 가장 즐겁게 경험하였거나 또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꼈던 것에 따라 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카멜레온도 그렇다. 문득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크게 자라고 싶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맨 처음 가진 꿈이 엄마가 바라는 만큼이라고 말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는 엄마나 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빠, 엄마를 무한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어떻게 응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에서 대화는 아이에게 부모의 인정이 자신의 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비록 아이의 꿈이 현실과 맞지 않더라고 차근차근 또는 긍정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아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으며, 나아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져야할 마음도 다지게 된다. 아이의 꿈의 중심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해주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함도 알려주고 있다.

엄마의 법칙

엄마의 법칙 -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29
김륭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7월

동시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짧은 글 속에 담긴 언어가 곱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함축했다고 해서 절대로 이야기를 잘라 내거나 줄이지 않는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동시를 읽는 즐거움이자 매력이다.

이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골고루 담아놓았다고 할 수 있다. 동시가 아이들의 생활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가까운 이야기꺼리가 되지만 그 내면의 언어들을 읽어내고 있음은 좋은 언어의 표현이다. 특히 ‘고등어통조림’이라는 동시는 자신이 혼자 밥을 먹을 때의 외로움, 쓸쓸함,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어 눈여겨 읽게 된다.

-[엄마의 법칙]의 고등어 통조림 동시의 전문과 그림

작가의 이러한 동시 언어 표현방법은 서사의 구성력과 표현이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동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그럼, 그럼,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어떤 동시는 어린이의 매일 매일을 동화처럼 풀어가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도 있지만 심리적인 것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면 작가만이 지닌 관점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때로는 간결한 표현이 시적언어의 맛을 잘 살리기도 하지만 동화처럼 구성된 시에서는 그 이야기를 서사처럼 읽어가게 한다. 평범한듯하면서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동시집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ㅣ 그림책은 내 친구 3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논장 / 2014년 6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재미에 대한 믿음을 주게 된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삐삐’라고 하면 단번에 ‘아하, 그 사람’하고 기억을 더듬게 된다. 어릴 때에는 단순히 삐삐의 그 행동이 재미있어 즐겁게 보고, 읽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 재미가 만만치 않았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의 마음과 행동을 실감 있게 풀어가고 있다. 비록 다섯 살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그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만으로도 아이들의 실제 마음을 한번 읽어보게 한다.

로타는 무엇이든 언니와 오빠와 똑같아지고 싶어 한다. 두발자전거를 타는 언니와 오빠처럼 자신도 그런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자신에게는 세발자전거가 전부이다. 가족들을 모두 아직 너는 어리다고 하지만 로타는 아무리 생각해도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생일날 받은 선물을 뒤로 하고 옆집 할머니 집에서 두발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타본다. 하지만 이 자전거는 자신의 마음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울타리를 쿵하고 부딪히고 멈추지만 노타는 자신의 한 일 모두가 걱정되어 울어버린다.

하지만 로타는 로타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로타는 아이들의 변화가 빠른 모습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이다. 이러한 모습에서 오히려 독자는 더욱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생생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역시 작가의 특별한 필력 때문이다. 이미 느꼈듯이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참 잘 읽어낸다. 여기서 로타는 한편으로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오히려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