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는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그림 그리는 아이 김홍도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정하섭 지음, 유진희 그림 / 보림 / 1997년 12월

 이 책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위인전기그림책이다. 우리가 위인전을 읽을 때에는 살펴보아야 할 것이 여러 가지 있다. 단순하게 그 위인에 대한 업적을 알아보는 시대는 지났다. 예전에는 위인전을 읽고 나면 그냥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고 그러니 우리도 본받아야겠다는 그런 간단한 독후감을 쓰곤 했었다. 읽을 때 업적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위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위인이 지금까지 알려진 인물이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도 중요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하였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등이다.

이 그림책 속의 김홍도는 어린 아이 시절의 김홍도이다. 김홍도가 우리의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흔적들을 살펴보게 된다.

어린 시절, 유달리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 김홍도. 그렇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늘 그림 그리는 꿈을 접게 된다. 오로지 외삼촌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그림도구를 보고, 외삼촌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꿈을 키우면 이루는 법이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접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버지는 비로소 김홍도의 미술에 대한 재능과 관심을 이해하여 준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선명한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꿈을 키우게 하는 사람도 부모이지만, 꿈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부모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때로는 부모의 원하는 바람대로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만들고,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혹 이 그림책을 보는 부모 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는지 잠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어떤 지지를 해 주고 있는지 꼭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9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 보림 / 1996년 11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너무도 유명해서 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아닌지 흐릿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읽었다면 돼지가 늑대를 지혜로 물리치던 장면에서 통쾌해 했었을 것이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누군가 꼭 도와주어서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의 구조적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원작도 그러하다. 원작이 철저하게 돼지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이 책은 돼지를 못살게 했던 늑대의 입장에서 새롭게 쓰였다는 것이다. 이것부터가 흥미롭다. “아니 주인공을 이렇게 바꿔봤어?”라는 말 절로 나온다.

늑대가 아기 돼지 삼형제를 잡아먹은 것은 순전히 재채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신문에서는 흥밋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서 기사로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그렇게 전해오고 있다고 말을 한다.

늑대는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돼지에게 설탕 한 컵을 얻으러 갔지만 첫 번째 돼지도, 두 번째 돼지도, 세 번째 돼지도 자신의 부탁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재채기가 나왔을 뿐인데 상황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읽고 나면 정말 늑대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돼지를 자신만의 핑계를 대며 잡아먹었다는 것은 그렇게 위로받을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가 생긴다. 더불어 자신의 의도가 처음에는 아니었다고 분명하게 고백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에게 그 상황들을 물어보지 않고 모두에게 이야기를 알리고 있다면 늑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늑대 입장에서 재해석한 이 책을 읽노라면 작가만의 아주아주 특별한 능력과 상상력에 놀라울 뿐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불지 않으면 ㅣ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서한얼 지음 / 보림 / 2010년 5월

 자연은 사람에게 말없이 알려주는 것이 많다. 이상하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가만히 있어도 알게 한다. 이렇게 자연은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다.

이 그림책은 그런 의미에서 꽤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바람 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어!”

봄이는 자신의 모자를 날려버리는 바람에게 이렇게 외쳤다. 이 말을 바람이 마치 들은 듯 주변에 모든 것들이 조용해진다. 물론 바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들이.....

봄이는 점점 마음이 슬퍼진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히 미안한 말을 건넨다. 그리고 다시 바람은 봄이의 머리카락을 날리고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봄이의 행동을 살펴보게 되면, 무엇을 말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싫은 것, 좋아하는 것, 불편한 것에 대해 빨리 표현을 한다. 그러다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싫은 것, 불편한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이런 습관에서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것만 하려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다면 알게 해야 하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런 일들에게 좀 더 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말로 알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런 그림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더 괜찮다.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자연스럽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림책을 잘 읽어보면 아이 스스로 알게 될 내용이다. 아이들은 이런 그림책을 접하면서 점점 마음이 자라게 된다. 좋은 그림책 속에는 좋은 이야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마음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그림책을 보는 이유 중의 한 가지이기도 하다.

돌잔치에 대해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돌잔치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김명희 지음, 김복태 그림 / 보림 / 2010년 2월

 솔거나라 시리즈는 여러 모로 읽어볼 만한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자주 꺼내본다.

우리의 문화 중에 참 좋은 것들이 많다. 그 중 한 가지인 것이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게 되는 생일, 돌에 잔치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 좋은 날을 모두와 함께 하며 태어나서 감사하고 기쁜 마음을 알리기 위함도 있다. 이 돌잔치의 여러 모습을 그림책 한 권에 제대로 담아두었다.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이 속에 담긴 것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다. 그냥 이야기로 해 두어도 좋겠지만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음률이 있음이다.

마치 시조를 읽는 듯한, 4.4조의 율격을 중심으로 마치 음악을 글로 읽는 듯하다. 그러니 읽어도 마치 누군가 노래를 불러주는 듯 흥겹다.

두 번째는 그림이다. 그림책 속에 있는 그림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그림을 한마디로 편안하다고 하겠다.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이 정겨운 그림들이다. 집 안의 모습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 인사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자꾸만 “그림이 너무 좋다”라는 말을 하게 한다.(옆에서 그림책을 같이 보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한다)특히 그림책 속에 있는 책 속의 책인 북아트을 펼쳐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세 번째는 사람들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상에 있는 돌잡이 사물들도 말을 한다는 것이다. 물건들 속에 깃들인 의미도 다시 한 번 새겨보게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살펴보면, 돌잔치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읽어보게 하는 페이지가 있음이다.

아이가 태어나 첫 번째 맞는 생일, 돌에 무엇을 선물을 해야 할까를 기분 좋게 고민을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물론이겠지만 친척들이나 친구들 등에게도 권할만하다고 미리 밝혀둔다.

책 읽는 즐거움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ㅣ 진경문고
정민 지음 / 보림 / 2012년 9월

개인적으로 언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어릴 때에는 책을 사는 것조차 엄두도 못 내었고, 학교에 있는 도서관에도 아주 특별한 날에만 문을 열어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문을 열어주어도 우리가 읽을 만한 책을 찾았다는 기억도 없다. 몇 권의 책이 아주 낡은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후에 책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즈음에는 오히려 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하곤 했다. 왜 그랬을까?

이름난 소설을 읽는 것보다 고전읽기를 좋아했었다. 외국의 유명한 고전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고전을 즐겨 읽었다. 왠지 이해하기 쉽기도 했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고전문학이었다.

고전읽기에도 여러 방법이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알게 되었으니 새삼스럽다. 정민 교수는 우리의 옛글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분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진다. 그 분이 아이들에게 고전에 대한 독서법을 전달해주려 하는 내용이다.

그 때는 책이 너무도 소중한 시절이었다는 것은 잘 안다. 책 한 권을 보는 것도 어렵지만 책 한권을 만드는 것도 절대 어려운 때이다. 지금이야 인쇄술이 너무 발달하여 마음대로 구입하고 볼 수 있지만 그 때에는 책 한 권은 직접 붓으로 쓰고, 말리고, 만들어야 겨우 한 권이 완성되는 시절이었다. 그런 책을 너무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책을 보면서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많다. 책을 어떻게 읽고 알아가야 하는 것보다 먼저일지도 모른다. 책이 주는 소중함과 그 가치를 먼저 느끼게 한다.

고전을 읽는 방법, 그리고 책을 대하는 방법, 책을 손질하고 보관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책 속에 있는 책의 보관방법이나 소중히 다루고 있는 것을 도판이나 사진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물론 책을 읽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도 알려준다. 자연스러운 독서가 공부나 학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고전의 글귀들도 만날 수 있지만 그 뜻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우리가 알만한 분들이 책 읽는 습관에 대해서도 읽게 된다. 이 글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다. 이 책에서는 그분들의 책 읽는 습관이나 기록, 관리하는 방법들을 알게 되면서 우리가 책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임을 느끼게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