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을 도울 수 있어요.

세 친구와 사냥꾼 - 태국 ㅣ 땅별그림책 5
쑤타씨니 쑤파씨리씬 글, 찐따나 삐암씨리 그림, 김영애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이 이야기와 비슷한 것을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듯하기도 하다. 사냥꾼이 자신을 도와준 새를 총으로 쏘려하자 개미가 사냥꾼의 발을 물어버리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전해오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동물들이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잘 모르지만 그들만의 사회나 통하는 말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이 그림책을 펼치면 그림의 기법에 한 번 놀란다. 마치 한 폭 한 폭 수채화 그림을 보는 것도 같은 느낌이다. 어떤 기법이라고는 잘 모르지만 물감을 찍은 듯한 그림에 동물이나 나무들의 움직임이나 그림자들을 아주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색감도 화려한 듯 하면서도 담백하여 제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렸다는 느낌도 든다.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글을 읽게 된다.

사슴과 새, 거북이는 서로를 위하는 친구이다. 그러나 이들이 놀다가 그만 사냥꾼이 쳐 놓은 올가미에 사슴이 걸리고 만다. 사슴을 구하기 위해 거북이는 이빨로 올가미를 물어뜯고, 새는 사냥꾼이 오지 못하게 그 집에서 훼방을 놓는다. 사슴은 거북이의 도움으로 올가미에서 풀려났지만 사냥꾼은 거북을 보고 잡아버린다. 이를 본 사슴과 새는 또 한 번 지혜를 가지고 위기에 처한 친구들을 구해내게 된다.

다른 사람을 도우는 것이나, 지혜를 가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남을 도울 수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사슴과 새, 거북이는 서로 달라도 서로를 믿는 힘이 있었기에 위험한 순간에도 지혜를 가지고 도울 수 있었다.
조그만 일이라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알게 하는 그림책이다.

절에서 먹는 밥 한 그릇에 대한 이야기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시간이 나면 가끔 절에 가는 편이다. 정말 가끔, 아주 가끔 간다.
그곳에 가면 정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절에 혼자 가면 더욱 편안해진다.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과 대답을 하게 된다. 오롯이 자기에게 주어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부처님께서 주는 시간인가보다.
그런 곳에서 밥 한 그릇이라니......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분들의 정말 편안한 밥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절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단아하고, 정갈하고, 요란하지 않은 맛이 좋다. 오색찬란한 색의 조화가 아니라 정말 차분한 색들인데 그 맛을 보면 왠지 음식 재료 자체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색과 맛이 제대로 조화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에게 절에서 먹는, 절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언제 어느 때 누구랑 가서 먹었느냐에서 부터 어떤 마음, 어떤 생각, 왜 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저마다 사연도 있고,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저절로 절의 편안함을 떠올려지기도 한다.
절이 이렇게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으니 그 절밥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글쓴이의 느낌이 전달되는 듯하다.

책이 참 가볍다. 책의 페이지가 만만치 않지만 절에서 기도하고 오면 뭔가를 내려놓고, 뭔가를 얻어가는 것처럼 가볍기도 한데 마치 그런 것을 연상하기라도 하듯 책이 무척 가볍다. 또한 책 속에 간간이 보여주는 사진 몇 장도 꽤 편안한 것들이다.
꽤 마음에 든다. 이 책.

기발함이 엿보이는 상상력의 그림책

달아난 수염 - 스리랑카 ㅣ 땅별그림책 4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스리랑카에서 나온 그림책은 처음 본다. 그림책은 그 나라의 정서를 잘 알 수 있기도 한데 이 그림책이 그런 것 같다. 스리랑카라는 나라에서 나온 그림책이기에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의 문화와 살짝 다를 수 있지만 그림책이 주는 느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같다.

이 그림책은 정말 특별한 상상력을 가졌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동화나 그림책 속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수염이 마구 마구 자라나 온 마을을 덮어버리는 이야기이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수염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자라나서, 아니 그 수염이 그렇게 자라나고 있을 때 할아버지는 태연하게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은 이 부분이다. 할아버지의 수염으로 인해 온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느긋하게 잠을 잘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수염을 자를 면도칼이나 가위가 없어 생쥐에게 자신의 수염을 자르도록 하였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다. 생쥐 이빨이 뭉뚱해져 더 이상 수염을 자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수염이 갑자기 자라나 온 마을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그러나 이 일을 해결한 것은 꼬마였다. 꼬마는 이 수염을 불 속에 넣어 태워버리자 온 마을 집에 가득 찼던 수염이 사라졌다.
할아버지도 더 이상 수염을 다듬는 번거로움이 없어졌고, 동네 사람들도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전해오는 이야기나, 그림책을 통해 재미있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읽어보게 한다. 꼬마의 지혜도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궁금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ㅣ 그림책 보물창고 55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궁금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과연 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책을 몇 번을 읽어도 이 궁금증만 더해간다. 피리 하나로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다니? 아니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이 피리소리를 엉뚱한 곳에 쓰지 않고 있다는 것에 일단 공감을 가지게 한다.
이 마을에는 쥐떼들의 극성으로 하루라도 편히 지낼 수가 없다. 매일매일 쥐떼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이 쥐떼들을 몰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고민을 한다. 시장에게 말을 해보고, 소리를 치지만 뾰족하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이상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피리를 들고 나타나 자신이 이 쥐떼들을 모두 없애주겠노라고 한다. 얼마의 돈을 주면 되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 남자는 자신의 몸에 있는 피리를 꺼내 불어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 많던 쥐들이 스스로 물에 빠지는 게 아닌가?
모든 쥐들이 없어지자 남자는 시장에게 약속했던 돈을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시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주지 않는다. 남자는 화가 나서 마을에 있는 아이들과 여자들을 모두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장은 뒤늦게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리고 후회만 하게 된다.

그림책이지만 그래도 제법 글밥이 많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려하다. 마치 명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이 그림들은 이 내용을 좀 더 흥미롭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글의 재미 또한 남다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단번에 알아낼 수 있다.
약속!
이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더 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 책은 책장을 덮어도 왠지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한다.
정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데리고 간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십, 그 나이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준비하자

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어디 이 책에서 말하는 ‘오십’이라는 나이에만 생각할 것이 많을까?
이 나이가 인생후반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십’이라는 나이를, 만만치 않은 나이를 잘 견디어내고, 이겨내려면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을 사실이다.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삶으로 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 또한 내 삶이다. 예전에 꾸었던 꿈들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는 전혀 다른 삶을 새롭게 살면서 그곳에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50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있는 나이다. 아직 이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모를 일이지만 결코 모른 척 할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게 하는 것도 많다.
이 책에서는 그 나이를 제 2의 사춘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사춘기에 겪을 수 있는 갈등이나 심리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삶에서 겪는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해야 인정하고, 편안한 삶이 될 수 있느냐가 관점이다. 이 나이쯤에는 퇴직도 생각해야 하고, 퇴직 후의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준비이다. 이 준비라는 것은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 것을 말한다.

50대를 위한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살아가면서 가졌던 무거운 짐도, 생활의 무게도 살짝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욕심도, 힘듦도 이렇게 풀어 놓으라 말한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중년임을 다시 알게 하는, 아니 이제는 자신의 삶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나이임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