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최근 소설이다. 흡사 자서전의 형식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와는 약간 다른듯하다. 조성기는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아버지를 많이 다루고 마지막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아버지의 교원노조 지부장으로 인한 탄압 받음과 이후 해직이후의 삶으로 자신이 받은 영향도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또한 어떻게 유인숙과 백영희 등의 동창으로 신앙과 이념운동을 접해ㅛ는지도 알려준다. 인생은 자기의 삶을 자녀를 통해 또한 살려하지만 꼭 그리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각자의 치열한 고민은 이어지고 그속에 아버지는 자신이 염원하던 바를 자녀를 통해 잇는다.
정지음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이라는 스타트업을 소재로 중반이상 5인이하에서 나머지 1/3에서 6인이 되는 규모에서 벌어지는 시트콤이다. 주인공 김다정 주임은 박국제 대표에게서 DJ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큰 의미없이 대표 본인의 재미로 별칭을 부른다. 후반 임보정이란 인물이 등장하고 갑을전쟁이란 TV 프로그램으로 답답한 갑질은 해소되고 모든 갈등이 드러나게 된다. 다소 전형적인 성격을 띠지만 유쾌하고 직장의 애환이 담겨있어 유익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읽었다. 영문학자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보여주는 전개방식이었다. 농촌에서 태어나 미주리대학 농학과에 입학했다가 아처 슬론 교수에게 문학을 접하고 빨려들듯 전과하며 영문학자로 교수로 나아갔다. 학장이 초대한 저녁자리에서 배우자가 될 이디스를 만나고 딸 그레이스를 낳고 교수의 길을 걸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찰스 워커의 엉뚱한 언행에 단호하게 F학점을 매기고 제적을 결정하며 그의 지도교수 로맥스와 악연을 짓는다. 세미나에 청강했던 캐서린과의 사랑, 사랑스런 그레이스를 양육했던 시간을 지나 퇴직을 앞두고 스토너는 암으로 투병하며 몽환적인 시간 속에 결말을 맞는다. 자기 앞의 생을 성실하고도 책임있게 살아간 사람이었다.
문경민 작가의 책 지켜야 할 세계를 읽었다. 마지막 글까지 모두. 2016년도에 완성된 초고가 엄청난 교정과 부침 속에서 2023년 최종 탈고되어 “지켜야 할 세계”로 세상에 선 보여진 것이 감명깊다. 윤옥의 꿋꿋한 일생, 꽉찬 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감동을 준다. 엄마가 걸어온 길을 따라 그 시작이 각기 어디서였던지 인생의 매듭마다 용기있는 선택으로 갈무리하는 주인공에게서 작은 소우주들은 밝게 빛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저런 단편을 무미건조한 시크한 느낌을 담아 엮은 소설집 같다. 농담을 싫어하는 것이 냉소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