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읽을 것
베르톨트 브레히트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내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돌보고
걸을 때 발밑을 조심하고
한낱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맞아 죽지 않을까 염려한다. - P24

바다
폴 발레리

1
평평한 바다-------회색의, 울퉁불퉁하여 국부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은, 하나의 근질거림, 하나의 득실거리는 표면.
파문은 형태다. 움직이지 않는, 그러나 질료는 움직이는. 또는 움직이는, 그러나 질료는 잠시 ‘정거하는‘.
‘하나의 파도‘-------무엇으로 되었기에 하나로 동일한가?
뭇 형태들과 움직임의 연속인 것이다. 굴러가는 (보이지 않는)하나의 바퀴 위반짝이는 하나의 점이며, 또한 눈이 하나로 동일시하는 어떤 한 원 위 반짝이는 점들의 이어짐이다. 연속은 언제나 ‘공간‘과 ‘시간‘을 결합한다.

2
바다가 휘감은 돌과 대기의 비와 서리가 공들인 돌은같은 모습이 아니다. 같은 마멸이 아니다. 같은 종류의 우연이아니다. 바다의 활동은 변덕스럽다. 기후의 불순과 중력으로 인한 활동은 그렇지 않다. 하나는 구르고 휩쓸린다. 그 외의 것들은 전진하거나 끊기고, 또 분해된다. - P35

3 하나의 거품이, 때때로, 바다 위로 피어오르고, 이러한 시간들은 우연에 의한 것이다.


4
아침 ----------검고 바람 부는 새벽-----------바람의 포탄들
놀랄 만큼 긴장되는 나의 신경
잠에서 비롯하여 한껏 장전된 현재 위로, 사건은,
일말의 변화마저, 모두 드러나고, 울려 퍼진다
가득한 반향들, 섬광들, 기다림,
거진 잠들었으며 나머지도 잠들려 하는 하나의 진동하는 뾰족함.
아주 강렬하지만 아주 비좁은 가느다란 파문들. - P36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이란 언제나 고통 뒤에 온 것임을

밤이 온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 보자
비록 거기
우리의 말로 이어진 다리 아래
영겁의 시선에 지친 물결이 흐를지라도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사랑은 가네 흐르는 물처럼
- P40

사랑은 가네
삶이란 느린 것이기에
또 희망이란 난폭한 것이기에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주 한 주가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그 사랑도 돌아오지 않아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 P41

빛이 부서진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딜런 토머스


빛이 부서진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그 어떤 바다도 흐르지 않는 곳에서, 심장의 물결이밀물로 밀려든다.
그리고 머리 속에 반딧불이가 들어 있는 창백한 유령들, 빛과 같은 것들이
줄지어 살을 통과해간다 그 어떤 살도 뼈들을 치장하지 않는 곳에서.

허벅다리 사이 양초 하나가
유년과 씨앗에 온기를 주고 성년의 씨앗들을 불태운다.
그 어떤 씨앗도 움트지 않는 곳에서인간의 열매가 별들 속주름을 편다.
무화과처럼 빛나며
그 어떤 밀랍도 없는 곳에서 양초가 그것의 털들을 보여준다.


두 눈동자 뒤에서 새벽이 밝아온다.
두개골과 발가락 양끝에서 격렬한 피가 - P42

바다처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울타리도, 말뚝도 없는, 하늘의 분출하는 유정들이미소 짓고 있는 점치는 막대기 쪽으로
눈물의 기름을 내뿜는다.


눈구멍들 속의 밤이,
역청으로 된 달처럼, 구체들의 경계를 돈다.
낮이 뼈를 비춘다.
그 어떤 추위도 없는 곳에서 몰아치는 거센 돌풍이겨울의 옷을 벗긴다.
봄의 피막이 눈꺼풀들에 매달려 있다.


빛이 부서진다 비밀스런 운명들 위로,
생각의 끄트머리들 위로, 생각들이 비 냄새를 풍기는 곳에서.
논리가 죽을 때,
흙의 비밀이 눈을 뚫고 자란다.
그리고 피가 태양 속으로 뛰어오른다.
버려진 경작지 위로 새벽이 머문다. - P43

불의 뾰족함
쥘 쉬페르비엘


살아생전
독서를 즐긴 그였다
촛불 하나 곁에 두고서
종종 그 위로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곤 했다
납득하기 위하여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신이 살고 있음을.
그가 죽은 이래로
밝혀진 촛불 하나
줄곧 그의 곁을 지킨다
두 손을 가리운 채 - P60

거울
쥘 쉬페르비엘


지금 죽음이
삶에게 기다란 거울을
햇볕 비틀거리는 한 줌
벚꽃을 빼앗았다

눈은 푸르름 속에서
손은 순백에 반짝이고
행복에 잠긴 영혼이 어느덧
두근거리듯 그를 두드린다

그가 거울 안에서 바라보는
붉게 물드는 수천의 벚나무
돌멩이의 위협에서 벗어나
모이를 쏘아대는 한 떼의 새무리

나무에 오르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손 안에서, 그토록 빨리

썩어삼에 순응하는 새들에
놀란 기색이 완연하다 - P67

코르도바의 민가 마을밤의 이야기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집에서는
별들의 침략을 조심한다.
밤이 무너진다.
안에서는 머리카락에
한 송이 붉은 장미를 숨긴 소녀가
죽어 있다.
격자창에선 여섯 꾀꼬리가
소녀의 죽음을 운다.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입 벌린 기타를 들고 지나친다. - P77

가을이 인다
두보

옥빛 머금은 이슬에 단풍 숲 시들고
무산 무협의 가을 기운이 쓸쓸하다
강물 가른 파도의 용솟음 하늘과 맞닿고
요새 위 바람과 구름 음산히 땅을 덮는다
다시 피는 국화에 옛날은 눈물겹고
외로이 매어둔 배 고향이 묶여 있다.
곳곳에서 가위와 자가 겨울옷을 재촉하고
백제성 높이 급히 저녁을 다듬이질한다 - P86

오늘 나는 산책을 했다.…
로베르 데스노스


오늘 나는 산책을 했다 내 동료와 함께,
비록 그는 죽었지만,
오늘 나는 산책을 했다 내 동료와 함께.

아름다웠다 꽃이 핀 나무들,
그가 죽던 날 눈 내리던 밤나무들.
그와 함께 나는 산책을 했다.

오래전 내 부모는
당신들끼리만 장례식에 갔었고
그래선지 난 내가 어리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나는 적지 않은 죽음을 경험했고,
하 많은 장의사들 보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닿은 적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오늘 - P90

나는 산책을 했다내동료와 함께.
그의 딸에 나는 조금 늙은 듯했다.

좀 늙었잖아, 그러며 그가 말하길
"너도 내가 있는 곳으로 올 거야,
어느 일요일이나 어느 토요일에,"

나는 바라보았다 꽃 핀 나무들을,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돌연 나는 내가 혼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되돌아왔다. - P91

나무가 모르는 것
박술


넓어진 숲에서, 전혀 네가 아닌, 사프란 향의 바람만이 나를계속해서 만진다. 평범한 젖버섯일 뿐인 내가, 과분한 끌어안음에, 바람에 쏠리면서 검어져
간다. 무너지는 동안만큼은, 마치판관처럼 나를 대해주길 너와 숲의 안에서 나는 거의 보이지않는 희미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먹혀 없어지기 전에 찾아 헤매는 손들과 먼저 만나길 기도하면서. 그런 감각이 있다. 네 한숨이 돌들을 비집고 나를 들어 올리고 마침내 균사의 끄트머리에 그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을 것 같은 그런... 내 기억의 갓버섯이 사랑을 네게로까지 뻗는다; 지나친 줄도 모르고, 방황의 많은 길을 지나갔고, 네 작은 손가락을 에워싸는 마녀의 반지를 나는 줄곧 만들어두었다. - P103

살해당한 것들
콘스탄틴 카바피


내가 누구였는지 알고자 애쓰지 마라
내가 할 수 있던 말이나 행동을 들먹거리지 마라.
그것이 곧 장애물이 되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가 살아간 방식과 행동을 바꿔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곧 장애물이 되어 내가 말하려 했을 때
나를 붙들고 좀체 놓아주지를 않았다.
여기 짐작기도 어려운 나의 행동들을 보라
여기 베일에 가려진 나의 글들을 보라-내가 누군지는 이를 통해서만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자고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 나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더 좋은 사회가 도래했을 때 -기어코 나와 꼭 닮은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자유롭게 활개를 치며. - P109

지나간 것을 좋아하나요
폴-장 둘레


그대는 지나간 것을 좋아하나요
옛 시절 떠오르게 하는
흐릿하게 지워진
이야기들을 그리곤 하나요?

은은하게
붓꽃과 용연향내 풍기는
발걸음 여읜
낡은 방들과

초상화들의 창백함과
죽은 이들이 입 맞추던
낡은 성유물들
그대여, 바라건대

그들이 당신께 소중하기를,
먼지 쌓인

신비로 가득한 마음에서
당신에게 말 걸어오기를 - P110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기욤 아폴리네르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게으름을 찬양한다
감각들이 내게 떠넘기는
저 끝없이 미미한 지식을
어떻게 어떻게 줄여야 하는가
감각은 산이다 하늘이다.
도시다 내 사랑이다
감각은 사계를 닮는다
그것은 목이 잘린 채 산다 그 머리가 태양이고
달은 그것의 잘린 목이다
나는 끝없이 뜨거운 시련을 겪고 싶다
청각의 괴물인 네가 포효한다 울부짖는다
천둥이 네 머리칼을 대신하며
네 발톱이 새들의 노래를 반복한다
괴물 같은 촉각이 파고들어 나를 중독시킨다
눈은 내게서 멀리 떨어져 헤엄친다
범접할 수 없는 별들은 시련을 겪지 않은 지배자들이다
연기로 된 짐승은 머리가 꽃피웠다
월계수의 풍미를 지니고서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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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랑스 현대사 개관: 절대 왕권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① 부르봉 왕가와 계몽주의 시대(1589~1789)루이 14세와 고전주의, 절대 왕권-베르사유 궁전-계몽주의 시대, 백과사전
●데카르트(1596~1650), 코르네유 (1606~1684), 파스칼(1623~1662),
몰리에르(1622~1673), 라신(1639~1699)
●라파예트 부인 (1634~1693)의 『클레브 공작부인 (1678).
●세비네 부인(마리 드라뷔탱 샹탈, 1626~1696)●볼테르(1694~1778), 장자크 루소(1712~1778), 디드로(1713~1784),
라클로 (1741~1803)의 『위험한 관계 (1782)


② 프랑스 대혁명(1789) 7월 14일 민중봉기
1793년 1월에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

●제1공화정 (1792~1804), 국민공회(1792~1795), 총재 정부(1795~1799), 통령 정부(1799~1804)


③ 제1제정(1804~1814): 나폴레옹의 등장

●제정 시작: 1802년 종신통령, 1804년에 또다시 국민투표로 황제 즉위(나폴레옹 1세), 나폴레옹 법전.
●유럽 여러 나라 정복: 1805년 10월에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해군에게 격파당함, 1805년 12월 오스테를리츠 전투로 대륙 지배 시작.
●러시아 원정 : 1812년에 러시아 원정과 후퇴 - P23

●엘바섬 유배: 1814년 동맹군이 파리 점령, 실각한 나폴레옹
● 100일 천하 1815년 2월 엘바 섬 탈출에 성공, 황제 복귀. 6월에워털루 싸움 패배-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 사망

④ 왕정복고 시대(1814~1830) 1824년까지 루이 18세-헌장 1830년까지 샤를르 10세

●스탕달(1783~1842)의 ‘적과 흑』 1830년의 연대기‘ (1830)-현대소설의 시작 『파르므 수도원 (1839)

●발자크(1799-1850): 1830년, 현대의 시작(연극에서 소설로 상경京 소설(성장소설)의 표본-고리오 영감 (1835), 『잃어버린 환상』(1843),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 (1846)


⑤ 7월 왕정(1830~1848) 7월 혁명- ‘부르주아의 왕‘ 루이 필리프 시대


⑥ 제2공화정(1848~1852) 2월 혁명-라마르틴(1790~1869)


⑦ 제2제정(1852~1870)-나폴레옹 3세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808~1873)는 최초의 프랑스 대통령이자 두 번째 황제, 마지막 군주, 나폴레옹 1세의 조카로1848년 2월 혁명 후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쿠데타로 제2제정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했다.

●플로베르(1821~1880)의 『마담 보바리』 (1857), 감정교육』 (1869)오스만의 파리 정비 (개선문, 에투알 광장)-산업혁명의 완성-인구의 급증, 도시화, 노동 계급의 형성-사회 구조의 재편.

●에밀 졸라 (1840~1902)의 목로주점』(1877), 『나나』(1880),
날」 (1885)-《루공마카르 총서》 - P24

⑧ 보불전쟁과 파리 코윈-페르 라세즈 언덕, 저항의 벽

⑨ 제3공화국(1870~1940)

●아돌프 티에르(1871-1873) 공화국 행정 수반, 대통령, 1884년 헌법 개정 공화국‘이 프랑스의 ‘결정적 체제‘로 정착

●쥘 페리-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과 애국심으로 물든 시기, 공화주의적 학교법, 공공 교육의 탈종교화, 1886년부터 교육자는세속인 신분-1세기에 걸친 발전의 기를 완성

●1894년 드레퓌스 사건-유대인 출신 대위 드레퓌스의 유죄 판결, 1894년 기아나로 유배, 1897년 피카르 대령이 그의 무죄 주장,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를 <오로르>지에 발표, 지식인세계의 양분, 1899년 드레퓌스 유죄 판결, 대통령 사면

⑩ 20세기의 프랑스.
●‘벨 에포크‘ (19세기 말~제1차 세계대전 전) : 번영과 발전에 대한 믿음과 향수

① 제1차 세계대전(푸앵카레 대통령 집권 중 독일이 프랑스에 선전 포고, 1917년 미국 참전, 독일군 격파, 1919년 베르사유 조약)

●몽파르나스-피카소, 콕토, 샤갈, 헤밍웨이, 스타인, 헨리 밀러의 파리

●1908년 앙드레 지드, <누벨 르뷔 프랑세즈>(NRF) 창간, 세잔에서 피카소까지-입체파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체 77:1913-1927) - P25

●1920년 투르 회의에서 공산당 창당, 소련 혁명 찬양

② 인민전선(1936~1938): 1936년 5월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 레옹 블룸의 사회주의적 급진적 정부

●행동주의 에스파냐 내란-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앙드레 말로(1901-1976) 『인간의 조건 (1933), 『왕』(1930), 『희망』 (1937)-에스파냐 내란

●생텍쥐페리 (1900-1944) 『어린왕자』 (1943) 야간 비행 (1931),
『인간의 대지 (1939)

③ 제2차 세계대전과 제3공화국 붕괴-1939년 9월, 히틀러가 폴란드 침공. 3일 프랑스와 영국, 독일에 선전 포고

4 비시 프랑스(1940~1944)-1940년 7월 앙리 페텡이 국회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아 국가원수가 되다. 독일과 협력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이방인 (1942), 시지프 신화』(1943),
r페스트』 (1947), 『전락』 (1956) - P16

1장



자아와 역사의 발견



-------스탕달과 발자크 - P27

(2) 적과 흑」에 대하여

① 작가 스탕달.
• ‘에고티즘‘과 실증주의 시대
19세기는 1인칭의 시대였다. 인간은 오직 그 자신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한 스탕달은 "너 자신이 되라"고 역설했다. 개성의 완벽함과 강렬함, 자기와의 일치, 자기에 대한 만족, 자기 존중만이 그가 추구하는 목표였다. ‘행복 사냥‘, ‘에너지‘(정력), 이것이 스탕달을 요약할 수 있는 열쇠말이었다. 그는 실증주의에 깊이 물든 반항아로 18세기의 비판적, 개인주의적, 공리적 사상(엘베시우스, 루소, 벤담 등)을 바탕으로 자아의 모습을 다듬어 세웠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인간으로서 운문을 거부하고 고상한 스타일을 파괴하고자 함으로써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그는 "시의 시대는 가고 의혹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현대인이었다. 앙드레 지드는 "그는 절도가 있으면서도 열정적인 글쓰기 속에 전통과 현대를 융합시킨 작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44세에 얄팍한 첫 소설 《아르망스》를 쓰기 시작한 늦깎이 작가였다. 1830년, 대표작이 된 적과 흑을 발표했을 때 그는 47세였다. 그는 부르주아 사회의 도래와 함께과거의 연극 대신 개인주의적인 장르로서의 소설의 시대가 왔음을 자각했다. "소설은 고독한 독서를 통해 ‘행복한 소수‘들을 결속시킨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 P34

그러나 그렇게도 자유주의에 깊이 젖어 있던 그지만, 그의 근본은 귀족 정신이었다. 귀족적 취미와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그는 몰취미와 예술에 대한 무감각이 특징인 부르주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출신으로 보나 사회적 역할로 보나 부르주아였던 그는 부르주아라는 말을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스스로 부르주아의 적이라고 여기면서도 부르주아적 삶의 디테일은 소설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는 그런 천박한 제재를 멀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그의 소설에 부르주아의 삶이 등장한다 해도 그것은 흔히 피상적인 것에 그쳤다. - P35

③< 적과 흑>이라는 제목

• 복식당시 법관들의 법복 색인 ‘적‘과 수도회 사제복의 ‘흑‘이라는 해석.

•정치적인 의미에서 ‘흑‘은 성직자 계층을 의미하고, ‘적‘은 쥘리엥의 공화적 지향을 의미한다는 주장.

• 소설의 모두에 언급된 루이 장렐Louis Janrel이라는 인물의 죽음과 관련시킨 상징성의 해석
소설의 제1부 5장에서 쥘리엥은 레날 시장의 집으로 찾아가기 전에 잠시 마을 성당으로 들어간다. 성당 안의 분위기는 이렇다. "모든유리창에는 진홍빛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때문에 햇빛을 받자더없이 장엄하고 종교적인 성격을 띤 현란한 빛의 효과가 이루어졌다." ・・・・・・ 그리고 기도대 위에서 쥘리엣이 읽어 달라는 듯이 펼쳐져 있는 인쇄된 종이 하나"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브장송에서 처형당한 루이 장렬의 최후의 순간과 처형의 상보……‘라고 적혀 있다. - P37

쥘리엣은 생각한다. "그의 이름은 내 이름과 끝 글자가 같구나......"
실제로 이 이름은 쥘리엥 소렐 Julien Sorel의 ‘아나그램‘, 즉 철자를 재배치한 다른 이름이다. 쥘리엣은 교회를 나서다가 성수반 곁에서
‘피‘를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거기 뿌려 놓은 성수였다. "창문에 드리워져 있는 붉은 커튼의 반사가 그것을 피처럼 보이게 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기초해서 교회 안의 붉은색과
‘피‘, 즉 ‘적‘은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이미 쥘리엥의 비극적 최후를예언한다고 보는 해석.

• 신분상의 의미
붉은색은 군대 제복이 상징하는 군인 신분(또한 쥘리엥의 우상인 보나파르트는 군대에 기원을 가진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창시함으로써 그 색깔의 상징적 의미를 극대화했다)에 해당하고, 검은색은 왕정복고 시대 지배 세력의 일부인 성직 신분과 수도회에 해당한다고 보는 해석, 이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 ‘적‘의 세계에 대한 당시 청년들의 동경과 왕정복고로 인해 허물어지고만 기대와 환상, 그리고 ‘흑‘이 지배하는 세계인 현실과의 타협과 야망의 상관관계를 그린 것이 바로 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1세의 제정 시대였더라면 쥘리엥은 군인(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왕정복고 시대, 교회와 수도회가 뒷받침하는 세력이 지배하는 시대다. 쥘리엥의 삶은 이 지점에서 그 방향을 수정한다. - P38

쥘리엥 소렐의 모험은 1826년 9월 말에 시작해 1831년 7월 말에 끝나지만, 사실상 작품에서는 7월 혁명과 그 결과로 이루어진 7월왕조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소설은 1830년에 그 종말을 고한 왕정복고 시대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소설에 붙은 부제 ‘1830년의 연대기‘라는 표현은 왕정복고 시대의 역사적·정치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을 손가락질하고 있다. 따라서당대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은 소설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제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40

⑤ 나폴레옹과 사회적 유동성: 성장 소설로서의 「적과흑」

혁명의 혼란기와 나폴레옹 치하의 전쟁 속에서 많은 개인과 가족들이 직업과 부와 수직 상승에 의해 신속하게 사회적 상층부에 이르렀다. 나폴레옹 자신은 "미미하고 재산도 없던 일개 중위의 신분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모든 계층에 사회적 상승 의지를 자극했다. 쥘리엥도 그런 신화를 좇는 신도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왕정복 시대는 ‘잃어버린 환상‘의 시대다.
비평가들은 이 시대의 특징을 이렇게 지적한다. "쥘리엥 소렐과 함께 우리는 사회적 유동성의 한 양상을 목도한다. 이 야심가의 의식과 행동은 대혁명과 나폴레옹 제정이 19세기의 사회에 불어넣은뜨거운 열망을 말해 준다. 혁명이 앙시앵 레짐의 사회 질서를 파괴한 이후 일개 포병 중위가 황제가 되는 것을 목도한 이래 상향의 움직임은 최하층을 포함한 전 사회 계층에 파급된다. 그러나 쥘리엥의삶은 나폴레옹 제정 이후 사회적 유동성의 가능성과 그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사회의 사다리를 차례로 건너뛴다. 그러나 그의 처형은 유동성이 사실상 크게 제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지키려는 이들에게 쥘리엥의 성공은 어떤 의미를갖는가? 그는 지방의 부유한 사람들의 공통된 증오 대상이다. 그는감옥에서 마틸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시골 사람들은 내가 당신 덕에 이룩한 빠른 출세에 기분이 상해 있어요. 내 말을 믿어요. 나의처형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 P44

(1) 발자크와 그의 시대

① 연표

1789년 프랑스 대혁명

1799년 집정정부 시대 오노레 드 발자크 탄생

1804년 나폴레옹 제 1제정
1807~1814 방돔 기숙 학교

1815년 100일 천하, 워털루 전투
‘왕정복고‘
1819~1820 《고리오 영감》의 배경

1830년 7월 혁명 스탕달의 <적과 흙> 발표
‘7월 왕정‘
1835년 고리오 영감
1837년 잃어버린 환상
1841년 인간 희극 서문

1848년 2월 혁명
‘제2공화국‘ 1850년 발자크 사망

1851년 루이 나폴레옹 쿠데타
1852년 제2 제정

- P71

인간의 삶에 ‘생각‘이 끼치는 영향과 역할은 놀라운것이다. 발자크는 사회를 그리고 나서 그 모든 비극의 근원인 인간정신의 메커니즘과 법칙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렇게 사회에 가해진 모든 효과와 결과들을 <풍속 연구>에서 묘사한 다음, 철학 연구에서는 거슬러 올라가서 그 원인을 찾아내어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런 망설임과 암중모색의 과정을 거쳐 발자크는 인간과 삶의 전모를 해명해 나간다. 그의 소설들은 이런 해명 과정을 통해 ‘운명의 책‘으로 변한다. 이 철학적인 합류점 덕분에 《인간 희극》 속에 포함된 100권에 가까운(실제로 <인간 희극>에 포함된 소설은 총 89편) 작품들은 단순한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보편적 인간 인식의 모뉴먼트monument로 승격하는 것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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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은 그 전의 소걸 또는 이야기와 어떤 차이를 드러내는가라는 질문이 선행할 터다. 이 질문에 대해 흔히들 ‘리얼리즘‘ 또는 ‘미메시스‘라는 답을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매우 광범하고 복잡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 문제를 ‘자아‘의 발견, ‘시간‘의 발견이라는 말로 바꾸어 설명해 보려고 했다. 자아의 발견이란 리얼리즘이 그 안에 낭만주의와 개인주의의 씨앗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의 발견이란 프랑스사회가 대혁명을 거치면서 구체제가 물려준 영원불변의 통일성에서 벗어나 생성 변화의 힘인 역사를 발견하고 거기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을의미한다. 특히 1830년을 기점으로 등장한 선구적 소설(가령 스탕달의 적과 흑,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이런 새로운 경험의 문학적 표현이라고 할수 있다. "소설이란 어떤 길을 따라서 이동하는 하나의 거울이다"라는스탕달의 말(적과 흑] 제1부 13장의 제사)은 리얼리즘을 말할 때 어김없이 인용되는 명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 속에서 "거울"만이 아니라 "길을 따라서 이동하는" 이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가 함축하는 현재의 즉흥성과 시간과 역사가 강요하는 생성 변화와 사회적 이동성의 함축에특히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19세기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프랑스 소설은 리얼리즘의 자각을 심화하는 한편, 소설이 무엇을 쓸 것인가에 못지않게 어떻게 쓸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의식적으로 그 답을 찾으려는 모색의 과정을 그 소설 자체 속에 반영하게 된다. 이는 플로베르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소설사적 국면이다. 발자크가 19세기 전반기의 넘치는 에너지와 정념 소설을 표방하며 동시에 ‘역사의 서기‘가 되겠다고자처했다면, 플로베르는 그에 뒤이은 ‘잃어버린 환상‘을 정치한 문장과 언어 구조 속에 조탁하는 위대한, 그러나 금욕적인 소설의 ‘장인‘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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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약을 뿌리고 비누를 가져다주었지. 하지만 당신 생각에 그들이 우리를 아껴서 그랬을 것 같소? 그럴 가능성은 없소. 우리가 병들어 죽으면 너무 끔찍할 테니 우리가 살아 있는 쪽을 선호한 것뿐이오. 만약 우리가 점점 말라가다가 종잇장처럼 변해 재가 되어 떠내려간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요. 그들은 그저 자기들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오. 그래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으니까."
"난 모르겠어요."K가 말했다. "모르겠어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소." 로버트가 말했다. "그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시오. 그러면 알게 될 거요."
K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은 갓난애요." 로버트가 말했다. "평생 잠을 자고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지 이제 깨어날 때가 되었소. 왜 그들이 당신이나 아이들에게 자선을 베푼다고 생각하시오? 당신이 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주위에 있는 진실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이틀 후, 그날 밤 밤새도록 울었던 아이가 죽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용소 안이나 가까운 곳에 무덤을 팔 수 없다는 상부의 철통같은 지시가 있었기에, 아이는 시립 공동묘지 뒤편에 묻혔다. 열여덟 살먹은 아이 엄마는 아이를 묻고 와서 식음을 전폐했다. 그녀는 울지 않고 자기 천막 옆에 앉아 프린스 앨버트 쪽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몸에 손을 대면 밀쳐냈다. 마이클 K는 그녀가 자신을 볼 수 없는 울타리 부근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냈다.  - P123

나는 지금 교육을 받는 걸까? 그는 궁금했다. 드디어 수용소 안의 삶에 대해 배우는 걸까? 삶의 장면 장면이 그의 앞에 펼쳐졌고, 모든 장면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 알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게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거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하룻밤과 하루해를 천막 옆에 앉아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여전히 울지도 않고 먹을 것도 입에 대려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K가 아침마다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오늘은 그녀를 볼 수있을까?"였다. 그녀는 키가 작고 뚱뚱했다. 아무도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산에 있다는 소문만 들렸다. K는 자신이 마침내 사랑에 빠진 건 아닌지 궁금했다. 사흘이 지나자 여자는 다시 밖으로 나와 자기 삶으로 되돌아갔다. K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는 그녀가 그들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결코 말을걸지 않았다.
12월 어느 날 밤, 수용소 사람들은 함성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들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프린스 앨버트 방향 지평선 위에서 컴컴한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오렌지색 불꽃이 타오르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놀라움에 숨이 멎고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경찰서가 틀림없어!" 누군가 외쳤다. 그들은 불길이 분수처럼 너울거리며 타는 모습을 한 시간가량 지켜보았다. 몇 킬로미터에 걸친 텅 빈 펠트를 가로질러 사람들이 고함치고, 비명을 지르고, 요란하게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다 차츰차츰 불빛이 더 붉어지고 무뎌지면서 강렬함을 잃더니 연기에 섞인 불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몇 아이들은 부모 품에서 잠이 들거나 눈을 비볐다. 이제 침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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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은 오후 동안, 덩굴식물과 풀을 베어 치우는 일을 했다. 그는 이따금 먼 곳을 쳐다보며, 내가 위층에서 자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했다. 나는 다섯시에 그에게 돈을 줬다. "당신이 정원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요." 나는 말했다. "나도 당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계속 자선에 의존해 살아갈수는 없잖아요."
그는 지폐를 받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도록 눈길을 한쪽으로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렇죠?"
"당신은 그런 걸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며 말했다. "자격이라 ・・・・・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군데요?"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냐고?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에게지갑을 쑥 내밀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믿는 건 뭔데요? 가져가는 것인가요? 원하는 만큼 가져가고 싶어요? 자, 그럼, 가져가요!"
그는 침착하게 지갑을 받아, 거기에 든 30 랜드와 동전 몇 개를 꺼내고, 내게 지갑을 돌려줬다. 그리고 가버렸다. 개가 촐랑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삼십 분 후에 돌아왔다. 술병이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에서 그는 매트리스를 구해왔다. 사람들이 해변에 갈 때 가져가는 접이식 매트리스였다. - P31

그들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자기들 목숨을 하찮게 여기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게 될 거야. 자네가 그들에게서 감탄스러워하는 점이 꼭 최선은 아니라고.
자네가 지난번에 더이상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고 했던 말에대해 계속 생각해보고 있어.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어.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 없이 클 수 없어. 지금 우리 귀에 들리는 방화와 살인, 충격적인 비정함, 심지어 퍼케일 씨에 대한 폭행, 이러한 일들은 결국 누구의 잘못이지?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너는 이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나는 너에 대한 권위를 포기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부모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는 거야. 어떤 아이가 진심으로 그런 애기를 듣고 싶어하겠어? 그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혼란에 빠져 돌아서서 이렇게 생각할 거야. ‘이제 나에게는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
그러니 죽음을 어머니로 삼자. 죽음을 아버지로 삼자.‘ 자네가 그 아이들에게서 손을 씻으면 그애들은 죽음의 자식들이 될 거야."
플로렌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플로렌스, 자네가 나한테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플래츠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작년에 얘기했던 걸 기억하지? ‘불에 타 죽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여자가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자, 아이들이 웃으며 여자의 몸에 기름을 더 부었어요. 살아생전 그런 일을 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이렇게 얘기했었어."
"맞아요, 그렇게 말했었지요. 그리고 그건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 아이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든 게 누구죠? - P64

 그애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든 건 백인이에요! 그래요!" 그녀는 깊고 격하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부엌에 있었다. 그녀는 다리미질을 하고 있었다. 다리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가볍게, 그녀의 손에내 손을 댔다. 그녀가 다리미를 들어올렸다. 시트에는 갈색으로 눌은 자국이 희미하게 나 있었다.
자비 없음, 나는 생각했다. 자비도 없고 한계도 없는 전쟁. 안 보는게 상책인 전쟁.
"그들이 언젠가 성인이 되면,"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 생각엔 그들에게서 잔인함이 없어질 것 같아? 부모의 시대는 끝나버렸다고 배운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부모가 될까? 부모라는 개념이 우리 안에서 파괴되고 나면, 부모라는 것을 되살릴 수 있을까? 그들은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사람을 발로 차고 때려 사람들의 몸에 불을 지르고 그들이타 죽어가는 동안 웃고, 그들이 부모가 되면 자식들을 어떻게 다루겠어? 그들이 어떤 사랑을 할 수 있겠어? 그들의 심장이 우리의 눈앞에서돌로 변해가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뭐라고 말하지? ‘이건 내 자식이아니다. 백인의 자식이다. 이건 백인이 만든 괴물이다. 이렇게 말하지.
그게 자네가 말할 수 있는 전부야? 자네는 그들을 백인 탓으로만 돌리고 등을 돌릴 셈이야?"
"아니죠" 플로렌스가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는 제 자식들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아요." 그녀는 시트의 모서리를 정확히 맞추며 가로세로 십자로 접고, 다시 가로세로 십자로 접었다. "이애들은 좋은애들이에요. 이애들은 철 같아요, 우리는 이애들이 자랑스러워요."  - P65

철로 된 아이들, 나는 생각했다. 플로렌스 자신도 철과 다르지 않다.
철의 시대. 그다음에 오는 청동의 시대. 그러한 순환주기에서, 점토의시대, 흙의 시대 같은 더 부드러운 시대가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오래 걸릴까? 국가를 위해 싸울 아들들을 낳는, 심장이 철로 된 스파르타 부인 ‘우리는 애들이 자랑스러워요. 우리. 살아서 방패를들고 집에 와라, 아니면 죽어서 방패에 실려 집에 와라.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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