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시대 속 자화상 - 잿빛 도시를 넘다
박순붕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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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딱 읽어보면 몹시 깐깐하고 미간에 힘이 빡 들어가있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생각하기만 해도 가까이 했다간 내게 직접적으로 하는 말이든 다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든 그들의 입에서 쏟아져나올 온갖 불편한 것들, 불만거리들에 진이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발명가들은 생활속의 눈에 띄지 않는 것들에서, 일상적으로 여기는 것들에서 불편함을 유난스럽다시피 찾아내어 이를 개선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이 삶에서 유난히 툴툴거리고 불만거리를 쏟아내는 '프로불편러'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삶을 더 쾌적하게 만들 수도 있는 단서를 주지 않을까?

이 '프로불편러 시대 속 자화상' 책은, 이와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한 박순붕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문제들을 되짚어보며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삶을, 더 좋은 관계를, 더 이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깊이 사유하는 이야기다.

박순붕 작가의 회고는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초반부의 그의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은 00년생인 내겐 '라떼는...' 하면서 들어보았던 매질과 돈(촌지)이 현란하게 오고가는 그런 시절이다. 당시의 불편하고 불합리하던 때를 떠올리던 작가는 지금은 교권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역학관계가 뒤집혀버린 지금의 교육 현장에선 '교사와 학생'으로 이분법적으로 보고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식의 규제와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 같은 인간으로 동일한 인권을 가진 사람으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인권교육이 입시를 위한 공부 이전에 선행되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그의 직장생활도 파란만장(?)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작가는 여러 건설사들을 다니며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인간 군상들 중에, 꼭 주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 한 둘은 끼어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한 직장 상사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나름의 해결 방법도 제시한다.

'프로불편러'들이 꼴뵈기 싫고, 징글징글하다 해서 피하기보단 조금의 노력을 더해 이들을 안타까운 사람, 관점이 다른 사람으로 한결 덜 열내고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삶의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인상적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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