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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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이 18,000원... 요즘 책값이 많이 비싸다...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완독까지 오래 걸렸다.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 [몰락의 에티카]에 비하면 대중적인 느낌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쓴 작가들의 시집을 천천히 음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찬찬히 시를 읽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그래도 요즘 이 책과는 관계 없지만 시집을 하나 찬찬히 읽고 있다. (베누스 푸디카, 박연준, 창비, 2017) 시집의 리뷰를 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알라딘 ebook 앱을 켤 때마다 한 편 씩 읽는 것으로 만족 중이다.


시는 어렵다. 수능 언어영역 시험을 볼 때도 항상 시 문학 파트는 마지막에 남겨놓고 풀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들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를 먼저 읽고, 이 문제를 낸 평가원 박사님들이 어떤 해석을 했을 지 짐작한 후 정답을 찍는 과정은 적잖이 어려웠지만 꽤 재미있기도 했다.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때 나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이 시의 장점이라 생각이 든다. 단점은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이 책은 2016년 한 해 동안 한겨레에 실린 글을 새로 손 보고 새 글을 더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2016년에 썼던 글이 왜 2022년에야 출간되었는지 궁금하다. 새로 손을 본 덕인지 지금 읽어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독서모임 기한에 맞추느라 앞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긴 했다.(기한이 있는 책읽기의 폐해...) 양장이고 두께에 비해 가벼운 편이지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딱딱하여 불편한 책이다. 그래서 더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이미 알고 있던 시인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점을, 처음 접하는 시인들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좋았던 대목이 부분 부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꽤 있었다. 이 책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중고로 팔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겠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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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23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책값이 많이 비싸긴 하더라구요 ㅜㅜ 그래서 우주점을 더 많이 검색하게 되더라구요~ 치킨값도 올랐는데 책값도 오르는게 맞는거 같긴한데 ㅋ
시는 어렵긴 한거 같아요~!!

파이버 2023-04-23 16:22   좋아요 1 | URL
새로 구한 직장이 알라딘 중고서점과 전철 두 정거장 거리입니다. 이제 좀더 중고서점을 애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치킨값ㅜㅜ은 생각할 수록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희선 2023-04-24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험은 정해 놓은 답을 찾는 것과 같기도 하네요 뭐든 자기 마음에 따라 읽기도 할 텐데... 시험이 아닐 때는 그렇게 봐도 괜찮겠지요 시험도 자유로우면 좋을 텐데...


희선

파이버 2023-05-12 12:30   좋아요 0 | URL
수능 때문에 문학을 더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읽는 사람마다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나 느낌이 모두 다를 텐데 말이에요 ㅎㅎ 희선님 말씀처럼 시험도 어렵겠지만 논술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젤소민아 2023-05-10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은 문학에 관심없는 사람도 읽게 하는 힘을..ㅎㅎ

저도 신형철님 통해서 시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파이버 2023-05-12 12:30   좋아요 0 | URL
이번 책을 읽으면서 잘 읽지 못하는 시들을 읽게 되어서 저도 좋았습니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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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심란하고 슬펐으며 가벼운 회한을 느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 젊은 여인은 그와 함께 있는 동안 행복해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친절했고 진심을 다했지만 그녀를 대하는 그의 목소리와 애무에는 가벼운 조롱, 그리고 나이가 거의 두 배나 많음에도 행운을 거머쥔 사내의 거친 오만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워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를 선량하고 특별하며 고결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분명히 그녀에게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엔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를 얼마간 속였다는 뜻이 된다...... - P31

감정이 격해져, 그리고 두 사람의 삶이 그토록 애처로운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고통스러운 깨달음에 그녀는 울었다. 마치 도둑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비밀스럽게 만날 수밖에 없다니! 이런 삶이 파멸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 P53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어루만지며 농담을 건네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느새 머리가 세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이렇게 늙고 추해진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손을 얹은 어깨는 따듯했고 가볍게 떨고 있었다. 그는 이 생명에 연민을 느꼈다. 아직은 이렇게 따듯하고 아름답지만 분명 머지않아 그의 인생처럼 퇴색하고 시들기 시작할 것이다. 어째서 그녀는 이토록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 P54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어떻게 하면 해방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그는 물었다. "어떻게?"
그러자 조금만 지나면 해결책을 찾아 새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시작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끝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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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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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려하는 지점에서 끝나버린 느낌이다. ‘안나‘라는 이름에는 불륜이라는 불행이 있는걸까? 일러스트는 여자 나체 일색이어서 밖에서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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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4-22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안나가 나오는군요 안톤 체호프는 톨스토이를 생각하고 썼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파이버 2023-04-22 00:57   좋아요 1 | URL
체호프와 톨스토이는 동시대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ㅎㅎ

라로 2023-04-22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책이군요!! 그런데 나체라니,,, ^^;;; 전 체호프 좋아해요.

파이버 2023-04-22 16:11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그림이 좋았는데 이 책은 정말 여자나체 그림밖에 없었어요...^^;;;; 여기서 안나는 젊고 예쁘고 화자를 사랑하는게 정체성의 모든 것인것 같아요. 일러스트가 그런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네요... 저는 체호프는 좀더 시간을 두고 읽어야할 것 같아요.
 
친구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42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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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다. 새로운 발견을 했다. 읽어도 읽어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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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4-22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희선

파이버 2023-04-22 00:57   좋아요 1 | URL
꼬리꽃의 대사와 표정이 너무 재밌어요ㅎㅎ
 
N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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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이라는 새로운 시도 But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

요즈음 전자책만 구입하려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책을 모으고 있기도 했고, 인스타그램 홍보에서 보았던 인쇄 방식의 새로움 때문이었다. 바로 보아도 거꾸로 보아도 되는 이 책은 표지 디자인부터 돋보인다. 찾아보니 우리나라 책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원서도 독특한 양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다.




굳이 특이사항을 찾자면 원서 디자인에는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이름이 훨씬 눈에 띈다...


책을 순서대로 읽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각의 챕터가 위 아래 번갈아가며 거꾸로 인쇄되어 있다. 단순히 순서대로 읽지 마시오-, 라고 하는 것보다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각 장의 연결을 끊어놓았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원하는 결말을 찾아 읽는 게임북의 특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N] 의 뒤에 실려있는 편집자 후기에 따르면 최근 작가가 여러 형식의 소설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를 추구하는 점은 반갑다. 내가 처음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알고 빠지게 되었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또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으니까.


다만 이번 소설에서 평점을 낮게 준 것은 나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사회 문제를 포착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었다. 그의 예전 연작소설 [광매화] 또한 각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광매화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소설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전에 읽어 나의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 [N]은 [광매화]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을지 큰 기대를 품고 책을 읽었다.


[N]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연작소설이다. 마케팅에서 매우 강조한 것처럼. 여기저기 숨겨놓은 그의 장치가 돋보인다. 그렇지만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마저 든다. '소설의 구성적인 면에 골몰한 나머지 그동안의 장점이었던 재미나 사회문제에 대해 멀어졌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미스터리가 강한 책을 쓰면 '지나치게 트릭에만 의존하는 거 아닌가.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에서 드라마가 사라졌다'는 식의 반응을 들은 적이 있어요.(398쪽)


편집자 후기에 실린 작가의 인터뷰의 한 대목을 읽으며 살짝 찔렸다. 그가 내켜하지 않던 평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책의 만듦새는 재미 있었으나 책을 만들며 들인 수고로움이 그만큼 의미가 있었냐고 하면 지금도 잘 모르겠다. 서로 엮인 육각형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찝찝한 새드 엔딩이었다. 언젠가 기억이 희미해진 뒤에 이 책을 읽으면 결말이 바뀔까? 저자의 의도대로 미래의 내가 해피 엔딩으로 읽는다면 아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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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1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특성 있는 책이네요!!

파이버 2023-04-21 14:11   좋아요 0 | URL
인쇄 방식은 정말로 독특합니다^^

새파랑 2023-04-21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특이점이 있네요 ㅋ 호기심이 생깁니다~!!

파이버 2023-04-21 19:26   좋아요 1 | URL
기회가 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