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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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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이 18,000원... 요즘 책값이 많이 비싸다...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완독까지 오래 걸렸다.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 [몰락의 에티카]에 비하면 대중적인 느낌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쓴 작가들의 시집을 천천히 음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찬찬히 시를 읽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그래도 요즘 이 책과는 관계 없지만 시집을 하나 찬찬히 읽고 있다. (베누스 푸디카, 박연준, 창비, 2017) 시집의 리뷰를 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알라딘 ebook 앱을 켤 때마다 한 편 씩 읽는 것으로 만족 중이다.


시는 어렵다. 수능 언어영역 시험을 볼 때도 항상 시 문학 파트는 마지막에 남겨놓고 풀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들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를 먼저 읽고, 이 문제를 낸 평가원 박사님들이 어떤 해석을 했을 지 짐작한 후 정답을 찍는 과정은 적잖이 어려웠지만 꽤 재미있기도 했다.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때 나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이 시의 장점이라 생각이 든다. 단점은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이 책은 2016년 한 해 동안 한겨레에 실린 글을 새로 손 보고 새 글을 더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2016년에 썼던 글이 왜 2022년에야 출간되었는지 궁금하다. 새로 손을 본 덕인지 지금 읽어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독서모임 기한에 맞추느라 앞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긴 했다.(기한이 있는 책읽기의 폐해...) 양장이고 두께에 비해 가벼운 편이지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딱딱하여 불편한 책이다. 그래서 더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이미 알고 있던 시인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점을, 처음 접하는 시인들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좋았던 대목이 부분 부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꽤 있었다. 이 책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중고로 팔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겠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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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23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책값이 많이 비싸긴 하더라구요 ㅜㅜ 그래서 우주점을 더 많이 검색하게 되더라구요~ 치킨값도 올랐는데 책값도 오르는게 맞는거 같긴한데 ㅋ
시는 어렵긴 한거 같아요~!!

파이버 2023-04-23 16:22   좋아요 1 | URL
새로 구한 직장이 알라딘 중고서점과 전철 두 정거장 거리입니다. 이제 좀더 중고서점을 애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치킨값ㅜㅜ은 생각할 수록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희선 2023-04-24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험은 정해 놓은 답을 찾는 것과 같기도 하네요 뭐든 자기 마음에 따라 읽기도 할 텐데... 시험이 아닐 때는 그렇게 봐도 괜찮겠지요 시험도 자유로우면 좋을 텐데...


희선

파이버 2023-05-12 12:30   좋아요 0 | URL
수능 때문에 문학을 더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읽는 사람마다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나 느낌이 모두 다를 텐데 말이에요 ㅎㅎ 희선님 말씀처럼 시험도 어렵겠지만 논술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젤소민아 2023-05-10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은 문학에 관심없는 사람도 읽게 하는 힘을..ㅎㅎ

저도 신형철님 통해서 시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파이버 2023-05-12 12:30   좋아요 0 | URL
이번 책을 읽으면서 잘 읽지 못하는 시들을 읽게 되어서 저도 좋았습니다 ^^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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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단편 하나하나 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읽어서 완독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대상 작품은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맹금류>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읽었을 때 모든 소설들이 완성도 있는 알찬 소설집이다.


*상류엔 맹금류 - 황정은
제목을 읽었을 때 어떤 내용일지 전혀 짐작가지 않았다. 상류에 맹금류가 있음을, 제희네 부모님과 ‘나‘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곳의 진실을 그것을 기어코 말하고 말한 ‘나‘의 이별은 어쩌면 그날 예정된 것이리라.

˝나는 그날의 나들이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

*빛의 호위 - 조해진
‘권은‘이라는 사진작가는 주로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 ‘권은‘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녀가 ‘열쇠‘를 주기 전까지 과거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권은이 어떤 아픔을 지녔기에 소설 속 다큐멘터리<사람, 사람들>에 나오는 ‘알마 마이어‘의 운명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둠 속에 있던 ‘알마 마이어‘와 ‘권은‘이 겹쳐지며 빛의 호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름다웠다. 연말에 어울리는 소설.

˝돌이켜보면 그 만남에서 그녀가 내게 한 이야기들, 가령 사진에 빠져들었던 계기며 태엽과 멜로디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힌트들이기도 했다.˝

*쿤의 여행 - 윤이형
‘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 뒤에 실린 평론에는 ‘에반게리온‘언급이 있어 신선했다. 형체가 없는 만큼 사람마다 상상하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나‘ 대신 힘들고 궂은 일을 대신해 주는 ‘쿤‘이 내게 있었다면 주인공과 같이 쿤을 떼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쿤을 뜯어냈다. 말 그대로, 뜯어냈다.˝

*창 너머 겨울 - 최은미
읽으면서 주인공 몸에 있는 곰팡이가 굉장히 불결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반짝이는 빛이라면 주인공은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곰팡이가 있는 퀘퀘한 남자이다. 시간이 지나도 주인공이 ‘그녀‘에게 닿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쳐보는 사람처럼 나는 검색창에 ‘창 너머 겨울‘이라고 쳐보았다. 다시 ‘창 너머 겨울 출근버스‘라고 쳐보았다.˝

*이상한 정열 - 기준영
앞서 읽었던 <창 너머 겨울>의 주인공처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이야기는 ‘말희‘로 시작해 ‘나‘의 재미 없는 삶, 그리고 다시 나와 말희의 만남으로 흘러 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젊은 그 시절에도 없었던 이상한 정열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 정열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말희가 이야기했던 ‘그때 못한 건 지금도 못한다‘는 말은 주인공의 기이한 정열이 갖는 무용함을 드러내는 말 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친애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한순간 너무 뜨거워져 정염과 헷갈렸다. 그는 때로 열이 오르고 야윈 채로 갈팡질팡했다. 생이 덧없다는 말은 무용했다.˝

*산책 - 손보미
손보미의 소설은 왠지 모르게 지금보다 초기가 더 좋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가족이지만 남보다 먼 그 관계와 대사들이 좋았다. 이번 젊은작가상 소설집에는 겨울 배경의 소설들이 많은 것 같다. 겨울의 추위는 마음의 따뜻함도 앗아가 버리는걸까?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산책‘을 그만두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산책‘을 완전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최은영 작가의 단독 소설집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소설이다. 이 책에서 다른 소설들과 분량을 비교해보니 역시나 길다. 한 때 ‘쇼코‘라는 일본 이름이 낯설어 한동안 <쇼코의 미소>를 읽지 않았었는데 좋은 소설을 놓칠뻔했다. ㅎㅎ
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없지만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쇼코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이었다.

˝나는 쇼코의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쇼코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마디도 되갚지 않고 죽은 듯이 분꽃을 바라보던 얼굴이 붉던 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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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19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든 소설이 알차다니 안읽어볼수가 없네요 ㅋ 우주점 가면 바로 검색해봐야 겠습니다 ^^

파이버 2022-10-19 00:40   좋아요 3 | URL
아마 중고서점 검색하시면 많을거예요~ 겨울 배경인 소설들이 많아서 겨울에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2-10-19 09:48   좋아요 3 | URL
역시나 좋은 소설을 알아보시는 새파랑님다운 댓글.
파이버님에 이어 곧 읽으시리라는 데 한 표 ^^

새파랑 2022-10-19 12:29   좋아요 2 | URL
전 일단 강추하는 소설은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ㅋ

mini74 2022-10-19 06: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 황정은 작가님에 다들 쟁쟁하신 분들이군요 ~

파이버 2022-10-19 13:21   좋아요 2 | URL
다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라 옛날(?) 책이지만 읽어봤습니다ㅎㅎㅎ

그레이스 2022-10-19 07: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벌써 그 시절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젊은 작가들, 강력했네요^^

파이버 2022-10-19 13:22   좋아요 3 | URL
지금보니 수상 라인업이 화려하죠ㅎㅎㅎ

scott 2022-10-19 2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4년의 작가들 지금 모두 인기 작가들!ㅎㅎ

파이버님 처럼 저도 손보미 작가 초기 작들이 훠얼씬 좋았습니다 ^^

파이버 2022-10-19 23:53   좋아요 2 | URL
손보미 작가님 최근작 「사라진 숲의 아이들」 잡지에서 연재하실 때 앞부분만 읽었는데 예전의 예리함이 보이지 않아 슬프더라구요... ㅠㅠ

라로 2022-10-20 0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4년 것이군요!! 저는 2022년 것을 샀지요. 최은영, 황정은 말고는 읽지 않아 모르는 작가들이네요. 세상엔 글 잘쓰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요!!!

파이버 2022-10-21 20:45   좋아요 1 | URL
2022년 책 저도 샀어요~ㅎㅎㅎ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아 읽을 책도 너무 많아졌습니다ㅎ

서니데이 2022-10-20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4년 수상작가들은 요즘도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작가들이 많네요.
얼마 전 같은데,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생각하면
여기 작가들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파이버님, 따뜻한 하루 되세요.^^

파이버 2022-10-21 20:47   좋아요 2 | URL
그 사이 8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금 읽어도 좋은 글인것을 보면 작가들은 사회의 흐름을 예민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2-10-24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시리즈 중 2019년것과 2020년 것을 갖고 있어요. 2019년 것만 완독했는데 좋았답니다.
2014년 것도 좋은가 봅니다. 파이버 님이 별점 만점을 주셨네요.
이런 책이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이 책도 기억해 놓겠습니다.^^

파이버 2022-10-25 17:04   좋아요 1 | URL
젊은작가상작품집은 제 때 사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두 배 더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2019, 2020은 완독했는데 둘 다 좋았습니다.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희선 2022-10-27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실린 소설 두편 빼고 다 봤군요 다섯 사람은 어쩌다 보니 소설집을 만나서... 저는 젊은작가상 6회부터 봤어요 이번엔 13회인데, 어느새 그렇게 되다니... 지금은 새로운 작가가 보이기도 하네요 김혜진 작가는 전부터 알았지만... 작가가 되고 열해 되기 전에 상을 받아서 잘됐다 싶기도 해요


희선

파이버 2022-10-27 23:22   좋아요 0 | URL
희선님께서 이미 읽은 소설이 많았군요~ 젊은 작가상 취지가 좋은 것 같아요. 젊은 작가들이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되어서요. 저는 젊은작가상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더 꼼꼼히 찾아봐야겠어요.
 
소설 보다 : 가을 2022 소설 보다
김기태.위수정.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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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나오는 소설보다 시리즈. 드디어 가을 2022를 모두 읽었다. 얇고 가벼워서 모으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도 해를 넘어서 모으다 보니 꽤 자리를 차지해서 정리를 해야할 성 싶다.

이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몰랐던 작가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고, 맞지 않는 작가의 글을 꾸역꾸역 읽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이번 가을 2022는 전자였다.

이번 세 소설들은 가을 공기 처럼 쌀쌀하고 건조한 현실들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
[전조등], 김기태

˝한낮의 아스팔트 위에 죽은 것이 있었다.˝(9쪽) 라는 자극적인 첫문장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다. 모범생으로서 성실히 학점을 따고 좋은 회사에 취업한 주인공 ‘그‘는 좋은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소설 거리가 되지 않을 지극히 평범한 삶이지만 그의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젊은 세대들이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평범‘이기에 어딘가 비현실적인 분위기도 풍기는 이야기였다.

*
[오후만 있던 일요일], 위수정

위수정 작가는 [소설보다 봄:2022]에서 ˝아무도˝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었다. 지난 작품이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였다면 이번 소설은 노년의 시기에 막 접어든 중년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도]가 결혼 생활을 정리하려는 삼십대 여성의 관점에서 전개되었다면,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는 크게 세 세대의 여성이 등장하지요. 그중 육십대 여성인 원희가 주인공입니다.˝(87쪽, 인터뷰 중에서)

아무래도 좀 더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나와 비슷한 나잇대였던 [아무도]였지만 이야기의 풍부함은 [오후만 있던 일요일] 쪽이 더 좋았다.

*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이서수

이서수 작가 또한 [소설보다 여름:2021]에서 ˝미조의 시대˝라는 소설로 만났었다. 이 책의 세 편의 구성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또 한번 좋은 소설 모음으로 만나서 반갑다. 이서수 작가의 글도 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젊은이의 고단한 삶은 차가운 가을 바람 같지만 주인공 가진과 사영의 관계는 미온(微溫)하기에 가을에 읽기 좋은 소설이다. 검색해보니 작가 단독 저서가 많아 아쉽다. 언젠가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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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0-13 16: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 보다 가을
을 즐기라는 뜻으로
책 제목을 받아 들였네요 :>

가을 참 좋은 계절입니다.

그리고 모르는 새로운 작가
들과의 만남도 역시나 -

파이버 2022-10-13 16:29   좋아요 3 | URL
뜻밖에 좋은 작가들은 만나면 예쁜 단풍잎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이제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조금이나마 남은 가을 즐겁게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미미 2022-10-13 16: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봄>을 재밌게 읽고 여름> 준비해 두었었는데
벌써 가을>이네요?ㅋ 계절에 맞춰 읽고 싶은데
워낙 한눈 파는 요즘이다보니..^^;;
이 시리즈 너무 두껍지 않아서 들고 다니며 조금씩 읽기에 안성맞춤인듯합니다.

파이버 2022-10-13 17:28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서는 공부하시며 독서하시고 저는 가볍게 가볍게 얇은 책만 골라 읽어서 그런 것 같아요 ‘소설 보다‘시리즈는 금방 읽지만 한권을 독파했다는 성취감?을 줘서 좋아요ㅎㅎㅎ

서니데이 2022-10-13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월간지보다 계간지는 많지 않고 책 제목에 계절이 있어서 이 책은 기억하기가 좋은 것 같아요.
선물하는 책으로는 사 본 적이 있는데, 페이지가 두꺼운 편은 아닌 모양이네요.
잘읽었습니다. 파이버님, 좋은 하루 되세요.^^

파이버 2022-10-13 22:07   좋아요 3 | URL
제목에 계절이 있어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사게되는 것 같아요. 책값도 저렴한 편이구요. 작고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습니다. 저도 지인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 책입니다 ^^

새파랑 2022-10-13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에는 읽어줘야할 의무가 드는 책이네요 ㅋ 전 소설보다 여름 읽었었는데 좋더라구요.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어떤날 노래인데 ㅋ 이 노래도 좋습니다~!!

파이버 2022-10-13 22:09   좋아요 2 | URL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노래 제목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용~ 찾아보니 가사가 참 예쁜 노래네요 🎶

서니데이 2022-10-15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버님, 주말 날씨가 따뜻하고 좋다고 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오후 되세요.^^

파이버 2022-10-16 14: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께서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말 못하는 사람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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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사람
(성석제 산문집, 문학동네, 2019)

예전에 성석제 작가님의 산문집 [소풍](성석제, 창비, 2006)을 읽고 글이 맛깔난다고 생각하여 작가님의 글을 더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말 못하는 사람]은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발간 되었을 때 사두긴 했는데, 이사할 때 책을 고향집에 가져다 놓은 바람에 그만 2년 반이 지나서야 펴보게 되었다.... 아마 같이 샀었던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는 다음에 집에 내려갈 때나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1부 ‘기억‘에서는 어릴 적, 대학시절, 사회 초년생의 젊을 때 기억에 대한 글, 2부 ‘편력‘에서는 작가로서의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 3부 ‘바라봄‘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사회 곳곳의 풍경들과 단상, 4부 ‘내가 만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에 대한 추모글들이 실려 있다.

1.
산문집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부분은 소설 <첫사랑>의 배경과 비슷한 부분을 본 책의 ˝나는 변두리에서 왔다˝라는 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다.

.....
생각하면 나는 이제까지 대체로 변두리에서 살아왔다. 나는 변두리에서 태어나 변두리에서 자라 변두리에 살며 변두리를 이루어왔다. 내가 어딘가에 이르렀다고 한다면 내 출발점은 언제나 변두리었다.(104쪽)

내 머리 위로는 굴뚝 연기가, 키 높이로는 먼지가, 신발 밑에는 수채가 흘렀다. 쓰레기는 언제 어디서나 무차별적으로 쌓이고 구르고 채이고 불타고 있었다. 수챗물은 수평으로, 연기는 수직으로, 먼지는 아래위로 옆으로 이르지 않는 곳이 없이 유동했다. (중략) 아침저녁으로 서로에게 무심한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씩 같은 길을 전진했다. 무심한 제복을 입고 무심히 번호를 받아 분류되었다가 무심하게 공장 같은 학교, 공장 같은 집으로 갔다.(106쪽)
.....

성석제 작가님의 이런 반복적인 가락이 좋다. 반복되는 표현으로 눈에 그려지듯 묘사하는 점이 글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2.
표제작인 ˝말 못하는 사람˝은 말을 심하게 더듬는 인쇄소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컨대 그가 말을 더듬는 것이 그의 인생에 일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126쪽)‘ 그가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또 그는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허튼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었다. ‘말을 잘 못함으로써 누구보다도 말을 잘하는 사람(128쪽)‘이 된 것이 이 이야기의 교훈이겠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생각한 점은 그의 지위가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점이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직원들이 항상 귀 기울여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 이야기가 미담이 된 것은 그가 지닌 인품이 훌륭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3.
˝볼륨을 낮춰라˝에서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다닌 이야기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단상이 나온다. 학교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소리는 생기(生氣)의 극치이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
표정 역시 극단적이고 몸짓도 과격하다.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는 애 어른의 구별도 없고 모조리 중학생인 것처럼 느꼈다면 과장일까.(166쪽)

살아남으려면 재미있어야 하고 뭘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눈에 띄어야 한다는 논리를 모르는 건 아니다. 시끄러우면 볼륨을 낮추면 되고 아예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167쪽)
.....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와 쇼와 가요 프로그램들에 대한 재미 있는 묘사가 많아 더욱 웃으며 읽었던 글이었다. 이제는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라 한다.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시선을 끌기 위해 ‘몸짓과 색깔은 현란해(166쪽)‘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럴 때일 수록 잘 듣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 겠다는 자기 반성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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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새벽 푸른 공기를 가르며 걷던 삼베 적삼 치마의 여인들,
그들의 손에 이끌려 가는 소년의 영상이면 족하다. 나의, 우리의 생에 다시 없을 아름답고 간명한 피서였다.
추억이 곧 피서지다. 우리 아이들은 내 나이에 뭘 추억할까.
- P24

사춘기가 막 시작되면서 서울로 내 주거가 옮겨졌다. 서울이라고는해도 최남단에 위치한 동네, 곧 변두리 동네의 대명사인 가리봉동으로 옮겨진 것이었고 구로공단의 배후지로서 가리봉동의 형제와 다름없는 독산동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내가 앞으로 다닐 중학교에 대해 가지게 된 첫인상은 주변의 공장과 구별되지 않는 삭막함이었다. 학교가 공장과 다른 점은 노골적으로 연기를 뿜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 P106

나중에 나는 어느 친구에게 들었다. "누구에겐가 힘써 베푸는 일은 우리의 뇌에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지고한 쾌락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베풀도록 해주는 존재의 발에 입을 맞추며 경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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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5-07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석제 작가 산문집이군요 제목 보고 무슨 책인가 했습니다 파이버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파이버 2022-05-08 15:56   좋아요 1 | URL
네 성석제 작가님 글은 읽기편해서 좋아합니다. 희선님께서도 남은 일요일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2-05-08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석제 작가의 책도 오랜만이네요. 전에 샀던 소설이 있긴 한데,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파이버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파이버 2022-05-08 18:0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전에 사두고 고향집에 묵혀 놓았던걸 오랜만에 꺼내 읽었어요
서니데이님 일요일 저녁 평안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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