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인의 정서를 ‘한(恨)‘으로 표현한 논자들이 예로 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김소월의 시들이었다. 고려가요 <가시리>와 민요 <아리랑>을 그 앞자리에 배치해 놓고, 김소월의 시를 나란히 위치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이 우리의 고유한 정서라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의 문학사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작품들의 다양한 정서를 애써 무시하고, 일부 작가와 작품만을 근거로 한국인의 정서를 규정하려는 시도는 그야말로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의 정서는 수많은 작품 속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납작하게 정의하려는 어리석음은 이제 버려야 태도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