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거리에 나와 집결하여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는 일은 더 이상 윤리적이지 않다. 거리의 집회에서 삶의 활력을 찾고, 내가 파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일부가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찰 수 있는 시절은 당분간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거리의 정치가 극도로 위축된 지금 가능한 정치적 참여의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고려시대 문인 권적(權適)이 쓴 <지리산수정사기(智異山水精寺記)>를 읽는다. 그 옛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독을 즐기고, 식고 마른 심신으로 해탈의 방법이나 찾으며, 나만 구제하면 그만이지 남이 무슨 상관이랴라고 말하는 것. 그건 자기 개인에게야 좋겠지만 위대한 것은 아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도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좋은 길을 얻는 것은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지음) 중에서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거리에 나와 집결하여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는 일은 더 이상 윤리적이지 않다. 거리의 집회에서 삶의 활력을 찾고, 내가 파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일부가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찰 수 있는 시절은 당분간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거리의 정치가 극도로 위축된 지금 가능한 정치적 참여의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고려시대 문인 권적(權適)이 쓴 <지리산수정사기(智異山水精寺記)>를 읽는다. 그 옛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독을 즐기고, 식고 마른 심신으로 해탈의 방법이나 찾으며, 나만 구제하면 그만이지 남이 무슨 상관이랴라고 말하는 것. 그건 자기 개인에게야 좋겠지만 위대한 것은 아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도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좋은 길을 얻는 것은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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