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몇 가지 단상들 2

 

 

 

  

    영어원서 읽기가 내 삶의 중심이 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살펴보노라면 새 책을 이제 그만 사고 읽은 책들을 다시 읽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모든 책들을 끌어안고 죽을 수는 없으니 반은 딸아이에게 물려주고 반은 마을 도서관에 기증하자고 생각도 한다. 소장하고 있는 원서가 오천 권이 넘어가면서 집이 영어도서관으로 변해버렸고, 아침에 눈을 뜨고 팔을 뻗었을 때 다가오는 책의 느낌으로 하루를 일으키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이 영어원서들이 나의 전부라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때로 정말 그 이방의 언어가 나의 전부인 순간들이 있다. 타인과의 소통이 망상이고 토플 점수가 권력인 대한민국 영어공화국에서 살아가자면, 가끔 영어해독의 행위를 통해 작은 위안을 얻는다.

 

 

 

  * 떠오르는 단상 하나 영어원서 읽기는 성적을 위한 도구인가

    영어원서를 읽는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며 이 이유에 대해 모두 개별적 권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학습을 위한 영어원서 읽기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학습을 위한 영어원서 읽기가 출발점이 되어 종국에는 영어책 사랑하기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말 쓸데없는 나의 사적인 소망일 수 있겠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고 원하는 직장을 얻은 뒤에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영어원서를 읽던 분들이 꾸준하게 계속 읽었으면 좋겠다. 그토록 열정적인 분들이 우리나라 번역문학의 한계를 넘어 너른 세상의 문학을 직접적으로 체험하시길 빌어본다.

 

 

  * 떠오르는 단상 둘 영어원서 읽기는 개폼 잡는 수단인가

    요즘 국내번역서들 표지를 보면 영어원서인지 한글도서인지 순간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표지에 영어 제목이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본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 영어원서인 줄 알고 살짝 다가가서 제목을 살피려고 하다가 번역서인 걸 깨닫고 당황한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책의 표지를 이렇게 원서처럼 디자인하는 출판사들의 의도가 뭘까... 우리들이 읽는 책이 영어원서처럼 보여야 할 어떤 획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개폼 잡는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예인 것인가. 한글도서는 한글도서다웠으면 좋겠다. 수입외화의 제목을 한글로 멋지게 번역하지 않고 발음 나는 그대로 제목을 정하는 것도 정말 거슬리지만, 한글도서가 한글도서임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할 때 너무 슬퍼진다.

 

 

  * 떠오르는 단상 셋 영어원서 읽기는 영어실력의 종착지인가

    아니다. 읽기를 통해 어휘, 문장해독력, 문법 등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읽기가 말하기, 듣기, 쓰기로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전에 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오개념이란 글에서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듯이, 읽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읽기는 어찌 보면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여는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문을 열었다고 해서 문 너머의 세상이 저절로 내 것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일단 문을 열었으면 그 문을 통과해서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말하기, 듣기, 쓰기라는 기능을 연습하고 단련해야 한다. 마치 영어독서가 마술처럼 모든 영어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며 위험한 환상이다.

 

 

  * 그리고, 덧붙여서 영어원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에 대하여

    그동안 세상이 또 무섭도록 변했다. 따라서, 영어원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나의 방법들도 진화하고 있다.^^ 가장 즐겨 하는 방법은 goodreads나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작가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이다. 미국 아마존 블로그 ‘Omnivoracious'에 매일 들어가는 일도 물론 게을리 하지 않지만,(https://www.amazonbookreview.com/)

미국 일간지들의 북칼럼도 자주 들어가서 읽는다.

(https://www.nytimes.com/2019/11/14/books/review/9-new-books-we-recommend-this-week.html)

  

   원서구입은 이제 킨들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국내서점을 통해 해외원서를 구입하면 보통 만 오천 원이 넘어가지만, 아마존 킨들 할인행사에서 1, 2달러에 살 수 있으니 결국 킨들을 애용하게 되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중고원서들도 저렴한 가격에 원서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영어원서를 대출할 때는 부산에서는 서면 근처에 있는 부산영어도서관이 독보적인 존재이다.(http://www.bel.go.kr/newhome_eng/main.php)

하지만, 요즘은 책바다 서비스를 통해 전국 도서관의 모든 영어원서를 대출받을 수 있다.(http://nl.go.kr/nill/user/index.do)

부산시민은 책 한 권 대출에 1500원이지만, 동일한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려도 1500원이므로, 정말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이다. 책바다 서비스를 아직 아는 분이 많지 않아서 이 서비스가 좀 더 널리 홍보되었으면 좋겠다.

 

 

    지난주에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동안 정말 우울했는데,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82년생 지영이 이야기를 보면서 67년생 내가 울다니 이건 뭐가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지영이랑 나는 상당한 나이차이가 있는데, 훨씬 후배인 여성의 이야기가 아직도 나랑 비슷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우리 여성의 문제는 그토록 변한 게 없단 말일까. 설마... 딸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땐 그래도 조금은 나은 세상이 와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영어원서 이야기하다가 왜 뜬금없이 여성문제를 이야기하느냐 싶겠으나... 결혼하고 딸아이 키우면서 힘들었던 그 모든 이야기가 나의 영어원서 읽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탈출구가 필요했고 그 탈출구가 내겐 영어독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탈출구로 시작했던 영어원서 읽기가 어느새 나의 버팀목이 되어 있었다. 이젠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치는 나를 강하게 붙잡기 위하여 책을 읽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기 참으로 힘겨웠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마음속에 조그만 생채기가 남아 있었던지,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좀 주책없이 울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82년생 김지영영역본이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 내년 2월 출간이라는데, 물론 한글로 읽었지만 원어민 선생님에게도 한 권 사주고 나도 영어로 다시 읽으면서 외국 여성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그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힘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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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자료를 찾는 방법에 대한 조언

 

 

 

   어느 대학 영문학과 교수님께서 John Brockman이 편집한 책 ‘What Is Your Dangerous Idea?’ 20-21쪽의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내신 듯하다. 과제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하여 이 책에 대한 내 리뷰를 검색하는 횟수도 급증하였고, 도서와 관련된 여러 요청들도 들어오고 있다. 교수님의 의도는 학생들이 반드시 이 책을 찾아서 내용을 읽는 것이라 생각되므로 학생들의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음이 안타깝다. 하지만, 자료를 찾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국내번역서가 나와 있어서 영문학과 학생들이 원문을 읽지 않고 번역을 읽는 편법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나의 조언은 원문을 찾는 방법에 국한하려 한다.

 

   첫째, 가장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은 해당 원서를 사는 것이다. 혹은, 도서를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것이다. 다음의 사진은 현재 이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들이다.

 

 

 

  RISS(한국교육학술정보원 http://www.riss.kr/index.do)에서 도서를 검색하면 이상의 유용한 정보를 알아낼 수가 있고, 타도서관의 도서를 열람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이용해 보시기 바란다. 필요한 페이지만 복사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자배송을 신청해도 1-3일의 시간이 걸릴 것이니 급할 때는 직접 대상 도서관을 찾아가면 편할 것 같다.

 

    둘째의 방법은 해당 원문을 혹시 인터넷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드물지만 아주 이따금 저자가 책의 파일을 공짜로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고, 고전인 경우 구텐베르크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다. 다행히도, 문제(!^^)의 도서인 ‘What Is Your Dangerous Idea?’는 여러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Edge’라는 과학 학술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들을 편집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Edge’라는 홈페이지(https://www.edge.org/)에 들어가면 책에 실린 모든 에세이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혹은 대출하지 않아도 필요한 에세이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의 목차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미국 아마존에 들어가서 책을 찾아보시라. 미국 아마존은 도서의 첫 몇 페이지를 보여주는 ‘Look Inside’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교수님께서 말하신 책과 아마존의 책이 동일한 책일지라도 에디션이 다르다면 페이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책을 구입하거나 대출할지라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좀 넉넉하게 19-22쪽의 에세이 제목들을 살펴보고 과제의 성격과 일치하는지 잘 점검하시기 바란다.

 

 

 

  자, 그럼, 후배님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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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몇 가지 단상들

 

 

오륙년 전엔가... ‘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오개념’이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시 원서 읽기를 십 년 정도 한 상태에서 나의 여러 생각들을 적어 본 글이었는데,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때의 생각들이 조금 달라지기도 했고 새로운 생각들이 생기기도 하였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이런 ‘생각들의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느꼈지만, 자꾸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니 그동안 미뤄왔던 글을 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 떠오르는 단상 하나 - 이른바 ‘스피드 리딩’에 관하여

 

 

작년에 부산 모 고등학교에 초청을 받아 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특강을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한 여학생이 다가와서 영어 원서를 어떻게 하면 빨리 읽을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말하자면, ‘스피드 리딩’의 요령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 때 나의 대답인즉슨, “어, 빨리 읽으려고 하면 안 돼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해가 진짜 중요한데... 빨리만 읽으려고 하면 어떡하나...” 뭐, 이런 식이었다. 답변을 들은 학생이 나의 대답에 만족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 덜컥 걱정이 되는 것이, 이 학생처럼 사람들이 빨리만 읽으려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나의 의견으로는, 소위 ‘스피드 리딩’이란 영어 독해를 위한 시험용 테크닉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태도는 진정한 영어 원서 읽기를 방해하는 괘씸한 장애물이기도 하다. 왜 사람들은 영어 원서를 빨리 읽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일까.

 

 

 

 

나의 짐작에, 우리 한국 사람들의 ‘빨리, 빨리’ 문화가 영어 원서 읽기에조차 침투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어떤 일의 질적인 과정보다는 양적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 했더라도 시험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아이를 닦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스피드 리딩’이란 것을 통해 원서를 빨리 읽으면 당연히 읽은 원서의 권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니, 이런 테크닉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이해함직하다. 하지만, 나의 생각에, 영어 원서 읽기의 ‘속도’란 두 주먹 불끈 쥐고 도달해야 할 결승점 같은 것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책을 읽을 때 빨리 읽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친구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얼마나 빨리 읽었는지가 그 책의 가치를 높여 주는가? 물론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미친 듯이 읽었다고 강조하는 경우는 예외겠지만, 그 책을 ‘빨리’ 읽은 사람은 ‘천천히’ 읽은 친구보다 독서 이해력이 뛰어난 것인가?

 

 

‘스피드 리딩’에 대한 강박은 아이들의 독서를 수능 언어영역의 점수따기 활동으로 전락시킨 우리의 교육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책읽기를 관둬버리는 아이들처럼, 점수를 위한 영어 원서 읽기 역시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 잊혀지는 것이겠지. 진정한 ‘속도’란, 영어 원서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읽으면서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선물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면, 너무 이상적인 잠꼬대를 하는 것일까? 나의 현재 원서 읽기 ‘속도’는 거의 십오 년에 걸친 독서로 인해 얻은 자그마한 결과물일 뿐, 그 ‘속도’가 어떤 궁극적 지향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에 십 여 권의 원서를 읽는다고 하면, 어김없이 ‘스피드’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 내게 그 ‘속도’는 지난 세월 영어 원서를 아끼고 사랑한 ‘마음의 속도’인 것을.

 

 

 

 

* 떠오르는 단상 둘 - 이른바 ‘자녀 원서 읽히기’에 관하여

 

 

나의 어린 시절 내 독서의 최대 적은 엄마였다.

엄마는 독서를 하는 것이 공부에 방해가 되고 머리 속에 쓸데없는 잡념만 일으킨다는 독특한(!) 철학을 지니고 계신 분이었다. 독서가 공부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입이 닳도록 주장해봐야 소용없었다. 엄마가 학습용 전집으로 사주신 한국문학 단편선이라거나 세계명작전집 류를 제외하면 자유 독서는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따라서, 내 독서의 역사는 엄마와의 투쟁의 역사였다.

 

 

그런데, 삶의 아이러니는 ‘하지 말라고 하는 대상’이 언제나 매력적인 대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운이 좋은 아이였다. 독서를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 때문에 독서를 너무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만약 인생이 이런 방식으로 풀리는 게 정석이라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제발 읽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책을 안 보이는 곳에 숨겨야 할 것이다. 아마 그렇게 한다면 책을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들이 내가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이불 속에 손전등을 켜놓고 책을 몰래 읽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아이러니는 ‘자녀 원서 읽히기’라는 주제와도 상통한다.

비싼 원서를 사주면서 아이에게 읽어보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원서 근처에 가기도 꺼려하니 말이다. 그러면, 원서를 제발 읽지 말라고 하면 읽을까? 대체 이러한 경우에 부모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뭘까? 나의 대답은, 슬프게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독서는 사람의 마음과 통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누구의 지시나 강요로 이루어지는 행동이 아니다. 마음이란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니까. 나의 생각에, 아이들이 한글책이건 영어원서건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이들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전부 다른 듯하다.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묘책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중요한 일은 어떤 획기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피는 일이 아닌가 한다. 아이가 독서를 전혀 원하지 않을 때 책을 강제로 읽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아이의 독자적인 선택이고,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선택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독서를 소홀히 해서 어떤 손해를 보아야 한다면 그 손해 역시 아이의 몫이다.

 

 

보통 이런 식의 개똥철학(!)을 늘어놓으면 주위에서 군시렁거리곤 한다. 그래도,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어떻게 아이가 원하는 대로 가만 놔두겠냐는 것이다. 그 때 내가 주위의 답답해하는 엄마아빠들에게 묻는 질문은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책을 읽는가?’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 대목에서 시끄럽던 주위는 고요해진다.

사실 ‘자녀 원서 읽히기’라는 주제는 ‘엄마아빠 원서 같이 읽기’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영어 원서 읽히기’라는 뜨거운 불똥이, 바쁘고 정신없고 허리도 쑤시는 내 앞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부모들이 좌절하고 말지만, 엄마아빠가 아이와 함께 원서를 읽지 못한다고 아무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원서를 같이 읽는 친구를 만들어주면 되니까. 솔직히, 집에 늘 같이 있는 부모가 자녀의 ‘원서 친구’가 되어주면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 하다면 다른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일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원서 친구’의 중요성은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사실 독서란 것이 내가 읽은 책을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 좀이 쑤셔야만 독서에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 나처럼 원서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 둘이서 똑같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모르는 부분은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다 읽은 뒤 책에 대해 밤새워 얘기할 수도 있는 친구. 나의 경우, 대학 동기였던 친구가 나의 ‘원서 친구’였고, 나의 딸아이에겐 물론 내가 ‘원서 친구’이다. 보통 이런 경우 두 사람의 ‘원서 친구’ 중에서 한 사람의 독해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친구가 뒤따라오는 친구를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가 좋아하는 장르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면 절대 안 된다. 그냥 읽고 나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면 언젠가는 친구가 그 책을 읽게끔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자신의 본보기를 통해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방식, 그렇게 자연스레 상대방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요즘은 여러 원서 읽기 모임들이 있어서 예전보다는 ‘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쉬운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모임에 참석하면 다시 ‘스피드’와 ‘도토리 키재기’에 혈안이 되어서 공연히 자존심 상해하고 속을 끓인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문화는 병적일 정도로 ‘비교 문화’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조용히 있고자 하여도 누군가 다가와서 대뜸 키를 재고 간다. 이런 까닭에, 이미 친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원서 친구’가 된다면 쓸데없는 비교 없이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떠오르는 단상 셋 - ‘영어 원서를 구하는 방법’에 관하여

 

 

사람들은 내가 읽은 원서를 전부 정가를 주고 구입했나 싶어 그 어마어마한 비용에 기겁을 하지만, 읽을 원서를 모조리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원서 보유량이 천육백 권 정도인데, 물론 반 이상이 정가를 주고 구입한 책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그리고 요즘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하고, 고전은 구텐베르크 도서관에 들어가서 무료로 읽는다.

 

 

일반적으로 원서는 교보나 여러 국내 서점들의 가격을 비교한 후에 해외주문으로 구입하는 편이다. 특히 희귀한 도서는 미국 아마존에 주문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책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기 때문에 그 책이 영어원서 중고서점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국내 최대 영어원서 중고서점은 서울 이태원의 '왓더북(http://whatthebook.com)'이고 여기서 정말 많은 책을 구입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들러서 책을 장만하곤 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일부의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행복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서점은 책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알라딘 인터넷 중고서점에선 간혹 ‘최상’이라고 하는 원서가 아주 낡은 경우가 있는데, ‘왓더북’ 서점은 거의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다.

 

 

 

집 근처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영어원서 중고서점

‘Fully Booked’(http://www.pusanweb.com/fullybooked/

) 역시 단골로 찾아가는 곳이다. 전번에 ‘개똥철학-스쳐가는 생각들’ 코너에서 한 번 상세하게 소개했던 서점인데, 솔직히 이 서점의 존재는 내게 있어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상자와도 같았다. 어제 저녁에도 이 곳에서 멋진 소설 두 권을 건져 올리는데 성공했다.(불행히도 이 서점은 얼마 전 폐점하였습니다)

 

 

어린이&청소년용 원서는 부산의 경우 해운대 도서관과 초읍 도서관의 원서 보유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부산 지역 대학교 도서관의 원서 보유 상태는 정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부산에서는 부산대학교의 원서 보유량이 그럭저럭 참을만한 정도이다. 솔직히, 서강대학교, 고려대학교 등등 서울 지역 도서관들을 통째로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대학교 원서 보유량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지방 대학의 예산 문제 때문인지, 학생들이 원서를 찾는 횟수가 적어서 그런 것인지, 하여튼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 속상한다.

 

 

새로운 원서에 대한 정보는 미국 아마존 블로그 ‘Omnivoracious'에 매일 들어가서 확인한다.(http://www.omnivoracious.com/) 이 블로그는 매일 아침 나의 하루를 여는 출발신호와 같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국내 서점들의 외서 입고 상황을 살핀다. 그리고 새로운 번역서가 나오면 그 책의 원서를 찾아서 미국 독자들의 리뷰와 여러 미국 일간지 북 칼럼니스트들의 비평을 읽은 뒤 최종적으로 구입을 결정한다. 물론, 한 권의 책 안에서 다른 책에 대한 소개를 만나기도 하고, 완소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신간을 계속 주시하곤 한다. 이런 식으로 매일 아침, 혹은 밤늦은 시간 한 시간 정도는, 반드시 책에 대한 정보 수집에 바친다. 어찌 생각하면 책을 읽는 시간 못지 않게 책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친구를 따라 영어원서를 읽기 시작한 일이 ‘영어소설 미치게 읽는 모임’이란 다음 카페에 가입하는 계기가 되었고, 여기서 리뷰를 쓰는 습관을 키우기 시작했다. 리뷰가 점점 자라나면서 결국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교보에 북로그를 만들었고, 교보 북로그 서버 장애로 인해 리뷰를 다 잃는 일을 겪고 난 뒤 알라딘과 예스24에도 비상사태를 대비해^^ 동일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있다.(‘영어소설 미치게 읽는 모임’은 안타깝게도 종료되었으며, 아시다시피 저는 교보에서 네이버로 블로그를 옮겼고, 예스24는 이제 사용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건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이런 행위들도 결국엔 희미해지고 시들어가서 중단될 날도 오겠지. 하지만, 리뷰를 쓰지 않는다거나 북로그를 중단한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을 읽지 않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다. 내게 있어 책을 읽지 않는 날은 내가 죽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직무연수를 받는 동안 ‘천만 원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모두 책을 사겠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놀라면서 까르르 웃었지만, 나는 정말 진심이었는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영선이가 그랬었나? “너는 이 소주만큼도 나를 위로하지 못해.” 라고?

책만큼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이 세상 어디엔가 있다면 그것을 추구했겠지만, 무덤 속에 함께 데려갈 수 있는 것은 남편도 자식도 돈도 아닌, 나와 함께 썩어 먼지가 되어줄 책들의 추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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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3-07-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항상 잘 읽고 있어요~!

시혼 2013-07-05 12:54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합니다!^^

임경현 2018-05-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원서 읽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자극이 될거 같습니다^^
 

  

  

 

 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오개념  

 

 

   

  영어 원서 독서를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준에 맞는 원서를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모르는 어휘를 정리하는 일, 문법에 대한 의문들,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등, 숱한 어려움을 만나는 동안 홀로 끊임없이 무너지고 방황하고 겨우겨우 길을 찾아가지만, 사실 딱히 호소할 데도 없지요. 때로는, 방법을 찾았다고 느끼면서도 뒤가 켕기는 것이,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십 년간 영어 원서 읽기를 해오면서 저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겪을 만큼 겪었다고 느끼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후회하곤 하니까, 이 놈의 가시밭길은 끝이 없는 듯합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저의 첫 작품 선택이... 하하, 토마스 하아디의 ‘Jude the Obscure’였거든요. 물론, 토마스 하아디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문학 전공자들도 선뜻 내켜하지 않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시겠죠?(토마스 하아디를 하마터면 증오할 뻔했습니다. ㅋㅋ)

  ‘Jude the Obscure’에 질릴대로 질려서 다음 번에 선택한 작품은 대중 스릴러 소설, 토마스 해리스의 ‘The Silence of the Lambs’였어요. 역시 낭패를 보았지요. 대중 스릴러가 쉽다고 도대체 누가 말한 것입니까!(나와, 나와!) 범죄용 전문 용어들 때문에 머리 쥐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다양무쌍한 일들을 겪고 스스로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방법을 찾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 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헛정보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정보는 다른 사람에겐 다 적용되는데 오직 저하고만 안 맞는 경우도 있었지요. 하지만, 후배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보면 제가 터득한 사실들이 대체로 유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주위에서 듣는 이론과 실제 맞닥뜨리는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큰 게 아닐까요...?

   

  다음은 제가 영어 원서 읽기를 하는 동안 깨달은 몇 가지 오개념들입니다. 사람마다 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필요한 것들은 챙겨 가시고, 쓸데없는 것들은 지혜롭게(!) 무시하시면 되겠습니다.^^


 
1. 오개념 하나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전체적 의미가 파악되면 그냥 계속 읽어라.

  이거 있지요, 정말 저한텐 완전한 거짓말이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한 페이지에 최소 5개 이상 나온다면 일일이 단어를 찾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7-8개 이상 나오고 전혀 독해가 안 되는 문장이 2개 이상 나온다면, 그 작품은 자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랍니다. 아무리 속이 쓰려도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놓거나, 기어이 읽고 싶다면 ‘반드시 노트에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면서’ 정독해야 합니다.

  아, 그리고, 어떤 작품이든 읽기 시작한 뒤 적어도 chapter 1, 2장이 끝날 때까지는 꼭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작품의 도입을 철저히 다잡아 두지 않으면 결국엔 망합니다.(저의 경우엔,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되는...ㅠㅠ... 그런 끔찍한 일을...)


 2. 오개념 둘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 어휘가 해결되면 만사형통이다.

  하... 평생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수준만 읽을 생각이면 괜찮은데요,(물론,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결코 쉽지 않지만!) 고급 수준의 원서에 도전할 마음이 있다면 적어도 우리나라 고등학생 3학년 수준의 영어 문법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원서를 읽는 중에 ‘가정법’ 문장이 나왔는데 감이 잘 안 잡힌다고 느낀다면 그 부분 문법을 찾아봐야 하는 거지요. 특히, 단어를 공부하실 때 관용구와 예문에 주의하세요. 맥락과 동떨어진 단어만 백날 외워봐야 도움이 안됩니다.


 
3. 오개념 셋
-어떻게든 많이 읽어라. 다독이 최선이다.  

  제가 이 헛소리 때문에 엄청 고통받은 사람 중 한 명이거든요.^^ 후후... 안정효 씨가 추천한 도서 백 권 인쇄해놓고 백 권 목표로 맹렬히 살았지요. 그런데요... 문제는 독서의 양이 아니라 질이더라구요. 이것이 너무 당연한 진리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개가 ‘결과 콤플렉스’에 짓눌려 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 ‘읽은 권수’에 집착하게 되지요.

  천 권을 읽었다 해도 만약 그 장르가 전부 대중 소설이라거나 동화책이라거나 혹은 한 두 가지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 뿐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런 식으론 아무리 많이 읽어도 영어 수준이 올라가지 않거든요. 진정으로 발전을 원한다면, 동화책 열 권 정도 읽은 뒤 조금 나아졌다 싶을 때 더 어렵고 두꺼운 청소년 도서로 자신의 수준을 상승시켜야 합니다. 대중 소설이 어느 정도 파악된다 싶으면, 본격 문학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인문학(철학, 사회학, 인류학 등등)이나 과학 도서들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아주 가끔은 정통 고전도 들여다보면 좋습니다.

  한 권을 읽는 동안 한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그랬는데, 결국엔 도중에 포기했다고요? 그래도 됩니다. 몇 달 뒤 반드시 그 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요.

  물론, 수준을 높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즐기고 싶은 것이라면, 현재의 수준에 맞는 책들만 읽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독해 수준을 높이고 싶어 하잖아요, 맞지요? 영원히 ‘샬롯의 거미줄’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만 읽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때로는 토니 모리슨을, 리차드 도킨스를, 주제 사라마구를 읽고 싶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작한 것을 끝내고야 마는 끈기입니다. 자신의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몸부림치는 과정을 즐기십시오.


 
4. 오개념 넷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영어 원서 읽기도 잘 한다.

  사람들이 다가와서 영어 원서 읽기를 해보겠다고 하면 제가 먼저 묻는 질문은 ‘국내 도서를 한 달에 몇 권쯤 읽는가?’입니다.

  평소에 독서를 별로 하지 않던 사람이 별안간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로 원서 읽기를 시작하면 오래 가지 않습니다. 거의 일년도 안 돼서 포기하지요. 
 

  그 사람이 외국에서 살다왔건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회화 실력이건 상관없는 일입니다. 우리들이 모두 한국말을 잘 하지만 책 많이 읽는 사람은 따로 있듯이, 영어도 마찬가집니다. 평소에 책을 사랑하던 바로 그 사람이 영어 원서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외출할 때 가방에 읽을 책을 항상 넣어 가지고 나가십니까?(책을 깜빡 했을 경우 집으로 도로 들어갈 정도입니까?)

  ♬친구를 기다릴 때나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십니까?(읽을 책이 없는 경우 근처 서점에 들어갈 정도입니까?)

  ♬읽고 있던 책의 그 다음이 궁금해서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습니까?(연인과의 약속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상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대답했습니까?

    

  영어 원서 읽기는 영어 공부만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기 위한 활동이어야 합니다.
  영어로 표현되어 있는 책 속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알아가고 싶은, 말하자면, 책과 사귀는 활동이어야 합니다.

  새 친구를 사귈 때 힘든 순간이 있습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때로는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고 싶지요. 사람한테도 이런 감정이 드는데 대상물에 불과한 책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친구를 오래도록 익히면서 사귀면 우정이 맛있게 발효하잖아요.

  영어 원서를 친구처럼 오래오래 사귀세요.
  저 역시 십 년의 세월을 읽고 고민하고 견디며 왔더니
  이젠 책들이 저를 위로하고 채워주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게 힘을 줍니다.

 

 5. 오개념 다섯
-영어 원서를 백 권 정도 읽으면 눈앞이 훤하게 뚫린다.  

아닙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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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10-02-25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요즘 원서읽기 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 주신듯ㅎㅎ 감사합니다ㅎㅎ

시혼 2010-03-03 19:02   좋아요 0 | URL
제가 잠시 한국에 다녀오는 동안 반가운 손님 한 분이 오셨다 가셨군요. 방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원서 읽기를 통해서 자주 뵐 수 있길 고대하겠습니다.^^

2010-04-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백 권 정도 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군요...ㅠ_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로알드 할배 책들 이후에 제가 읽고 싶은 작가들의 원서를 읽으며 좌절해서 쓰러져 있었는데 시혼님 글을 보니 힘이 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서재 자주 들르게 될거 같아요.~

시혼 2010-04-28 10:27   좋아요 0 | URL
콩님, 반갑습니다.^^ 제 글에 힘이 나신다니 너무 기쁘네요. 앞으로도 제 공간에서 자주 뵙길 바랄게요!^^

밝은미소 2010-06-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사해요.우리 아이가 재미있게 원서 읽는 모습 보면 정말 부러웠는데 막상 저는 어떻게 시작해얄지 대략 난감이었거든요. 번역본 읽은 다음 원서를 다시 읽어볼까.. 생각만 무성했구요. 영어책 즐기려면 단어도 열심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님이 올려주신 북리스트 동심-리뷰 정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장바구니에도 많이 담아놨어요아이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앞으로도 좋은 책소개 많이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시혼 2010-06-30 19:46   좋아요 1 | URL
밝은미소님, 환영합니다! 제 공간이 님에게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너무 기쁘구요... 앞으로도 자주 놀러오셔서 여러 정보들 많이많이 찾아가시길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Sarah 2010-11-25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검색하다가 들렀는데.
흥미로운 포스팅 보고 갑니다.
글을 참 재밌게 쓰시네요.

소개해주신 책들도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특히‘The City of Dreaming Books’
시혼님의 찬사를 듣구선 저두 마구마구 궁금해집니다....

영어와 책을 동시에 사랑하는 1인 ^^/

osdcb 2011-05-17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블로그도 있었군요. 책 소개 잘 보았고 쓰신글 잘 읽었고 정말로 공감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몰랐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어려운 책도 많지만 재미있는 책도 많고 읽어싶은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절절히 느낌니다.

차르다시 2011-06-22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시혼님! 저의로망입니다.
제가 읽고싶은 원서를 검색하면 전부 시혼님의 리뷰가 그 전에 달려있더군요
한발앞선 당신 멋집니다.

북극곰 2011-10-05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어요. 대부분 공감하네요.^^ 저는 친구랑 catch 22를 원서로 보고 잇는데, 초반엔 아주 미칠 것 같았는데 ch.9를 읽고 있는데 이제 조금 편해졌습니다. 물론, 모르는 단어와 문장이 수두룩하지만 둘이서 고민하니깐요. ㅋ

bomsan 2011-12-24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 번 천 번 맞습니다요.

skywalker 2015-04-0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닿네요. 전 시드니 셀던을 읽었을 때부터 영어독서의 맛에 눈떴던 기억이 납니다. ㅋ 흥미로운 건, 제 영어독서의 역사(?)를 훑어보니, 중딩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국어 독서취향과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거예요. ^^ 인문학은 언제나 마지막이죠.

시혼 2015-04-05 08:31   좋아요 1 | URL
어떤 획기적인 결단 없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듯합니다. 저는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답니다. 지금도 인문학 도서에 대한 정보는 거기서 많이 얻습니다.

샤방샤방 2018-01-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리어 제가 원하던 멘토링을 찾았네요..저도 영어소설 시작한지 2년 되가는데..3권 밖에 안되네요..처음 책도둑을 읽는데 대략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모르는 단어 다 찾아가며 정독하는라고요). 너무 오래 걸려서 정독하는게 잘 못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 글을 읽고 길을 찾았네요..감사합니다..

시혼 2018-01-12 18:30   좋아요 0 | URL
샤방샤방님 반가워요!^^ 원서를 읽으시면서 시간을 너무 의식하면 독서의 즐거움이 깨어진달까요... 각자의 속도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원서 많이 읽으시길 빌겠습니다.^^

fhilia 2018-12-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올리신 이야기 하나하나 다 공감합니다..

시혼 2018-12-24 01:5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