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ts (Paperback)
Samuel French, In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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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정말 진귀한 체험을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만든 극단 ‘Busan English Theatre Association’에서 Tom Topor의 연극 ‘Nuts’를 공연하여 수영역 근처 청춘나비소극장에 가서 관람한 것이다.(https://www.facebook.com/events/2587714331307236/?active_tab=about)

 

   이 극단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Nuts’라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니 여성의 인권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여서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대본집을 주문하여 미리 한 번 읽고 공연을 보러 갔다.

 

   ‘Nuts’1987년에 Barbra Streisand, Richard Dreyfuss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살인혐의로 체포된 Claudia Draper라는 여성이 과연 정말로 미친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법정드라마의 핵심이었다. 여주인공 Claudia는 변호사 Aaron Levinsky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정신이상이 아니며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투쟁하는데, 반대쪽에 그녀의 엄마와 계부, 그리고 그녀를 검사한 정신과의사가 나와 그녀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쪽으로 몰아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가족드라마가 펼쳐지며, 결국 어린 시절의 어두운 비밀과 함께 Claudia라는 여성의 삶 전부가 낱낱이 심판대에 오르는 것이다.

 

   드라마를 읽은 뒤 곧장 다음날 연극무대에서 배우들의 실제연기를 본다는 건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을 안겨주었다. 영어 연극이다 보니 관객이 거의 다 외국인들이어서 한국인지 외국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하였으나, 점잖게 공연을 관람하는 한국 관객들과 달리 배우들이 명대사를 날릴 때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솔직하여 그 점이 아주 재미있기도 하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마추어라고 느껴질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는데, 특히 Claudia역의 배우와 계부 Arthur의 연기는 기가 막혔다. 이 극단이 다음 공연에선 무슨 작품을 할지 모르겠으나, 오늘 공연을 보고 나오며 이들의 공연을 열심히 따라다니기로 결심했구나.^^ 참으로 행복한 일요일 오후였다.

 

 

* 영어 등급 : I think I ca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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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mory of Water (Paperback)
Shelagh Stephenson / Dramatist's Play Service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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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편과 가장 많이 다투는 내용이 뭔고 하니, 과거의 일들을 누가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령, 그 때 어디에 무슨 찻집이 있었다면, 그 찻집 찻잔 무늬가 장미꽃이었는지 백합꽃이었는지, 그 옆에 무슨 서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서점이 1층이었는지 지하층도 있었는지, 그 서점 옆에 호떡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호떡이 50원에 하나였는지 두 개였는지... ㅎㅎ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이런 쓸데없는 기억력 싸움은 아마도 중년의 부부면 모두 다 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 극작가 Shelagh Stephenson의 연극대본 ‘The Memory of Water’ 역시 이런 기억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 Vi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세 딸 Teresa, Mary, Catherine이 장례식을 위해 다들 모이는데,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 깨닫는 일은 각자 어린 시절에 대한 다른 기억들을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이었다. 맏이 Teresa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며 살아가고 있는 가정주부인데, 엄마를 거의 홀로 돌보았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지니고 있다. 둘째 Mary는 의사이며, 유부남인 애인이 아내를 떠나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이다. 막내 Catherine은 자유분방한 철부지로 장례식에 나타나 대마초를 피우며 돌아다니고 있다. 이 세 딸 중 엄마의 유령이 오직 Mary에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했으며, 사실상 전체 스토리도 둘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이들 세 딸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에 이를 수 있을 것인지?

 

   기억의 문제는 누구의 기억이 정확하냐보다는 왜 우리가 그 사건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만일... 나는 엄마가 남동생에게만 초코파이를 줬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남동생은 우리 둘 다 초코파이를 먹었다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 기억의 근저에 무언가 심오하고 소중한 메시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일 게다. 나의 여성적 피해의식과 동생의 남성적 일반화와... 후후. 아무튼, 정말 흡인력이 굉장한 작품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꼭 보고 싶어져서, 이 연극을 토대로 만든 영화 ‘Before You Go’라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너무 오래된 영화여서 구할 수 없겠지?



* 영어 등급 : I think I ca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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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g (Paperback)
Tracy Letts / Dramatist's Play Service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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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ust: Osage County’의 미국 극작가 Tracy Letts의 또 다른 연극대본이다. ‘Bug’2006Ashley Judd, Michael Shannon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본을 읽고 마음에 들면 영화도 볼까 했더니 내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영화는 안 보기로 했다.^^

 

   드라마의 중심인물은 아주 허름한 모텔방에서 살아가는 웨이트리스 Agnes와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걸프전 참전용사 Peter이다. Agnes는 폭력적인 전남편 Jerry가 감옥에서 나오면서 끊임없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여성이다. Peter‘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어서, 자신의 주변이 벌레로 가득 차 있고 그 벌레들이 자신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온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쟁 중에 정부가 군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상쩍은 실험을 하였다는데,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의 음모이론을 서서히 믿게 되는 Agnes는 결국 그들에게만 보이는 기생충이 온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내용이 이러하다 보니, 상상만으로도 어찌나 온몸이 스멀거리는지 대본을 읽는 동안 불편해서 혼났다. 무대에 이 작품을 올린다면 두 남녀배우의 연기가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루겠지만, 지켜보는 관객들은 아마 나처럼 무지하게 찜찜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Bug’의 상징성은 ‘bug’이란 단어에 도청장치라는 뜻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주 명백한 게 아닌가 한다. ‘벌레의 침투란 결국 보이지 않는 파워의 정신적 전체주의를 뜻하는 것 아니겠는지. 두 남녀가 광기에 사로잡히는 과정이 정말로 설득력 있는 까닭 역시, 누가 벌레이고 누가 사람인지 헷갈리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징그러운 벌레들을 모조리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구나.


 

영어 등급 : I think I ca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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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ed Plays: Volume 1 : A Dance of the Forests; The Swamp Dwellers; The Strong Breed; The Road; The Bacchae of Euripides (Paperback)
Soyinka, Wole / Oxford Univ Pr / 197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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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나이지리아 작가 Wole Soyinka의 희곡 모음집이다. 5편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수록작들은 “A Dance of the Forests,” “The Swamp Dwellers,” “The Strong Breed,” “The Road,” “The Bacchae of Euripides”였다. 이런 컬렉션이 흔히 그렇듯이 작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느낌들을 주었는데, 역시 Soyinka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첫 두 작품 “A Dance of the Forests”“The Swamp Dwellers”가 구성도 가장 탄탄하고 메시지도 강렬하였다. “The Road”는 부조리극의 형태를 띤 블랙코미디여서 조금 혼란스럽고 읽어내기 힘들었으며, 마지막 희곡 “The Bacchae of Euripides”Pentheus 신화를 재구성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 작가 Euripides‘The Bacchae’를 기초로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A Dance of the Forests”였는데, 이런 난해한 문학작품을 공부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부족들의 축제에 죽은 조상들을 좀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숲의 신이 보내준 조상 두 명-Dead ManDead Woman-이 사실은 현재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들-Demoke, Rola, Adenebi, Agboreko-800년의 세월을 걸친 업보가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달까. 과거의 죄와 현재의 죄가 서로 뒤엉키면서 초현실적 분위기의 무대 위에 신들과 인간들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상징적이었다. 80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환생해도 여전히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좀 답답하지만, 사실 과거의 죄를 청산하지 못했을 때 결국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을 했다. 암튼, 책을 다 읽은 뒤 영문학이나 희곡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집이라 여기기는 했지만, 현대희곡들이 주는 재미는 별로 없어서 좀 주저가 되는구나. 5편 전부 다가 부담스럽다면 “A Dance of the Forests” 한 편이라도 추천하고 싶다. 일반 서구문학에서 느낄 수 없는 이질적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영어 등급 : What the Heave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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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is the cost of lies?

  It's not that we'll mistake them for the truth. The real danger is that if we hear enough lies, then we no longer recognize the truth at all.”

( Jared Harris as Valery Legasov in Chernobyl )

 

 

   The quote above was told by Legasov at the opening scene in the first episode of the HBO television miniseries Chernobyl. He was readying himself to commit suicide when he was delivering these famous poignant lines. This heartrending scene drew me into the historical drama right away, but it was not very easy to keep on watching this highly acclaimed TV show. It was too realistic and extremely dark and grim. But it was based on the true event, so how can I dare to complain?

 

   I’ve heard about the Chernobyl disaster(April 1986) in my twenties, but it was just a tragic accident that took place in a remote country. I thought it had nothing to do with me. It would have remained so if I hadn’t read a non-fiction titled “Voices from Chernobyl” written by the 2015 Nobel Laureate, Svetlana Alexievich. The book consisted of a lot of vivid interviews conducted by the author over ten years. Alexievich also covered the aftermath of the accident, explored the experiences of individuals, and then showed the political and psychological aspects of the disaster. Reading that book was a terrifying and unforgettable experience for me, but it helped broaden my narrow perspective greatly.

  

   Actually, “Voices from Chernobyl” inspired this HBO drama, too. For it heavily relied on the recollections of Pripyat locals, which were painstakingly described in the book. So when I was watching the drama, it felt like I was witnessing the incidents told by interviewees scene by scene in virtual reality. It was very surreal yet incredibly heartbreaking at the same time, because I was right there with those suffering people. The story was so well dramatized that I cannot find the right words to do justice to the terrible beauty.

 

    We all make mistakes. We are human beings. But owning our mistakes is painfully difficult. What then? We lie. We lie to others. We lie to ourselves. We lie to each other. Until it’s too late. Until there is not a soul alive to tell the truth.

    This drama really hit me hard. Maybe I should have hanged myself with Legasov before watching all the five episodes. When will these stupid man-made disasters end? When, indeed? Will the day really come when we all humans recognize our stupidity and embrace each other’s limitations? I’m only dreaming this hopelessly recurring dream, with a heavy heart. Wishing it will never turn into a nightmare called “status quo.”

 

PS) Craig Mazin made the original scripts of all episodes available for free. If you want to download the scripts, click here.

 (https://johnaugust.com/library)

                                   

 

 

 

* 영어 등급 : I think I ca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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