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mory of Water (Paperback)
Shelagh Stephenson / Dramatist's Play Service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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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편과 가장 많이 다투는 내용이 뭔고 하니, 과거의 일들을 누가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령, 그 때 어디에 무슨 찻집이 있었다면, 그 찻집 찻잔 무늬가 장미꽃이었는지 백합꽃이었는지, 그 옆에 무슨 서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서점이 1층이었는지 지하층도 있었는지, 그 서점 옆에 호떡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호떡이 50원에 하나였는지 두 개였는지... ㅎㅎ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이런 쓸데없는 기억력 싸움은 아마도 중년의 부부면 모두 다 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 극작가 Shelagh Stephenson의 연극대본 ‘The Memory of Water’ 역시 이런 기억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 Vi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세 딸 Teresa, Mary, Catherine이 장례식을 위해 다들 모이는데,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 깨닫는 일은 각자 어린 시절에 대한 다른 기억들을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이었다. 맏이 Teresa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며 살아가고 있는 가정주부인데, 엄마를 거의 홀로 돌보았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지니고 있다. 둘째 Mary는 의사이며, 유부남인 애인이 아내를 떠나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이다. 막내 Catherine은 자유분방한 철부지로 장례식에 나타나 대마초를 피우며 돌아다니고 있다. 이 세 딸 중 엄마의 유령이 오직 Mary에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했으며, 사실상 전체 스토리도 둘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이들 세 딸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에 이를 수 있을 것인지?

 

   기억의 문제는 누구의 기억이 정확하냐보다는 왜 우리가 그 사건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만일... 나는 엄마가 남동생에게만 초코파이를 줬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남동생은 우리 둘 다 초코파이를 먹었다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 기억의 근저에 무언가 심오하고 소중한 메시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일 게다. 나의 여성적 피해의식과 동생의 남성적 일반화와... 후후. 아무튼, 정말 흡인력이 굉장한 작품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꼭 보고 싶어져서, 이 연극을 토대로 만든 영화 ‘Before You Go’라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너무 오래된 영화여서 구할 수 없겠지?



* 영어 등급 : I think I can.

* 내용 등급 : 콩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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