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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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선택이 중요한데,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위대해 보인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좋은 대학에, 기자 출신 저자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서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살면서 사회가 인정하는 방향으로만 살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길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수확이라고 하면 바로 이 점이다. 사회가 정한 패턴대로 살지 않고도 과감한 용기를 내어 시골로 그것도 다름 아닌 미국의 시골로 가서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일 때가 많다. 익숙해진 환경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기재가 밑바닥에 쫙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중한 선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걸 놓치면 살고 있지 않은가. 왜 과감한 용기가 생기지 않은가. 용기를 내어 질러버려, 하는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간신히 막아선 채 뜨거운 물에 빠진 개구리처럼 살고는 있지 않은가.


가난을 선택하든 돈을 많이 벌어 부자의 길을 선택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임을, 즉 자발적 선택임을 강조한다. 월급을 받으며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삶의 길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다른 길을 갈 용기가 없지만, 언젠가는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응원해 주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오히려 자본주의 때문에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그녀는 시골빵집을 운영하고 남편과 아이 둘과 살고 있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려 많은 돈을 벌려고도 하지 않는다. 쓸 만큼 벌고 낭비를 줄여 단순한 생활에 만족하며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왜 이런 삶도 있는데, 아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느냐고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제는 자유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 그렇기에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자신의 길을 잊은 채 안간힘을 쓰면서, 그래야 더 많은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 달래면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가난하게 살아도 얼마든지 자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욕심을 버리고 상대방의 기대를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얘기지만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실제 그 길을 가고 있으니까.


숲속에서도 자본주의자로 살 수 있다니, 이 역발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힐링이 되면서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아니 생각을 하더라도 답이 없는 상태로 막연한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다. 저자의 통찰이 마음에 다가왔고 이 책의 말미에 작은 용기가 불끈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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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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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한테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그래야 자유와 평화를 얻는다.

 

살면서 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게 왜 이리 힘든지. 현재를 비롯한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프다. 한숨은 몸에 착 둘러붙은 채 떨어질 줄 모르고 피안의 공포에 사로잡혀 끝도 없는 망망대해에 나 혼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든다. 과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는, 아니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생각자체도 하기 싫은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닥쳐올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정신을 온통 쏟다보면 나는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뭘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을 골똘히 해봐도 좀체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지금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될 때로 되라지, 하는 마음이 지배적이다.

 

내 삶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이제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위에 말은 내게 크게 와 닿았다. 큰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 마음의 안정이 차츰 되면서 편안해지자, 문제는 타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말이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다. 살면서 두려움과 고통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숨을 쉬는 동안 이해타산에 의해 잔머리는 휘몰아치며 지혜를 발휘해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처님 손바닥이고 오리려 그 결과로 낭패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대체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 진짜 원인을 알아채는 것, 거기서부터 깨달음은 시작한다, 라고 말한다. 원래 문제해결은 간단한 데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것도 잔머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목이 마르면 물을 먹으면 된다.

 

우리 삶의 가장 큰 고통은 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육체적 고통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문제는 육체적 고통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그 고통에 집착해 또 다른 고통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와 세계의 본질을 명료하게 바라보지 못할 때 비롯되는 집착과 번뇌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 이런 고통의 연쇄에서 벗어나려면 나와 이 세상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심오한 듯 보이지만 사실 어렵지 않다.

 

내 감정을 다스리고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으로 이 책은 참선명상을 추천한다. 매일 내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 먹고 자고 생활하며 내 일상을 가꾸는 일, 순간순간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과 깨달음들이다. 우리는 늘 특별하고 색다른 곳에서 지혜를 구하지만,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바로 일상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인생의 지혜는 지금 내가 발 딛고 선 이 자리에서의 변화를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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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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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애들이 밤늦게 들어오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냐, 하는. 평온한 일상에 원인 모를 불안이 급습할 때가 있다. 잠시 두려움에 떨다가 애들의 귀가를 보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이런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여기에 있다.


얼마 전에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년의 여성은 남편을 잃은 후 밴을 타고 전국을 떠돌아다닌다. 경제적으로 돈을 버는 주체가 없어졌으니 그녀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살고 있는 집조차도 무거운 짐이 되었을 것이고, 막다른 골목에서 그녀가 선택한 길은 밴을 타고 길 위에서의 사는 유랑민으로서의 삶이었다. 잠잠히 흐르는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경제력이 없는 노년의 삶이란 참담할 정도로 비극적이었고 자본주의의 비열함은 그 이상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빠와 딸도 스쿨버스를 타고 노마드의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겪는 갖은 에피소드를 코요테라는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노마드랜드가 어른들의 시점으로 본 유랑민의 일상(여기에는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인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라면, 이 소설은 아이의 시점으로 본 유랑민의 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무게로 따지면 노마드랜드가 단연 무겁겠지만, 감동은 이 소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같은 유랑민의 삶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고, 소설의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일까. 주어진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그조차도 힘드니,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더 한 심정일 것이다. 여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스쿨버스를 자기 집인 양 생각하며 광활한 미국 땅인 동부에서 서부로 긴 여행을 떠나는 두 부녀의 모험담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니 소녀의 파란만장한 성장소설이라 해도 좋겠다. 어쨌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시종일관 담담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어쩌면 삶이란, 알 수 없는 막연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노마드랜드가 아닐까싶다.


끝으로, 이 소설은 정말 재밌다. 이야기도 좋지만 중간 중간에 감동과 교훈을 주는 문장을 만나면 줄을 긋지 않을 수 없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의미한 통찰을 준다.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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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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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 특별한 것은 없다. 일상적인 행사라고나 할까.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이것도 아니면 운동 삼아 바람 좀 쐬러 밖으로 나간다.

 

우연한 산보, 라는 만화책이 있다. 주인공은 산책을 의미 없이 걷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조사하지 않고, 옆길로 새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관광 가이드><동네 산책 매뉴얼> 등 책이나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나가지 않는다. 사전에 지도를 보고 간다고 해도, 걷기 시작하면 그 때 그 때 재미있어 보이는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샛길로 샌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그 날 안에 정하려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걷는다.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유일한 것이 산책이었다고 합니다.” 만화책의 울림이 상당하다.

 

이 책도 만화책이다. 우연찮게…….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글 지옥에서 벗어나가 위해 그림책(만화책)을 선호할 때가 있다. 눈의 피로를 덜어줄 겸, 산책하는 마음으로 여백의 미를 즐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보고)즐긴다. 빼곡히 들어선 글 숲보다 듬성듬성 말풍선으로 되어 있는 만화책이 통찰력을 줄 때가 있다. 우연한 산보처럼. 그림은 덤이다.

 

일상에서의 산책은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하루 일과 중에 산책을 하지 않으면 몸 여기저기가 쑤시기도 하지만 거품인 빠진 맥주처럼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삶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 또한 산책을 하면서 주변 풍경과 사물에 빗대어 삶의 통찰을 깨닫게 해준다. 느긋하고 한가롭게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유유자적 흘러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번잡스러운 고민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평상 시 적극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산책이야말로 삶의 활로를 되찾게 해주는 동시에 바쁜 나머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감정이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과거 어느 시점에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각자 다른 속도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인간도 이와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작년에 본 길고양이를 우연찮게 오늘 보면서 생의 소중함을 넘어 경건함을 느끼게도 해주니 말이다.

 

이 책, 짧지만 깊이가 있고 엉뚱하지만 재미가 있다. 느긋하게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싶다.

 

그래서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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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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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 다른 소설.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 짧은 소설의 매력이 상쇄되므로 간단히 첫 장면만 말하자면, 페이스북에서 30년 만에 만난 연인들이 온라인으로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 그것도 결혼식에 오지 않은 연인과의 은밀한 편지를. 첫 장이 시작하면서 결혼식에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의 끝에 도달한다. 잠시 숨도 쉴 새 없이 반전의 반전과 의문점 투성이로 무장한 소설의 전개에 끝내 실소를 머금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과연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집요하게 천착하는 동시에 마력 같은 줄거리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믿음이 없으면 한시라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질임을 상기시켜보자. 그것도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면, 이와 같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이 소설에 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진 않지만,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많은 문제들수많은 불행과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빗나간 운명에 그대로 노출된 불쌍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예기치 않은 운명의 손짓(여기에선 불행을 몰고 오는 불행의 신을 말한다)에 연약한 부위가 노출되면 인간은 스스로 극복하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성선설과 성악설, 과연 인간은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

 

요즘 TV를 틀면 악마에 가까운 인간들을 자주 보게 된다. , 저런 인간들이…….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운, 입에 담는 것조차 싫은 인간들을 보면 악마의 본모습을 본 것처럼 치를 떨게 한다.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유치원의 아동학대, 성노리개로 전락한 여성들, 학교폭력에 왕따로 전락한 학생들,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만행들, 그리고 인간이 저지른 전쟁들…….

 

짧은 시간에 책 한권을 뚝딱 헤치었다. 많은 생각들이 뒤미처 올라오지만 꾹꾹 눌러 담는다. 악마의 본색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소설 마지막 한 장이 왜 접혀있는지,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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