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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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환생한 뿡이

 

1년 전 고양이 뿡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막내로서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한 고양이었다. 그런 뿡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두 달이 되었다. 슬픔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가슴에 뭔가 아련한 아픔이 남았다. 그러나 뿡이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누워있으면 배로 올라와 머리를 비비는. 그 모습이 생생이 떠올랐다.

 

그러한 슬픔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뿡이를 우리 집으로 입양할 쯤에 시골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저녁 무렵이었다. 뒤뜰마당 정자 어디선가 애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간신히 그 애기 고양이를 구출해서 보니, 싸늘하게 식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 고양이가 커서 엄마 고양이가 되어 어여쁜 아기들을 여섯이나 낳았다. 그 중에 둘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 넷과 함께 우리 집으로 잠시 오게 되었다.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 그 중에 하나를 다시 입양하게 되었다. 황토색의 작은 몸. 눈에 밟혔다. 뿡이가 환생해서 돌아왔다고 해도 다들 믿을 만큼. 우리 가족에겐 큰 선물이 될 터였다.

 

이 책을 그쯤에 받았다. 뿡이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뒤로 한 채, 이 책을 읽어 나갔다. 고양이 해결사라. 삭막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해결하는 고양이 깜냥이. 근사했다. 만약 그런 고양이가 우리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파트에 갇힌 고양이 신세가 아니라 오히려 아파트에 갇힌 인간들의 메마른 감정에 활기를 불어 줄, 소통의 해결사 말이다.

 

동화라고 해서 어린이들만 볼 게 아니라 어른들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와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손을 번쩍 들어 한 표를 행사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 냄새 나는 고양이 깜냥이. 환생해서 다시 우리 가족의 품으로 올,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은 새끼고양이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해야겠다. 반가워, 뿡이,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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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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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슬픔이 오면 누구나 아프다. 죽음의 그림자가 일상에 먹구름을 몰고 온다. 그것도 갑자기 오는 슬픔은 난처하기 그지없다. 당황스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뚫고 나갈지, 긴 터널의 순간이 원망스럽기까지 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벌써 돌아가신지 30년이나 됐다. 이 책에서처럼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겐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점점 소홀해졌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틈은 영영 메꿀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 사이는 벌어질 때로 벌어져 있었고,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었지만 남처럼 인식하며 살지 않았나싶다. 세월이 흘러 그때를 다시 떠올려본다. 아버지?

 

얼마 전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1년 반 가까이 키운 이라는 고양이가 죽었다. 죽음은 갑자기 다가왔다. 예상치 못했고 준비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우리 가족은 슬픔의 심연 속에 빠져 들었다. 지금도 새벽이 되면 이가 옆에 있는 것처럼 그 빈자리가 허전하다. 알람시계처럼 여섯시가 되면 침대로 올라와 두 발로 내 목에 기대면서 나를 깨웠다. 하물며 동물도 이럴진대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것도 가족의 한 사람이라면 상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소홀해진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은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틈새를 조금씩 메꿔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삶과 상실에 관한 고찰, 노년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든 감정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 잃어가며 언젠가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이라는 운명의 무게를 실감하고 중년이 되어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저자의 진솔한 고민이 담겨 있다. 여든둘의 나이에 세 번째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이언 맨처럼 힘있게 누구보다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 아버지 앞에서 저자는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서서히 버리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아버지와 관을 만들면서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죽음이 찾아오길 기다렸다는 사실을 저자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모든 사랑을 베풀었던 어머니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어감과 죽음이라는 운명에 초연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차츰 죽음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매일 살지만, 매일 조금씩 죽어 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떠난 후에도 곁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우리를 살게 한다. 이 느낌은 소중한 이를 떠올릴 때마다 각별한 마음으로 되살아난다. 영혼의 집짓기는 삶뿐 아니라 죽음도 함께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고 오은 시인은 이 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오은 시인의 말처럼 아버지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볼 수는 없지만 매 순간 느껴지니 말이다. 삶에 겨웠던 아버지, 이제 편하게 지내세요. 저도 잘 살게요.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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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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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프로젝트는 언젠가는 끝나지만 제때에 끝내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삶에도 적용이 되는데, 아무리 철저한 계획을 세워도 그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인생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계획을 세워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삶에 대한 계획은 매번 허탕만 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것 자체가 오류가 아닐까싶다. 오류를 오류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근시안적이 사고가 더 큰 오류를 생산해 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계획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그럼 우린 금방 지칠 것이고 매일, 매시간 계획을 세우느라 밤을 뜬눈으로 보내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미련을 버리라고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삶은 여전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겠지만, 그때마다 생에 대해 질문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자신만의 길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건 후회와 실수와 상처가 수없이 쌓이는 일이다. 처음엔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이가, 나보다 더 운이 좋은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현실. 하지만 언제까지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언제까지 잃어버린 것을 쫓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꿀 수는 없다. 그렇기에 중요하다. 삶의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슬픔 앞에서,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은 어긋나버린 인생과 후회의 시간을 잘 애도하며 생을 버텨낼 때, 인생은 한 편의 예술처럼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일깨워준다는 생의 진실을 나직이 들려준다.

인생을 살면서,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푸념어린 이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삶은, 우리를 더 혼탁한 구렁텅이로 몰고 가기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면 매번 같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친구의 진심어린 말이 필요한데, 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면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일깨워주는 삶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는 기쁨이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늘 변수가 존재한다. 우린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어긋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겸손함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 준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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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늙지 않는 법 - ‘나이 탓’이라 여기며 건강을 놓치고 있는 당신에게
김광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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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되면서 몸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달고 다닌다. 관절(초록홍합), (루테인), 혈액순환(크릴오일), 비타민 C, D, 오메가 3, 녹용 환, 홍삼 등 많은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다. 무릎관절이 생긴 이후로 운동을 할 수 없어서 몸에 자신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TV 방송 유혹을 거역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몸에 좋다는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면서 그래도 되나, 할 정도로 언제인가부터인지는 모르나 건강기능식품의 노예가 된 듯하다.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충격은 모든 약에는 독성이 있는 말이었다. 한약과 양약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건강기능식품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복합 약을 복용하게 되면 의사의 처방대로 꼭 지켜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왜 우린 약의 노예가 되었을까. 특이 노인이 되면 약을 늘 달고 다닌다. 어쩔 수 없는 세파에 의해 깎이고 깎인 몸이 마치 투쟁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건강하게 살면서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다. 이 책의 조언을 믿어보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약도 처방대로 먹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기존에 알고 있던 약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래야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읽은 결과다.

 

저자가 제안하는 늙지 않는 비법은 바로 큰 병이 생기기 전에 나타나는 몸의 경고들을 단번에 알아채고 예방하는 것. 질병의 진단부터 예방, 식생활, 운동법, 복지제도까지 노년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건강미 넘치는 매력적인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얘기다.

 

치매와 건망증, 어떻게 구분할까? 가령 자꾸 잊어버리는 자신의 증상을 단순히 건망증이라며 내버려두었다가 병원에서 치매라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구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심근경색, 뇌졸중급성질환도 예방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병들도 초기증상을 알아차리고 골든타임내에 치료하면 충분히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노인환자의 치료방법 및 목표는 젊은 환자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병원에서 치료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거나, 치료를 앞두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등산, 사우나, 건강기능식품노년을 위협하는 의외의 요인. ‘젊었을 때처럼 등산을 계속하면 건강에 좋겠지라는 생각에 숨이 가빠도 오히려 더 속도를 높여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생각들이 왜 위험한지, 매일 챙겨먹는 약과 건강기능식품이 어떻게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 등 흔히 알고 있는 건강 지식을 한 번에 뒤엎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빨리 늙는다, 라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몸을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그때 정확한 의학지식으로 무장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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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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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1984나 마거릿 애투우드의 시녀이야기와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의 특징은 통제된 사회를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암울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러면 현재가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고 잠깐 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머리를 강타하는 그 무엇이 경종을 울린다. 자칫하면 현재도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귀에 대고 속삭인다. 조심하라고 하면서. 여기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게 된다. 미래는 현재를 발판 삼아 가는 거니까.

 

하지만 여기에 제대로 된 도전장을 낸 소설이 있다. 바로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이다. 디스토피아와 페미니즘의 결합으로 보면 시녀이야기와 흡사하지만, 이 소설은 보는 시점이 다르다. 시점이 미래가 아닌 과거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것도 봉건제 시대의 여자들의 억압된 삶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바로 이 독특한 소설의 설정이 이 소설의 특징이자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점이다.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통제된 세상.

 

얼마 전에 팔목에 찬 걱정임계치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구상한 적이 있다.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임계치가 1을 넘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설정이었다. 근데, 이와 아주 흡사한 소설을 접하고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 내용은 다르지만 설정이 비슷했다. 하지만 페미니즘 소설이 아닌 점이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내 생각을 훔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언젠가는 꼭 쓰고 말 거라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근데, 의문점이 하나 들었다. 왜 여성들을 제물로 삼는지 모르겠다. 여성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디스토피아 세계를 구축하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도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큰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을 제물로 삼는 것은 너무 비겁하고 옹졸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 그들에게는 목소리가 없었다. 한창 말 연습을 해야 할 어린아이부터 뇌의 손상으로 인해 언어를 잃어버린 노인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하루 100단어까지만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들이 101번째 단어를 말하는 순간, 손목에는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카운터의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충격의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카운터는 말 많은 여성들의 손목에 화상을 입히거나, 심한 경우 기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루 100단어 제한을 두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입을 닫게 만든 대통령과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세뇌당한 남성들. 국가의 주요 사안을 관장하는 기관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모든 일자리에서 내쫓기고 집 안에 갇힌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갓 대학을 졸업한 남성들도 모자라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미성년 남학생들까지 노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과 파격적인 혜택을 뿌려대는 정부. 이렇게까지 해가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올바른 세상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소설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억압과 통제를 받아온 그들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시점, 남성에 대한 불신이 정점을 찍게 되는 바로 그 시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 소설 속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는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진의 딸 소니아와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은 본의 아니게 입을 닫아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야 할까? 침묵하는 여자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 과연 그들의 결말이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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