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의 8가지 비밀 - 먼저 승진한 동료가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김기호 지음 / 치읓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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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회사에서 일 잘해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에 이런저런 고민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책은 성공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요즘 이런 책을 배척하는 분위기에서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직장생활. 말로만 듣더라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니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매일 아침, 새벽공기를 가르며 출근을 해서 즐겨서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들. 그들에겐 어떠한 목표가 있기에 숨죽여가며 일을 하는가. 다들 각자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므로,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있는 바로 이곳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독자들은 그가 전해주는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함께하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실무자로서 자기만의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회사생활의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어떻게 소통하면 업무와 인간관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모든 질문들에 구체적인 대답을 해준다.


1장, 태도(態度)에서는 때론 태도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라며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2장, 목적(目的)에서는 승진, 직장 생활을 통해 완벽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뭐가 거부감이 느끼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저자의 말이 폐부에 와 닿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3장, 공유(共有)에서는 상, 하, 동료 간의 의사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혼자만의 울타리에 있으면 결국 외로워진다, 고 한다. 4장, 처세(處世)에서는 가벼운 처세술(處世術) 보다는 올바른 처신(處身)이 낳다, 라고 설파하고 있다. 동료의 자존심은 지켜줘라, 상사도 승진하고 싶다, 등 올바른 처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5장, 열정(熱情)에서는 절박하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라며 열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해 강조하고, 그 중에 체력도 강력한 능력이다, 라고 한다. 6장, 집중(集中)에서는 일에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고 내 성과 최고의 날은 퇴직 전날임을 알려준다. 7장, 경영(經營)에서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승부를 내라, 며 인생의 20년 후를 내다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8장, 기회(機會)에서는 좋은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다, 라며 하고 싶은 일은 여건을 갖춘 후에 하라, 고 조언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누구나 인정받고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이 책의 내용대로 한 번 실천해 보면 어떨까. 후회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실용적인 이 책의 내용을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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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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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행복의 정의’를 나름대로 적어놓은 게 있다. 그중에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일상의 단순함에 감사하는 것이 행복의 밑거름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비싼 시간을 쓸 게 아니라 잃어버릴 시간이 되지 않도록 일상의 순간순간을 값진 보배로 가득 채울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살아있는 게 고통이다,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이 한숨 섞인 문장 속에는 사는 게 힘들다, 라는 속내가 숨어있다. 이 한 번의 한숨이 행복을 앗아가는 것도 모른 채. 행복을 이렇게 쉽게 날아가게 해서는 삶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만일 내일 죽는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한탄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죽을 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일상의 매 순간을 감탄하면서 사는 사람은 그 반대로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저녁식탁에서 가족들끼리 깔깔거리며 음식을 먹을 때, 고양이가 그르릉거리며 배위로 올라와 집사의 눈을 쳐다보며 몸을 타원형으로 꼬고 나서 살며시 졸린 눈을 감을 때, 책상 위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쌓아놓으며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그 중에 손이 가는 책을 골라 읽을 때, 창 틈 사이로 아침 해가 방 안을 환히 비출 때, 점심을 먹으라며 둘째 아이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때, 화분으로 둘러 쌓여 있는 베란다에서 이 겨울도 무사히 보냈다고 마치 존재에 대한 확인을 하듯 겨울 한기를 이겨내며 쪼그라든 파란 잎들이 아우성을 치며 여전히 나무에 붙어있는 장면을 볼 때, 우리는 일상의 단순함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처럼 행복은 지척에 깔려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 곳을 애타게 바라보며 개념적으로만 있는 것은 이미 행복의 정의에서 한 참 벗어나 있다. 행복은 일상이고 단순함에 있다.”

독일의 철학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인생은 고통이다.”라며 말하며 “인생의 고통과 근심을 직시하고 이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낙관적인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다.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일일수록 오히려 결과가 더 좋으며, 반면 낙관적일수록 오히려 우울한 결과를 초래할 때가 있다.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위대한 철학자의 글귀를 읽으며 나의 삶이 그렇게 형편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나의 삶의 궤적과 방향이 그렇게 틀리 지 않았구나, 나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비관적인 생각을 하며 잠을 설쳤구나, 나도 쇼펜하우어적 삶을 살았구나, 하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에 대한 관점이 일치할 때는 온 몸이 감전 된 것처럼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본론으로 들어가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일곱 가지의 인생 문제를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 각각 풀어냈다. 먼저 프롤로그를 보면 이 책의 중요한 질문들이 나오는데, 각 질문에다 해당 장을 연결해보는 것도 좋을 독서법이 될 터이다. 그 중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마음속 고통을 없앨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2장을 보면 되는데, 앞서 말한 내용들에 대한 현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고통을 어떻게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에 달려있다. ‘타인의 잔악성을 막아낼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7장을 보면 되는데, 여기에선 타인에게 현혹되지 말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우린 늘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데, 그럴 땐 3장을 읽어보면 된다. 3장에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담담해져라, 라는 진언을 하는데, 이 말인즉슨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 하라는 얘기다. ‘고독은 우리에게 무력감과 유감, 심지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고독해졌을 때 그것을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할까?’라는 질문은 5장을 살펴보면 되는데, 여기에선 고독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명언이 나온다. 바꿀 수 없으면 맘껏 즐겨라, 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쇼펜하우어는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어떻게 소모할지에 관심이 있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시간을 활용한다. 하지만 왜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맺는 걸까?’라는 질문은 6장을 보면 된다. 여기에선 붙잡아둘 수 없는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라, 고 충언을 하는데, 짧은 인생,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늘 잊고 사는 진리의 말이기도 하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비관적인 삶의 대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우리들은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산다. 아마 부정적인 것에 시선을 맞추고 사는 사람들은 주위에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있고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며 ‘투덜이’로 전락되어 아웃사이더나 사회부적응자라는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다른 시각을 가졌다. 그는 비관적인 시선으로 삶을 냉철하게 쳐다보며 오히려 그 안에 행복이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는 행복을 원하지만 그 접근방법이 틀린 것 같다. 아니 틀렸다. 이 책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 “삶은 고통이다”, 라는 쇼펜하우어의 비관이, 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반복적인 낙관의 틀에서 벗어나라고, 삶의 쉬운 게 아니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 책은, 책 제목대로 ‘고독’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딱 좋은’에 있다. ‘딱 좋은’이 주는 어감이 바로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한테만 그렇게 들리는가?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쇼펜하우어식 행복의 정의를 맘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나 또한 의지를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고독의 길로 동참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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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그레이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
지성언 지음 / 라온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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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년? 과연 중년의 삶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위대한 삶을 영위하며 살고 있을까. 현주소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서두에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이너스 경제는 불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회복조짐은 보이지도 않고) 부정적인 사회 이슈는 끊임없이 터져 나와, 무슨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현실과 상상 속을 오가며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년의 삶 또한 그리 밝은 것 같지 않다. 떠돌아 다니는 많은 비관적인 통계지표를 보더라도 말이다. 찰스 핸디가 말한 ‘코끼리와 벼룩’에서 벼룩으로 살기 위해 도전하고 몸부림치는 중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식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중년들이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거나 또는 그들만의 전공을 살려 성공하는 벼룩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안정망이 없는 우리로서는 그 비(질문)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인 스웨덴처럼 사회 안정망이 갖춰진 나라에서는 중년들이 우리처럼 이런 고민에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다른 고민이 있겠지만.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끌고 가는 현 기득권자들. 우매한 소처럼 고삐에 꿰어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만 가는 불쌍한 우리들. 과연 누가 더 문제인가. 둘 다 문제라면,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난해하고 골치 아픈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다. 그렇다고 방치하거나 재촉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단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예전에 비해 벼룩으로 살아가는, 그러면서 인생 2막을 성공리에 입성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같은 중년으로서(아직 벼룩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벼룩이 될 한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들과 소주라고 하면서 그들의 벼룩 성공담을 듣고 싶다. 부럽기도 하고, 아니 정말 부럽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당당히 자신의 인생 2막을 열고 열정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100세 인생. 중년은 말 그대로 중간에 이르렀거나 중간을 좀 지난 시점에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영화나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대부분 후반(결말에 이르기 전 단계)에, 그러니까 사분의 삼 지점에서 발생한다. 우린 아직 클라이맥스를 맛보지도 못했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책의 저자처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금상첨화는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그럼 책에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PART 1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다 - Forget Your Age!’에서는 중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으며, ‘PART 2 은퇴는 또 다른 현역의 시작이다 - Change Your Frame!’에서는 저자 자신의 성공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PART 3 꿈꾸는 자는 영원히 젊다 - Show Your Passion!’에서는 다시 한 번 꿈을 꿔보라고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진심어린 말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 ‘PART 4 건강해야 장수도 의미 있다 - Keep Your Health!’에서는 무엇보다 건강에 중요성을 말하며, 이 모든 것은 몸이 건강해야 가능함을 살뜰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의 내용대로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도전의식과 열정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 말한 ‘위대한 중년?’이라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위대한 벼룩!’이라는 느낌표로 끝났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그러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무얼 더 바라겠는가. 이 책을 읽고 잠잠하던(알고는 있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가슴에 다시 불을 활짝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불을 지폈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목표가 생겼으니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길의 출발점은 걸음을 떼는 그 순간이다. 이 책을 동반자로 하여, 모든 중년들이 함께 걸어갔으면 한다. 위대한 벼룩이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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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세트 - 전2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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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세계인구 1위, 경제대국 2위,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 사회주의국가, 모택동, 대만, 만리장성, 삼국지 등.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나는 한국전쟁을 꼽았다. 그들의 인해전술로 의해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 국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뒤져보면 고려인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일부였던 중국 땅. 그 만주벌판을 말 위에서 긴 수염을 휘날리는, 그것도 무겁고 예리한 장검을 휘두르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먼지를 일으키며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중공군의 수많은 발소리가 뒤섞여 귓속에서 웽웽거린다.



우리와는 가까우면서도 먼, 중국. 그런 중국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저자가 유쾌하면서 객관적이고 간결한, 거기에다 꾸밈이 없는 그의 문체로 우리를 책 속으로, 아니 답사를 위한 여행길로 재촉한다. 그가 중국 대륙을 향한 장대한 발걸음을 내딛은 첫 기착지는 실크로드 도시 돈황과 그곳으로 가는 경로인 하서주랑이다. 그의 답사에의 로망으로 간직한 땅, 그런 그가 ‘중국 답사 일번지’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지도인 목차와 개요를 숙지한 후 간접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 그의 가이드대로 여행을 떠나보자.



먼저, 1권 ‘명사산 명불허전’은 주나라.진나라의 본거지이자 삼국지의 무대인 서안.관중평원에서 시작해 감숙성 하서주랑을 따라가며 만리장성을 만나고 돈황의 명사산에 이르는 여정이다. 먼저 진시왕의 아방궁과 삼국지 무대인 제갈량의 오장원과 읍참마속(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제자인 마속을 참수한)을 지나, 무려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서주랑(달리는 회랑)을 거쳐 목적지이자 답사의 하이라이트인 돈황(하서사군 중 하나 - 무위, 장액, 주천, 돈황)에 이르는 길이다. 돈황 답사는 사실상 석굴사원의 답사라 할 수 있다. 즉, 서안에서 진시황릉, 병마용을. 천수에서 천년을 두고 조성된 옥외 불상 박물관인 맥적산 석굴을. 난주에서 황화석림과 병령사석굴을. 가용관을 거쳐 돈황에서 막고굴과 명사산, 월아천을. 유원과 선선을 거쳐 투루판에서 쿠우타크사막과 고창고성, 아스타나 고분군까지. 그리고 우루무치에서 천산전지를. 이중에 사람이 다닐 수 없는 벼랑에 선반을 매듯 인공 오솔길을 만들어 절벽 전체를 석굴로 굴착한 맥적산 잔도가 압권이었다. 여기에서 중국의 석굴과 우리의 불국사 석굴암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거기에 덤으로 이백과 두보, 소동파의 시와 고사, 사마천의 사기와 삼국지의 주인공이 앞 다퉈 등장하며 장쾌한 여정이 이어진다. 돈황 명사산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2권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막고굴 곳곳을 살피는 한편,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문서의 다난했던 역사를 담았다. 돈황의 도보자들인 오렐 스타인과 폴 펠리오 그리고 오타니 탐험대와 랭던 워너는 돈황문서의 유출에서 벽화의 파괴까지를, 무기징역을 산다는 각오로 들어간 돈황의 수호자들인 장대천, 상서홍, 한락연에서는 그들의 활약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크로드 답사를 기약하며 옥문관과 양관 등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하게 된다. 돈황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사막 동쪽 끝자락에 있는 실크로드(비단길)의 관문이지만 정작 돈황에서 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양관과 옥문관을 거쳐야 한다. 이곳이 실크로드 여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타클라마칸사막을 에둘러 가는 실크로드 답삿길은 대게 옥문관에서 하미, 투르판, 쿠차, 카슈가르로 이어지는 천산남로를 따라 행해진다. 이 사막에서 카라호토라는 곳을 처음 발굴한 코즐로프의 러시아 탐사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카라호토는 폐허가 말끔히 정비되어 있지만 사막 한가운데의 무너진 성채는 서하의 슬픈 역사를 능히 상상케 하는 대목이다. 투르판을 지도에서 찾아보니 서북쪽에 위치해서 서역으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중국답사에서 로망으로 간직한 땅이란 저자의 말이 괜한 게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열망을 가지고 갈구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실과 함께, 광대하고 광활한 미지의 땅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으로는 다 알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여유를 두고 곱씹어볼 요량이다. 누가 그랬던가, 여행은 감상하고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고. 나도 이 책과 같은 답사기를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끝으로 여행과 답사는 좀 다른 듯하다. 여행은 눈으로 보면 그만이지만 답사는 여행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함’이라고 적혀있다. 이말 대로 답사기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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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불꽃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7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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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소설이다! 첫 문장부터 감탄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구매한 후 몇 페이지 읽다가 바로 덮어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독창적이며, 다면적이고, 낯설고,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어떤 시에 대한 평론집 같았다. 논리정연하고 이론으로 무장한, 거기에다 주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두꺼운 전문서적. 바로 뒤미처 오는 후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물 건넌 뒤였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을 위로할 따름이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읽은 소설(소설의 구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끝까지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책상위에서 먼지만 쌓이는 이 소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왜 그랬을까. 나한테만 그런 것인가. 나에게만 이렇게 난해한 것이었을까. 이 질문에 함정이 있었음을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 내가 덫에 걸려들었구나. 바로 나보코프의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인간의 삶이란 난해한 미완성 시에 붙인 주석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 서평의 주제를 ‘난해한 미완성 시에 붙인 주석의 정체를 밝혀라!’라고 고심 끝에 정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정체를 밝혀야 하는 운명(너무 거창하다), 적어도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독자와 숨바꼭질 놀이와 같은 게임을 즐기고 싶은 모양이다. 바로 독자를 등장인물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술래에게 들킨 아이가 다음 술래가 되는, 끝이 없는 나선형의 구조(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게 나선형 구조다). 여기서 다음 술래는 바로 독자인 우리를 말한다. 미완의 시에 대한 숨은 정체를 밝혀야 하는 주석자로서의 술래 말이다.


그럼, 술래잡기하러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의 저자는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번역하고 주석을 집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번역자이자 주석자로서 무려 10년을 꼬박 매진했다. 가히 집념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노력의 결과가 그의 작품 속으로 녹아 들어간 게 이 소설의 배경이다. 존 셰이드의 ‘창백한 불꽃’은 총 네 편으로 구성되어 999행까지 집필된 자전적인 시다. 자신의 출생 배경에서부터 성장 과정, 아내 시빌과의 결혼 및 딸 헤이즐의 자살, 심장 발작으로 잠시 엿본 사후 세계 그리고 삶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여기서 핵심 인물은 찰스 킨보트의 주석인데,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인물을 설정한다. 존 셰이드의 시를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또 어떨 때는 엉뚱하게 주석과 색인을 단다. 시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주해의 객관성을 의심할 독자에게 미리 일침을 놓거나, 도취적인 자평에 더해 선행 주석에 날조한 시행을 담았음을 밝히며 학식과 양심을 운운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비롯해, 엉터리 번역서로 읽는데다 까마득하기까지 한 기억에 의존해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영문학을 다루고 있다. 더구나 색인마저 의도적으로 그 중요도를 축소하거나 전혀 언급된 바 없는 정보를 색인 항목으로 꼽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킨보트는 본 주석서를 집필하게 된 동기가, 시인 셰이드와 나눈 우정과 무엇보다 자신만이 이 작품이 지닌 인간적인 사실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피력했는데, 그와는 달리 그의 진심에 의심의 금이 가는, 불신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러면, 우린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숨바꼭질과 같은 게임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우린 시와 주석을 번갈아 가며 그 미로 속을 우리가 밝혀야 한다. 그게 이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의 책임이자 임무다. 나는 킨보드가 주장한 인간적인 사실에 초점을 두었고, 이와 더불어 미완의 시라서 주석을 대충 달아도 된단 말인가, 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은 독자가 직접 완성해야 할 소설이므로, 소설의 끝은 없다. 단지 이 시의 주석자가 되어 각기 나름의 결과를 도출해내면 되는 것이다. 숨바꼭질에서, 이 미로 같은 지적게임에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 오랜만에 색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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