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삶의 서재 - 인간의 부서진 마음에 전하는 위안
캐서린 루이스 지음, 홍승훈 옮김 / 젤리판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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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책

 

 이 책은 인생 자기계발서다. 추상적으로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여러 사람의 사례를 주야장천 나열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양판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책을 읽으면서 바로 실행할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에세이 같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이 하나도 없어도 자신감을 얻게 한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자.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소중한 '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중심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여러 우울증 극복 방법을 소개한다.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방법의 공통점은, 즉, 저자가 마침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라."이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우울증을 앓는 대다수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자존감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성취가 형편없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작은 실패에도 주저앉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뿐일까, 우울증을 앓는 사람 대부분 타인의 눈치를 심하게 살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결국, 그들이 대인관계에서 얻는 것은 상처뿐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피해야 한다. 문제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한 번에 모든 것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첫술부터 배부를 리 없다. 서서히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꾸준히 몇 달을, 몇 년을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바뀐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긍정적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꾸준히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보상 체계를 바꿔야 한다. 작은 성과에도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의 시도는 또 다른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세상을 향해 소리쳐라


 자존감은 자신감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 있게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때로는 휴식도 필요하다. 때로는 다른 길로 방황할 수도 있다. 때로는 포기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첫발을 내디뎌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자존감은 회복력을 높여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게 한다. 자존감을 바탕으로 여러 실패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을 때 성공하는 것이다. 다시 재도전했을 때 지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우리에게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성공이라는 선물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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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 - 1급 설계원.보위부 비밀요원의 자유.인권.민주주의 향한 여정
한원채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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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북한 인권침해 증언


 납북된 탈북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저자는 2차 탈북 도중 남한 인권 단체로 위장한 종북 성향 교회에 속아 중국에서 강제 납북됐으며, 이 책은 저자의 1차 탈북 때 작성된 것으로 그의 자녀가 대신 책을 발행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붕괴한 북한 경제체제의 영향으로 기아(饑餓)가 얼마나 심각한지 있는 그대로 증언한다. 부정부패는 기본이고, 쌀이 없어 생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거나, 배추 몇 조각이 들어 있는 소금국으로 반찬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은 옥수수 밭에서 몰래 서리를 하다 발각돼 총살된다. 심각한 기아로 화전(火田)이 온 산에 퍼져 민둥산이 됐다. 주민의 생활 수준은 아프리카 못지않다.1 북한 독재 정권에 대한 저자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제(日帝)만큼 악랄한 북한


 우리는 '뽐뿌'라는 단어를 봤을 때 긍정적인 모습을 연상한다. 저렴한 가격의 핸드폰을 알아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대표하듯, 남한에서 뽐뿌는 가성비 있는 제품이 불러일으키는 충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탈북자에게 뽐뿌는 고통을 연상시킨다. 북한에서 뽐뿌는 학창 시절 한 번쯤 받아봤을 '앉았다 일어서기'를 의미한다. 수용소에서의 뽐뿌는 우리나라 군대에서도 체벌로 존재하듯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뽐뿌를 500회 시키고 200회 정도에 쓰러진 사람을 구타하는 등 고문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 채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고정 자세', 시도 때도 없는 '구타', 밥도 안 주면서 온종일 일 시키는 '강제 노동' 등 생활 전반적으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탈북자를 수용소 관리가 자신의 업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벌이로 중국에 넘어갔던 사람을 고문해서 우리나라 국정원과 소통했음을 거짓으로 자백하게 해 '사형'시키고, 자신은 간첩을 잡은 공로로 훈장을 받는 식이다.


 탈북자의 증언을 듣다 보면,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노역 할아버지의 증언을 듣는 것 같다. 그만큼 심각하다.


악용되는 '민족 주체성'


 북한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표어는 '민족 주체'다. 민족 주체란, 외세를 극복하고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경제 성장과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왜 이들은 민족 주체를 강조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구한말에 이들과 비슷한 정책을 펼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이다. 쇄국 정책으로 유명한 흥선대원군이 내세운 표어는, 국토를 약탈하는 양이(洋夷)를 쫒아내자였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서양의 사상, 자본주의가 유입되어 신분제가 완화된 것에 반발한 기득권 양반의 지지를 통한 집권이었다.2


 북한도 마찬가지다. 체제 모순으로 인한 불평등과 가난의 원인을 외국으로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기득권인 김씨 일가와 그 수족인 노동당이 북한 주민을 착취하면서도, 착취로 인한 북한 주민의 시선을 미제와 남조선에 돌린다. 그리고선 드라마 본 것만으로 총살하고, 인터넷을 차단하고, 사상을 검열하는 등 온 나라를 폐쇄했다. 북한 체제 아래서 집권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눈을 가려야 한다. 민주주의 문화가 유입되고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북한 주민이 알기 시작하면, 그들의 선동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목소리가 너무 작다!


 탈북자의 증언을 읽으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남한 내 인권단체의 활동이다. 헌법에 의한 국적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기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UN 인권위원회 같은 국제기관과 NGO 비정부 기구, 외국 시민 단체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권단체는 침묵하고 있다. 열심히 광화문 광장에 나와 시위하며 정치 활동하는 많은 시민 단체의 표어는 인권이다. 그러나, 정작 인권이 뚜렷이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에는 눈을 감는 그들의 침묵에 나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1. 아프리카의 독재 정권은 Amnesty International 같은 국제 봉사 단체의 활동을 용인이라고 한다. 북한의 독재 정권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아, 북한 주민은 어떠한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있다.
  2. 위정척사비를 세워 가며 쇄국 정책을 펼친 흥선대원군이지만, 정작 본인은 외국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즉,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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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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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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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중국 외교 지침서


 저자는 한국인이 본 중국이 아니라, 중국인이 생각하는 중국을 이야기한다. 평소 우리가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여러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양안관계(兩岸關係) 등 일반인이라면 한번 생각해봤을 주제를 다룬다. 그뿐일까, 중국인을 상대하면서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을 짚어주고, 난감한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중국인과 친해지고 싶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역사를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역사상 우리나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다.1 우리나라는 고조선 이래로 중국에 의해 서서히 강역을 잃었다. 처음에는 요서, 그 뒤에는 요동, 나중에는 간도2를 중국에 뺏겼다. 중화 문명권 국가가 한반도를 침략해 소실된 유물과 책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중국에 도움을 받은 적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의 침략 또는 압박에 대응해가는 역사를 썼다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기미가 보이면, 가차 없이 짓밟던 국가가 중국이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평화통일을 방해하는 원흉이 중국이다. 자국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할 정도로 극심한 탄압과 빈부격차에도 북한 독재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의 주요 수입원이 대(對)중 수출임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두고 싶어 하며, 미국의 북한 진출 때문에 남한 주도의 통일을 경기를 일으키며 반대할 것이다. 즉, 남한 주도 통일을 위해선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에 붙던지, 중국을 설득하던지, 아니면 중국을 꺾어야 한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체제 유지와 패권'이다. 저자는 책에서 중국의 민감한 사항을 여럿 소개하는데, 대부분 중국 정부의 '체제 유지'와 관련돼 있다. 천안문 사태, 북한 독재정 지원, 인터넷 검열, 중화주의, 티베트와 신장 탄압 등 중국 정부 행보의 근본적인 목적은 체제 유지다. 또한, 중국인의 시선을 의식해 패권이라는 용어를 자제하고, 중국의 공식 입장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패권을 추구하고 있음을 돌려서 이야기한다. IMF에 대응해 창설한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와 중국식 마셜 플랜 일대일로(一帶一路), 그리고 남·동중국해 분쟁 등 각종 외교분쟁을 종합하면,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패권을 구축하고 싶어 한다.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를 표방한 중국 정부의 속내는 지금은 굴복하지만 강해진 이후에는 강성한 패권국으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즉,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것,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실현이다. 미국의 내정간섭에는 극렬히 저항하면서, 한국 등 주변 국가에는 서슴지 않고 내정간섭하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가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최명길이냐, 김상헌이냐


 중화주의에 맞설 다양한 전략을 크게 중국의 패권 속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의 주화(主和)와 중국의 패권에 저항하고 주권을 확립하는 방식의 척화(斥和)로 나눌 수 있다. 남한산성에서 홍타이지의 대군에 포위된 조선 인조는 주화파의 손을 들었지만, 산둥반도를 선제공격해 주권을 확립한 발해 무왕처럼 척화파가 정답이 될 수 있다. 미·중 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세계 경제 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 중국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라며, 또다시 우리 한반도에서 패권국간 대리전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1. 심지어 지도에서 중국와 한반도 모양을 살펴보면, 중국이 동북3성으로 한반도를 억누르는 형세다.
  2. 간도 영유권 문제는 청나라와 조선의 애매한 국경 획정으로 복잡하다. 토문강이 어느 강을 가르키는지 논란이 있다. 간도라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획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일본과 청이 간도협약을 따로 맺을 정도면, 조선이 실효지배하던 지역이었음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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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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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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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종합 연구서


 문헌학과 고고학, 그리고 경제학 등 학제 간 분석을 통해 고조선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1부에서는 문헌학, 2부에서는 고고학의 관점으로 고조선을 바라본다. 고조선이 직접 남긴 기록이 전해지지 않고, 지난 역사가 오래됐고, 당시 중국에서도 고조선을 깊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적인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추론을 하는 저자에 감탄을 보낸다. 저자는 북한의 역사학자 '리지린'의 연구를 많이 참조하는데, 2019년에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라는 제목으로 그의 저서도 발행됐으니 같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감추어진 역사 고조선


 중국의 기록만 봐도, 고(古)조선(朝鮮)은 단순한 원시 국가가 아니다. 사회계층이 확립되어 있었고, 금속 제련과 유리 세공 등 전문기술 분업이 이루어졌다. 교역 내역을 살펴보면 기술 수준도 중국에 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보다 철기를 먼저 도입한 흔적까지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 2018년 한반도 내 고조선 유적에서 '붓'이 발굴됐다. 고조선도 '기록'을 했다. 문제는 그 기록이 현대에 전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대제국 한(漢)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정도의 대국 고조선을 밝혀내는 것은 후손인 우리의 몫이다.


 저자의 논점과 같이 현대 학계의 가장 큰 논쟁점은 고조선의 강역과 왕검성의 위치, 그리고 민족 구성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고조선의 강역을 요동(遼東)으로 배웠다. 반면, 저자는 고조선이 요서(遼西)의 난하강(灤河)에서부터 팽창과 쇠퇴를 반복하며 동쪽으로 밀려나 요동 그리고 한반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북(河北)과 산동(山東), 그리고 요서 지역 청동기 시대의 유물은 중국과는 달리 비파형 동검, 돌널무덤 등 고조선 유적이 발굴된다. 결국, 고조선 또는 맥(貊)은 하북과 산동까지 진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현대 주류 가설인 왕검성(王儉城) 평양설을 부인하고 지금의 요동1에 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평양에서는 왕검성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말 평양이 왕검성이라면, 한의 대군을 상대로 장기전을 펼칠 정도의 국력을 갖춘 고조선의 국성이 자그마한 성곽 터 하나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모순으로 다가온다.2


 다만, 아직 여러 학설이 대립하고 있을 뿐, 확정될 만한 발굴 성과는 없다. 확실한 결과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세상에 고조선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민족 국가 고조선


 민족주의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내선일체를 부정하고 식민지 치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연결돼 지금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민족 통합체다. 동일한 공통의 조상이 아니라, 만주 동부에서 한반도 동북 지방의 예(濊)와 만주 서부에서 한반도 서북 지방의 맥(貊), 그리고 한반도 남부의 한(韓)이 오랜 시간을 거쳐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3 또한, 만주는 우리의 고향이면서, 퉁구스 계통의 여진(女眞)4, 투르크 계통의 거란(契丹) 등 여러 민족이 거쳐 간 땅이다. 예전부터 혼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일제(日帝)에 동화되지 않기 위한 정책으로 유효했지만, 이제 나라의 발목을 잡는다.


 춘추전국시대 연(燕)과 제(齊)에서 온 유민을 받아들여 성장한 고조선, 다른 문화권의 사람까지 받아들여 도시국가에서 대제국으로 성장한 로마, 전 세계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여 세계 패권국이 된 미국 등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나라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문화의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발전은 다양성이라는 토양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대한민국은 어떤지 생각해보자. 한국 국적을 보유한 한국인임에도, 피부색이 다르다고 외국인 취급을 한다. 흑형 등 인종차별 발언에 어떠한 사회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용인한다. 애초에 우리도 혼혈인데, 새로운 이들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폐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우리의 조상인 고조선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홍산문화와 고조선, 그리고 동북공정


 저자는 홍산 문화와 고조선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홍산 문화는 현재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황하 문명의 원류라며, 왜곡과 날조를 하고 있다. 장례 문화를 비롯한 생활 양식, 발굴된 유물 등이 보여준 바는 중국과 완전히 다른 문화이며, 오히려 고조선과의 유사성을 보인다. 이 문화의 특징은 알타이 문화와의 연관성도 보이는데, 홍산 문화와 고조선 모두 알타이 문화와 친인척 관계일 수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으며,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다만, 홍산 문화와 알타이 문화, 그리고 고조선 연관성 연구자들은 중국 정부의 방해 공작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5 동북공정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1. 실제로, 요양을 비롯한 요동 지방에 후기 고조선 시대의 성곽터와 유적이 대량 발굴되고 있다.
  2. 고구려의 평양성의 성곽을 연구한 결과, 고구려 이전 대에 축성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지금의 평양은 왕검성이 아니다.
  3. 실제로, 예맥한 각 주류 지역 청동기 시대의 유물을 보면, 유사성도 보이지만, 확연한 차이점도 나타난다.
  4. 여진은 문화가 우리 한민족과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어떤 학자는 여진과 우리 한민족의 공통의 조상을 가정하는 경우도 있다. 여진족은 주로 숙신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지만, 고대의 기록에는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오랜 교역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것인지, 정말로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5. 관련 논문이나 연구서마다, 중국 정부의 비협조나 방해 공작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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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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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 전반적으로 문체부터 문단 구성, 그리고 번역이 완벽하기에 읽는 독자를 편하게 한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최대한 빼고 대화체를 사용해서 읽는 내내 내레이션을 듣는 기분이었다. 제목에서는 '동물'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했지만, 저자가 유인원을 연구하는 학자라 대부분의 사례로 침팬지와 보노보를 든다. 다른 동물의 사례는 간략하게 소개한다. 자신이 연구하면서 느낀 바를 통해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멸종, 환경파괴, 사회 등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관련된 다양한 논쟁거리를 고찰한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푸친 원숭이 실험을 기획한 연구자다. 카푸친 원숭이 실험은 똑같은 환경의 두 원숭이가 똑같은 일을 했음에도 받는 보상이 달랐을 때의 반응을 살펴본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차별당한 원숭이의 처절한 반응이 인간에게 공감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실험자가 원숭이에게 조약돌을 줬다가 되돌려 받을 때, 처음에는 두 원숭이에게 대가로 오이를 줬다. 그때는 두 원숭이 모두 아무런 문제 없이 오이를 받는다. 다음에는 한 원숭이는 오이를 다른 원숭이에겐 포도를 준다.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포도를 받은 원숭이를 보며 절규한다. 우리 문을 부여잡고 흔들거나, 심지어 받은 오이를 실험자에게 던지기까지 한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저자는 인간만이 전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던 '감정'을 다른 동물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동물도 인간처럼 생각과 감정이 존재한다.


인간의 오만을 깨부수다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에 빠져 동물을 인간과 분리하던 현대 세태와 학문을 비판한다. 동물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과 분류체계를 만들어가며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지금까지 우리는 동물을 인간과 동일시 하지 않았다.1 인간과 같은 원인에 의한 행동임에도, 인간에게는 분노 같은 감정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지만, 동물은 하울링같이 감정을 배제한 채 행동만을 묘사한다.2 인간이 억울한 일이 생겨 소리를 지를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분노했다고 이야기한다. 개가 같은 이유로 소리를 지를 때, 우리는 개가 짖는다고 하지, 분노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물을 인간과 분리해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인간 중심주의, 인간 우월주의가 감춰져 있다.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 인간 우월주의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동물도 인간과 다른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차이라면, 정도의 차이이지 존재의 차이는 아니다. 동물도 안타까운 일에 슬픔을 느끼고, 다른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며, 억울한 일에 분노하고, 즐거운 일에 기뻐할 줄 안다. 심지어, 인간처럼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미래를 대비하고, 자식에게 그 교훈을 교육하기도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인간도 결국 동물이다.


동물을 통해 인간을 보다


 저자는 동물을 통해 인간을 조명하며, 이성만을 강조하는 철학과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는 현대 경제학을 비판한다. 정치, 성, 권력, 단합, 협력 등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다른 동물에게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동물도 감정을 지니는데, 인간에게서 감정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드러진 것은, 철학자를 매번 머리 빠지게 고민하게 만드는 인간(그리고 동물)의 이중성이다. 왜 인간은 선하면서도 악한가? 선과 악은 무엇이고, 정의와 부정의는 무엇인지 문명의 탄생 이후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명확히 해결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의문의 기원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행동하면 선한 존재가 되고,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행동하면 악한 존재가 된다. 감정이 있기에 전쟁을 하며 파괴적으로 되기도 하지만, 타인과 공감하며 협력하기도 하면서 사회를 구성한다. 감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타당한 개념체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철학부터 자연과학, 그리고 사회과학까지 여러 학문이 이따금 모순에 도달해 정체하는 이유는 인간을, 더 나아가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인간도 하나의 생물에 지나지 않음을, 동물과 다를 바 없음을,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진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지라도3, 겸손한 자세로 인간 중심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발전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1. 덕분에, 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이지 동물의 심리를 연구하지 않는다. 현재 동물의 심리는 생물학의 영역이다.
  2. 이러한 현상은 학계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전문용어가 전파된 것이다.
    물론,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 동물도 생각과 감정이 있고,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3. 대표적으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소가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지니고 동일한 존재임을 인정했을 때, 소고기를 먹기 위한 소의 집단 사육이 정당한 일인가? 소를 사육할 권리의 근원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등의 답을 찾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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