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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고조선 종합 연구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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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과 고고학, 그리고 경제학 등 학제 간 분석을 통해 고조선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1부에서는 문헌학, 2부에서는 고고학의 관점으로 고조선을 바라본다. 고조선이 직접 남긴 기록이 전해지지 않고, 지난 역사가 오래됐고, 당시 중국에서도 고조선을 깊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적인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추론을 하는 저자에 감탄을 보낸다. 저자는 북한의 역사학자 '리지린'의 연구를 많이 참조하는데, 2019년에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라는 제목으로 그의 저서도 발행됐으니 같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감추어진 역사 고조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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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록만 봐도, 고(古)조선(朝鮮)은 단순한 원시 국가가 아니다. 사회계층이 확립되어 있었고, 금속 제련과 유리 세공 등 전문기술 분업이 이루어졌다. 교역 내역을 살펴보면 기술 수준도 중국에 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보다 철기를 먼저 도입한 흔적까지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 2018년 한반도 내 고조선 유적에서 '붓'이 발굴됐다. 고조선도 '기록'을 했다. 문제는 그 기록이 현대에 전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대제국 한(漢)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정도의 대국 고조선을 밝혀내는 것은 후손인 우리의 몫이다.
저자의 논점과 같이 현대 학계의 가장 큰 논쟁점은 고조선의 강역과 왕검성의 위치, 그리고 민족 구성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고조선의 강역을 요동(遼東)으로 배웠다. 반면, 저자는 고조선이 요서(遼西)의 난하강(灤河)에서부터 팽창과 쇠퇴를 반복하며 동쪽으로 밀려나 요동 그리고 한반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북(河北)과 산동(山東), 그리고 요서 지역 청동기 시대의 유물은 중국과는 달리 비파형 동검, 돌널무덤 등 고조선 유적이 발굴된다. 결국, 고조선 또는 맥(貊)은 하북과 산동까지 진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현대 주류 가설인 왕검성(王儉城) 평양설을 부인하고 지금의 요동에 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평양에서는 왕검성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말 평양이 왕검성이라면, 한의 대군을 상대로 장기전을 펼칠 정도의 국력을 갖춘 고조선의 국성이 자그마한 성곽 터 하나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모순으로 다가온다.
다만, 아직 여러 학설이 대립하고 있을 뿐, 확정될 만한 발굴 성과는 없다. 확실한 결과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세상에 고조선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다민족 국가 고조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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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내선일체를 부정하고 식민지 치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연결돼 지금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민족 통합체다. 동일한 공통의 조상이 아니라, 만주 동부에서 한반도 동북 지방의 예(濊)와 만주 서부에서 한반도 서북 지방의 맥(貊), 그리고 한반도 남부의 한(韓)이 오랜 시간을 거쳐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또한, 만주는 우리의 고향이면서, 퉁구스 계통의 여진(女眞), 투르크 계통의 거란(契丹) 등 여러 민족이 거쳐 간 땅이다. 예전부터 혼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일제(日帝)에 동화되지 않기 위한 정책으로 유효했지만, 이제 나라의 발목을 잡는다.
춘추전국시대 연(燕)과 제(齊)에서 온 유민을 받아들여 성장한 고조선, 다른 문화권의 사람까지 받아들여 도시국가에서 대제국으로 성장한 로마, 전 세계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여 세계 패권국이 된 미국 등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나라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문화의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발전은 다양성이라는 토양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대한민국은 어떤지 생각해보자. 한국 국적을 보유한 한국인임에도, 피부색이 다르다고 외국인 취급을 한다. 흑형 등 인종차별 발언에 어떠한 사회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용인한다. 애초에 우리도 혼혈인데, 새로운 이들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폐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우리의 조상인 고조선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 홍산문화와 고조선, 그리고 동북공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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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홍산 문화와 고조선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홍산 문화는 현재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황하 문명의 원류라며, 왜곡과 날조를 하고 있다. 장례 문화를 비롯한 생활 양식, 발굴된 유물 등이 보여준 바는 중국과 완전히 다른 문화이며, 오히려 고조선과의 유사성을 보인다. 이 문화의 특징은 알타이 문화와의 연관성도 보이는데, 홍산 문화와 고조선 모두 알타이 문화와 친인척 관계일 수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으며,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다만, 홍산 문화와 알타이 문화, 그리고 고조선 연관성 연구자들은 중국 정부의 방해 공작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동북공정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실제로, 요양을 비롯한 요동 지방에 후기 고조선 시대의 성곽터와 유적이 대량 발굴되고 있다.
- 고구려의 평양성의 성곽을 연구한 결과, 고구려 이전 대에 축성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지금의 평양은 왕검성이 아니다.
- 실제로, 예맥한 각 주류 지역 청동기 시대의 유물을 보면, 유사성도 보이지만, 확연한 차이점도 나타난다.
- 여진은 문화가 우리 한민족과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어떤 학자는 여진과 우리 한민족의 공통의 조상을 가정하는 경우도 있다. 여진족은 주로 숙신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지만, 고대의 기록에는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오랜 교역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것인지, 정말로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 관련 논문이나 연구서마다, 중국 정부의 비협조나 방해 공작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