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
다다 쇼 지음, 이지호 옮김, 정완상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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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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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교양서


 핵폭탄의 작동원리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원자와 전자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책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구어체로 책을 서술해서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읽는 내내 저자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재치 있는 유머가 독서하는 내내 즐겁게 했다. 느긋하게 교양을 쌓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계획하는 총 3부작 물리학으로 해석하는 무기 이야기 첫 번째 작품이다.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저서가 기대된다.


양날의 검 원자력


 저자는 원자력 개발이 에너지원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핵폭탄 제조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핵폭탄 제조의 근본원리를 제공하고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물리학계는 핵폭탄이 일으킨 학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핵폭탄의 근본 책임은 물리학자가 아니라 핵폭탄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인에게 있다. 오히려 물리학자는 인류를 더 윤택하게 한 공로로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다.


 일부 정치 세력은 원자력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고, 원자력에 의해 인류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 일대를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 대부분이 '실수'에 의해 발생했으며,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원자력은 몇몇 큰 사고가 있었지만,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이용되는 자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원자력으로 발전된 전기로 생활하고 있다. 비행기가 한 번의 사고로 큰 인명 피해를 만든다고 해서, 비행기를 금지하지 않은 것과 논리가 같다.


 다만, 그들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할 것이 아니라, 만약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아이언맨처럼 소형 원자로를 일반인이 안전하게 사용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이미 이 세상에 등장한 원자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더욱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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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을 위한 테크놀로지 교양 - 블록체인,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IT 핵심 엔진 8가지
류한석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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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교양서


 현대인이라면 알고 있어야 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블록체인부터 공유경제까지 일반인 상식 수준으로 적당한 개념과 응용 사례를 소개한다. 책 전반적으로 문체가 깔끔하며, 사진과 그림을 덧붙여 독자를 배려한 모습이 보인다. IT 비전공자라면, 취업 준비생이라면 필수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교양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쓰인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현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IT다. 2019년 우리는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여기서 산업혁명이란 생산양식에 커다란 진보가 있었을 때를 의미한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이다. 1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가내 수공업 중심으로 동물(소, 말 등)과 사람의 노동력으로 생산이 이루어졌지만, 1차 산업혁명 이후 이들의 노동력은 증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기계가 대체한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석유기관의 등장이다. 전기·석유기관의 등장으로 생산성은 다시 한번 뛰어오른다. 자동차, 중화학 등 현대 주요 산업이 이때 탄생한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 효율성과 생산성을 다시 한번 극단적으로 높인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이다. 4차 산업혁명은 IT, AI에 의한 생산의 극단적인 변혁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동화로 1차·2차 산업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3차 산업 즉, 서비스 산업이 더욱 팽창한다. 기존 산업혁명이 갑작스럽게 도래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경쟁과 개선을 통해 나타난 역사적 사례를 고려하면,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


도태된 국가의 비극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경쟁에 의해 등장했다. 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됐으며,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쟁까지 발생했다. 경쟁에 승리한 국가는 번영을 누렸고, 도태된 국가는 승리한 국가에 철저히 약탈당했다. 1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약탈한 영국1, 동아시아에서 제일 발 빠르게 1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여 조선과 중국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등 산업혁명은 승리자에게는 막대한 번영을, 패배자에게는 철저한 파괴를 선사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중 3차 산업에 초점을 맞춘다. 우버 같은 서비스 중심의 기업에 관심이 많다하지만 산업혁명은 생산성과 직결된 '생산수단'에서의 발전이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AI나 로봇 모두 '생산'에 직결되어 있다. 1차 산업과 2차 산업에서 극단적인 발전이 나타나는 것이다. AI,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과거 산업혁명에서 도태된 국가는 생산수단의 경쟁에서 밀려 경제적으로 종속되다가 결국에는 국가가 통째로 넘어갔다.2


 그렇기에, 4차 산업혁명 중 AI와 로봇은 타국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여러 학계에서 우리나라가 AI와 로봇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한다.3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고, 인프라는 열악하다고 한다. 이 경쟁에 도태되면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주변국에 약탈당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패배자가 되어 지난 역사를 되풀이할 것인지, 승리자가 되어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1. 대영박물관에 견학한다면, 그들의 약탈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전세계 유물이 약탈당해 영국 땅에 있다.
  2. 일제강점기를 생각해보면 쉽다. 을사늑약 전에 일본은 우리나라 경제부터 휘어잡았다. 생산력이 열악한 조선은 모든 경제적 이권을 일본에 넘겨주어야 했다.
  3. 여러 컨퍼런스, 세미나에 참석하면 경제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 사회학(!)과 철학(!) 여러 학문 가리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도태되고 있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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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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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좌파가 바라본 일본 발전사


 이 책은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이용됐는지 설명한다. 당시 정치인, 학자 등 일본 과학기술에 관련된 사람의 업적과 사상을 설명해가며 지금의 일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준다. 다만, 일본에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생소한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번역이 오류가 있고, 직역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진보의 일본, 보수의 한국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조선이 식민지가 됐는지 알 수 있다. 새로운 사상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갈렸다. 우리나라는 성리학을 버리지 못한 채 실용을 중시한 실학파를 숙청하고 매장했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수용했다. 그 목적이 군사적이었든, 국민복지였든, 일본은 과학과 사상을 수용하기 위해 유학생을 파견하고 빠르게 국가 체계에 적용했다. 심지어,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전통문화와 관습을 과감히 버렸다. 그 결과 일본은 30년 만에 서양을 따라잡는다.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도 같이 일본에 유입됐고, 구습을 버리지 못한 조선은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그 결과는 일제강점기다.1


 이 책은 주로 일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식민지 수탈을 설명하는 저자에게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조선 개발은 조선인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과 수탈을 위한 것이다. 일본에 의해 현대 사회로 진입했다는 일부 세력의 주장은, 맛있고 살이 푸짐한 돼지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주고 사육장을 조성한 도살자에게 돼지가 자신을 키워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자신이 개돼지인지도 모르는 멍청한 주장이다. 또한, 발전의 가능성 없던 조선이 일제에 의해 현대화가 가능했던 것인지, 스스로 현대화 할 능력이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된 것인지는, '갑오개혁'만 봐도 어느 주장이 옳은지 알 수 있다.


'불'과 같은 과학기술


 저자는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비판한다. 과학기술이 자본주의와 결탁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과학기술과 산업 개발이 환경파괴, 대량학살 등에 이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학기술로 인해 인류는 더 번성하고 윤택해졌다. 저자는 산업화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로 일본은 제국주의 피해자에서 벗어나 동등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고2, 패전의 피해에서 빠르게 벗어나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3 일본의 압축 성장은 인적 자본이 그만큼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적 자본 확충에는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일본을 보며, 현재 우버에 대한 택시 운전기사 시위처럼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4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까. 그간 역사 교육에서 일본에 대한 수탈만 초점을 맞췄는데, 왜 그렇게 수탈을 당했는지 가르치지 않는 대한민국 교육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1.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하기 위해 조선 중후기에 이미 근대화가 싹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근거가 부족하다.
    주로 덕대나 공인을 들어 초기 자본주의가 조선 중후기에 이미 시작됐다고 반박하나, 이는 국가적이지 못하고 소수였음을 알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근대화의 시작은 제국주의 서양 열강의 침략에 의한 위기감으로 시작한 조선 말기 '갑오개혁'으로 봐야 한다.
    무조건 일본을 찬양하는 것도 문제지만, 없던 사실을 만들거나, 과장해가며 조선을 과포장하는 것도 문제다.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는 과감히 과거의 과오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2. 그 결과는 비참했던 일제강점기다.
  3. 물론, 여기에는 6.25 전쟁 등 한국의 패착이 큰 역할을 했다.
  4. 어느나라나 변화에 저항하는 구세력이 존재하지만, 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그 저항을 이겨냈다. 때로는 강경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면서까지 변화를 수용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저항을 이겨내긴커녕 구세력의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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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 오늘, 우리를 위한 그리스신화의 재해석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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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시선으로 본 그리스 신화


 저자는 현대인의 관점으로 그리스 신화를 해석한다. 무엇보다 시대적 통념을 반영하는 그림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각 시대의 관점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본주의, 가부장제, 국가권력 등 인간 사회의 자화상을 그리스 신화로 그려낸다. 책을 읽다 보면, 권력자인 제우스, 자유로운 여성인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신화를 이런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르키소스를 개인주의로 해석하는 등 억지로 퍼즐을 맞추려는, 답을 정해놓고 해석하는 모습도 보여 아쉽다. 교훈을 얻기보다 사고의 확장 측면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전설이나 신화의 속뜻


 우리는 학교에서 단군신화를 배운다. 천제(天帝) 환인(桓因)의 아들인 환웅(桓雄)이 세상에 내려와 마늘을 먹어 사람으로 탈피한 웅녀(熊女)와 결혼해 우리나라 시조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 이야기가 역사학계에는 매우 중요시된다. 신화가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계에서 내려온 환웅과 바람을 다루는 풍백(風伯), 비를 다루는 우사(雨師), 구름을 관장하는 운사(雲師)는 농업과 관련된 신으로 당시 선진화된 농업 기술을 가진 민족이 한반도 근저로 이주했음을 보여준다. 곰이었다가 사람이 된 웅녀와 결합은 곰을 숭배하던 한반도 토착 민족과의 융합을 의미하며, 뛰쳐나간 호랑이는 이주해온 부족과의 동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호랑이를 숭배하던 한반도 토착 민족을 의미한다. 실제로, 알타이 문화(중앙아시아), 홍산 문화(요서), 고조선(요동)은 유의미한 유사성을 보인다. 알타이 지역에서 이주한 세력이 만주와 한반도의 토착 세력과 결합해 현대 한민족의 뿌리가 됐다는 주장이 주요 가설로 대두되고 있다.1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해석


 그리스 신화, 단군 신화, 북유럽 신화 등 각종 설화는 역사적 사실을 내포한다. 하지만,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버지 크로노스를 살해하고 막강한 권력을 쥐어 여성펀력을 보이는 제우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시대마다 다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에서는 권력자의 여성 편력은 그 사람의 권력을 상징했다. 조선 시대 왕의 후궁처럼 권력자의 일부다처제는 당연시됐다. 그렇기에, 많은 부인을 거느릴수록 권력자의 위상은 높아지는 것이고, 많은 부인을 거느리는 권력자는 숭배의 대상이 됐다.2 하지만, 현대 페미니즘의 대두로 제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숭배의 대상이던 제우스는 이제 권력 찬탈자며, 바람둥이인 쓰레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등장한다. 이렇듯 해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 책을 읽고서 문득 우리 후손은 미래에 지금 현대의 사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완전하면서 미숙한 사상일까? 아니면, 미래의 관점에서 지금보다 행복하던 시절이라 낭만이 넘치는 사상일까?


  1. 단군 신화에서 마늘과 쪽을 버티지 못하고 뛰처나간 호랑이 부족의 후손이 만주족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2. 현대에서 이런 관례가 순화되어 남아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내의 외모와 직업이다. 재벌이 연예인이나 아나운서를 며느리로 삼길 원하는 것은 외모가 뛰어나고, 사회적 지위가 돋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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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배신 - 아직도 공감이 선하다고 믿는 당신에게
폴 블룸 지음, 이은진 옮김 / 시공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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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편견을 깨다


 저자는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공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우선 저자는 공감과 연민을 구분한다. 연민은 동정심으로 타인의 감정을 깊숙이 받아들이지 않은 감정이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사례와 추론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관점으로 공감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이 책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진보는 공감이라는 감정과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감이 썩 좋은 감정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감이라는 감정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모습을 연상한다. 공감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경험을 공유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공감을 할 수 있기에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공감할 수 없으면 세상은 삭막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공감의 장점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공감의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인 공감


 저자에 따르면 공감은 비효율적이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은 공감하며 기부를 하고 애도를 보낸다. 하지만 그런 안타까운 사고보다 더 심각한 사고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감은 제약적이기 때문에 자신과 거리가 있는 관계에는 느끼지 못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 없다는 것만 봐도 공감의 제약은 상당하다. 저자는 아프리카 기아, 팔레스타인 분쟁 등에 대성당 화재 때 모인 기금이 사용됐다면 더 많은 사람이 가난에서 구제 받거나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감이 아닌 연민이 세상에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공감은 정치적으로 선동에 많이 이용된다. 대중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도 소수의 피해자에게 공감하며 동조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정치적 목적에 의한 선동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았어도 여러 사건·사고에 휩쓸린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기뻐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가 공감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단결하며 큰 성공을 이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감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공감은 한 사회를 광기로 물들이는 데 이용된다.


 공감의 단점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나치다. 당시 1차 세계대전 패배로 독일 경제는 처참했고,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대인은 금융, 고리대금업을 하며 부유한 경우가 많았는데, 나치는 불평등에 대한 반감을 독일 전국에 퍼트렸다. 선량하던 독일 시민은 공감하며 유대인에게 적대 감정을 품기 시작했고, 나치는 성공적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홀로코스트다. 나치는 공감이라는 감정을 이용해 독일을 광기에 물들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2019년 반일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국민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이 일본 정부의 안하무인 태도로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노역 할아버지에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했든 공감에는 폭력적인 행동이 뒤따른다. 일본인 여행객을 폭행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본 기업 자동차를 파괴하는 등 반달리즘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광우병 사태 등 많은 사건에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났고,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이성이 필요한 시대


 저자는 공감을 통해 얻는 혜택보다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장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1 연민과 이성 등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사람은 이타적이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 덕에 여러 선동이 판을 치는 지금 저자의 주장처럼 차분한 시선이 필요한 순간은 아닌가 싶다. 공감에 현혹돼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1. 사견으로, 인간에게서 공감이라는 감정을 배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제는커녕 통제조차 어렵다. 공감은 하나의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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