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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쳐 -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 장하석 교수 추천 과학책
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 글루온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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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 교수 추천 과학책
 | 과학자의 철학적 사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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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철학적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본다. 물리학자답게 온갖 실험과 과학이론이 등장한다. 저자가 책 말미에 이야기했지만, 과학 상식이 수준 높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 양자물리학, 천체물리학, 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도 있어야 한다. '사유'라는 표현이 설명하듯, 어려운 개념에 대한 보충설명이 없다. 저자는 모든 이해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놨다. 우주와 생명의 탄생, 인생 등 빅히스토리 성향이 보여서 책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에 경탄하면서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적 자연주의를 소개한다. 이 책은 시적 자연주의에서 시작해 시적 자연주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적 자연주의가 무엇인지 배워보자.
 | 종교와 도덕, 시적 자연주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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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복잡한 세계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던 옛사람은 '신과 종교'를 만들어 의혹을 해소해왔다. 모든 일을 신에게 의탁하면 되기 때문에 종교만큼 세상을 쉽게 설명하는 게 없다. 하지만, 과학이 등장하면서 신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실험과 검증이라는 이성으로 무장한 과학은 세상을 가리던 베일을 벗겨냈다. 그 과정에서 종교의 가르침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왔다. 신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던 종교의 반발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9년 지금도 많은 종교인이 현대 과학에 반발하며 창조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 세상은 종교가 설명해온 방식의 세계가 아니다. 세상은 페르미온과 보손, 둘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삶이 끝나면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종교, 도덕, 가치 모두 인간의 창조물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인간과 자연은 그저 존재할 뿐이기에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자연이 어떠한 목적 없이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도 무의미해진다.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며, 높은 산을 보며 경외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대자연 속 우리의 삶이 허망하다 할지라도, 자유롭게 이 세상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그 자체가 행복이지 않을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을 사랑한다면,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준 이 세상을 즐기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신과 자연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했고, 우리는 선물을 만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