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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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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화주의(中華主義)를 비판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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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대부분 중국의 행보가 어떠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절반은 중국의 패권주의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며, 나머지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을 민족주의 관점으로 반박하는 데 할애한다. 중국이 왜 패권주의와 팽창주의를 택했는지, 중화주의가 무엇인지 깊게 다루지 않는다.
현대 민족주의가 보이는 특성 그대로, 왜곡된 역사 사실을 인용한다. 몽골을 우리나라와 동일 민족 계통으로 다룬다. 위구르를 포함한 튀르크(Turk; 돌궐 突厥)와 만주족(滿族)까지 몽골 계통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만주족은 퉁구스(Tungus) 계통이며, 튀르크도 몽골과 거리가 있는 민족이다. 자긍심을 갖기 위해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역사 왜곡에 손을 대는 건 저자가 비판하는 중국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 중화주의의 목적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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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주의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 중화주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라 한다면, "세상의 중심은 중국뿐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옛날 중국인은 문명인은 오로지 중국인이며 나머지 주변 민족은 교화가 필요한 오랑캐라고 생각했다. 소중화(小中華)라며 자부하던 조선인도 중국인의 눈에는 오랑캐였다. 우리나라 사람을 조선 이전에는 동이(東夷; 동쪽에 사는 오랑캐), 조선 이후 순이(順夷; 말 잘 듣는 오랑캐)라고 불렸는데, 어찌 됐든 덜떨어진 오랑캐라는 뜻이다. 당시 중국의 문명 수준은 주변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에 달했기 때문에, 중화주의는 한편으로 중국인이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중국('中'國)이라는 국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고 세상의 질서이자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중화주의다. 중국의 패권주의와 팽창주의는 여기서 시작한다. 지금 중국은 과거 중국이 누리던 지위를 되찾고자 한다. 세계가 중국의 질서에 순응하길 바란다.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이다.
문제는 현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잡혀있다는 거다. UN(United Nation), WTO(World Trade Organization) 등 세계 질서를 당담한 국제기구 모두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시사 용어가 보여주듯, 중국은 중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칼을 너무 일찍 뽑았다.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모두 미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주변국을 아국으로 포섭하지 못하고, 어설픈 팽창주의로 적대관계를 형성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중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는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라오스뿐이다. 미국은 몽골, 인도, 베트남, 한국, 일본 등 중국을 둘러싸는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중국은 자신이 원하는 패권을 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큰소리치는 모습과 달리, 미국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으며 약한 소리 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두 고래 사이에 있는 새우가 대한민국이라는 걸 생각하면,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며 불나방처럼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기보다 냉정한 시각이 필요한 건 아닐까.